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창작의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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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4일, 영화 ‘AI 수로부인’이 국내 생성 AI 영화 중 처음으로 저작권을 인정받았다. 영화 ‘AI 수로부인’ 스틸컷. (이미지=나라정보지식)

2024년 1월 4일, 영화 ‘AI 수로부인’이 국내 생성 AI 영화 중 처음으로 저작권을 인정받았다는 기사가 보도되었다. ‘AI 수로부인’은 ‘나라AI 필름’이 제작한 영화로, 생성형 AI가 영화의 모든 요소를 생성한다는 컨셉을 가지고 제작되었다. 챗GPT와 바드(Bard)로 스토리를 완성하고, 미드저니(Midjourney)와 DALL-E 3를 통해 스토리에 기반한 이미지를, 그 외 여러 종류의 생성형 AI 서비스를 이용해 배경과 인물 영상, 말소리 더빙까지 제작했다. 그렇게 제작된 영상과 이미지는 또 다른 AI 프로그램을 통해 보정과 업스케일 등의 편집 과정을 거쳐 영화 한 편이 최종 완성되었다. 마치 협주곡처럼 수많은 AI 프로그램들이 각각의 역할을 한 것이다.

며칠 뒤, 저작권위원회는 정식 보도 자료를 통해 기사의 내용을 반박했다. 생성형 AI로 제작된 영화 ‘AI 수로부인’에 대한 저작권 등록은 영화 자체가 아니라 ‘이미지 등을 선택, 배열한 것’에 대해 편집저작물로 등록을 인정해준 것으로, 영화 자체에 저작권을 인정해준 것은 아니라는 취지였다.

AI 수로부인의 저작권 등록 현황. 과연 저작권위원회의 해명대로 ‘편집저작물’로 등록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AI 수로부인이 영상저작물이 아닌 편집저작물로 등록되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앞으로 AI를 이용하여 창작될 수많은 영상, 이미지, 음악 등은 어떤 법적 테두리 하에 보호될 수 있을까?

저작물의 개념

저작권위원회의 해명대로, 생성형 AI로 만들어낸 저작물(영상, 이미지, 음악, 텍스트 등)은 저작권법 하의 ‘저작물’이 될 수 없다. 저작물은 어디까지나 ‘인간’의 창작물을 의미할 뿐, 동물이나 기계가 제작해 낸 창작물은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저작물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의 창작물만이 저작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전세계 저작권법에 동일하게 통용되는 원칙이다. 2018년, 원숭이가 찍은 셀카 사진이 화제가 되었을 때, 미국 법원은 원숭이가 찍은 사진이나 코끼리가 그린 벽화는 저작물로 인정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동물에게도 인간과 동일한 권리를 부여하라’는 동물보호단체의 압박에도 굴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인간과 기계가 합작이 되어 탄생시킨 결과물은 저작물로 인정될 수 있을까? 이 논쟁은 무려 1884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Burrow-Giles Lithographic Co. v. Sarony). 당시 미국 연방대법원은, 미국의 석판 제조업체가 사진작가의 사진을 무단으로 석판에 붙여 판매한 것이 저작권 침해인지를 판단함에 있어, 카메라로 촬영한 결과물인 ‘사진’을 저작물로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에 맞닥뜨렸다.

문제의 사진작품.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등의 작품을 남긴 오스카 와일드의 사진이다.

당시 법원은 사진 내 피사체의 포즈와 의상, 휘장과 기타 장식물들, 조명의 방향과 세기 등의 연출에 있어 사진작가의 창작성이 인정된다며 사진을 저작물로 인정했다. ‘카메라’라는, 버튼 하나 누르면 사진이 뚝딱 완성되는 첨단 기술이 막 등장했던 시점에 사진 내에 인간의 창작성이 개입된 부분을 추려내어 사진에 대한 저작물성의 판단 기준을 수립한 것이다.

AI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 인정의 한계

생성형 AI로 만들어진 저작물의 경우는 어떨까? 서두에서 살펴본 것처럼, 저작권위원회는 AI 창작물에 대해서는 인간의 창작성이 개입된 부분에 한하여 저작권을 인정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

2024년 1월 저작권위원회가 배포한 ‘생성형 AI 저작권 안내서’에도 이러한 입장이 반영되었다. 안내서를 통해, 저작권위원회는 1) AI로 만들어진 결과물에 인간의 수정이나 증감 등 창의적인 ‘추가 작업’이 존재할 경우 그러한 작업 부분에 저작물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해당 부분에 한하여 저작권 등록이 가능하며, 2) AI 결과물들을 선택하고 배열한 것에 창작성이 있을 경우 ‘편집저작물’로 등록이 가능하다고 설명하였다. 그에 더하여, AI 결과물에 관한 저작권 등록 신청시에는 신청명세서의 ‘저작물 내용’ 부분에 신청인이 창의적으로 추가한 부분이 어떤 부분인지 상세히 기재해야 한다.

미국도 유사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2023년 2월, 미국 저작권청은 AI 일러스트 프로그램인 미드저니(Midjourney)를 이용해 만들어진 18쪽 분량의 그래픽 노블 작품 ‘새벽의 자리야(Zarya of the Dawn)에 대하여, 1) 신청인(자연인)이 작성한 텍스트에 대한 저작권, 그리고 2) 신청인이 AI 결과물을 선택, 배열한 부분에 대한 편집저작권만을 인정하고, 미드저니가 생성한 일러스트에 대한 저작권은 인정하지 않았다.

‘새벽의 자리야’의 일부. 출처: http://www.Instagram.com/kris.kashtanova

2023년 3월, 미국 저작권청은 AI로 생성된 결과물이 포함된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 등록 가이드(Copyright Registration Guidance: Works Containing Material Generated by Artificial Intelligence)를 공개했다. 해당 가이드에 따르면, AI 기술이 활용된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 등록 신청 시에는 ‘저작자 창작(Author Created)’ 란에 AI 기술로 생성된 부분과 사람이 기여한 부분을 구분하여, 사람의 창작적 기여(human authorship)에 대한 설명을 기재해야 한다. 또한, AI 기술이 실질적으로 제작해 낸 부분에 대해서는 ‘청구의 제한(Limitation of the Claim)’ 란에 해당 부분이 AI 기술로 제작되었다는 점을 명시해야 한다. 만일 위와 같은 사항을 정확히 기재할 수 없다면, AI 기술로 만들어진 결과물이 포함되었다는 점 만을 명시하면 추후 저작권청의 개별적 조사에 따라 저작권 등록 방식이 결정될 수 있다.

AI 창작물은 어떻게 보호될까

AI가 만들어낸 창작물에 저작권이 부여되지 않는다는 것은 현행 법체계상 부득이한 결론이다. 그러나 AI 창작물에 저작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AI 창작물을 제3자가 무단 복제, 배포하더라도 저작권 침해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앞으로 AI를 활용한 이미지, 영상, 광고, 사진 등 다양한 콘텐츠 제작이 당연시될 텐데, 그렇게 만들어진 콘텐츠를 누구나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다면 콘텐츠 제작 유인이 감소될 뿐 아니라 콘텐츠 생태계에 거대한 혼란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AI 창작물은 어떻게 보호될까? 가장 먼저 입법을 통한 해결책을 떠올릴 수 있다. 저작권법상 저작물의 개념을 확대하여 AI 창작물 또한 저작물과 같거나 저작물에 준하는 수준의 법적 보호를 받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법률을 통해 저작물의 개념 자체를 조정하는 것은 컴퓨터 프로그램 등 기존의 기술적 결과물들에 대한 권리 체계를 왜곡시키고, 글로벌 기준과도 맞지 않는다는 점에서 실현가능성도 극히 낮다.

그 다음으로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파목의 ‘성과 도용행위’ 조항을 통해 AI 창작물의 무단이용을 규제하는 방안을 떠올려 볼 수 있다. 성과 도용행위란, 타인의 투자와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를 내 영업을 위해 공정한 상거래관행에 위반되는 방식으로 이용하여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으로, 부정경쟁행위의 일종으로 규정되어 있다. 성과 도용행위는 저작권이나 상표권 등 기존의 법률 체계에 따라 보호받지 못하는, 그러나 상당한 노력이 투여되었기 때문에 보호의 필요성이 있는 성과물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조항으로, AI 창작물의 보호에 있어 그 취지가 부합하는 면이 있다.

다만 몇 가지 한계가 있다. 성과 도용행위에 대하여는 형사처벌이 불가능하고, 온라인서비스 제공자(OSP)에게 성과 도용행위를 이유로 특정 게시물의 삭제를 요청할 수도 없다(저작물의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온라인서비스 제공자에게 침해 게시물의 삭제를 요청할 수 있는 근거와 절차가 마련되어 있다). 기존의 법률 체계에 따라 보호받지 못하는 성과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인만큼, 판단기준이 포괄적이어서 예측가능성이 떨어진다는 문제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AI 창작물의 권리관계가 형성되는 과도기에 활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될 수 있을 것이다.

보다 실용적인 해결책으로, AI 창작물의 저작권 인정 여부에 대한 다수의 판단 사례가 축적되면서 사진과 마찬가지로 AI 창작물의 저작물성에 대한 판단 기준이 형성되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AI 창작물을 만들어 낸 AI 서비스 유저가 학습 데이터 자체에도 개입하였는지 여부, 프롬프트를 여러 번 반복하거나 조정하였는지 여부 등의 기준을 도입하여, 인간의 창작적 개입이 이루어진 스펙트럼에 따라 AI 창작물의 저작물성이 어느 수준까지 보호될 것인지를 나름대로 예측하고 판단하는 것이 가능해질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AI로 콘텐츠를 제작할 경우 프롬프트 입력 히스토리나 사후 편집 및 조정 과정, 나아가 동일한 프롬프트를 통해 동일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을 구체적인 증거로 미리 구비해 두는 것이 도움될 수 있다.

AI 창작의 미래는?

인간의 창작을 도운 수많은 도구들이 있었다. AI가 인간의 창작성을 잠식하게 될지, 카메라나 포토샵 같은 인간의 유용한 도구로 자리잡을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문제이다. AI의 기능이 무한대로 확장된다면 인간의 창작성이 위축될 가능성도 있지만, AI 플랫폼이 AI 기능을 일정 역할에만 국한시킨다면 도구로서의 기능에 보다 충실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네이버 웹툰은 대규모의 웹툰 이미지 데이터를 활용한 오토드로잉 툴을 개발중인데, 웹툰 작가의 창작성이나 저작권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단지 ‘드로잉’ 부분에서의 편의성을 도모하려는 취지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결국 ‘AI’는 재앙 또는 축복이라는 양 극단이 아니라, 인간을 보조해 온 여느 툴과 마찬가지로 어떻게 활용되는지에 따라 각기 다른 단계의 역할을 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그 과정에서 콘텐츠 환경은 더욱 더 풍요로워질 것이고, 그래서 행복한 마음으로 AI 창작의 미래를 기다리게 된다.

작성자: 표경민 변호사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로서 콘텐츠·미디어 및 데이터 프라이버시 PG(Practice Group) 변호사로서 게임, 웹툰, 음악 등의 콘텐츠 및 IT, AI, 데이터 산업에서 발생하는 IP, 공정거래, 개인정보 등 다양한 분야의 자문 및 소송 업무를 활발히 수행하고 있다.

표경민 변호사

kmp@dlight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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