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생태계의 글로벌 개방성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국회 유니콘팜 주최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글로벌 개방성 확대를 위한 입법과 정책과제’ 토론회
정부 주도, 내국인 중심의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규제 완화, 지원 프로그램 확충 위한 컨트롤타워 체계 필요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해외 스타트업·자본의 국내 진출 위한 ‘외국인투자촉진법’ ‘벤처투자법’ 손 봐야
지난 11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글로벌 개방성 확대를 위한 입법과 정책과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테크42)

스타트업 생태계의 글로벌 개방성이란 우리나라와 글로벌 국가간 스타트업의 창업, 자본, 인재들이 양방향으로 원활한 이동이 가능한 수준을 의미한다. 특히 내수 시장의 규모가 작은 우리나라에서 글로벌 개방성은 피할 수 없는 과제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국가/도시 별 스타트업 생태계 경쟁력 및 개방성 지표를 보면 한국 서울은 미국, 영국, 이스라엘, 싱가포르 등 스타트업 생태계 선도국은 물론 독일, 네덜란드, 일본  등의 시 보다 낮은 글로벌 연결성 점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국회 스타트업 지원·연구모임인 유니콘팜은 아산나눔재단,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등과 지난 11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글로벌 개방성 확대를 위한 입법과 정책과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정부 주도 방식 탈피, 글로벌 개방성 지속적 확대 위한 법·제도적 변화 필요

이날 유니콘팜 공동대표인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주 초기 유니콘팜에서 발의했던 공유주차장 관련한 주차장법이 통과됐다”며 “글로벌 개방성에 대한 실천적인 논의를 통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입법화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유니콘팜 책임연구위원을 맡고 있는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현장에 참석해 “국민과 입법부에 스타트업 생태계 글로벌화를 위한 공감대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오늘 토론회가 이런 논의를 촉발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서효주 베인앤드컴퍼니 파트너. (사진=테크42)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서효주 베인앤드컴퍼니 파트너는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글로벌 개방성 진단 및 주요 이슈'를 주제로 발표했다. 서 파트너는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는 아직 정부 주도 내국인 중심으로 활성화된 생태계”라고 지적하며, “글로벌 개방성이 확대될 경우 세원·IP의 해외 이전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겠으나, 오히려 지금은 개방성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가며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해야 할 때”라고 진단했다. 구체적으로는 ▲절차와 규제의 완화 ▲지원 프로그램의 구성 및 퀄리티 제고 ▲인식 개선 및 인프라 고도화 등 개선 과제들을 실행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 체계의 구축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성훈 법무법인 미션 대표 변호사.

두 번째 발제에서 김성훈 법무법인 미션 대표 변호사는 “스타트업은 '본투글로벌'한 존재”라며 글로벌 시장으로 비즈니스를 확장하려는 본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입법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 변호사는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을 통한 법인 설립에 필요한 최소자본금 요건 명확화 및 국내 송금 절차 간소화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국내 자본의 해외 진출을 가로막는 벤처투자법상 출자제한율 단계적 축소 또는 폐지 등의 검토를 주문하기도 했다. 주요 내용은 ▲외국인의 국내 스타트업 창업 시 법인 설립요건 및 프로세스 ▲해외 투자사의 국내 진출 시 투자의 행정 및 절차 제약 해소 ▲내국인의 해외 진출 시 규제 완화 등이 포함됐다.

한국 시장의 장점은 극대화 단점은 보완하는 스타트업 글로벌 개방성 확대 필요

이날 이어진 본 토론의 패널로는 앞서 발제를 맡은 서효주 파트너와 김성훈 변호사 외에 좌장을 맡은 김선우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중소벤처기술혁신연구센터장을 비롯해 정진욱 시어스랩 대표, 김영덕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 대표, 박재영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강기성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정책과장이 참여했다.

정진욱 대표(가운데)는 9년간 시어스랩을 운영하며 경험한 바를 토대로 “개인적으로 우리나라는 스타트업 육성이나 지원 정책이 굉장히 촘촘하게 잘 짜여져 있는 나라라고 생각한다”며 의견을 밝혔다. (사진=테크42)

토론의 스타트는 증강혼합현실 스타트업인 시어스랩의 정진욱 대표가 끊었다. 정 대표는 9년간 시어스랩을 운영하며 경험한 바를 토대로 “개인적으로 우리나라는 스타트업 육성이나 지원 정책이 굉장히 촘촘하게 잘 짜여져 있는 나라라고 생각한다”며 의견을 밝혔다.

“저희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플립을 했지만 현지 스타트업들은 (한국 스타트업과 같은)이러한 혜택을 누리지 못합니다. 어찌보면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창업자들은 복 받은 거라고 할 수 있죠. 다만 글로벌 사업의 경우는 중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하고 현지 네트워크에 접속을 해야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죠. 그런 점에서 우리 스타트업 정책은 단기적이고 다수 기업에게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짜여져 있다 보니 한계가 있습니다 .물론 이 역시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스타트업의 몫이지만, 극초기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은 좀 구분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경험이 미국에 국한되긴 하지만, 미국에서는 인도나 중국계에 우호적인 벤처캐피탈(VC)는 있어도 한국 창업자들에게 우호적인 VC는 없습니다. 만약 한국계 VC가 만들어진다면 큰 도움이 될 거라고 봅니다.”

이어 정 대표는 “한국이라는 나라는 해외 스타트업이 비즈니스 모델이나 아이디어를 테스트하기 좋은 테스트베드 마켓”이라면서 “이미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이 한국에 들어오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각자 자국에서 ‘컬리’나 ‘배민’이 되 수 있는 스타트업이 초기에 한국과 교류하고 호감을 가지는 계기를 만든다면 한국 창업자가 해당 국가에 진출했을 때도 우군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덕 디캠프 대표는 디캠프가 한국 기업의 아웃바운드를 지원하기 위해 도쿄와 싱가포르에서 진행한 ‘워크토크’ 행사와 지난 2년간 각각의 국가에서 6개의 펀드에 출자한 경험을 털어놓으며 스타트업 생태계 글로벌 개방성과 관련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사진=테크42)

김영덕 디캠프 대표의 경우 “왜 우리 스타트업이나 투자자들이 해외에 눈을 돌려야 하는지를 생각해야 한다”며 “과거 제조업 중심 수출 시대와 달리 이제는 자본과 인재가 해외에서 돈을 벌어 우리나라가 장기적으로 먹고 살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대표는 디캠프가 한국 기업의 아웃바운드를 지원하기 위해 도쿄와 싱가포르에서 진행한 ‘워크토크’ 행사와 지난 2년간 각각의 국가에서 6개의 펀드에 출자한 경험을 털어놓으며 “굉장히 어렵기도 했고, 주변의 시선도 곱지 않았다”고 말을 이어갔다.

“한국에서 조차 사업을 할 때 혼자 잘하기는 힘 들잖아요. 하물며 해외에 나가서 혼자 열심히 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나를 믿어주는 네트워크의 힘이 필요하다는 말이죠. 나를 도와주고 이해관계를 일으키면서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만들어가며 한 단계씩 사업을 만들어 가야죠. 한국은 스타트업 지원을 하며 '해외에 나가세요'라고 하지만, 사실 자본은 나가지 않거든요. 실리콘밸리는 스타트업에게 최고의 장소라고 하면서도 한국 자본은 가지 않아요. 또 싱가포르에도 가지 않죠. 그러면 한국 스타트업이 가서 비빌 언덕이 없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은 선단 형태로 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자가 함께 가는 겁니다. 투자를 한다고 하면 ‘듣보잡’이라도 일단 무시는 못하거든요. 그렇게 이너서클로 들어가고 나서는 그들에게 받은 정보를 국내 스타트업에게 공유하기도 하고, 또 어느 정도 관계가 형성된 뒤에 그들에게 ‘마침 우리나라에 이런 스타트업이 있는데 한 번 만나볼래’라고 하면 진지하게 받아들이거든요. 사실 단순 소개가 아닌 상당한 압력을 느껴요. 그렇게 비즈니스 이해관계가 얽히면 국내 스타트업이 해외에서 제대로 사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고, 그게 성공하면 자본 이익 역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는, 큰 그림을 그릴 필요가 있습니다.”

한편 박재영 입법조사관의 경우는 “실리콘밸리처럼 창업 생태계를 강하게 만들기 위해 ‘오픈 이노베이션’을 참 많이 얘기했는데, 오늘 주제인 개방성과 연결된다고 본다”며 “개방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역량과 기회가 전제돼야 한다”고 생각을 밝혔다.

특히 박 입법조사관은 “우리나라 창업 생태계에도 다양한 형태의 외국인 창업이 늘고 있다”며 정부 지원 프로그램인 ‘K 스타트업 브랜드 챌린지’를 언급하며 “우리나라의 정부 주도 창업 생태계가 스타트업을 하기 나쁜 구조라고 보진 않는다”고 말을 이어갔다.

“우리나라는 시장개방 뿐 아니라 외국인 투자를 굉장히 장려하고 있습니다. 외국인투자촉진법이 제정돼 있기도 하죠. 외국인이 국내에 법인을 설립할 때는 외국인투자촉진법과 상법의 규정을 거쳐 내국 법인으로 적용이 됩니다. 그런데 상법에서 최소자본금 규제는 사실상 없어진 상황이죠. 즉 100원만 있어도 법인을 설립할 수 있는데, 그러면 외국인투자촉진법에서는 왜 1억원으로 규제를 하느냐는 말을 많은 분들이 하십니다. 법인 설립은 엄격한 자금 관리가 필요하긴 해서 무조건 폐지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다만 외국인에 의한 인바운드 투자를 조금 더 현실성 있게 장려하는 측면에서 시행령 개정을 통해 국내 상황에 맞게 조정은 가능할 듯 합니다.”

이 외에도 박 입법조사관은 ‘법인 설립 의무 요건 완화’ ‘외국인이 국내 기업 지분 취득, 혹은 채용 시 발생하는 비자 문제 개선’ 등과 관련해 싱가포르의 ‘테크패스’ 등을 사례로 언급하며 인바운드 투자 활성화를 위한 의견을 덧붙였다.

(왼쪽부터) 강기성 중기부 창업정책과장, 박재영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사진=테크42)

이어 강기성 중기부 창업정책과장은 중기부에서 추진하는 스타트업 생태계의 글로벌 개방성 확대를 위한 청업 정책을 소개하며 내년 신설되는 ‘글로벌 팁스(20개사)’를 언급했다. 이는 해외의 VC로부터 일정금액 이상 투자를 받고 해외 법인을 설립하면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주요 요건은 한국인 또는 한국 법인이 국외에서 해당 국가의 법률에 따라 창업을 하고 일정 수준의 지배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와 동시에 해당 법인이 국내 R&D나 제조 시설을 설치하고 고용을 통한 부가가치를 창출해 국내 경제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이 두 가지를 모두 충족하면 창업지원법을 적용, 지원 대상에 포함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 강 과장은 중기부가 진행하고 있는 10조원 규모의 ‘글로벌 펀드 확대 및 해외 진출 전용 펀드 신규 조성’, 실리콘밸리를 비롯한 중동, 일본 등 대륙별 특성에 맞는 스타트업 진출 전략 수립, 중진공 직영 청창사를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글로벌 청창사로 전환 검토 등을 밝히며, 해외 진출 발판 확대, 외국인 창·취업 지원, 글로벌 창업 허브 조성 계획 등을 설명하기도 했다.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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