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블라인드] IT기업 압수수색 전에 물어야 할 3가지

어떤 클라우드 서비스를 쓰고 있는가?

더 이상 그 옛날의 회사 전산실은 없다.

단순히 기업 본사 압수수색 영장만 받아서는 허탕 칠 가능성이 높다.

기업의 거의 모든 정보는 클라우드에 저장되기 때문.

그러니 해당 기업이 어떤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지도 알아야 한다.

AWS인지, MS 애저인지, 혹은 네이버클라우드인지.

클라우드서비스 기업에도 영장을 청구하고 데이터센터 찾아가야 한다.

정보가 저장된 데이터센터 리전이 우리나라에 없을 수 있으니 해외출장도 각오해야 한다.

진짜 기업 사무실은 어디에 있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무실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있을 수 있다.

하드 드라이브가 있을지 모르고, 실수로 프린트된 문서가 있을 가능성도 있다.

삼성 바이오로직스 압수수색에서도 수사기관은 공장 바닥 마루를 뜯어내 회사 서버와 노트북을 찾았다.

그렇다면 사무실을 위치를 확실히 알고 가야 한다.

지난 17일, 경찰은 LH 직원 토지 보상 투기 사태 조사를 위해 팀블라인드를 덮쳤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게시판에 "꼬우면 너희들도 우리 회사로 이직하든가"라고 글을 쓴 LH직원을 찾기 위해서였다. 

미리 알리지 않은 급습이었다.

많은 이들의 분노를 일으킨 문제적 글인 데다, 작성자를 찾는다면 LH 사태를 해결하는데 실마리를 잡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수사기관은 팀블라인드 건물을 잘못 찾았다. 

경찰 측의 구글에 '팀블라인드 주소'라고 검색했다고 전했다.

정작 제대로 팀블라인드 사무실 주소를 찾아갔을 땐, 이미 6시가 지나 모든 직원이 퇴근한 후였다.

물론 조사를 벌였어도 실질적인 정보를 얻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팀블라인드 본사 사무실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다.

(출처: TheVC)
(출처: TheVC)

 

정말 그곳에 정보가 있기는 할까?

네이버와 카카오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대화가 오고 가는 인터넷 플랫폼이다.

그래서 수사기관도 이 두 거대 인터넷 사업자를 가장 많이 찾는다.

'한국 인터넷 투명성 보고서 2020'에 따르면, 2019년 두 사업자에게 요청된 압수수색은 2만 6,729건에 달한다.

제공된 아이디의 개수도 312만 개를 상회한다.

이 때문에 "수사기관이 증거를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혐의점을 잡기 위해 압수수색부터 하고 보는 경향이 강화됐다"고 보고서는 지적하기도 했다.

문제는 정작 정보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클라우드에서 이미 삭제됐을 가능성이 높다.

클라우드는 사용량에 따른 과금 체계라서, 기업은 불필요 정보는 계속 지워야 이익이다. 

범죄 증거에 중요한 카카오톡 대화 기록 역시 3일 치만 카카오 서버에 저장하고 있다.

그동안 카카오톡 복원 증거는 스마트폰을 획득해 복구한 것이다.

이제 하드디스크를 본사에 모아두고 데이터를 저장하는 IT기업은 찾기 어렵다. (출처:German Climate Computing Center/Flickr)
이제 하드디스크를 본사에 모아두고 데이터를 저장하는 IT기업은 찾기 어렵다. (출처:German Climate Computing Center/Flickr)

 

또 이번 논란이 된 팀블라인드 역시 가입자의 이메일이나 IP주소 등 가입자 정보를 서버에 저장하지 않는다.

가입 이메일도 암호화되어 서비스 계정과 분리돼, 중복 계정 방지와 재인증에만 쓰인다. 

그러니 암호를 풀어내 이메일을 얻었다 해도 해당 글을 쓴 특정 가입자를 찾을 수는 없다.

블라인드 서비스는 비밀번호 찾기 기능도 없다. 만약 잊어버렸다면 신분 자체를 재인증받아야 한다.

팀블라인드 문성욱 대표 말대로 ‘절대 잃어버리지 않는 유일한 정보는 갖고 있지 않은 정보’뿐이다.

석대건 기자

daegeon@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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