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마지막 경고, 그 많던 꿀벌은 어디로 갔을까?

만약 꿀벌이 없다면 우리의 식탁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꿀벌이 중요하게 하는 수분 작업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먹을 수 있는 채소는 꽃가루받이 없이 자라나는 뿌리채소뿐이다. 과일이 포함된 샐러드는 꿈도 꿀 수 없다. 샐러드에 뿌릴 드레싱에는 당연하게도 꿀은 포함되지 않는다. 닭이 먹을 수 있는 콩, 모이 등도 수분이 꼭 필요하기에 닭고기도 없다. 소의 사료인 작물도 줄어드니 소고기도 없으며 소가 생산하는 유제품도 없다. 그럼 단백질은 어떻게 섭취할까? 생선을 먹는 정도로 그친다. 하지만 생태계가 망가졌으니 물고기의 개체수도 확연히 줄었을 것이다.

이 '꿀벌이 없는 세계'의 식사는 미국의 미생물 기업 시드가 뉴욕 식당들과 협력해 과학적 사실을 바탕으로 상상하여 구성한 것이다. 자그마한 꿀벌은 지구 생태계에서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꽃과 나무들은 꿀벌을 통해 꽃가루받이(수분)하고 열매를 맺는다. 유엔 식량농업기구(UN FAO)에 따르면 인간이 먹기 위해 기르는 작물 종 중 약 75%가 꿀벌이나 나비에 의한 수분에 의존하고 있다. 전 세계의 작물 생산량의 약 35%가 꿀벌에 의존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조사한 꿀벌들의 경제적 가치는 5조 9천억 원에 달한다. 2008년 국제 환경 단체 '어스워치'는 꿀벌을 지구상에서 대체 불가능한 생물로 꼽기도 했다.

그 많던 꿀벌은 어디로 갔을까?


물론 꿀벌 대신 사람이 직접 붓을 들고 인공수분을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수분 목적의 ‘로봇 벌’이 개발되기도 했다. 하지만 인공수분과 곤충의 직접 수분 결과 생산된 열매들은 그 수량, 모양, 맛 등은 너무나도 큰 격차를 보인다. 곤충의 수분으로 맺은 열매가 인공수분 결과물보다 모든 면에서 월등하며 기형과율이 적다. 이처럼 꿀벌, 즉 화분매개곤충에 대한 농업 의존도는 매우 높다.

그런데 꿀벌이 없는 참담한 메뉴는 먼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이미 꿀벌의 멸종 징후가 전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2006년, 미국에서는 벌집 군집 붕괴 현상(CCD, Colony Collapse Disorder)이라 불리는 벌이 떼로 죽는 현상이 보고되었다. 이로 인해 24개 주 평균 25%, 심한 곳에서는 70% 이상의 벌들이 사라졌다. 이후 매년 평균 28.7%의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 이 현상은 유럽, 남아프리카, 중국 등에서도 보고되고 있고, 한국 또한 예외는 아니다.

한국에서 처음 꿀벌이 집단 폐사한 사건은 2009년에 발생했었다. 당시 동양 꿀벌인 토종벌(학명 Apis cerana)은 전염병인 낭충봉아부패병으로 인해 개체수가 급감하였고 90퍼센트가 폐사하여 멸종 위기에 가까운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토종벌 사육을 하는 농가의 수도 2만여 곳에서 3천여 곳으로 줄었다. 꿀벌의 집단 폐사는 올해 두 번째로 발생했다. 토종벌의 집단 폐사하고 낭충봉아부패병에 강한 서양 벌이 다수가 된 양봉 업계에서 이번에는 사체도 없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월동시기에 일어난 이번 꿀벌 집단 실종으로 100억 마리의 꿀벌이 사라진 것으로 보이며 그 숫자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역학조사를 벌였으나, 벌집에 남아있는 꿀벌만 조사할 수 있는 상황에서 실제로 사라져버린 꿀벌에 대한 조사는 이루어지지 못해 정확한 이유를 밝히기 어려운 상황에서, 꿀벌응애류의 발생, 말벌에 의한 폐사, 농약으로 인한 꿀벌들의 기억상실 증가, 그리고 기후변화의 영향 등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으리라 분석했다.

특히 기후변화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어 피해를 가속한다. 지난해 9~10월에 발생한 저온현상으로 인해 일벌들의 발육이 부진한 상태에서 11~12월에는 고온 현상으로 꽃이 피고 말았다. 꿀벌들은 화분 채집을 나섰다가 체력이 소진되며 영영 돌아오지 못한 것이다. 또한 기온이나 강수량으로 인해 꿀벌응애의 발생 시기가 들쭉날쭉해져 과도한 살충제를 도포하게 되거나 방제 시기를 놓치게 되어 피해를 키우게 된다.

우리보다 앞서 꿀벌들의 집단 죽음을 경험한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꿀벌이 집단 폐사한 이유에 대한 연구뿐만 아니라, 사라진 꿀벌들을 되살리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최근에는 IT 기술의 발달로 이를 양봉에 적용하려는 시도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영국의 ‘월드 비 프로젝트(World Bee Project)’가 진행 중이있다. 이곳에서는 전 세계에 5만여 개의 지능형 벌통을 구축하고 소프트웨어 회사인 오라클과 협력하여 AI와 첨단 클라우드 컴퓨팅 방식, 머신러닝으로 벌집의 환경 데이터를 분석한다. 각기 다른 지역, 환경에서 모니터링되는 벌집 정보로부터 꿀벌과 환경 건강 데이터를 분석하여 꿀 생산을 개선하고 꿀벌을 위협하는 요소들을 예측하며 동시에 토지 관리에 대한 정부 정책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실무 지침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양봉업자를 비롯하여 주변의 농부들까지, 전반적인 농업 생태계의 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다.

꿀벌응애에 영향을 받지 않는 '슈퍼꿀벌'을 만드는 연구도 존재한다. 2020년 미국 텍사스대 연구팀은 유전자 조작 기술을 통해 꿀벌응애에 노출되어도 건강한, 오히려 꿀벌응애에게 치명적인 간섭 RNA를 체내에 가진 꿀벌을 탄생시켰다. 이 슈퍼꿀벌과 함께 한 꿀벌응애는 평범한 벌과 함께 한 응애보다 70% 이상 더 많이 죽었다고 한다.

한국은 어떻게 꿀벌들을 지원하고 있을까? 현재 한국의 상황은 10년 전에 비해 꿀의 생산량이 20%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꿀벌의 죽음으로 인한 양봉업계 타격이 매우 크다. 2019년 8월, '양봉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통과되었지만 세부사항은 여전히 마련 중인 상태다. 꿀벌의 집단 폐사가 계속되어 꿀 생산 부진이 지속될 경우, 경영난에 처한 양봉 농가들이 농사를 접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기에 기후변화에 따른 종합대책을 하루빨리 수립해 양봉업 지원이 이루어져야 하는 상황이다. 꿀벌들의 미래에 농업의 미래가 달려있고, 인간의 미래 또한 함께 할 것으로 예측된다. 꿀벌의 실종은 지구가 인간에게 하는 마지막 경고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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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수 오베이션 대표

insu@weinteract.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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