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청기 대신은 아니어도…쓰던 갤럭시 버즈로 내 귀 검사하고 소리 키운다

지금 쓰는 갤럭시 버즈를 바꾸지 않아도, 내년 초부터 업데이트만으로 내 귀를 검사하고 잘 안 들리는 소리를 키워 들을 수 있게 된다.

갤럭시 버즈4 프로 (출처=삼성전자)

삼성전자는 4일 갤럭시 버즈의 '청력 체크'와 '청력 케어' 기능이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기기 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대상은 갤럭시 버즈4 프로와 버즈3 프로다. 새 기기를 살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허가가 곧 사용을 뜻하지는 않는다. 국내 사용자는 2027년 초부터 순차 진행되는 업데이트를 기다려야 한다.

청력 체크는 청력을 '재는' 기능이다. 청력 케어는 소리를 '키우는' 기능이다. 두 기능은 디지털의료기기소프트웨어로 등록됐다. 하드웨어가 아니라 스마트폰과 이어폰에서 함께 돌아가는 소프트웨어가 의료기기 지위를 얻은 셈이다.

검사는 따로 앱을 깔 필요 없이 스마트폰 '설정'의 갤럭시 버즈 메뉴에서 시작한다. 버즈를 귀에 꽂으면 높낮이가 다른 '삐' 소리가 차례로 들린다. 소리마다 내가 들을 수 있는 가장 작은 크기가 어디까지인지 재는 방식이다. 병원 청력검사실에서 쓰는 표준 방식과 같은 원리다.

왼쪽과 오른쪽 귀는 따로 잰다. 검사가 끝나면 어떤 높이의 소리를 얼마나 잘 듣는지 한눈에 보여주는 그래프, 즉 청력도가 나온다. 결과는 '보통'부터 경미·경도·중도·중고도·고도·고심도까지 7단계로 알려준다. 단계별로 다음에 무엇을 하면 좋을지 안내도 함께 받는다. 검사 결과는 삼성 헬스 앱에서 다시 볼 수 있다.

청력 케어는 호주 국립음향연구소(NAL)의 보청기 처방 공식 NAL-NL2를 적용해 잘 들리지 않는 주파수의 소리를 키운다. 소음 제거와 정면 소리 집중 기능도 함께 작동한다. 대상은 경도~중등도 난청이 의심되는 만 18세 이상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기록상 결정일은 2026년 7월 31일이다. 삼성전자는 8월 11일 이를 발표했다. 510(k) 요약서(K261187)에 따르면 경도~중등도 난청 성인 103명이 약 30일간 다기관 연구에 참여했다. 보청기 체감 효과 설문으로 비교한 결과, 사용자가 스스로 맞춘 그룹의 체감 효과는 청각 전문가가 맞춘 그룹보다 떨어지지 않았다. 소음 속 말소리 이해에서도 두 그룹 사이에 의미 있는 차이는 없었다. 연구 기간 기기 관련 이상반응은 보고되지 않았다.

청력 검사의 정확도는 따로 검증했다. 367명을 대상으로 갤럭시 버즈 검사 결과와 청각 전문가의 표준 검사 결과를 비교했더니, 두 측정값의 절대 차이 중앙값은 3.75dB(데시벨)이었다. 연령·성별·청력 수준별로도 성능에 뚜렷한 차이는 없었다. 보청 효과가 아니라 검사 정확도에 관한 수치다.

미국에서 기능을 온전히 쓰려면 원UI 9 이상의 호환 갤럭시 스마트폰이 필요하다. 국내 적용 시 호환 기기와 이용 비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준비 기간은 짧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2020년 갤럭시 버즈 플러스에 개인용 소리 증폭 제품(PSAP) 기능을 넣었고, 2021년에는 난청 사용자의 일상 의사소통 효과를 임상으로 검증했다.

길을 먼저 연 쪽은 애플이다. 애플은 2024년 9월 에어팟 프로2의 보청기 기능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다. 이런 제품이 처음이라, 새로운 종류의 의료기기를 따로 심사하는 절차(De Novo)를 거쳤다. 삼성은 이미 허가받은 애플 기능과 같은 수준임을 입증하는 방식(510(k))으로 허가를 받았다. 국내에서는 2025년 7월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

삼성은 이미 허가받은 애플 기능과 같은 수준임을 입증하는 방식(510(k))으로 FDA 허가를 받았다. 앞사람이 닦아 놓은 길을 따라간 셈이다. 미국 테크타임스는 이어폰형 보청기의 효과를 따져본 학술 연구가 아직 애플 제품 위주로 쌓여 있다고 짚었다.

그 연구가 보여준 그림은 엇갈린다. 올해 6월 미국청각학저널에 실린 연구에서 참가자 25명은 에어팟 프로2 보청 기능의 사용 편의성을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소음 속 말소리 이해 개선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실제 증폭량도 NAL-NL2 처방 목표보다 대체로 낮았다. 허가를 받았다는 사실과 일상에서 충분히 잘 들린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뜻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 난청 인구를 약 15억 명으로 추산한다. 2050년에는 4명 중 1명꼴인 25억 명으로 늘 것으로 본다. 치료는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 WHO가 2021년 펴낸 세계청력보고서 기준으로, 보청기가 필요한 사람 가운데 실제 사용자는 17%에 그쳤다. 의료기기 전문지 메디컬디바이스네트워크는 일상 기기에 보청 기능이 들어가면 특히 젊은 층의 거부감이 줄 수 있다고 봤다.

물론 대체재는 아니다. 미국 청력 전문 매체 히어링트래커의 칼 스트롬 편집장은 일반의약품(OTC) 보청기가 나온 뒤에도 소비자가 전문가 맞춤 보청기를 대거 떠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검사 결과가 중고도 이상으로 나오면 청력 케어의 허가 범위를 벗어난다. 이때는 버즈가 아니라 병원을 찾는 것이 순서다. 삼성전자도 이 기능이 전문 진단과 치료를 대체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난해 애플 기능이 국내 허가를 받았을 때 대한이과학회는 무선 이어폰을 전문의 진료 뒤 청각 보조 용도로 써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남은 질문은 세 가지다. 언제 쓸 수 있는지, 비용은 얼마인지, 실제로 얼마나 잘 들리는지다. 그래도 방향은 분명하다. 귀를 새로 사는 기술이 아니라, 쓰던 이어폰으로 내 귀를 다시 듣게 하는 기술이다.

정재엽 기자

anihil@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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