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 연봉 인상, '봉기'입니까 '집단 이기주의'입니까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빅테크 기업 네이버. 네이버 직원들 연봉을 올려달라며 들고 일어났습니다. 매년 최고 실적을 달성하고 있는데, 다른 IT 기업들에 비해 연봉 인상률이 낮다는 것이 이유입니다. 특히 네이버 내 임원과 직원 간에 성과급 차별이 크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24일 오전 개최된 네이버 주주총회에서는 주요 안건들 보다 직원들의 연봉 인상이 언론에 집중 보도됐습니다. 네이버 노조 지회장이 직원들의 주식을 위임 받아 주총에 참석했고, 직원에 대한 보상체계가 미흡하다며 강하게 지적하면서 '잘 읽히는' 기사거리가 됐죠. 

올해 들어 국내 게임사에서 시작된 개발자 연봉 인상 이슈가 IT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우수 인력(개발자) 확보와 이탈 방지를 위한 게임업계의 급여 인상 경쟁이 시발점이었습니다. 장점은 선진국에 비해 저평가 됐던 개발자의 처우 개선에 도움이 된 것입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동종업계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더욱 가속화 시키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습니다. 이종업계 간에는 이 보다 더한 상대적 박탈감을 조장하고도 있죠. 

네이버의 지난해 1인 평균 급여액은 1억 247만원입니다. 전년 대비 20% 이상 올랐습니다. 상당히 높은 수준의 연봉입니다. 카카오는 1억 800만원, 엔씨소프트는 1억 549만원 등 소위 판교밸리와 그 영향권에 있는 주요 빅테크 및 게임 업체의 연봉 수준이 치솟고 있습니다.  

평균 연봉 1억 800만원을 찍은 카카오의 경우, 전년(8000만원) 대비 35%가 증가했습니다. 인상 이유는 급여와 상여 외에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등이 포함돼 있기 때문입니다. 호실적으로 인한 영업이익 달성에 대한 특별성과 보너스 등도 포함됐고요. 

네이버와 대형 게임사 역시 비슷한 이유로 지난해부터 연봉 인상이 시작됐습니다.  

IT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테크 업계에서는 자본력을 갖춘 회사들이 우수 개발자를 흡수하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 넥슨에서 시작된 재직자 연봉 일괄 800만원 인상 이후,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 3N을 비롯해 컴투스, 게임빌, 크래프톤, 펄어비스 등 줄줄이 연봉 인상 행렬에 동참했습니다. 

게임 업계 뿐 아닙니다. 개발자의 역량이 기업의 핵심 역량으로 연결되는 모든 빅테크 기업들이 우수 인재 이탈을 우려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연봉 인상에 나서고 있습니다. 

네이버, 카카오 역시 연봉 인상안을 확정한 상황에서, 직원들의 추가 연봉 인상 요구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앞서 네이버 사례에서 언급한 것 처럼 회사의 성과 대비 직원의 보상체계가 미흡하고, 특히 임원과 직원간 괴리가 크다는 점은 '봉기'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직접 비교가 가능한 게임 업계의 회사들의 사례를 볼때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해당 업계의 연봉 인상 행태(?)를 보는 대다수 국민들의 심기는 편치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군에 대한 선망과 그 종사자에 대한 부러운 감정만 있을거 같지는 않습니다. 오랫동안 대국민 욕을 먹어온 현대자동차 '귀족노조'를 바라보는 시각이 생겨나고 있다는 겁니다. 일각에서는 이들에게 집단 이기주의라는 꼬리표를 달기도 했죠.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지난 14일 이에 대한 솔직한 의견을 남긴 바 있습니다. IT 업계의 연봉 인상 릴레이에 대해 "후유증이 염려된다"라고 직언을 한 것이죠. 매우 '적확한' 지적입니다.

"지금 업계의 보상 경쟁은 IT 업계 인력의 보상 수준을 끌어올리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각 회사마다 사업 변화나 방향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서로 너무 급하게 경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맞습니다. 자본력이 부족한 중소 IT 업계에서는 핵심 인재 유출로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연봉 일괄 인상은 회사의 존폐와도 직결돼 있습니다. 인상을 하면 회사 재무상황이 어려워지고, 안 하자니 핵심 역량을 잃게 됩니다.

다른 업계에 종사하는 이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국세청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19년도 근로소득자 1인당 평균 급여액은 3744만원입니다. 전년 대비 2.7% 인상 폭입니다. 같은 기간 일용근로소득자 평균소득은 807만원으로 전년(809만1000원) 대비 0.2% 소폭 하락했습니다.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2020년 또한 인상폭은 높지 않을 것입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더욱 제한적이 될 가능성도 점쳐집니다. 

앞서 열거된 온라인 비즈니스를 근간으로 하는 비대면 서비스 업체들은 코로나19가 최대 실적 달성의 주요 원인 중 하나였습니다. 

이들 기업의 연봉 인상에 대해 그 누가 됐건 불만이나 이의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만, 과도한 연봉 인상 경쟁과 과도한 연봉 인상 요구는 눈쌀을 찌푸리게 만듭니다. 

김효정 기자

hjkim@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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