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 달린 4족보행 로봇이 두발로 서기까지···이게 왜 필요해?

로봇을 만드는 엔지니어들을 크게 나누자면 바퀴가 좋다는 부류, 그리고 사람이나 네발 짐승처럼 걷는 게 좋다는 부류로 나뉜다. 누구나 쉽게 그 차이점을 연상할 수 있을 만큼 두 로봇 유형은 각자 장단점을 갖고 있다.

이런 가운데 네발로 걷고 네 개의 바퀴로 구르는 것은 물론 뒷발(뒷바퀴)로 서서 균형까지 잡을 수 있는 로봇이 등장했다. 이 별난 바퀴가 왜 필요할까 싶지만 나름대로 꽤 쓸모가 있어 보인다. 배송용으로 지난해 1월부터 시판되기 시작한 미국 어질리티 로보틱스의 휴머노이드 2족보행 로봇 ‘디지트’가 있지만 이번에는 개에서 영감을 받은 배송용 4족보행 및 주행 로봇이 등장했다.

최근 이 별난 로봇을 개발해 공개한 주인공은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대(ETH취리히) 스핀오프인 ‘스위스 마일’이라는 업체다.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대(ETH취리히)에서 처음 개발돼 ‘애니보틱스’가 상용화한 4족보행 로봇개 ‘애니멀(Anymal)’은 네발로 걷는다. 역시 ETH취리히의 스핀오프로 출발한 ‘스위스 마일’이 최근 공개한 ‘스위스 마일 로봇’은 네발에 바퀴를 달고 있어 걷고 달리는 것은 뒷바퀴로 서서 균형을 잡고 서 있을 수 있는 수준으로 진화했다. (사진=스위스마일)

앞서 ETH 취리히에서 개발돼 시판중인 되의 애니멀은 단순히 네발로 걷는 것과 그 기능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그 다리에 바퀴가 더해져 걷기도 하고 바퀴로 굴러가면서 더 재미있어졌다. 바퀴 달린 4족보행 로봇이 일어설 수 있게 된 것이다. 곧 도시에서의 배송에 사용될 전망이다.

이 최신 4족보행 업그레이드 버전은 스위스 마일(Swiss-Mile)이 개발한 ‘스위스 마일 로봇(Swiss-Mile Robot)’으로 알려져 있다.

◆왜 굳이 바퀴달린 4족 보행 로봇에 바퀴를 달았을까

오리지널 버전처럼 이 로봇도 네 개의 발을 가지고 있다. 바퀴를 그 다리의 끝에 고정시킴으로써 이 로봇은 필요시 네 발 달린 동물처럼 걸을 수 있다. 이는 특히 바퀴 달린 대부분의 로봇들을 방해하는 계단을 올라가야 할 때 유용하다.

그러나 로봇이 보도를 따라 이동하는 경우, 그리고 다른 평평한 표면을 따라 이동하는 경우에는 바퀴로 굴러감으로써 걷는 것보다 훨씬 빠르고 에너지 효율적이 된다.

이 로봇은 모터로 구동되는 바퀴를 사용함으로써 최대 시속 22km로 주행할 수 있게 됐다. 추가 보너스로 로봇이 계단 아래로 굴러 내려가거나 연석 위에서 굴러 떨어져야 할 경우 다리는 충격을 흡수할 수 있게 구부러진다.

▲스위스 마일의 4족보행 로봇 ‘스위스 마일 로봇’은 능숙하게 계단을 오르내린다. 일반 배송차는 갈 수 없는 라스트마일 배송에 적합하다. 자율주행 배송차가 갈 수 없는 곳을 갈 수 있다. (사진=스위스마일)

이 로봇은 GPS수신기, 라이다 센서, 카메라의 조합을 이용해 자율적으로 도시 거리를 돌아다니고 장애물을 피한다. 현재 배터리를 한번 충전하면 2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참고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스팟은 직진해 가도록 제어기로 컨트롤 해도 앞에 건물벽 같은 장벽이 나타나면 피해서 우회해 가도록 프로그램 돼 있다. 또 스팟은 한번 충전해 90분을 사용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의 한 연구원은 지난 10월 27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로봇 강연회에서 현대자동차 광명 소하리 기아 자동차 공장을 순찰하는 스팟에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배터리 2개를 결합시켜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퀴달린 4족보행 로봇을 뒷발로 서게 만든 이유는?


스위스 마일 로봇이 바퀴달린 뒷발로 일어설 수 있고 그 뒷발로 굴러 갈 수도 있는 비밀은 어디에 있을까.

이 로봇은 내장된 관성측정장치(IMU)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분석하고 다리와 바퀴에 달린 모터의 16개 측정치를 분석해 반영함으로써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

▲테슬라 전기차와 경주하기 위해 출발선에 있는 ‘스위스 마일 로봇’. 시속 22km로 주행할 수 있다. (사진=스위스마일)

그런데 이 로봇을 서게 만들어서 어디에 쓸 수 있을까.

앞서 내놓은 4족 보행 로봇 ‘애니멀’을 공동 개발한 마르코 비에로니크 박사는 “로봇이 앞다리를 팔로 사용함으로써 고객들로부터 소포를 받아 등에 있는 화물칸에 실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런 다음 이 로봇은 다시 바퀴달린 네 발이 돼서 빠르게 길을 따라 굴러서 그 소포들을 운송하게 된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배송회사가 소포를 라스트마일(고객의 최종 목적지)로 소포를 배송할 때 계단이 있는 곳을 바퀴달린 발로 걷듯이 오를 수 있는 것은 물론 바퀴로 계단을 굴러 내려 올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자율 배송차(또는 자율배송로봇)로는 할 수 없는 부분이라는 점에서 주목되는 점이다.

스위스 마일은 내년중 이 로봇을 아직 발표되지 않은 가격으로 상업적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그런데 스위스마일 로봇은 기존의 로봇을 좀 봐 왔던 이들이라면 뭔가 기시감이 들 것이다.

그렇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핸들(Handle)’에서 이와 비슷한 모습을 본 기억이 있다.

▲지난 2017년 보스턴다이내믹스는 바퀴달린 2족 보행(주행) 로봇 ‘핸들(Handle)’을 처음 선보였다. 이 로봇은 두 팔로 상자를 들어 가랑이 사이에 끼고 이동한다. 스위스마일로봇에 비해서는 크고 무겁다. (사진=보스턴다이내믹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바퀴달린 2족 바퀴로봇 ‘핸들’에서 진일보하다

앞서 지난 2017년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개발해 여러 물류센터에서 사용되고 있는 물류지원용 2족 바퀴 보행(주행)로봇 ‘핸들(Handle)’을 보면 이번 ETH취리히 4족보행 바퀴 로봇 ‘스위스마일로봇’의 진화를 확인할 수 있다. 당시 일부 보도는 ‘놀라움(marvel)’이라고 표현했지만 바퀴달린 4족보행 로봇은 여기서 또 한단계 더 진화한 것으로 보인다.

▲2019년에 등장한 핸들은 물류센터에서 두손대신 흡판으로 물건을 들어 옮기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차세대 핸들은 아랫부분이 보다 안정적인 4각형 베이스 형태로 진화한다. (사진=보스턴 다이내믹스)

물론 바퀴가 없는 2족보행 휴머노이드 로봇도 나와 있다. 미국 어질리티 로보틱스의 휴머노이드 2족보행 로봇 ‘디지트’가 대표적이다. 디지트는 배송 물품을 들고 계단을 오르내린다. 지난해 1월부터 시판에 들어갔다.

▲미국 어질리티 로보틱스의 휴머노이드형 2족보행 배송로봇은 물품을 들고 계단을 오른다. (사진=어질리티 로보틱스)
▲미국 어질리티 로보틱스의 휴머노이드형 2족보행 배송로봇이 물품을 든 채 이동하고 있다. 손가락은 없다. (사진=어질리티 로보틱스)

◆두바퀴 균형 운송수단 세그웨이를 기억하는가

그리고 우리는 이보다 앞서 바퀴로 탈 것의 균형을 잡는 기술의 원조로 세그웨이를 기억한다.

지난 2001년 미국의 세그웨이가 개발해 ‘세그웨이 PT’란 이름으로 출시한 자가균형 기능을 갖춘 개인형 두바퀴 이동차량이 그것이다.

▲세그웨이. (사진=위키피디아)

중국 베이징에 본사를 둔 교통로봇 스타트업 경쟁사인 나인봇이 지난 2015년 4월 세그웨이를 인수해 회사를 확장했고 지난해 6월에는 더 이상 이륜차 세그웨이는 만들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오리지널 세그웨이 모델은 시속 9.7km, 13km, 16km 세 가지 속도로 설정됐다. P-시리즈는 니켈메탈수소 배터리로 9.7~16.1km를 주행했고, 충전에 4~6시간이 걸렸다. 2003년 9월 세그웨이 PT가 리콜됐다. 사용자가 배터리 부족 경고를 계속홰서 무시하면 결국 세그웨이에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후 버전에서는 배터리 전력 소진을 감지하면 자동으로 속도가 느려지고 정지하게 만들었다.

▲세그웨이를 타고 이탈리아 플로렌스 시내를 관광하는 사람들. (사진=위키피디아)

로봇도 생명체처럼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이 기계의 진화를 주재하는 것은 인간이다.

이제 세편의 동영상을 통해 순서대로 ▲스위스의 바퀴달린 4족보행 로봇 ‘스위스마일로봇’의 작동모습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물류에 사용되는 2족 바퀴 로봇 ‘핸들’의 2019년 버전과 2017년 버전을 살펴본다.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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