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100만원짜리 '살빼는 주사'의 두 얼굴… 비만치료제 시장의 명과 암

  • 8개월 만에 5,400억 원… 한국인이 선택한 비만치료제
  • 늘어나는 매출과 함께 소송도 줄이어
2026년 1분기,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일어난 일은 예상 밖이었다. 마운자로(Mounjaro)의 매출은 3,232억 원. 같은 시기 위고비(Wegovy)는 1,040억 원에 그쳤다. 세 배가 넘는 격차다. 2025년 8월 출시된 마운자로는 단 8개월 만에 누적 매출 5,400억 원을 돌파하며 주사형 비만치료제 시장 점유율 78%를 차지했다.
비만피료제 시장에 판도가 바뀌었다. (사진=생성형 AI)

2026년 1분기,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일어난 일은 예상 밖이었다. 마운자로(Mounjaro)의 매출은 3,232억 원. 같은 시기 위고비(Wegovy)는 1,040억 원에 그쳤다. 세 배가 넘는 격차다. 2025년 8월 출시된 마운자로는 단 8개월 만에 누적 매출 5,400억 원을 돌파하며 주사형 비만치료제 시장 점유율 78%를 차지했다.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6년 1분기 기준 약 5,7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37% 급증했다. 미국, 브라질, 캐나다, 호주에 이어 세계 5위 규모다. 1년 전만 해도 '위고비'라는 이름 하나가 시장 전체를 지배하던 풍경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 이중작용이 단일작용을 이겼다… 시장 판도를 바꾼 기전의 차이

마운자로가 이렇게 빨리 시장을 장악한 건 작동 원리 때문이었다. 위고비는 GLP-1이라는 호르몬 수용체 하나에만 작용한다. 식욕을 억제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마운자로는 GLP-1과 GIP 두 개의 수용체를 동시에 자극하는 이중작용 치료제다. 세계 최초다. GIP는 인슐린 분비를 늘리고 지방 대사를 조절한다. 단순히 배고픔을 줄이는 게 아니라 체지방 자체를 태운다는 차이가 있다.

가격은 더 비쌌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마운자로를 선택했다. 72주 투여했을 때 평균 체중 감량이 22.5%에 달했다. 위고비가 15% 안팎인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뚜렷했다. 살을 빼는 시장에서 몇 %의 차이는 선택을 바꾸기에 충분했다.

■ 2026년, 경구용 비만약의 원년

2026년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가장 큰 변화는 '먹는 약'의 등장이었다.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 필(pill)과 일라이 릴리의 파운다요(Founday0)가 미국 FDA 승인을 연달아 받으면서 주사제 중심의 시장 구조가 흔들렸다. 주 1회 주사를 맞아야 했던 환자들은 이제 하루 한 번 알약만 삼키면 된다. 냉장고에 보관할 필요도 없고, 주사기 챙길 걱정도 없다.

위고비 필은 64주 기준으로 평균 16.6%의 체중 감량 효과를 보였다. 파운다요는 72주 최고 용량 기준 12.4%로 다소 낮았지만, 복용 조건이 까다롭지 않다는 장점이 있었다. 위고비 필은 공복에 물과 함께 복용해야 하고 30분간 음식을 먹으면 안 된다. 파운다요는 그런 제약이 없다. 식사 전이든 후든, 물을 많이 마시든 적게 마시든 상관없다. 소분자 구조로 설계해서 위에서 분해되지 않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경구용 GLP-1이 2030년까지 항비만제 시장의 24%, 금액으로는 220억 달러(약 32조 원) 규모를 차지할 것으로 봤다. 파운다요만 해도 2026년 15억~28억 달러를 시작으로 2032년엔 100억~150억 달러까지 성장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부에선 400억 달러까지 언급한다.

■ 한국 기업도 뛰어들었다, '한미약품'의 승부수

글로벌 제약사들만의 잔치는 아니다. 한미약품이 국내 최초로 자체 개발한 GLP-1 비만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efpeglenatide)의 허가 신청을 마쳤다. 임상 3상 중간 결과에서 40주차 기준 평균 9.75%의 체중 감소를 확인했다. 식약처로부터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GIFT) 대상으로 지정받으면서 연내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이게 끝이 아니다. 근육 손실을 개선하는 'HM17321'과 삼중작용 기전의 'HM15275'도 개발 중이다. HM15275는 GLP-1, GIP, 글루카곤 세 개 수용체를 동시에 조절해 근육은 보존하면서 체중은 25% 이상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대웅제약, 종근당, 디엑스앤브이엑스도 각자 경구용 GLP-1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는 "글로벌 경구제 시장이 이제 막 시작된 지금이 국내 파이프라인의 기술이전과 글로벌 임상 협력을 가속할 전략적 기회"라고 분석했다.

■ 약을 끊으면 4배 빠르게 돌아오는 요요

화려한 성공담 뒤엔 복병이 숨어 있다. 요요 현상이다. 옥스퍼드대 연구팀 분석에 따르면 비만치료제 투여를 중단한 사람들은 월평균 0.4kg씩 체중이 늘어났다. 식이조절이나 운동으로 살을 빼다 중단한 사람들의 요요 속도(월평균 0.1kg)보다 4배 빠르다.

비만치료제 사용은 요요현상을 더욱더 당길 수 있다. (사진=생성형 AI)

더 문제는 원래 체중으로 돌아가는 시간이다. 비만치료제 그룹은 평균 1.7년이 걸렸다. 일반 다이어트 그룹은 3.9년이었다. 2배 넘게 빠르다. 옥스퍼드대 샘 웨스트 박사는 "비만치료제는 초기 체중 감량엔 효과적이지만 약물만으론 장기적 체중 조절이 어렵다"며 "건강한 식습관과 생활 방식이 기본이고, 비만치료제는 보조 수단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 시력 잃을 수도… 부작용 논란의 진실

급격한 시장 확대와 함께 부작용 보고도 늘고 있다. 가장 논란이 된 건 시력 손상이다.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 사용 환자에서 '비동맥성 허혈성 시신경병증(NAION)'이라는 희귀 안과 질환 발생 가능성이 제기됐다. 시신경으로 가는 혈류가 줄어들면서 갑자기 시력이 떨어지는 병이다. 드물게 영구적인 시력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유럽의약품청(EMA)은 2025년 6월 NAION이 세마글루타이드의 매우 드문 부작용이라고 결론 내렸다. 발생 빈도는 1만 명당 최대 1명 수준이다. WHO도 2025년 6월 안전성 경고를 발령했다. 제품 정보에 이 위험을 포함시키도록 권고했다. 환자가 갑작스럽게 시력을 잃거나 급속히 나빠지면 즉시 의사와 상담하고, NAION이 확인되면 치료를 중단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근육 손실도 큰 문제다. GLP-1 유사체 비만치료제를 쓰면 체중과 함께 근육도 빠진다. 일라이 릴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체중 감량 중 근육량을 유지하는 약을 개발하는 기업 '베르사니스(Versanis)'를 인수했다. 위장관 이상반응도 흔하다. 미국 연구진 분석 결과 GLP-1 계열 약물 사용 시 위마비 발생 위험은 3.7배, 장폐색 위험은 4배 높게 나타났다.

골격계 질환 위험도 나왔다. 미국 정형외과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연구는 약 14만 6,000명의 전자의무기록을 분석한 결과, GLP-1 계열 약물 사용 환자에서 골다공증과 통풍 등 위험이 더 높다고 밝혔다. 급격한 체중 감소로 뼈에 가해지는 하중이 줄어 골밀도가 감소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 법정에서 맞붙은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

경쟁은 법정 싸움으로까지 번졌다. 노보노디스크는 2026년 7월 일라이 릴리를 상대로 미국 연방법원에 소송을 냈다. 일라이 릴리가 과거 임상시험 결과를 근거로 젭바운드(Zepbound)가 위고비보다 우수하다고 광고해 소비자를 오도했다는 주장이다. 해당 광고에서는 젭바운드 투여 환자가 평균 50파운드(약 22.7kg) 감량한 반면, 위고비 2.4mg 투여 환자는 33파운드(약 15kg)만 뺐다고 소개했다.

노보노디스크는 2026년 3월 출시된 7.2mg 고용량 위고비 임상 결과가 광고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고용량 위고비 환자는 평균 47파운드(약 21.3kg)를 감량해 젭바운드와 비슷한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노보노디스크는 4월 일라이 릴리에 내용증명을 보냈지만 거절당했고, 법원에 광고 영구 중단과 정정 광고를 요청했다.

일라이 릴리는 "자사 광고는 직접 비교 임상시험 결과에 근거하고 있으며, 현재 두 약물을 직접 비교한 유일한 연구를 바탕으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며 맞섰다.

■ 보험 적용은 언제쯤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비용은 전액 환자가 낸다. 고도비만 수술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만, 비만치료제는 급여 대상이 아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위고비, 마운자로, 삭센다 등 GLP-1 계열 약물 중 비만 적응증으로 급여를 신청한 사례는 아직 없다. 제약사가 신청하지 않으면 공식 심사 절차 자체가 시작되지 않는다. 해외도 신중하다. 영국, 독일, 프랑스는 공공보험 차원에서 고위험 비만 환자에 한해 제한적으로 쓰고 있다. 미국 메디케어는 원칙적으로 보장 대상에서 제외했고, 민간 보험 중심으로 제한적 보장이 이뤄진다.

급여화가 된다 해도 과제가 남는다. 재정 부담과 오남용 우려다. 비만치료제를 급여화하면 연간 수조 원의 건강보험 재정이 든다는 추산이 나온다. 일부 전문가는 "비만치료제 급여화는 단순한 약값 지원을 넘어 비만을 공적 관리 체계 안으로 편입시키는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 94조 vs 71조

글로벌 시장은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다. 2025년 일라이 릴리의 매출은 651억 7,900만 달러(약 94조 8,589억 원)로 전년 대비 45% 급증했다. 순이익은 206억 4,000만 달러(약 30조 원)로 95% 늘었다. 젭바운드와 마운자로 두 제품 합산 매출만 약 365억 달러(약 53조 원)로 전체의 56%를 차지했다.

반면 노보노디스크의 2025년 매출은 3,090억 덴마크 크로네(약 71조 원)로 전년 대비 6% 증가에 그쳤다. 영업이익은 오히려 1% 줄었고 순이익은 1% 늘어나는 데 그쳤다. 노보노디스크는 2026년 매출 성장률을 '-5%에서 -13%'로 제시하며 역성장을 예고했다.

시장 전망은 여전히 낙관적이다.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5년 259억 달러에서 2026년 340억 달러, 2031년 1,331억 달러로 연평균 31.35%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전망치는 2026년 86억 5,000만 달러에서 2034년 671억 6,000만 달러로 연평균 29.2% 성장한다고 본다.

2025년 5월 기준 개발 중인 비만치료제는 181개였다. 10월엔 193개 이상으로 늘었다. 새로운 작용 기전, 경구용, 초장기 작용 주사제 등 다양한 형태가 개발되고 있다. 월 1회 투여 같은 초장기 작용형 주사제는 현재의 주간 주사 방식을 넘어설 전망이다.

■ 약은 도구일 뿐, 선택은 우리 몫

비만치료제 시장은 단순한 체중 감량 경쟁을 넘어 복용 편의성, 지속성, 근육 보존이라는 새로운 전쟁터로 이동했다. 경구용과 장기 지속형 주사제가 나오면서 환자들의 선택지는 넓어졌다. 하지만 요요 현상, 부작용 위험, 높은 비용 부담은 여전히 남아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5년 12월 비만 치료에 GLP-1 의약품 사용에 관한 첫 글로벌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비만을 만성 질환으로 인식하고 장기 치료에 GLP-1 길항제를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이탈리아는 비만을 만성적이고 반복적인 질병으로 공식 인정한 세계 최초 국가가 됐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GLP-1 체중 감량 약물의 월 비용을 1,000달러 이상에서 245달러로 낮췄다.

비만치료제는 분명 혁신이다. 하지만 유일한 해답은 아니다. 약은 도구일 뿐이다. 삶을 바꾸는 건 우리 자신이어야 한다.

김광우 기자

kimnoba@tech42.co.kr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저작권자 © Tech42 - Tech Journalism by AI 테크42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기사

"1000대 팔 수 있다"… 사천 공장이 24시간 돌아가는 이유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국내 유일의 완제기 제조기업으로, 전투기와 훈련기, 헬기 등 군용 항공기부터 항공기 구조물과 위성·우주사업까지 아우르는 종합 항공우주 기업이다.

[K-AX는 지금] “피지컬 AI의 토양은 결국 데이터”…양수열 크라우드웍스 CAIO가 보는 ‘2차 AI 혁명’

2017년 설립된 크라우드웍스는 AI 학습데이터 수집·가공 사업에서 출발해 현재는 기업용 에이전틱 AI(Agentic AI) 솔루션과 데이터 엔지니어링, 피지컬 AI(Physical AI)까지 사업 범위를 넓혔다. 최근 기준 크라우드웍스는 1200건 이상의 AI 프로젝트와 3억건 이상의 구축 데이터, 620곳 이상의 고객이 주요 레퍼런스로 제시돼 있다.

"수리비 90만원, 새 노트북 300만원"…반도체 대란에 소비자만 울상

딸 아이의 중학교 입학 선물로 사줬던 노트북. 몇 달 전 갑자기 안 켜져서 서비스센터에 들고 갔다. 메인보드가 나갔다는 진단을 받았는데, 수리 견적을 듣고는 말문이 막혔다. 92만원. 구입 시 130만원 주고 산 걸 생각하면 거의 70%나 되는 돈이었다.

[현장] 기술만으론 부족하다…딥테크 투자부터 상장까지 ‘시장 검증’이 가른다

딥테크(Deep Tech)가 국내 벤처투자 시장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5년 인공지능(AI), 반도체, 로보틱스, 헬스케어 등 12대 신산업 분야에 투입된 벤처투자금은 5조2014억원으로 전체 벤처투자 6조8111억원의 76.4%를 차지했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AI와 로보틱스를 향한 투자 집중도 두드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