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유료화가 새로운 디지털 불평등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소비자 10명 중 7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연맹은 지난 16일 AI 서비스 이용 경험이 있는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AI 소비자인식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지난 6월 13일부터 16일까지 온라인 설문으로 진행됐고, 표본오차는 80% 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71.9%가 "AI 유료화 확대가 디지털 격차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답했다. '그렇다' 44.0%, '매우 그렇다' 27.9%로, 우려하지 않는다는 응답(6.2%)을 압도했다. 한국소비자연맹은 "과거의 디지털 격차가 인터넷 접근 여부였다면, 앞으로는 고성능 AI에 대한 접근 가능 여부가 새로운 사회적 불평등의 축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았다. 유료서비스가 부담된다는 응답은 35.6%로, 만족스럽다는 응답(31.3%)보다 많았다. 이용 과정에서 겪은 불편·피해 경험(중복응답)으로는 '기대보다 낮은 품질'(40.1%)이 가장 많이 꼽혔고, '무료 체험 후 유료 결제 유도'(37.4%)가 뒤를 이었다. '광고와 실제 차이 체감 어려움'(21.8%), '결제 조건 변경 안내 부족'(17.5%), '복잡한 해지 절차'(15.6%)도 도마 위에 올랐다.
유료화는 이미 빠르게 진행 중이다.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생성형 AI 이용자 4명 중 1명(24%)이 유료 구독 중이며, 20대 구독률은 30%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CJ메조미디어가 지난 5월 내놓은 '2026 디지털 라이프스타일 리포트'에서도 생성형 AI 이용 경험률이 88%에 달했고, 유료 구독으로 이어진 비중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전통적 의미의 디지털 격차는 오히려 좁혀지는 추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3월 발표한 '2025 인터넷이용실태조사'에 따르면 생성형 AI 경험률은 44.5%로 전년보다 11.2%포인트 뛰었고, 65세 이상 고령층 인터넷 이용률도 82%까지 올라왔다. 다만 농어촌 지역과 저소득층 이용률은 여전히 낮은 것으로 나타나, 한국소비자연맹이 이번 조사에서 제기한 'AI 유료화발(發) 새로운 격차' 우려와는 결이 다른 지점도 있다.
AI 기술 자체에 대한 소비자 시선은 나쁘지 않다. 그러나 신뢰는 별개 문제다. 응답자 44.6%는 AI가 만든 정보·콘텐츠를 스스로 판별하기 어렵다고 했고, AI가 구매이력이나 소득 수준을 분석해 소비자마다 다른 가격·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대해서도 41.6%가 부정적으로 답했다. 유료화 확산과 맞물린 소비자 불안이 비용 문제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한국소비자연맹은 "AI 시대 소비자보호 정책이 기술 확산 지원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투명성과 책임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방향으로 정책 중심이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국회가 우선 추진해야 할 정책으로는 딥페이크·허위정보 규제(52.8%), AI 책임기준 명확화(50.1%), 개인정보 보호 강화(35.5%)가 꼽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