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7년 국내 가상자산 과세 시행을 앞두고 거래소 신고 정보만으로는 가상자산 활동 전반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탈중앙화거래소(DEX)와 개인 간(P2P) 송금, 셀프 커스터디 지갑 등 거래 활동이 다양한 영역으로 분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데이터 플랫폼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솔라나, 트론, BNB 스마트체인, 베이스 등 6개 블록체인의 온체인 데이터를 분석한 ‘가상자산 세금 보고서(The Crypto Tax Report)’를 31일 공개했다.
보고서에서 집계한 2025년 한국의 잠재적 과세 대상 온체인 활동 규모는 총 109억달러, 약 15조원이다. 항목별로는 결제가 56억달러로 가장 많았으며 거래 이익 32억달러, 소득 20억달러로 집계됐다. 분석 대상 국가 가운데서는 11번째 규모로 나타났다.
다만 이 수치를 향후 국내 가상자산 과세를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세금이나 예상 세수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이번 분석은 국가별 세율이나 비과세·면제 규정을 적용한 과세액이 아니라 블록체인에서 관측할 수 있는 가상자산 관련 소득과 이익, 결제 활동을 합산한 값이다.
중앙화거래소 내부 거래를 비롯해 스테이킹과 대출 등 온체인에서 직접 확인하기 어려운 활동도 분석 대상에서 제외됐다. 실제 잠재적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는 가상자산 활동 범위가 이번 집계보다 넓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109억달러 규모로 세계 11위…일부 지갑에 활동 집중
국가별 잠재적 과세 대상 가상자산 활동을 비교하면 미국이 1126억달러로 가장 컸고 독일 241억달러, 중국 210억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은 109억달러로 분석 국가 가운데 11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전체 활동이 일부 지갑 주소에 상대적으로 집중되는 특징도 보였다. 전체 지갑 주소 가운데 28%가 잠재적 과세 대상 활동의 87%를 차지했다.
국가별 차이도 있었다. 싱가포르는 전체 주소의 20%에서 활동의 89%가 발생했고 브라질은 주소 32%가 87%를 차지했다. 일본은 전체 주소의 27%가 활동의 57%를 차지해 한국이나 싱가포르보다 상대적으로 분산된 모습을 보였다.
한국의 잠재적 과세 대상 활동 규모를 같은 해 정부 재정적자와 비교한 비율은 144.05%로 나타났다. 보고서가 적용한 정부 재정적자 75억달러를 기준으로 한 수치로, 분석 대상 국가에서는 포르투갈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이 역시 가상자산 과세를 통해 재정적자 이상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실제 세액이 아닌 전체 잠재 활동 규모와 정부 재정적자를 단순 비교한 결과다.
CARF로 포착 가능한 온체인 활동 14%…나머지 86%는 적용 범위 밖
가상자산 과세를 둘러싼 또 다른 변수는 거래 활동을 얼마나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느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암호화자산 보고체계(Crypto-Asset Reporting Framework, CARF) 도입에 따라 다수 국가가 2027년부터 가상자산 거래정보 자동 교환을 시작할 예정이다. 하지만 보고서 분석에서는 전 세계 온체인 잠재적 과세 대상 활동 중 CARF를 통해 포착할 수 있는 비중이 약 14%에 머물렀다.
나머지 86%에는 DEX 활동과 P2P 송금, 온체인 소득·결제 등 CARF의 실질적인 적용 범위 밖에 있는 활동이 포함됐다.
가상자산 거래가 중앙화거래소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이 과세 과정에서 새로운 과제로 부상하는 셈이다. 이용자가 자신의 지갑을 직접 관리하는 셀프 커스터디를 이용하거나 DEX, 해외 플랫폼 등으로 활동 범위를 넓힐수록 사업자가 제공하는 거래정보만으로 전체 흐름을 파악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거래소 신고 정보만으론 한계…온체인 데이터 결합이 관건
보고서는 이 같은 정보 공백을 줄이기 위해 거래소 등 가상자산사업자가 보유한 오프체인 정보와 블록체인상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온체인 데이터를 함께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CARF 등을 통해 확보한 납세자·거래정보와 블록체인 데이터를 결합하면 중앙화거래소 바깥으로 이동한 활동까지 보다 폭넓게 파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권준혁 체이널리시스코리아 지사장은 “2027년 가상자산 과세 시행을 앞두고 중요한 것은 과세 기준을 마련하는 것과 함께, 실제 과세 대상이 되는 가상자산 활동을 얼마나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느냐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CARF를 통해 확보되는 납세자 및 거래 보고 정보와 블록체인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온체인 데이터를 함께 활용한다면 정보의 사각지대를 보완하고 과세 대상 활동을 보다 폭넓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