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 리걸테크 시장 ‘이혼’

리걸테크 시장은 잠재력이 크다. 하지만 아직 법제가 미비하고 변호사법과 충돌하는 부분이 많다. 한국의 경우 30개 이상의 리걸테크 스타트업인 활동 중일 정도로 디지털을 앞세운 기업들의 진출이 줄을 잇고 있다. 보통 리걸테크 하면 AI 기반 서비스를 떠올린다. 뭔가 거창하고, 복잡하고, 어려운 법률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있지만 틈새를 개척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관련해 최근 200만 달러 규모의 초기 투자 유치에 성공한 미국의 리걸테크 스타트업인 '헬로 디보스(Hello Divorce)'의 비즈니스 모델이 관심을 끌고 있다. 첨단 기술을 앞세우기보다 현장을 뛰던 변호사의 눈으로 본 문제를 디지털로 해결해보려는 시도가 눈에 들어온다.

헬로 디보스는 디지털 기술에 밝은 젊은 개발자나 기획자가 중심이 된 스타트업이 아니다. 이혼 전문 변호사가 시작한 기업이다. 창업 동기는 누구나 변호사 도움 없이 스스로 온라인상에서 이혼에 필요한 각종 행정 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여기에는 누구나 봐도 바로 알 수 있는 고객 가치가 담겨 있다. 심적 고통이 큰 이혼을 시간과 비용을 들여가며 오래 끌고 가고 싶지 않고, 개인적인 이혼 사유나 갈등 이유를 시시콜콜히 변호사에게 다 털어놓고 싶지 않다는 모두의 바람을 해결하겠다는 것이 플랫폼이 추구하는 고객 가치다.

이혼 전문 플랫폼이라 부를 수 있는 헬로 디보스의 서비스는 셀프서비스(DIY)로 각종 제출 문서를 작성하고 제출하는 것부터 전문 변호사의 자문을 구할 수 있는 것까지 다양하다. 언뜻 보면 판례 검색 및 검토와 변호사 중개를 제공하는 일반적인 리걸테크 서비스처럼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사용자 중심적인 접근에서 차이가 느껴진다.

헬로 디보스 플랫폼을 둘러보면 시간과 비용을 아끼기 위해 DIY 방식을 선택하는 이들을 위한 배려가 세심함을 알 수 있다. 스스로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막히는 부분에 대한 답을 제시하는 콘텐츠를 풍부하게 제공한다. 헬로 디보스에 따르면 자사 플랫폼을 이용하면 이혼 절차를 1/3 수준으로 간소할 수 있으며 모든 것을 온라인 처리할 수 있다. 처음 계정을 만들고 서비스 수준 선택을 위해 무료 15분 전화 통화를 마친 후에는 대부분의 작업을 온라인에서 할 수 있다.

변호사 출신이 세운 스타트업이지만 첨단 기술 활용을 보면 IT 전문가들이 세운 스타트업 못지않게 적극적이다. 헬로 디보스는 이혼 및 상담 케이스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류한다. 이렇게 확보한 데이터 세트를 활용해 이혼을 준비 중인 이들이 자신의 상황에 맞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AI 기반 서비스 제공을 준비 중이다. 법률 전문가가 아니라도 조정과 합의에 있어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돕는 데 AI를 활용하는 것이다.

한편, 헬로 디보스에 대한 법률 업계의 시선은 호의적인 편이다.

리걸테크 기업이라면 한 번쯤 겪게 되는 변호사 커뮤니티와의 충돌을 크게 겪지 않고 있다. 헬로 디보스 사이트는 미국 변호사 협회(American Bar Association), 클리오(Clio) 등 여러 조직이 수여 하는 법률 혁신 서비스 관련 상을 받았다. 물론 지금이야 작은 스타트업이라 이혼 전문 변호사들의 견제가 없을 수 있다. 하지만 계획 데로 50개주로 서비스를 확대하고 이용자 수가 많아지면 헬로 디보스 역시 변호사 커뮤니티와 충돌을 피하기 어렵지 않을까. 리걸테크는 분야를 떠나 이 문제로부터 자유로워 보이지 않는다.  

박창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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