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반포한강공원 가빛섬. 행사장 대형 스크린에는 평소 거울로 확인하기 어려운 치아 사이의 좁은 틈이 확대돼 나타났다. 카메라가 치간을 찾아내고, 해당 지점을 향해 액체가 분사되는 과정을 시각화한 것이다.
다이슨코리아가 10일 국내에 공개한 ‘다이슨 카메라젯(Dyson CameraJet) 전동 칫솔 + 구강 세정기’는 다이슨이 처음 선보이는 오랄케어 시스템이다. 양치와 치간 세정을 하나의 과정으로 묶고, 카메라와 머신러닝을 이용해 사용자가 직접 보기 어려운 치아 사이를 찾아 세정하는 것이 특징이다. 다이슨은 지난 1일 프랑스 파리에서 제품을 글로벌 공개한 데 이어 국내 출시 행사를 열었다.
이번 제품에서 눈에 띄는 것은 단순히 칫솔의 진동 성능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카메라로 치아 사이를 보고, 머신러닝 알고리즘으로 치간 위치를 판단한 뒤 액체를 분사하는 과정을 하나의 기기에 담았다. 제목의 ‘AI 눈’은 바로 이 카메라와 머신러닝 기반 치간 감지 시스템을 의미한다.
양치는 익숙한데 치간 세정은 왜 습관이 되지 못했나

다이슨이 먼저 주목한 것은 칫솔질 자체보다 치아 사이 관리였다. 2026년 한국리서치 구강건강조사에서 성인 1000명 가운데 77%는 치실이나 치간 칫솔을 사용한다고 답했지만, 이를 ‘자주 사용한다’는 응답은 28%에 그쳤다. 식사 후 양치질은 비교적 익숙하지만 치간 세정은 별도의 도구와 시간이 필요해 일상적인 습관으로 정착하는 데 차이가 있다는 것이 다이슨이 제시한 문제의식이다.
제품 개발을 주도한 리치 베이컨(Rich Bacon) 다이슨 신사업 부문 총책임자는 한국의 구강관리 습관에서 새로운 제품의 가능성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다른 국가와 비교해 구강관리 습관이 잘 형성돼 있고, 특히 식사 때를 전후한 칫솔질이 일반적입니다. 예방 목적의 치과 관리 접근성도 높습니다. 하지만 치실이나 치간 칫솔은 아직 정기적인 일상 습관으로 자리 잡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칫솔질만으로 놓치기 쉬운 영역의 플라그를 더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봤습니다.”
다이슨이 택한 해법은 치간 세정을 별도의 과정으로 두지 않는 것이었다. 카메라젯은 칫솔질을 하는 동안 치아 사이 공간을 감지하고 필요한 지점에 액체를 분사하도록 설계됐다.
47만 장 치아 이미지 학습…카메라가 틈 찾으면 0.1초 뒤 분사

카메라젯의 핵심은 ‘갭 옵티컬 타겟팅(Gap Optical Targeting)’ 시스템이다. 제품에는 1㎟ 크기의 10만 화소 매크로 렌즈 카메라가 들어간다. 카메라는 초당 28장의 이미지를 분석하며, 머신러닝 알고리즘은 제품 개발 과정에서 확보한 약 47만 장의 치아 이미지를 학습했다.
카메라가 치아 사이의 틈을 포착하면 알고리즘이 위치를 예측하고, 약 0.1초 뒤 해당 지점을 향해 원뿔형으로 액체를 분사한다. 먼저 치간 위치를 파악한 뒤 목표 지점에 세정액을 보내는 방식이다.
베이컨 총책임자는 빠르게 움직이는 칫솔 위에서 카메라 영상을 안정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제품 개발 과정의 과제 가운데 하나였다고 설명했다.
“갭 옵티컬 타겟팅 시스템은 AI 소프트웨어와 머신러닝 알고리즘으로 작동합니다. 알고리즘은 거의 50만 장에 이르는 이미지를 기반으로 학습했습니다. 칫솔이 빠르게 움직이는 상황은 휴대전화를 흔들면서 사진을 찍는 것과 비슷합니다. 여러 이미지를 조합해 안정적인 영상을 만들고, 그 상태에서 치아 사이 공간을 식별하도록 했습니다.”
본체에는 액체를 공급하기 위한 탱크와 펌프도 들어간다. 액체 제트는 치아 표면을 일정 영역까지 덮을 수 있도록 원뿔 형태로 분사된다. 탱크 내부에는 유연한 구조를 적용해 기기를 다양한 방향으로 움직이면서도 액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다이슨은 이 제품에 비전 시스템과 머신러닝, 정밀 유체역학 등 기존에 축적해온 여러 엔지니어링 기술을 결합했다고 설명했다. 서로 다른 기술을 하나의 구강관리 시스템 안에서 작동시키는 것이 개발의 핵심이었다.
치간만 보는 게 아니다…초당 245회 진동하는 입체 소닉 브러시

치아 표면의 플라그 제거는 입체 소닉 브러시가 담당한다. 카메라젯에 들어간 소닉 모터는 초당 245회 진동한다. 이중모 브러시 헤드는 치아의 굴곡을 따라 칫솔모가 움직일 수 있도록 설계했으며, 각 부위의 칫솔모가 입체적으로 진동하는 구조를 적용했다.
베이컨 총책임자는 치아 표면이 평평하지 않다는 점에서 출발해 브러시 형태와 움직임을 설계했다고 강조했다.
“치아 표면은 평평하지 않기 때문에 브러시의 윤곽이 치아 형태를 따라갈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브러시의 필라멘트가 자유롭고 효과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진동 방식도 고려했습니다. 이를 구동하는 소닉 모터는 초당 245회 진동합니다. 브러시의 형태와 움직임을 함께 설계해 치아 표면을 관리하도록 한 것입니다.”
카메라는 치간 위치를 찾는 데만 사용되지 않는다. 마이다이슨(MyDyson) 앱과 연결하면 양치 중 카메라가 촬영하는 구강 내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앱에서는 칫솔질 범위와 카메라젯의 치간 세정 범위를 확인할 수 있다.
카메라는 라이브 뷰 또는 자동 제트 분사 기능을 사용할 때만 활성화된다. 촬영된 이미지는 제품이나 클라우드에 저장되지 않는다.
다이슨이 6년간 다시 설계한 ‘칫솔질’

카메라젯 개발에는 약 6년이 걸렸다. 베이컨 총책임자는 발표 말미에 카메라젯을 단순한 전동 칫솔이 아니라 비전 시스템과 유체역학, 연결성, AI 소프트웨어를 함께 적용한 제품으로 설명했다.
“카메라젯은 단순히 칫솔질만 하는 칫솔이나 세정액만 분사하는 기기가 아닙니다. 치아 사이를 보고, 목표 지점을 찾아 세정하는 과정을 하나의 루틴으로 만들었습니다. 비전과 유체역학, 연결성, AI 소프트웨어를 처음부터 다시 결합했습니다. 제품에는 6년에 걸친 과학과 엔지니어링, 디자인이 담겨 있습니다.”
제품은 세라믹 핑크와 세라믹 울트라 블루 두 가지 색상으로 구성되며, 본체와 이중모 브러시 헤드 2개, 리필 도크, USB-C 타입 케이블이 제공된다. 본체 무게는 230g이며 충전 시간은 6시간이다.
카메라젯에서 다이슨이 시도한 변화는 분명하다. 칫솔질의 힘이나 속도만 높이는 대신 치아 사이를 보고, 위치를 판단하고, 필요한 곳에 액체를 분사하는 과정까지 하나의 기기에 넣었다. 비전 시스템과 머신러닝, 정밀 유체역학을 결합해 그동안 별도로 이뤄졌던 양치와 치간 세정을 하나의 과정으로 재설계한 것이다. 다이슨의 혁신이 다시 한 번 한국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까? 결과는 조만간 확인할 수 있을 듯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