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스마트워치 시장이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록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지난 7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올해 2분기 전 세계 스마트워치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4% 감소했다. 최근 1년간 정체 흐름을 보이다가 드디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시장이 줄어드는 와중에 화웨이는 22% 점유율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1위에 올랐고, 애플은 14%나 성장하며 2위를 지켰다. 도대체 시장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웨어러블 시장은 겉으로는 성장 중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양극화와 정체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IDC가 집계한 올해 1분기 글로벌 웨어러블 기기 출하량은 1억 4570만 대로 전년 대비 4.3% 증가했다. 수치만 보면 여전히 성장세다. 하지만 제품군별로 뜯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스마트워치는 올해 1억 5970만 대가 출하될 전망인데, 이는 전년 대비 2.8% 감소한 수치다. 손목 밴드형 웨어러블도 6.8% 줄어 4020만 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스마트 안경은 41.4% 급증해 1360만 대, 스마트 링은 12.8% 늘어 490만 대 출하가 예상된다. 결국 시장 전체는 커지고 있지만 정작 핵심 제품인 스마트워치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셈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이런 현상을 두 갈래 소비 패턴으로 설명한다. 저가형 기본 스마트워치 사용자들은 건강 모니터링 기능이 제한적이어서 교체를 미루고 있고, 프리미엄 스마트워치 이용자들은 더 나은 신제품을 기다리며 교체 주기를 늘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화웨이는 어떻게 축소되는 시장에서 성장했을까. 비결은 중국이었다. 화웨이 전체 출하량의 약 80%가 중국에서 나왔다. 워치 GT 7 시리즈 같은 신제품 수요와 중국 정부의 소비자 가전 보조금 프로그램, 예방적 건강관리 기능에 대한 중국 소비자들의 관심이 맞물렸다. 실제로 중국은 올해 전 세계 스마트워치 출하량의 38%를 차지하며 역대 최고 점유율을 기록했고, 중국 내 출하량은 전년 대비 7% 증가했다.

애플도 성장했지만 이유는 달랐다. 애플은 모든 지역에서 출하량이 늘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수석 애널리스트 안시카 제인은 "지난해 말 선보인 신제품군이 꾸준히 채택되고 있는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애플워치 시리즈 11과 워치 SE 3 두 모델이 애플 전체 출하량의 80% 이상을 차지했고, 중국에서도 상위 5개 브랜드 중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시장 전체로 보면 낙관할 수만은 없다. 샤오미는 출하량이 38% 급감하며 점유율이 9.5%에서 6.1%로 추락했다. 저가 라인업 중심이던 샤오미가 기본형 스마트워치 시장 축소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반면 가민은 출하량이 11% 늘며 5.6% 점유율을 기록했다. 고가 아웃도어 스포츠 제품에 대한 수요가 성장을 이끌었다. 중저가 시장은 줄어들고 프리미엄 시장만 살아남는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웨어러블 시장의 미래가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 시장이 건강 모니터링에서 의료 영역으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웨어러블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올해 1174억 달러에서 2034년 5052억 달러로 연평균 20% 성장할 전망이다. 이는 스마트워치 시장 예상 성장률(연평균 7.06%)의 거의 세 배에 달하는 수치다.
소비자들의 요구도 바뀌고 있다. 클러치가 379명의 웨어러블 사용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를 보면 64%가 걸음 수와 운동 추적을 위해 웨어러블을 사용하고 있지만, 심박수 데이터 모니터링(52%), 수면 패턴 추적(45%), 스트레스와 기분 추적(22%) 같은 종합 건강 관리 기능 사용도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올해 출시되는 웨어러블의 약 40%가 AI 기반 기능을 탑재할 것으로 예상되며, 소비자의 70%는 심전도, 혈중 산소, 심박수 모니터링 같은 건강 기능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기술 경쟁도 치열하다. 손목이나 손가락에서 측정하는 커프리스 혈압 측정 기술이 지난해부터 올해 사이 주요 화두로 떠올랐고, 서큘러링 2는 올해 말 채혈 없는 혈당 추세 분석 기능 출시를 예고했다.
웨어러블 시장은 지금 기로에 서 있다. 기본형 제품 수요는 식어가고 프리미엄 사용자들은 교체를 미루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의료 기능 강화와 AI 통합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이사 모히트 아그라왈은 "올해 출하량 성장률은 1% 안팎에 그칠 것"이라면서도 "온디바이스 AI와 비침습 측정 기술이 2030년까지 연평균 3% 성장률을 견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웨어러블 시장의 승자는 단순히 제품을 많이 파는 기업이 아니라 소비자가 정말 필요로 하는 건강 정보를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제공하는 기업이 될 것이다. 손목 위의 전쟁은 이제 막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