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 AI’에서 기업 업무 처리까지…일레븐랩스, 기업가치 220억 달러로 평가

음성 AI 에이전트 주간 대화 1,500만 건 돌파…2월 대비 3배 증가
기업 고객 매출 비중 55%…금융·보험·통신·공공 분야로 활용 확대
3억 달러 규모 임직원 공개매수 완료, 8개월 만에 기업가치 두 배로
일레븐랩스 글로벌 임직원 단체 사진. (사진=일레븐랩스)

인공지능(AI) 음성 기술이 단순한 음성 생성과 대화를 넘어 실제 기업 업무를 처리하는 단계로 확장되고 있다. 고객의 환불 요청을 처리하거나 보험 계약을 갱신하고, 병원 예약과 공공 서비스 이용까지 지원하는 음성 AI 에이전트가 기업 운영의 새로운 접점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글로벌 AI 오디오 기업 일레븐랩스(ElevenLabs)의 기업가치가 220억 달러로 평가됐다. 일레븐랩스는 12일 3억 달러 규모의 임직원 공개매수(Tender Offer)를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이번 거래에서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지난 2월 시리즈 D 투자 당시의 110억 달러와 비교해 두 배 수준이다.

기업가치 상승의 주요 배경으로는 기업용 대화형 AI 플랫폼 '일레븐에이전트(ElevenAgents)'의 성장세가 꼽힌다. 현재 이 플랫폼이 처리하는 대화는 매주 1,500만 건을 넘어섰다. 지난 2월과 비교하면 처리량이 3배로 늘었으며, 같은 기간 일레븐에이전트의 연간 반복 매출(ARR) 역시 3배 이상 증가했다.

기업 고객의 영향력도 커졌다. 현재 일레븐랩스 전체 매출에서 엔터프라이즈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55%에 이른다. 일레븐랩스가 공개한 현황을 보면 전 세계 10대 기술 기업 가운데 5곳, 10대 보험사 중 5곳, 10대 통신사 중 4곳이 일상적인 업무에 관련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도입 기업과 기관의 범위도 다양하다. 스트라이프(Stripe), 도이치텔레콤(Deutsche Telekom), 도어대시의 세븐룸스(SevenRooms), 애드미럴(Admiral), 커스터머스 뱅크(Customers Bank), 케이던스(Cadence) 등이 영업과 고객 지원, 내부 운영에 일레븐에이전트를 적용했다. 우크라이나와 그리스 정부 역시 도입 기관에 포함됐다.

음성 에이전트의 경쟁력은 대화 과정에서 실제 업무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해결하는지에 달려 있다. 일레븐랩스가 자체 고객을 대상으로 진행한 최근 분석에서는 음성 에이전트의 문제 해결 속도가 채팅 기반 에이전트보다 평균 31%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다양한 고객 접점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려는 움직임도 확대되고 있다. 메신저에서 시작한 문의가 전화 상담으로 이어지고 이메일을 통해 마무리되는 과정에서 이전 대화의 맥락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지난 2월 이후 일레븐에이전트를 활용해 다중 채널 고객 지원을 도입한 기업 수는 두 배로 증가했다.

일레븐랩스는 이러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음성 AI 모델부터 애플리케이션, 실제 기업 환경에 적용하는 기술까지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선보인 텍스트 음성 변환(TTS) 모델 '일레븐 v4(Eleven v4)'와 '일레븐 v4 터보(Eleven v4 Turbo)'는 응답 속도와 감정 표현력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 의료 분야에 최적화된 음성 전사 모델 '스크라이브 v2 메디컬(Scribe v2 Medical)'도 개발했다. 연구 영역에서는 55억 명 이상이 사용하는 90개 이상의 언어를 대상으로 음성 생성과 인식, 번역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기업별 특성에 맞춘 기술 적용도 병행한다. 금융, 헬스케어, 공공, 유통, 통신 등 산업별로 필요한 규제 준수 기준과 시스템 연동 방식을 반영하고, 현장 파견 엔지니어와 연구진이 고객 조직의 업무 환경에 맞춰 모델과 에이전트를 조정하는 구조다.

이번 기업가치 평가는 웰링턴(Wellington)과 T. 로우 프라이스(T. Rowe Price)가 주도한 임직원 공개매수를 통해 이뤄졌다. 공개매수는 임직원 등이 보유한 지분을 투자자에게 매각할 수 있도록 하는 거래로, 기업이 동일한 규모의 신규 자금을 직접 조달하는 일반적인 투자 유치와는 구분된다.

신규 투자자로는 BDT & MSD, EQT, GIC, 골드만삭스, OTPP, 사파이어 벤처스 등이 참여했다. 앤드리슨 호로위츠, 알키온, 라이트스피드 등 기존 투자사도 거래에 함께했다.

마티 스타니셰프스키(Mati Staniszewski) 일레븐랩스 공동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AI는 우리가 서로 소통하는 방식 그대로 사람과 상호작용해야 한다"며 기업과 정부가 소비자와 시민을 위한 서비스에 음성 에이전트를 도입하는 사례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2년 설립된 일레븐랩스는 현재 800명 이상의 임직원을 보유하고 있다. 음성 합성 기술을 출발점으로 성장한 일레븐랩스는 기업이 고객 및 임직원과 소통하는 전 과정에 AI를 적용하는 상호작용 플랫폼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정재엽 기자

anihil@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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