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채용의 첫 관문인 사전 인터뷰를 인공지능(AI)에 맡긴다.
카카오는 지난 22일 기업사이트에 개인정보 처리방침 개정을 공지했다. AI 면접 솔루션 기업 무하유와 인성검사 전문업체 ORP연구소가 개인정보 처리 위탁업체로 새로 이름을 올렸다. 무하유는 AI 사전 인터뷰를, ORP연구소는 인성검사를 맡는다. 개정 방침은 29일부터 적용된다.
지금까지 사전 인터뷰는 1차 면접 전 담당 부서 필요에 따라 채용 담당자가 전화나 화상으로 진행했다. 앞으로는 이 자리를 AI가 대신한다. 적용 대상은 본사 신입·경력 전 직군이다. 실제 시행 시점은 공고별로 안내되며, 계열사 확대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
인성검사도 새로 도입된다. 지원자의 업무 성향과 협업 방식을 파악하는 참고자료로 쓰인다. 카카오는 평가 단계를 새로 늘리는 것이 아니라며, AI 인터뷰 내용은 채용 담당자가 검토해 판단에 참고한다고 설명했다. 지원자를 여러 각도에서 이해하고 기존 절차를 보강하겠다는 취지다.
AI 면접은 이미 빠르게 번지고 있다
무하유의 대화형 AI 면접 솔루션 '몬스터'는 지원자 답변에 맞춰 후속 질문을 만든다. 직무 지식을 말로 확인하는 기능도 갖췄다. 다만 카카오가 어떤 기능을 쓰고 어떤 기준으로 답변을 살필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업체 집계로 보면 확산 속도가 빠르다. 무하유가 올해 1월 공개한 리포트에 따르면 2025년 몬스터 도입 기업은 전년 대비 57.8%, 응시자 수는 55.2% 늘었다. 무하유는 지난해 약 700개 기업이 자사 AI 채용 솔루션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 조사도 같은 흐름을 보여준다. 고용노동부 조사에서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응답한 396개사의 21.7%가 채용에 AI 도구를 쓰고 있었다.

구직자 불안의 핵심은 '모르는 평가'다
국내 청년들은 AI 채용 자체에는 비교적 열려 있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2025년 8~9월 전국 청년 재직자 3,093명을 조사해 같은 해 11월 발표한 결과, 63.8%가 기업의 AI 채용 전형 운영에 찬성했다. AI 채용 전형을 실제로 경험한 비율은 23.7%였다.
걱정은 평가의 불투명성에 쏠렸다. 응답자들은 AI 판단 기준의 공정성(26.9%), 심사 기준의 불투명성(23.1%), 자기 표현이 왜곡될 수 있다는 불안(18.4%)을 꼽았다. 필요한 보호 장치로는 AI 평가의 정확성 검증(47.1%), 편향성 검증(42.3%), 평가요소 사전고지(41.5%)를 들었다. 채용에 AI를 쓰는 기업 가운데 지원자에게 AI 활용 여부를 미리 알린 곳은 57.0%였다.
해외 사정도 비슷하다. 미국 채용 플랫폼 그린하우스는 올해 5월 미국·영국·독일 등 5개국 구직자 2,950명을 조사한 보고서를 냈다. 미국 응답자를 보면 63%가 AI 면접을 경험했고, 38%는 AI 면접이 포함됐다는 이유로 채용 절차에서 이탈한 적이 있었다. 사람 없이 AI가 채점하는 녹화 면접(33%)과 AI 활용 방식 미공개(27%)가 주된 이탈 요인이었다. 이들은 사람이 AI 판단을 검토한다는 확인(38%)과 편향 감사를 거쳤다는 근거(29%)를 원했다. 구직자들이 요구하는 '사람의 검토'는 각국 규제가 주목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규제는 '사람의 실질적 판단'에 선을 긋는다
국내 법도 AI 결과를 사람이 얼마나 실질적으로 판단하느냐를 기준으로 삼는다. 올해 1월 22일 시행된 AI기본법은 채용을 고영향 AI 판단 대상 영역에 넣었다. 다만 사람의 실질적 개입과 통제권이 보장되고 기본권 침해 위험이 크지 않다면 고영향 AI에서 제외될 수 있다. 사람이 최종 결정한다는 사실만으로 자동 제외되는 것은 아니며, 실제 활용 방식에 따라 판단이 달라진다. 정부는 시행 후 최소 1년은 조사와 과태료 부과를 하지 않기로 했다.
개인정보보호법은 완전히 자동화된 시스템이 내린 결정에 대해 설명을 요구할 권리를 보장한다. 권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일정한 예외를 빼고 결정 자체를 거부할 수도 있다. 다만 사람이 실질적으로 판단에 개입했다면 이 '자동화된 결정'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다.
유럽연합(EU)은 AI법에서 채용 AI를 고위험으로 분류했다. 2026년 7월 발효된 개정으로 고위험 의무 적용 시점은 2026년 8월 2일에서 2027년 12월 2일로 늦춰졌다. 그러나 직장과 채용 과정에서 얼굴이나 목소리 등 생체정보로 감정을 추론하는 AI는 이미 금지 대상이다. 미국 뉴욕시는 채용 자동화 도구에 매년 독립적인 편향 감사와 결과 공개, 지원자 고지를 의무화했다. 뉴욕주 감사관은 지난해 12월 시의 집행 체계가 미흡하다고 지적하고 감독 체계 개선을 권고했다. 국내외 모두 제도가 자리 잡는 과정인 만큼, 당장 AI 면접을 앞둔 지원자는 스스로 대비할 수밖에 없다.
취준생, 서류를 '말로' 증명해야 한다
AI 인터뷰를 앞둔 지원자라면 무엇부터 챙겨야 할까. 첫째, 자기 서류를 자기 말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무하유의 AI 면접 솔루션은 답변에 따라 후속 질문을 만드는 기능을 갖췄다. 카카오가 제출 서류를 질문에 어떻게 활용할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서류에 쓴 경험을 구체적 사례로 풀어낼 준비는 필요하다.
둘째, 공고별 전형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카카오는 적용 시점을 공고마다 안내할 예정이다. 일부 공고에는 1차 인터뷰 뒤 인성검사와 2차 인터뷰를 거치는 절차가 이미 명시돼 있다.
셋째, 지원 기업이 AI를 어디까지 쓰는지 살펴야 한다. AI만으로 탈락이 결정됐다면 설명을 요구할 수 있지만, 사람이 실질적으로 판단하는 구조라면 이 권리가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
AI 면접관이 늘어날수록 AI가 면접을 어디까지 맡고 사람이 어디서 판단하는지를 기업이 얼마나 투명하게 공개하느냐가 채용 신뢰를 가를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