아마존이 21년간 운영해온 크라우드소싱 플랫폼 미캐니컬 터크(Mechanical Turk)를 오는 9월 30일 종료한다. AI 학습데이터 시장의 무게중심이 새로운 사업자들로 완전히 넘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마존은 지난 25일(현지시간) 미캐니컬 터크 서비스 종료를 공식 발표했다. 미캐니컬 터크는 2005년 출시됐다. 데이터 라벨링, 음성·영상 전사, 설문조사 등 소규모 디지털 작업을 건당 몇 센트에 사람에게 맡기는 방식이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이 서비스를 "인공지능형 인공지능(artificial artificial intelligence)"이라 표현하기도 했다. 전성기에는 전 세계 50만명 이상의 작업자가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은 앞서 지난 7월 30일 신규 고객 등록을 중단했다. 이번엔 완전 종료를 결정했다. 관련 서비스인 세이지메이커 그라운드트루스, 아마존 어그멘티드AI도 같은 날 함께 종료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마존이 사람이 직접 데이터를 다루는 사업 자체에서 손을 떼는 모양새라는 해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AI 모델 고도화로 데이터 노동 수요의 성격이 달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케일AI(Scale AI)·머코(Mercor)·프롤리픽 등 후발 스타트업들이 작업자를 빠르게 흡수하면서 미캐니컬터크의 입지가 좁아졌다는 진단도 있다.
이 시장을 개척한 스케일AI는 지난해 6월 메타로부터 143억달러(약 20조8780억원) 규모 투자를 받았다. 메타는 이 투자로 스케일AI 지분 49%를 확보했다. 스케일AI의 기업가치는 290억달러(약 42조3400억원) 수준으로 두 배 이상 뛰었다. 딜의 핵심은 자금보다 인물이었다. 스케일AI 최고경영자(CEO)였던 알렉산더 왕은 메타로 자리를 옮겼다. 메타 신설 조직 '슈퍼인텔리전스'를 이끌게 됐다. 왕은 스케일AI 이사회에는 이름을 남겼다. 최고전략책임자였던 제이슨 드로지가 임시 CEO를 맡았다.
스케일AI의 빈자리는 머코가 빠르게 채우고 있다. 머코는 2023년 설립됐다. 지난해 10월 3억5000만달러(약 5110억원) 규모 시리즈C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100억달러(약 14조6000억원)을 인정받았는데, 채 1년이 안 돼 밸류에이션이 다시 두 배로 뛰었다.
최근 5억달러(약 7300억원) 규모 신규 투자를 200억달러(약 29조2000억원) 밸류에이션으로 유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엔비디아도 투자 참여를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온다. 다만 협상이 최종 성사되지 않을 가능성도 함께 거론된다. 연환산매출(ARR)은 최근 4개월 새 두 배로 뛰어 20억달러(약 2조9200억원) 안팎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머코는 오픈AI·앤트로픽 등 AI 기업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기준 3만명 이상의 전문 인력(과학자·의사·변호사 등)을 연결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전문가에게는 합산 기준 하루 150만달러 이상이 지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머코의 성장세에도 그늘은 있다. 원래 메타도 머코의 주요 고객사 중 하나였다. 하지만 지난 3월 말 오픈소스 라이브러리 라이트LLM(LiteLLM)을 노린 공급망 해킹 사고가 발생했고, 머코 시스템도 피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메타는 머코와의 계약을 무기한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픈AI는 계약을 유지한 채 조사 중이라고 공식 밝혔다. 앤트로픽도 계약을 유지 중인 것으로 전해졌으나, 별도의 공개 입장은 내지 않았다. 다른 AI 기업들도 머코와의 관계를 재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온다. 데이터를 다루는 특정 벤더에 여러 AI 기업이 동시에 의존하는 구조가 보안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시장의 중심축도 옮겨가고 있다. 단순 이미지·텍스트 라벨링에서 인간 피드백 기반 강화학습(RLHF), 전문 도메인 지식이 필요한 고난도 데이터 공급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추세다.
초기 데이터 라벨링은 비교적 단순한 반복 작업이 중심이었다. 사진 속 사물을 구분하거나 텍스트에 감정 태그를 붙이는 식이다. 하지만 최신 거대언어모델(LLM)은 이런 기초 작업 상당수를 자체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2023년 한 분석에 따르면 미캐니컬 터크 작업자의 상당수가 LLM을 활용해 과제를 대신 수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의 개입이 꼭 필요한 영역이 좁아진 셈이다.
반대로 수요가 늘어난 영역이 있다. 모델의 답변 품질을 사람이 직접 평가하고 교정하는 RLHF다. 의학·법률·과학 등 특정 분야의 전문 지식이 있어야 판단 가능한 데이터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의료 관련 질의에 대한 모델 답변이 임상적으로 타당한지 검증하려면 전문가가 필요하다. 법률 자문 성격의 답변이 실제 법리에 부합하는지 판단할 때도 마찬가지다.
머코가 전문 인력 네트워크를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우는 이유다. 단가가 낮고 대체 가능한 단순 노동에서, 대체하기 어려운 전문성 기반 데이터로 시장의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최근 머코 사례에서 보듯, 특정 벤더에 대한 의존이 새로운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도 함께 짚어볼 대목이다.
이 시장에는 스케일AI·머코 외에 다른 강자도 있다. 2020년 설립된 서지AI(Surge AI)는 외부 투자 없이 자체 성장해왔다. 2024년 매출은 12억달러(약 1조7500억원)으로, 당시 스케일AI를 웃돈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AI·마이크로소프트·메타·앤트로픽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150억~250억달러(약 21조9000억~36조5000억원) 수준의 밸류에이션으로 투자 유치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생 스타트업 마이크로원(Micro1)도 연환산매출이 올해 들어 1억달러(약 1460억원)에서 5억달러(약 7300억원)으로 급증하며 빠르게 몸집을 불리고 있다.
시장조사기관들은 AI 학습 데이터셋 시장 자체가 연 20%대 성장률로 확대되고 있다고 본다. 조사기관별 추정치 편차는 크지만, 방향성만큼은 일치한다.
아마존의 이번 결정은 이런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