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학교정책, ‘AI 없는 검색'은 없다… 샌더스 "갈취" 반발

구글이 미국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학생 계정의 AI 기능을 기본으로 끄되, AI를 완전히 거부하는 학교는 검색까지 쓸 수 없게 하는 정책을 내놓아 거센 반발을 샀다.

한 학교 IT 관리자가 관리 화면에서 구글의 AI 서비스를 모두 끈다고 가정해 보자. 학생 화면에서는 제미나이와 함께 검색도 사라지고, 그 자리에 학교가 검색을 막았다는 안내가 뜬다. 구글의 새 정책이 그대로 적용되면 벌어질 장면이다.

구글은 현지시간 3일 공식 블로그에서 교육용 서비스의 통제 방식을 바꾼다고 밝혔다. 글은 크리스 필립스 구글 교육 부문 부사장 겸 총괄이 썼다. 대상은 제미나이, 제미나이 노트북, 제미나이 인 클래스룸, 구글 검색 4개 서비스다. 학교 관리자가 직접 켜기 전까지는 학생 계정에서 이 서비스들을 모두 꺼 두겠다는 것이다. 구글은 적용 전 몇 달 안에 세부 내용을 학교에 알리겠다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적용 시점을 2027년 초로 보도했다.

크리스 필립스 구글 교육부문 부사장이 작성한 블로그 글 (출처=구글 블로그 캡쳐)

지난 8월과는 반대 방향이다. 구글은 당시 이미 AI 도구를 허용한 학교의 학생들에게 클래스룸 안 제미나이 기능을 기본으로 열어 줬다. 일부 학교 관리자와 학부모는 AI 사용 여부는 학교가 정해야 한다며 반발했다.

논란의 불씨는 검색이었다. 필립스 부사장은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검색과 AI가 깊이 통합돼 있다고 말했다. AI를 금지한 학교의 학생은 검색을 쓸 수 없고, 이용 불가 안내를 보게 된다는 설명이었다.

반발이 커지자 구글은 같은 날 X에 해명 글을 올렸다. 이번 발표는 학교의 선택권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늘리는 것이며, 서비스를 하나씩 따로 켤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구글 대변인도 제미나이와 검색은 별개로 통제된다고 밝혔다.

해명 뒤에도 달라지지 않은 것이 있다. 학교가 검색을 켜면 AI 오버뷰와 AI 모드도 함께 켜진다. AI 기능을 뺀 학생용 검색은 없다. 학교 앞에 놓인 선택지는 ‘AI가 들어간 검색'과 '검색 없음' 둘뿐이다.

비판은 발표 당일 정치권으로 번졌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X에서 구글이 AI를 막는 학교의 검색 접근을 끊겠다고 위협한다며 이를 '갈취'라고 불렀다. 리처드 블루먼솔 상원의원은 구글이 학생의 성공보다 제미나이를 학교에 밀어 넣는 데 더 관심이 있다고 비판했다. 리나 칸 전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은 구글이 검색 독점력으로 학교에 AI 도입을 강요한다고 지적했다.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도 어떤 기업도 아이들을 가르치는 방식을 좌우해선 안 된다고 했다.

교육 현장의 우려는 이전부터 쌓여 왔다. 비영리단체 커먼센스미디어는 7월 구글 검색의 AI 기능에 최하 등급인 '수용 불가 위험'을 매겼다. 시험에 쓴 숙제 180건을 AI 모드가 모두 대신 풀어 줬다는 결과도 함께 냈다.

미국 최대 학군들은 이미 움직였다. 뉴욕시는 9월 발표한 방침에 따라 올 학년도 1년간 만 2세 유아 과정부터 8학년까지 약 60만 명의 생성형 AI 사용을 막았다. 로스앤젤레스 통합교육구는 학교 지급 기기에서 학생의 생성형 AI 이용을 중단했고, 일반 검색은 남긴 채 AI 모드를 차단했다. 로스앤젤레스는 AI 개요까지 끈 검색을 원했지만, 이번 정책에 그런 선택지는 없다.

구글이 내세운 대안은 '가이드 러닝'이다. 정답을 바로 주지 않고, 열린 질문과 단계별 풀이로 학생과 함께 문제를 풀어 가는 학습 모드다. 학생이 물리 문제를 붙여 넣거나 독후감 도움을 요청하면, 검색이 정답 대신 풀이 과정을 차례로 안내하는 식이다.

가이드 러닝은 11월 3일부터 구글 클래스룸에서 전 세계에 제공되고 있다. 교사가 과제로 내주는 방식이다. 검색 버전은 이달 하순 미국 일부 학교에서 시범 운영에 들어간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2027년 초부터 AI를 허용한 학교는 AI 개요가 켜진 일반 버전과 가이드 러닝 버전 가운데 하나를 고르게 된다.

효과를 뒷받침할 근거는 아직 제한적이다. 구글은 발표 당일 도쿄대 학생 3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대조시험 결과를 공개했다. 반나절 동안 통계 수업을 공부한 결과, 일반 웹 도구만 쓴 학생은 점수가 5.3%포인트, 가이드 러닝을 함께 쓴 학생은 8.1%포인트 올랐다. 다만 구글이 직접 진행한 연구이고, 대학생이 한 차례 공부한 결과다. 검색 속 가이드 러닝이 초·중·고 학생에게도 효과가 있을지는 이번 시범 운영에서 확인해야 한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AI 사용 여부와 검색 사용 여부가 한 묶음이 됐다는 점이다. 검색은 학생이 자료를 찾고 출처를 확인하는 가장 기본적인 학습 도구다. 그 도구에 AI가 기본으로 붙어 나오면, 학교가 AI를 어디까지 허용할지는 사실상 플랫폼 기업의 설계가 정하게 된다. 학교 안 AI 사용 기준을 고민하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피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선택의 자유는 선택지 자체가 사라질 때 시험받는다.

정재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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