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큰둥한 AR·VR 헤드셋 시장…이번에도 ‘애플이 애플할까?’

[AI요약] 메타는 아무도 모르는 메타버스를 구축중이고 구글은 자사의 AR·VR 헤드셋 출시를 중단했다. 연간 수억대의 아이폰을 팔며 아쉬울게 없는 애플이 리스크가 큰 AR·VR 헤드셋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추정되고 있는 애플의 AR·VR 헤드셋 모습. (이미지=antonioderosa)

전문가들은 말한다. AR·VR 헤드셋을 파는 것은 TV를 본 적이 없는 사람들에게 라디오를 통해 TV를 홍보하는 것이라고. 애플은 이 ‘새로운 TV’를 어떻게 팔까.

애플이 6월 5일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공개할 것으로 기대되는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헤드셋 출시와 전망에 대해 포브스 등 외신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애플은 몇년만에 야심차게 새로운 하드웨어 제품을 공개한다. 애플은 연례 개발자 행사를 통해 현실 세계의 라이브 비디오에 가상 이미지를 오버레이하는 기술인 증강현실을 제공하는 ‘혼합현실’ 헤드셋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동안 많은 기대를 모은 애플의 AR·VR 헤드셋 출시는 2015년 애플워치 출시 이후 기업의 가장 큰 하드웨어 제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이 수년만에 리스크가 큰 새로운 하드웨어 제품을 선보이는 것이다.

신제품 출시때마다 엄청난 실적을 내는 애플에게도 이번 도전은 여러면에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또한 애플은 기존에 나와있는 헤드셋 제품보다 훨씬 비싼 3000달러(약 392만원) 가격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앞서 메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의 도전에도 불구하고 기대보다 부진한 시장임을 고려하면 꽤 리스크가 있는 가격표다.

초기 VR 시장 장악에 나섰던 메타는 VR 제품과 ‘메타버스’라는 가상세계를 구축하려는 노력으로 수십억 달러를 잃은 것에 대해 투자자들로부터 압력을 받고 있다. 구글은 최근 자사의 헤드셋인 ‘글래스’를 처음 공개한지 10년만에 판매중단을 선언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2016년 AR 헤드셋을 출시했지만 성공하지는 못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지난해 메타의 VR 소셜라이징 앱인 ‘호라이즌월즈’(Horizon Worlds) 활성 사용자는 20만명에 불과하다. 메타는 애플의 신제품 공개에 앞서 지난주 기업의 신제품을 먼저 공개하며 애플을 견제하고 나섰다.

실제로 전체 헤드셋 시장은 작다. 시장조사기관인 IDC의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약 880만개의 AR·VR 헤드셋이 출하됐으며, 이는 전년 대비 21% 감소한 수치다. 반면 애플은 이미 연간 수억대의 아이폰을 판매하고 있다. 딱히 아쉬울게 없다는 의미다.

애플은 수백개 매장을 통해 소비자가 직접 매장에 방문해 헤드셋을 체험할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미지=antonioderosa)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이 AR·VR 헤드셋이 뛰어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애플은 타 경쟁기업과 다른 점은 방대하면서 충성도있는 고객 기반이 있다는 점이다. 애플은 고객기반을 바탕으로 침체돼 있는 새로운 헤드셋 시장에 생명력을 불어넣을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애플로서도 어찌됐든 새로운 수입창출을 모색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무엇보다 애플의 가장 큰 장점은 실험적인 새로운 제품에 대한 수요를 창출한 역사와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애플은 업계 동종 기업이 갖지 못한 비밀무기가 있다. 소비자가 직접 매장에 방문해 헤드셋을 사용해 볼 수 있는 수백 개의 매장이다. 잠재적 소비자가 본적없는 기술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유도할수 있다.

애플의 헤드셋에는 두 가지 주요 기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얼리티원(Reality One) 또는 리얼리티프로(Reality Pro)라고 불릴 수 있는 이 장치는 iOS와 유사한 인터페이스를 갖고 몰입형 비디오를 표시하며 카메라와 센서를 포함해 사용자가 손, 눈의 움직임 등을 시리를 통해 제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헤드셋은 게임, 피트니스 및 명상용 앱을 포함하고 메시지, 페이스타임, 사파리와 같은 iOS 앱에 대한 액세스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헤드셋을 통해 페이스타임을 사용하면 헤드셋이 가상현실에서 사용자의 얼굴과 전신을 렌더링해 둘 다 같은 방에 있는 느낌을 생성할수 있다.

사실 애플 내부적으로는 이번 헤드셋 출시에 성공을 기대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업계는 애플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 정제되지 않은 AR·VR 기술을 일단 내놓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라고 관측한다.

애플의 이전 하드웨어 제품과 마찬가지로 소비자가 항상 1세대 버전에 몰리는 것은 아니다. 개발자도 많은 사용자를 끌어들이는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할 시간이 필요하다. 애플은 2024년이나 2025년쯤 더 많은 시장을 타켓으로 헤드셋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 헤드셋 초기 구매자들은 개발자나 애호가, 기업에 대한 충성도가 매우 높은 애플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실제로 기기를 테스트하고 피드백을 제공함으로써 시장은 기기의 잠재력을 깨닫게 된다. 몇 년후면 비용이 낮아지고 기술이 향상되며 이를 위한 킬러앱이 몇개 나오면 애플 헤드셋의 출시는 본격화될 것이다.

AR·VR 시장조사기업 ABI리서치 애릭 아브루제즈 연구책임자는 “헤드셋 시장은 애플이 경쟁자임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개발자와 콘텐츠를 지원할수 있는 기업이 참여한 것에 대해 흥분하고 있다”며 “애플은 애플이 되는 것 외에는 다른 많은 일을 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류정민 기자

znryu@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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