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면 마켓컬리가 없을 때로 돌아가는 겁니다?

'마켓컬리, CVC(Customer Value Chain)를 활용하여 역기획하기'
(마켓컬리 출시 이전 가설 검증 과정을 함께 고민해보는 과정입니다)

나는 최근에 요리하는 취미를 들였다. 워낙 맛집 투어 하는 것도 정말 좋아하고, 내가 만든 요리를 맛본 사람이 좋아하면 기분도 좋다. 며칠만 운동을 안 해도 몸이 찌뿌둥할 정도로 운동도 좋아하는데, 사실 우선순위는 맛있는 걸 먹는 게 더 높다. 그야말로 먹기 위해서 운동하는 스타일.

이러한 나의 취미가 만들어진 가장 큰 시작은 유튜브가 아닐까 싶다. 그전까진 요리라고 하면 왠지 학원에서 배워야 하거나, 책을 보고 배우는 등 뭔가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의 취미였다면, 유튜브로 다양한 사람들이 올려주는 요리 영상을 보면서 쉽게 음식을 배우고 실제로 시도해보게 되었다. (시작은 일식 자격증 유튜브의 칼 잡는 법 영상이었다고 한다. TMI)

유튜브가 내 요리 실력을 키웠다면, 나의 주방은 마켓컬리가 채웠을 것이다. 유튜브로 만들어 보고 싶은 것이 생기면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주문을 완료하면 바로 다음날 배송을 받아 만들어 볼 수 있는 참을 수 없는 편리함. 게다가 친환경적으로 포장되어 문 앞에 정갈히 놓여있는 모습도 기분 좋은 브랜드 경험의 일부분이었다.

그런 마켓컬리의 초기 퍼소나는 종종 소개될 정도로 유명하다. ‘가족들에게 좋은 것만 먹이고 싶지만 바쁜 워킹맘’이 바로 그것이다. 이미 유명해져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마켓컬리는 '신선함을 문 앞까지'라는 대표 문구처럼 신선식품 새벽 배송으로 대표되는 기업이다.

종종 쿠팡의 새벽 배송이 먼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마켓컬리는 최초로 새벽 배송을 시도한 장본인이며, 특히 초기 퍼소나와 일치하는 깐깐하기로 소문난 일명 '강남 맘'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입소문을 타고 성장하게 되었다.

실제 마켓컬리를 창업한 '김슬아 대표'의 인터뷰에 따르면, 아이를 키우며 직장 업무를 병행하는 워킹맘으로서 장을 보고 식품을 구매하는 과정에서의 실제 본인이 겪은 불편함에서 시작해 프로덕트(서비스)를 기획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는 과거 대형마트들이 온오프라인 시장을 꽉 잡고 있는 상황에서 '신선'과 '프리미엄'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마켓컬리가, 일전엔 충족되지 못했던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켜, '디커플링(Decoupling)'을 통해 디스럽션(비즈니스에서의 혁신)을 만들어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해당 개념은 뒤에서 자세한 설명이 이어집니다)

그래서 마켓컬리가 출시하기 전으로 돌아가 다시 프로덕트를 구상해 보는 과정인 '역으로 기획하기'를 해보려 한다. 퍼소나(Persona), 고객여정지도(User journey map), 고객가치사슬(CVC)을 통해 당시 마켓컬리가 소비자들의 어떤 니즈를 충족시켜 현재의 모습으로 발전시켰는지 자세히 파악해보자.

역기획하기 단계는 다음과 같다.

  1. 사용자 타겟에 해당하는 '퍼소나' 설정하기

2-1. 마켓컬리가 있기 이전 고객들의 온라인과 오프라인 식료품 구매 행태를 고객여정지도(유저 저니 맵)로 보기

2-2. 동일한 고객 여정의 각각의 단계에서 고객들이 어떤 가치를 경험하는지 CVC 분석하기

  1. 분석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하고자 하는 일을 해결할 수 있는 해결책 도출하기


  1. 과거 마켓컬리의 잠재 고객, 워킹맘들을 알아보자

(마켓컬리 출시 전 김슬아 대표님의 막막함을 함께 고민해보는 과정입니다)

  • 프로덕트 초기 타겟 : 3040, 워킹맘, 강남 거주(맘 카페)

먼저 당연하게도 대다수의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맞벌이 혹은 외벌이 워킹맘들의 연령층은 30-40대가 다수를 차지하며, 사회 제도적 문화적 이유로 부부간 가사노동 시간에 있어서 아직까지 여성의 가사 참여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다. 그래서 워킹대디와 워킹맘 중 서비스 이용률이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워킹맘으로 타겟을 선정하였다.

추가적으로 강남 거주 조건의 경우와 같이 지리적인 범위를 설정한 이유는 공통적인 불편함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타겟 중에서도 서비스를 통해 고객가치 창출 측면에서 입소문을 타기 쉽고, 자녀 육아에 비교적 높은 열의를 가진 인구의 분포가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커뮤니티)이라는 것이 타겟 선정 범위의 이유이다. 유사하게 맘 카페의 경우 육아뿐만이 아니라 병원, 약국, 맛집 등등의 각종 정보가 공유되는 곳이기에 타겟을 통해 효과적으로 전파될 가능성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 워킹맘들이 마켓컬리와 같은 신선식품 새벽 배송 서비스를 원했던 이유

일단 첫 번째 이유로 역시 자녀 건강에 대한 걱정을 꼽을 수 있다. 육아와 직장 생활 병행에 대한 의견 설문조사에 따르면 퇴사를 고려한 시기에는 자녀와의 경험 공유가 적어 미안하고 죄책감이 들 때가 57.1%, 이어서 자녀의 건강상에 이상이 생겼을 때가 28.6% 일 정도로 자녀에게 관심과 건강 걱정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음식의 경우 자녀의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신선'하고 '품질' 좋은 식재료를 원할 가능성이 높다.

두 번째 이유는 일-육아 병행의 어려움이다. 앞선 김슬아 대표님의 인터뷰에서도, 하단 좌측 통계자료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것은 심리적, 체력적인 부담이 크게 따른다. 그 상황에서 평일 퇴근 후 장 보러 마트를 가는 것은 부담이 크며, 아무래도 마트 이용 행태는 주말에 구입하여 평일에 소비하는 방식이거나 온라인 구매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주말에 구입한 식자재로 일주일 동안 소비하게 되며, 아무래도 유통기한이 긴 식품 위주이거나 일주일 동안 신선로 하락은 피치 못할 수밖에 없다.

또한 육아 이외의 자신의 시간을 통해 재충전을 원하는 경향이 높다. 실제로 하단 우측 통계자료와 같이 온라인 오프라인 매출 신장률 비교에 있어서도 장 보는 시간은 육아 이외의 재충전의 시간을 원하는 부모들에게 심리적 부담이 되어 온라인 몰에서 식료품을 구매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위와 같이 워킹맘들의 '자녀 건강에 대한 걱정'과 '체력적, 심리적 고충'은 품질 좋은 식품을 온라인을 통해 신선하게 배달받기를 원하는 이유가 되었다고 보인다. 이에 따라 위의 고충들을 겪을 가상의 인물을 퍼소나로 설정해 보았다.


2-1. 마켓컬리 이전에 퍼소나에 해당하는 고객들은 어떤 경험을 이어나갔나?

마켓컬리 이전 퍼소나 해당 고객들의 식료품 구매 경험을 고객 여정 지도(User journey map)를 통해 알아보자

  • 고객 여정 지도는 퍼소나에 해당하는 사용자가 프로덕트(서비스)를 이용하며 순서에 따라 상황에서 느끼는 경험과 감정을 시각화하여 기록한 타임라인이다. 특히 사용자의 실제 경험을 정확하게 제시하기 때문에 프로덕트 이해관계자들의 공감과 사용자 이해를 높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온라인으로 식료품(신선식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퍼소나의 고객여정지도

오프라인으로 식료품(신선식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퍼소나의 고객여정지도

2-2. 마켓컬리 이전에 퍼소나에 해당하는 고객들은 어떤 가치 사슬이 있었나?

마켓컬리가 서비스되기 이전 퍼소나 해당 고객들의 고객 가치 사슬(CVC)을 통해 분석해 보자

초반에 언급한 '디커플링(Decoupling)'은 "기존 비즈니스를 사용하는 고객의 가치사슬에서 변화되는 사용자의 니즈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약한 사슬을 끊어내고, 이를 대체하는 '디커플링(=결합 해체)'을 통해 최근에 디스럽션(비즈니스에서의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라고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교수 T.테이셰이가 저서 '디커플링'에서 언급한 것이다.

즉, 항상 강조되는 것이지만 프로덕트의 성공을 위해선 고객 니즈 파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 제시된 방법론인 고객 가치 사슬(Customer Value Chain)은 쉽게 말해서 고객 관점에서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는 과정의 다양한 부가가치 활동을 정리한 개념이다.

고객 가치 사슬(CVC) 또한 결국 궁극적으로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서 제안된 방법론으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로 분류한다

'온라인'으로 식료품(신선식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고객 가치 사슬 (CVC)
(마켓컬리 서비스 이전)

'오프라인'으로 식료품(신선식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고객 가치 사슬 (CVC)
(마켓컬리 서비스 이전)

결론 : 마켓컬리가 해결한 문제

기존 온오프라인을 통해 식료품(신선식품)을 구매하는 페르소나에 해당하는 고객들에게도 역시 약한 가치사슬들이 존재했다. 바로 직장에서의 바쁜 업무에 치여 평일엔 퇴근 후 장을 볼 엄두가 나지 않아 온라인으로 주문하거나 주말에 몰아서 장을 보게 되면서 시작한다. 온라인은 상대적으로 배송과정이 길고 신선도를 장담할 수 없으며, 오프라인의 경우는 주말이어도 고객의 시간이 더 크게 소요된다는 점과, 1주일 동안 상품을 소비하며 신선도가 하락한다는 점이 고객 가치를 잠식시킨다.

이러한 약한 가치사슬들을 끊어내고자 마켓컬리는 새벽 배송 시스템과 품질 집착을 통해, 직접 장을 보는 과정에서의 문제를 개선하고, 품질을 제고함으로써 신선도와 품질, 편리함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다 잡으며 대형마트에게서 '디커플링'에 성공했다.

이렇게 고객의 어려움을 캐치해 만들어낸 프로덕트로 시작된 마켓컬리는 최근 급성장을 이루며 IPO까지 앞두고 있다. 물론 코로나의 영향으로 비대면으로 장 볼 수 있다는 것 덕분에 더욱 성장가도에 오른 것도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21년 3분기에 역대 최대 결제 금액을 달성한 것과, 최근 5060 세대의 비율이 20%를 넘긴 것만 보더라도 다양한 고객들마저 만족시키며 더욱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개인적으로도 얼마나 더 성장할지 기대가 된다.

마켓컬리, 김슬아 대표가 성실하고, 부지런하게 쌓아온 시간 – 고객의 새벽을 열다.

마켓컬리는 아이디어가 좋아 성공한 걸까?

‘30대 여성’ 마켓컬리 큰 손…3분기 결제금액 역대 최대

돈을 벌려면 디커플링을 배워야 한다.

본 글의 원문은 이곳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디깅판다

diggingpand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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