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요약]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강경한 보호무역 기조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백악관이 지난 23일(현지시간) 중국산 아이폰에 대해 25% 추가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히면서, 국내 소비자들도 아이폰 가격 급등이라는 직접적인 타격에 직면할 전망이다. 업계는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국내 아이폰 가격이 현재 150만원대에서 400만원을 넘어설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 내 제조업 부흥을 명분으로 "미국 땅에서 만들지 않는 아이폰에는 고율 관세를 물리겠다"며 애플을 압박했다.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은 충분한 인력과 제조 인프라를 갖췄다"고 주장했지만,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은 이를 '현실성 없는 정치적 수사(rhetoric)'로 일축하고 있다.
웨드부시증권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애플이 공급망의 10%만 미국으로 옮기는 데도 약 300억 달러(약 42조원)의 초기 투자와 최소 3년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완전한 미국 생산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딥워터자산운용의 진 먼스터도 "관세율이 30%를 초과하면 애플은 소비자 가격 인상을 피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관세 부담이 현실화되면 국내 아이폰 시장에도 직격탄이 예상된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아이폰 16 프로 맥스(1TB)의 정가는 약 239만원이다. 만약 미국 현지 생산으로 원가가 3배 상승하면, 환율과 유통 마진을 고려할 때 국내 출고가는 400만~450만원에 달할 수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미 프리미엄 스마트폰 가격이 200만원을 넘어서며 소비자 부담이 큰 상황인데, 아이폰이 400만원대로 뛰면 구매를 포기하는 소비자가 급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아이폰 점유율은 2024년 기준 약 34%로 안드로이드(삼성·LG 등)와 경쟁 중인데, 가격 급등 시 삼성 갤럭시로의 대규모 이탈이 예상된다.
한 소비자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2%가 "아이폰 가격이 300만원을 넘으면 삼성 제품으로 전환을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업계는 "애플의 가격 경쟁력 상실은 곧 삼성전자의 기회"라며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재편 가능성을 점쳤다.

아이폰 생산 구조 변화는 한국 부품 공급사들에게도 악재다. 현재 아이폰의 핵심 부품 중 OLED 디스플레이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DRAM·낸드플래시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주요 공급처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한국 기업이 아이폰 부품에서 창출하는 연간 매출은 약 15조원에 달한다.
만약 애플이 미국 생산을 강행하며 미국 내 부품 조달 비율을 높이려 하면, 한국 공급사들의 수주 물량이 줄어들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이폰용 OLED 패널 공급으로 연 5조~6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LG디스플레이도 2조~3조원 규모의 수주를 확보한 상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애플이 미국 내 디스플레이 공장을 신설하거나, 중국 이외 지역(인도·베트남)에서 부품 조달을 다각화하면 한국 업체들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중국 공장 가동률 감소로 삼성·LG의 디스플레이 출하량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도 예외는 아니다. 아이폰에 탑재되는 DRAM과 낸드 메모리는 상당 부분 한국산인데, 미국 정부가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정책을 강화하면 미국 마이크론 등 자국 기업에 특혜를 줄 가능성이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애플이 공급망을 미국·유럽 중심으로 재편하면 한국 반도체 기업도 수주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아이폰 조립의 약 90%는 중국 폭스콘 공장에서 이뤄진다. 칩은 대만 TSMC, 디스플레이는 한국, 카메라 모듈은 일본과 중국, 배터리는 중국산이 주를 이룬다. 미국 내에서 생산되는 부품은 전체의 5% 미만으로, 완전한 미국 생산은 기술적·경제적으로 비현실적이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애플은 관세 리스크에 대응해 인도와 베트남으로 일부 조립 라인을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실제로 인도에서는 이미 아이폰 14와 15 일부 모델이 생산되고 있으며, 베트남에도 에어팟·맥북 생산 거점이 마련됐다. 그러나 인도·베트남의 부품 생태계는 중국에 비해 취약해, 단기간 내 대규모 이전은 어렵다는 평가다.
애플은 지난 2월 향후 4년간 미국에 5천억 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는 주로 AI 연구개발과 데이터센터 구축에 집중될 예정이다. 제조 설비 투자는 극히 제한적이어서,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에 실질적으로 대응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애플은 관세를 감수하고 가격 인상, 저관세 국가로 생산 이전, 미국 정부와 협상을 통한 예외 인정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업계는 "단기적으로는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며, 중장기적으로는 인도·동남아 생산 확대가 현실적"이라고 전망한다.
반면에 아이폰 가격 급등은 삼성전자에겐 호재가 될 수 있다. 갤럭시 S25 울트라의 국내 가격은 약 179만원으로, 아이폰 16 프로 맥스(239만원)보다 이미 60만원 저렴하다. 만약 아이폰이 400만원대로 뛰면 가격 경쟁력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한 시장조사기관 관계자는 "가격 민감도가 높은 2030세대 소비자들이 아이폰에서 갤럭시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며 "삼성은 이미 폴더블·AI 기능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한 만큼, 프리미엄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릴 절호의 기회"라고 분석했다.
다만 삼성도 중국 생산 비중이 크고, 미국 시장 매출 의존도가 높아 트럼프 관세 정책의 간접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뉴욕 공장 등을 운영 중이며, 향후 미국 내 생산 확대로 리스크를 분산한다는 전략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단순한 관세 분쟁이 아닌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신호탄으로 해석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보고서는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되면서 기업들은 '차이나 플러스 원(China Plus One)' 전략을 본격화할 것"이라며 "한국 부품사들도 베트남·인도 등에 생산 거점을 마련해 리스크를 분산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업계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베트남 공장 증설을 검토 중이며, SK하이닉스도 미국 인디애나주에 반도체 패키징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부품사 임원은 "애플이 공급망을 다변화하더라도 한국 기업의 기술 경쟁력은 여전히 우위에 있다"며 "고객사와의 긴밀한 협력으로 신규 공장 투자에도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관세 파장은 소비자의 지갑을 직격하는 동시에, 글로벌 IT 생태계 전반을 흔들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은 "아이폰이 400만원이면 차라리 삼성을 사겠다"는 반응과 "그래도 iOS 생태계 때문에 아이폰을 고수할 것"이라는 의견으로 나뉜다.
통신업계는 "아이폰 가격 인상 시 공시지원금 확대 등으로 소비자 부담을 줄이려 하겠지만, 한계가 있다"며 "결국 제조사가 가격 방어에 성공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기조가 지속되면, 스마트폰뿐 아니라 노트북·태블릿 등 IT 제품 전반의 가격 상승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계는 "정치적 변수가 소비자 선택과 기업 생존을 좌우하는 시대가 왔다"며 공급망 유연성 확보와 소비자 커뮤니케이션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