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컴퓨터 인터페이스도 미·중 경쟁···생각만으로 컴퓨터작동 최강자는

중국 매체들은 중국의료진이 심장 스텐트 같은 최소 침습적 시술로 원숭이(침팬지)의 뇌혈관벽에 전극을 심고 뇌와 컴퓨터를 연결해 뇌파 신호(생각)를 이용해 기계식 팔을 움직이는 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 소재 ‘수도 의과 대학 쉬안우 병원(首都医科大学 宣武医院)’의 신경 외과인 의사 마융제 팀의 개가다. 사진은 인간이 아닌 영장류에서의 중재적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실험 모습이다. BCI기술은 뇌의 전기 신호를 명령으로 변환해 운동 장애를 가진 인간들이 주변 환경과 상호 작용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돕는 데 적용된다. (사진=난카이대학교)

중국이 세계 최초로 뇌를 뚫지 않는 비침습적 방식으로 ‘원숭이’ 뇌와 컴퓨터를 동기화시키는 실험에 성공했다. 중국 기술진들은 두개골에 직접 전극을 넣는 대신, 뇌혈관 벽에 심장 스텐트같은 것을 사용하는 최소 침습 시술 방식으로 뇌에 뇌파 전위(電位) 기록 장치를 넣었다.그 결과 원숭이들이 생각만으로 로봇 팔을 조종할 수 있도록 능동적 명령을 내릴 수 있었다고 밝혔다.

중국 글로벌타임스, 차이나데일리 등의 관영 매체는 5일(현지시각) 이른바 ‘중재적 뇌-컴퓨터인터페이스(연결)(BCI) 기술이 ‘5년 이상’ 임상 사용 준비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기술진의 말을 전하면서도 뇌 손상을 주지않는 ‘원숭이 대상’의 세계 첫 중재적 BCI 시술과 이를 이용한 시험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중국 기술진의 성과 발표는 그동안 미국과 호주가 인간 대상 BCI 연구에서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이 성과를 보도하면서 “중국 의료진이 ‘세계 최초로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중재적)뇌-컴퓨터 연결에 성공하는 성과를 내며 미-중 최첨단 기술전쟁에서 가장 앞에 서게 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호주 스타트업 ‘싱크론’은 이미 지난해 이 비침습적 기술을 원숭이가 아닌 ‘인간’에 적용해 BCI를 성공시킨 선구자다. 다만 중국 기술진이 이번 성과로 경쟁자인 미국 뉴럴링크의 침습적 원숭이 BCI에 시술방식에서만은 진일보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관영매체들이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는 중국 의료진의 성과는 무엇인지, 그리고 이것이 기존 미국과 호주 BCI 기술과는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궁금해진다.

첨단 BCI 기술은 일차적으로 인간 뇌에 칩을 이식해 신체가 마비된 사람들로 하여금 생각만으로 기기를 조작할 수 있도록 한다. 뉴럴 링크를 세운 일론 머스크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BCI 칩을 이식한 후 스트리밍 음악을 듣고 핏빗단말기 같은 기능을 제공하는 장치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중국의 BCI기술 성과 발표를 계기로 기존 BCI기술 성과를 점검해 본다. 공상과학소설(SF)같은 이야기는 점점더 현실과 가까워지고 있다.

중국 의료진의 중재적 BCI가 무엇이길래?

현재 개발 중인 생명과학 분야에서 연구개발(R&D)이 진행 중인 세 가지 주요 BCI 기술은 ▲중재적 BCI(Interventional BCI) ▲침습적 BCI(invasive BCI) ▲비침습적 BCI(non-invasive BCI)인데 이 가운데 뛰어난 안전성과 뇌파 수집 기능을 모두 갖춘 중재적 BCI다.

중국 기술진이 원숭이 대상 실험에 성공했다고 자랑하는 게 첫째 방식인 중재적 BCI다. 이는 심장 스텐트 같은 최소 침습적 시술로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고 머리를 뚫는 침습적 기술보다 사람의 신체에 해를 덜 끼치고 더 나은 뇌파(EEG) 품질을 제공한다.

이 매체들은 중국 기술자들이 이 최소 침습 수술을 사용해 원숭이의 뇌혈관 벽에 중재적인 뇌파 전위(電位) 기록 장치를 놓은 후 뇌파 신호를 확인하고 수집했다고 전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자극이 “원숭이들에게 생각만으로 로봇 팔을 조종할 수 있도록 능동적 명령을 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베이징데일리는 마융제의 말을 인용, “하지만 중재적 BCI 기술은 ‘5년 이상’ 임상 사용 준비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이 실험의 성공적 결론은 수동적인 수집에서 능동적인 제어로 이동하는 중국의 EEG 신호 기술의 진전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분명 중재적 뇌파의 감지와 혈관에서의 뇌파 수집과 같은 많은 기술의 발전을 예고한 것이다.

두 번째 방식인 침습적 BCI 기술은 일반적으로 대뇌 피질 영역에 전극을 배치하는 두개골 절제 수술(개두술·開頭術)로 이뤄지며 세 가지 방법 중 가장 정확한 뇌파를 불러온다.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사가 사용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침습적, 침입적인 방식은 분명히 인체에 해를 끼치고 염증 반응과 거부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가 사용하는 침습적 BCI 칩 시술 방식. (사진=뉴럴 링크 유튜브)

세 번째 방식인 비침습적 기술은 두개정(頭蓋頂·두피의 외피)에 사용되는데(뇌파 신호수집 캡) 앞서의 침습적 기술보다 안전하지만 얻을 수 있는 EEG 품질이 떨어진다.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이 시술을 성공시킨 베이징 소재 수도 의과 대학 쉬안우 병원(首都医科大学 宣武医院)의 신경 외과인 의사 마융제는 인터뷰에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은 뇌 전기 신호를 명령으로 변환해 운동 장애를 가진 환자들이 환경과 상호 작용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첫 번째 동물 실험의 성공은 0에서 1로의 돌파구이지만, 임상에 성공하는 것은 1에서 100으로의 과정이기 때문에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밝혔다. 또 “인간의 마음을 직접 보여주고 의식을 이용해 차량을 운전하는 것과 같은 공상과학(SF)속 특정 장면들은 달성할 수는 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중국 BCI 장치 업체 매니저는 글로벌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기술 회사 뉴럴링크로 대표되는 미국은 침습적 BCI 기술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해독 및 뇌-컴퓨터 시스템 응용 분야의 선구자로서 비침습적 기술에서 탁월하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BCI’ 실현에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3년 전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와 같은 두개골을 직접 뚫어 전극을 삽입하는 방식의 ‘침습적’ BCI 실현에 성공한 것으로 보도됐다.

앞서 지난 2020년 중국 저장대 부속 의료원 과학자들은 교통사고로 목 아래 신체가 마비된 72세 남성 환자의 뇌에 두 개의 미세 전극을 삽입해 그의 중추 신경계를 기계적인 팔에 연결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뉴럴링크와 같은 침습적 방식을 사용했다.

당시 저장대의 환자의 BCI 시술결과 환자의 머리와 로봇 기계팔이 유선으로 연결돼 있음을 알 수 있다. 교통사고로 목아래가 마비된 이 환자는 수술후 생각만으로 로봇팔을 이동시키는데 성공했다. 신화망에 따르면 이 환자는 시술후 정상적 뇌자극을 통해 생각만으로 로봇팔이 음료를 자신의 입으로 가져오게 한 후 빨대로 마실 수 있었다. 보도에 따르면 이것은 중국 최초의 노인 환자에 대한 성공적인 BCI 시술이었다.

중국이 과연 세계최고 BCI 기술?...호주 싱크론의 인간적용은?

호주 싱크론의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시스템에서는 카테터를 이용해 스텐트 그물망 같은 전극센서를 ‘인간’ 뇌에 삽입하고 14일 후 뇌세포가 이와 결합하면 이후 뇌신호가 흉부에 있는 장치로 뇌파 신호를 중계하게 된다. 이후 흉부에 있는 컴퓨터가 이 신호를 기계 동작으로 변환한다. (사진=싱크론)
호주 싱크론사는 카테터(왼쪽 검은 관)로 이 그물망같은 센서를 뇌혈관에 심는다. 카테터는 제거된다. (사진=싱크론)

중국은 이번에 세계 최초 비침습적 BCI를 ‘원숭이’에 적용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이는 미국 뉴럴링크의 원숭이 BCI 실험에서보다 시술상에서 더 앞섰다는 것을 강조하는 수사(修辭)로 보인다. 하지만 사실 미국보다도 한수 앞선 기술을 가진 회사로 싱크론이라는 호주의 한 스타트업이 꼽힌다.

중국매체들이 비침습적인 방식으로 소개하고 있는 이 BCI시술방식은 싱크론과 유사한 방식일 가능성이 높다.

싱크론의 제품은 뉴럴링크와 달리 두뇌를 (뚫거나)절단하지 않고서도 BCI 장치를 인간의 두개골에 삽입할 수 있다. 즉, 카테터를 이용해 경(목)정맥을 거쳐 뇌 혈관으로 BCI 장치를 공급한다. 이 과정은 두 개의 분리된 수술을 필요로 한다.

싱크론은 지난해 7월초 미국 환자에게 첫 번째 BCI 장치를 이식해 성공적 결과를 가져옴으로써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Neuralink)를 세 번째로 추월했다. 당시 싱크론은 뉴욕의 마운트 시나이 웨스트 메디컬센터에서 움직이고 말하는 능력을 잃은 인간 운동 신경 질환자의 경동맥에서 뇌혈관에 스텐트처럼 생긴 길이 3.8cm짜리 뇌파 신호 수신 장치를 이식했다. 이 신호를 가슴에 심은 장치에서 신호를 받아 해석하고 이를 기계와 송수신하는 인터페이스를 성공시켰다.

이런 방식으로 싱크론은 최소 4명의 호주인과 미국인 ALS환자의 뇌속에 심어 이들이 잃어버린 움직이고 말할 수 있는 능력을 (간접적으로나마) 되찾게 해주었다. 이들이 생각하는 것만으로 이메일과 문자를 전송함으로써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당시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들은 왓츠앱으로 메시지를 보내고 온라인 쇼핑을 하는 데 뇌 임플란트를 사용해 오고 있다. (운동 신경 질환은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LS) 또는 루게릭병으로도 알려져 있다. 고 스티븐 호킹 박사는 이 병을 앓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환자 중 한 명이었다.)

싱크론은 2021년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심한 마비를 앓고 있는 6명의 미국 환자들에 대한 인체 실험을 시작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았다. 이 회사는 앞서 2019년 호주 멜버른에서 그들의 첫 번째 인간 환자에게 자사의 BCI 장치를 이식했다.

일론머스크의 뉴럴링크는

세계 2위의 부자인 일론 머스크가 CEO로 있는 뉴럴링크는 2021년 원숭이가 생각만으로 컴퓨터 핑퐁 게임인 ‘퐁’을 즐기는 모습(사진)을 공개했다. 그는 뇌에 구멍을 뚫고 전극을 이식했다. 머스트는 2022년이면 인간에게 컴퓨터 칩을 이식하기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지만 이는 여전히 너무 이른 꿈이 되고 있다. (사진=뉴럴링크)

중국은 5일 발표한 자사의 비침습적 BCI기술이 세계최초로 ‘원숭이’에 적용됐다는 쪽에 방점을 찍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중국이 경쟁상대로 언급한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보다 원숭이 대상의 BCI에서 앞섰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비침습적 BCI 성공만으로는 이미 인간을 대상으로 비침습적 BCI 시험과 시술에 성공한 호주 싱크론을 넘어섰다고는 주장하기는 어렵다. 다만 인간 대상 BCI 시술까지 가지 못한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보다 앞섰다고 주장할 수는 있어 보인다.

그렇다면 뉴럴링크는 원숭이 실험에서 어떤 수준의 기술 성과를 보였을까.

2021년 공개된 원숭이 대상 BCI 시험에서는 원숭이 두개골 일부를 제거하고(뚫고) 로봇을 사용해 시술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전극 장치는 훨씬 더 작고 강력하다.

당시 일론 머스크가 CEO로 있는 뉴럴링크는 2022년이면 인간에게 컴퓨터 칩을 이식하기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의 발표는 뉴럴링크 두뇌 칩을 통해 원숭이가 (손을 사용하지 않고) 자신의 마음만으로 비디오 게임을 하는 동영상을 공유한 후에 나왔다. 페이저라는 이름의 이 원숭이는 빨대로 바나나 스무디를 받아먹으면서 손으로 조이스틱을 움직이다가 조이스틱을 치운 후에는 생각만으로 컴퓨터 탁구게임인 ‘퐁’게임을 즐기고 있다.

하지만 이는 여전히 너무 말이 앞선 꿈이 됐다. 뉴럴링크는 아직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인간대상 BCI 시험 승인도 받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초 막스 호닥 뉴럴링크 공동 창업자이자 전 사장은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를 떠난 후 싱크론에 투자했다고 밝혔다.

한편 머스크의 뉴럴링크는 뇌-기계 인터페이스의 범위를 좀더 확장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사람들에게 텔레파시 능력을 주고 인간과 인공지능(AI)을 공생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 장치를 ‘두개골 속의 핏빗’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이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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