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 온난화 등 기후 변화로 인한 문제들은 이미 세계 각국이 경험하는 현실이 됐다. 문제는 이러한 기후 변화의 영향력이 앞으로 더욱 크고 충격적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사실이다.
삼면이 바다인 한국의 경우 해양 생태계 변화는 충격을 넘어 실질적인 위협으로 다가오는 수준이다. 과거 흔했던 오징어가 더 이상 잡히지 않고, 명태 역시 전량 수입에 의존하게 된 지 오래다.

최근 세계적인 ‘K-푸드’의 인기와 함께 글로벌 영양 식품으로 떠오르는 ‘김’ 역시 예외가 아니다. 바다 수온과 기후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 김 양식의 경우 최근 몇 년의 상황을 보면 흉년과 풍년을 오락가락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인기가 올라가며 수요는 폭증하고 있는데, 안정적인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더구나 이런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에 대한 해법으로 떠오르는 것이 바로 ‘육상 김 양식’이다. 앞서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10월 ‘김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올해부터 5년간 총 350억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 김 육상 양식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 개발(R&D)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자체적인 연구개발을 진행해오고 있는 주요 식품 대기업을 중심으로 사업 선정을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당장 올해 1650㎡(약 500평) 규모의 육상 김 양식 상용화에 나서 내년까지 4000평 규모로 확대, 글로벌 사업화 전략을 내세우는 스타트업이 등장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주인공은 최근 앤틀러코리아의 인베스터데이에서 소개된 ‘두번째바다’다.
막대한 비용과 인력을 투입해 연구개발에 나서는 식품 대기업이 빠르면 2028년, 대략 2030년 정도를 상용화 시점으로 언급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은 당장 내년 ‘소규모 상용화가 가능하다’고 자신하고 있다. 과연 그 자신감의 근거는 무엇일까? 여러가지 궁금증을 안고 문경현 두번째바다 대표를 만나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조류학 연구하며 거친 바다에서 고생하는 어민들 노고 실감

“대학에서 조류학을 공부하며 처음 김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고 박사 과정까지 밟으며 전국 양식장을 많이 돌아다녔어요. 그렇게 양식장에서 일하시는 형님들과 교류하며 실제 양식 현장에서만 알 수 있는 노하우를 많이 배울 수 있었죠. 함께 배를 타고 김 양식장 일을 돕기도 하면서 어민들의 노고를 경험하기도 했고요. 새벽 6시쯤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면 정말 칠흑같이 어두워서 아무것도 안보여요. 또 겨울에는 바닷물이 얼 정도로 춥고요. 그런 바다 위에서 살을 에는 듯한 바람을 맞아가며 6~7시간을 내리 일하는 거죠. 그 고생에 비하면 김 가격은 터무니없이 낮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그런 어민들을 위해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는 일을 한 번 해보자는 생각으로 육상 김 양식 연구에 매달렸습니다.”
문경현 두번째바다 대표는 국내 몇 안되는 조류학 박사 출신이다. 김에 대한 집착은 그가 2015년 박사 과정을 마치고 한 식품 대기업의 연구소 품종개발 김파트에서 일하면서도 이어졌다. 자비까지 써가며 양식장을 돌아다니고 김 연구를 병행하면서 육상 김 양식의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당시만 해도 바다 김 양식 풍년이 들며 그의 주장은 주목 받지 못했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와 급변하는 바다 상태를 직접 확인해 온 그는 ‘가까운 미래에 현재 바다 양식 방식에 큰 문제가 닥칠 것’이라는 확신을 했다고. 고심 끝에 창업을 결심하고 회사를 나온 것이 2016년 말이었다.
“학교에서 연구를 할 때부터 우리나라 기후 데이터를 수집하면서 김 양식장에서 발생하는 질병과 경제성에 대한 상관관계를 연구했어요. 데이터를 분석해 보니 질병과 생산량은 밀접하게 관련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풍년이 들 때도 있지만 퐁당퐁당으로 흉년도 반복되고, 이런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 확실했어요. 솔직히 그 전까지 창업은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요(웃음). 주변에 사업하시는 분도 없었고,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창업과 관련된 책을 읽고 창업 생태계에 대해 알게 되면서 한 번 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죠.”
해수 하이드로포닉스 기술에 로봇을 더해 완성된 ‘오션트리’
여느 스타트업과 마찬가지로 그 역시 1인 기업으로 시작했다. 기술력을 기반으로 IR 자료를 만들어 각종 지원 사업의 문을 두드렸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주최하는 딥테크 문샷 프로그램(Deep Tech Moonshot Program)에도 참가해 파트 타임 팀원들을 만나기도 했다. 하지만 풀타임으로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것은 오롯이 혼자였던 상황에서 사업화는 더디기만 했다. 그런 상황에서 그가 만난 것이 앤틀러코리아의 제너레이터 프로그램이었다.
보통의 경우 앤틀러 프로그램은 창업 팀이 아닌 예비 창업자를 선발해 팀을 결성하도록 돕고, 사업성 검증을 거쳐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이미 확실한 사업 아이템이 있고, 초기 투자까지 유치한 상황이었던 문 대표로서는 해당 사항이 없는 듯했다. 그런 그에게 제안을 건넨 사람이 앤틀러코리아의 장재희 파트너였다.
“딥테크 문샷 프로그램에서 IR 발표를 하던 저희 팀을 잘 봐주셨던 것 같아요. 다만 앤틀러 프로그램 기간 동안은 진행하던 일들을 모두 중단하고 올인해야 한다는 점이 고민스러웠죠. 한편으로 몇 년간 쭉 혼자 해오다 보니 CTO(최고기술책임자)의 역할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고요. 결국 고심 끝에 참여를 결정했어요. 지금도 그 선택에 후회가 없습니다. 정말 능력 있는 창업자들을 많이 만났고, 코파운더이자 CTO인 김창환님을 만나게 됐거든요. 또 장재희 파트너님을 비롯해 강지호, 정사은 파트너님의 조언을 통해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까지 시도할 수 있게 됐어요.”
앤틀러 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김창환 CTO는 그간 기술적 구현이 쉽지 않았던 문경현 대표의 연구 성과와 아이디어를 빠르게 테스트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덕분에 이전에는 외주 의뢰로 3~4개월 씩 걸리던 테스트 제품이 몇 주만에 뚝딱 만들어지는 놀라운 상황을 경험하고 있다고. 문 대표는 “창환님과 함께하며 기술적인 피보팅도 감행했다”며 말을 이어갔다.

“초기 제가 연구했던 육상 김 양식 기술은 에어로포닉스였어요. 쉽게 이야기해 해수를 분사하는 수경 재배 방식이죠. 초기에는 해수 사용량도 줄이면서 공간적인 제약을 벗어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연구를 했지만, 아직은 기술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부분이 있어 고민이었어요. 결국 기술적으로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보류하고, 생산성이 좋은 해수 하이드로포닉스 기술로 전환했죠. 그 과정에서 빠르게 테스트하고 문제점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창환님 덕분이예요. 지금도 해수 하이드로포닉스 기술 검증과 고도화가 빠르게 진행 중입니다.”
김창환 CTO의 합류와 함께 새롭게 추가된 기술도 있다. 바로 로봇 수확이다. 캐나다 워털루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김 CTO는 로봇 엔지니어로서 경력을 쌓아 왔다. 문 대표는 “창환님이 합류하기 전까지 로봇은 생각하지도 못했던 부분”이라며 “육상 김 양식 시스템인 오션트리 고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CTO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오션트리’는 문경현 대표의 연구 결과와 김창환 CTO의 기술력을 더해 완성된 실내 김 양식 시스템이다. 바다의 환경 변화 걱정 없이 365일 안정적으로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수치로 따졌을 때 오션트리는 바다 양식이 3.3㎡(1평)당 11.6kg의 김을 생산하는데 비해 10배에 달하는 116kg을 생산할 수 있다. 이는 실내수조양식 등 기존 실내 양식 기술은 바다 양식 생산량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단한 수준이 아닐 수 없다.
AI 기술 고도화로 일반인도 육상 김 양식 가능한 시대 열 것
두번째바다는 채묘부터 건홍, 양식, 수확, 가공에 이르기까지 김 양식의 모든 과정을 내재화하는 기술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이미 테스트 제품으로 만든 마른 김은 지난 1월 앤틀러코리아 인베스터데이에서 선보이며 좋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기자 역시 당시 현장에서 맛본 김 맛에 깜짝 놀란 기억이 있다. 실내 양식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면 그저 ‘김 식감이 좋고 맛있다’는 생각만 할 터였다. 문 대표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김 감별사”라며 말을 이어갔다.
“맛있게 드셨다니 다행입니다(웃음). 몇몇 분들은 조금 비리다, 혹은 두껍다는 평을 하기도 했거든요. 조금 섬세하신 분들의 경우 기존 김과 비교가 되는 게 당연하죠.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시제품을 만들 때 공장에서 마른김을 가공하고 구워야 하는데 양이 작다 보니 공장에서 돌릴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결국 손 김을 뜨는 곳에 가서 마른 김을 만들다 보니 모양이나 두께가 일정치 않았던 부분이 있어요. 또 굽는 것도 시장에서 김을 파시는 사장님께 부탁해 구웠거든요. 다만 나중에 저희 시제품을 공장에 보여드리니 ‘공장에서 가공하면 상급 이상이 품질’이라고 평가해 주시더군요(웃음).”
올해 두번째바다의 시간은 참 빠르게 갈 듯하다. 올해 안에 ‘작은 상용화를 이루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해야 할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화성시에 200평 규모의 R&D 센터를 구축한 두번째바다는 이곳에서 오션트리 시스템 자동화와 대량 생산 기술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10월 500평 규모의 오션트리를 구축한 뒤에는 제품 생산을 시작하며 대량 생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차들을 잡아나갈 예정이다. 이어 내년에는 4000평 양식장을 신설해 초대형화 시스템 구축을 테스트 할 계획이다. 그 과정에서 보류됐던 에어로포닉스 기술 개발도 진행한다는 것이 문 대표의 구상이다. 이러한 규모의 확장과 기술 개발의 끝에는 문 대표가 처음 언급했던 어민들을 위한 고려가 포함돼 있다.
“지금도 AI를 활용해 데이터를 계속 축적하고 있어요. 과거에는 김 양식을 하던 부모님이나 선배 어업인들에게 기술을 전수받았다면 앞으로 실내 김 양식은 AI 데이터를 활용해 누구나 손쉽게 김을 재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죠.”
문 대표의 머리 속에는 이미 AI가 알아서 각 시스템을 조정해 자동으로 김이 자라게 하고 이를 로봇이 수확하는 미래가 그려지고 있는 듯했다. 여기에 더해 두번째바다는 기술 고도화와 대형화가 실현될 경우 자체 김 브랜드 개발을 넘어 해외 각지에 양식 시스템 구축 및 내수 유통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일본을 비롯해 각국에는 자국 내 수산물을 보호하기 위해 수입 쿼터제를 적용하고 있어요. 거기에 수출을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관세며 물류비 등도 고려해야 하죠. 그런데 저희 시스템을 그대로 일본과 미국, 유럽 등에 설치하고 내수 유통으로 가동을 하면 쿼터제나 통관 문제는 피할 수 있게 되죠. 그 기점을 4000평 양식장 구축 이후로 보고 있습니다. 그때부터는 그야말로 카피앤 페이스트(copy and paste, 복사 붙여넣기)가 가능해지거든요.”
인터뷰 말미, 문 대표는 정부 주도의 육상 김 양식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 개발 사업과 관련된 아쉬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기술적으로는 누구보다 앞섰다고 자신하지만 사업 참여가 식품 대기업에 국한돼 있다는 점 때문이다. 문 대표는 “기술력 있는 스타트업에게도 사업 참여의 문턱을 낮춰줬으면 한다”는 바람과 함께 다시금 각오를 다졌다.
“우선은 500평 양식장을 구축하는 목표 달성을 위해 열심히 프리A 라운드를 돌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시설 구축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니까요. 이와 함께 실내 김 양식과 더불어 다른 고부가가치 해조류의 실내 양식 생산도 가능성을 보고 있습니다. 우무라고 불리는 한천, 민물 김, 켈프(Kelp)라는 다시마과 대형 갈조류도 염두하고 있죠. 저희 비전은 ‘기술을 통해 바다를 조금 더 깨끗하고 아름답게 후세에 물려주자’예요. 우리가 필요로 하는 유용한 해산물이나 수산물 생산하면서도 바다를 안전하게 지키고자 하는 거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