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와썹맨>의 종영이 가지는 여러가지 의미

방송사가 만든 단일 콘텐츠 유튜브 채널 중 최초로 구독자 100만 명을 달성, 웹콘텐츠 시장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며 돌풍을 일으켰던 제1세대 웹예능 콘텐츠 <와썹맨>.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이 웹콘텐츠가 2022년 4월 15일 업로드된 마지막 에피소드 영상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연예인이 출연하는 웹예능 콘텐츠의 성공 공식을 만들어내며, 이후 웹콘텐츠 시장에 큰 영향을 주었던 <와썹맨>의 종영은 여러 가지 면에서 곱씹어 볼만한 일이다.

  1. 방송 제작진이 만든 웹콘텐츠

JTBC2 예능프로그램 ‘사서고생’의 스핀오프 버전으로 시작한 <와썹맨>은 국민가수라는 호칭을 들었던 GOD의 리더 박준형이 진행하는 리얼리티 콘텐츠다. 기존의 레거시 미디어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의 솔직한 이야기(심지어 욕까지도 허용)와 B급 감성이 합쳐져 새롭다는 평가와 함께 큰 성공을 했고 이후 비슷한 유형의 웹예능이 대세가 되는 시작점이 되었다. 기존 TV 예능 콘텐츠들과는 완전히 다른 자막 스타일, 너무나 자유스러운 진행 방식, 매 초 웃음 포인트를 주는 정신없이 빠른 편집 등으로 새로운 유형의 콘텐츠라는 인식을 주면서 <와썹맨>은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이런 영상 제작 스타일은 이제 대부분의 웹예능 콘텐츠가 사용하는 방식이지만, 당시의 주류 콘텐츠였던 방송에서는 아주 생경한 방식이었다.

2015년 7월 KBS의 ‘예띠 스튜디오’를 시작으로 MBC의 ‘엠빅’, SBS의 ‘모비딕’, tvN의 ‘tvN Go’, JTBC ‘스튜디오 룰루랄라’ 등 방송사의 웹콘텐츠 제작 시도가 이어졌다. 당시 MCN(Multi-Channel Network)의 폭발적 성장에 자극받은 방송사들이 너도나도 새로운 콘텐츠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이들 중 일부는 대중의 이목을 끄는 콘텐츠를 선보이며 관심을 받기도 했지만, 방송사들의 기존 관행이나 제작 시스템을 바꿀 정도의 성공 사례는 없었다. 그저 보수적인 방송사들도 웹콘텐츠 시장에 도전을 한다는 정도의 이미지에 만족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런데 2018년 <와썹맨>의 성공은 이러한 상황을 뒤집는 계기가 되었다. <와썹맨>이 기존의 다른 웹예능 콘텐츠들과 달리 유튜브 채널 개설 3개월 만에 구독자 100만 명을 돌파한 것은 웹콘텐츠 시장에 새로운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중요한 분수령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1. 기획형 웹예능

과거의 유튜브 채널은 일종의 팬덤 커뮤니티와 유사한 기능을 수행했다.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1인 크리에이터와 소통하며 팬덤을 형성해가는 새로운 콘텐츠 소비문화를 만들어냈다. 콘텐츠 소비가 기존 매스미디어의 일방향 소통에서, 인터넷의 양방향 소통으로 변화한 것이다. 콘텐츠 소비자들은 1인 크리에이터들의 웹콘텐츠를 통해 자신의 취향을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누군가를 찾으려 했고,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안고 1인 크리에이터들 중 일부는 큰 성공을 거두게 되었다. 이처럼 웹콘텐츠가 기존 미디어 종사자들도 신경써야할 정도로 성장하자, 방송사 등 과거 주류 콘텐츠 제작자들은 자신들의 장점인 기획력과 섭외력을 무기로 웹예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양방향 소통이라는 새로운 흐름에 익숙하지 않던 그들은 쉽사리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였다. 그러다가 많은 시행착오 끝에 성공 스토리를 가장 먼저 쓴 작품이 바로 <와썹맨>이다. 그리고 이어서 장성규의 <워크맨>, 황광희의 <네고왕> 등 기획형 웹예능 콘텐츠들의 성공이 이어졌다.

<와썹맨> 등의 기획형 웹예능 콘텐츠가 성공하게 된 배경에는 유튜브 플랫폼의 변화가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과거에는 제작비를 거의 투입하지 않는 1인 크리에이터들의 개인적 콘텐츠만이 가능했던 유튜브 생태계가 MCN의 시기를 거치며 크게 성장했고, 콘텐츠 소비자들의 취향도 빠르게 변해갔다. 시행착오를 통해 서서히 양방향 소통 콘텐츠에 익숙해진 방송사 제작진들의 기획형 웹예능이 경쟁력을 갖게 되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팬덤 커뮤니티 성격의 ‘1인 크리에이터 채널’과 방송 제작 시스템에 기반을 둔 ‘기획형 웹예능 채널’이 경쟁하며 공존하는 시대가 되었다.

  1. 끊임없이 경쟁하는 웹콘텐츠 시장

인터넷은 재능을 가진 수많은 사람들이 아무런 제약 없이 웹콘텐츠에 도전하는 기회의 땅이 되어가고 있다. 주류 미디어였던 프리미엄 콘텐츠 플랫폼(TV, 영화, OTT 등)에서는 최소 몇 년간의 현장 경험 같은 일정한 자격 조건이 동영상 제작을 위한 필요조건이었다. 동영상 콘텐츠 제작은 전문가들만의 영역이라 믿었던 것이다. 하지만 기술의 발달과 새로운 세대의 등장으로 지금은 누구나 자산만의 콘텐츠를 창작할 수 있는 세상이다. 인터넷 문화를 태어나면서부터 경험한 웹 네이티브 세대들의 콘텐츠 제작이 본격화하면서, 이들이 제작한 웹콘텐츠들이 전문가들의 영상과 유사한 수준의 퀄리티를 보여주기도 한다.

너무나 다양한 콘텐츠들이 끊임없이 시장에 쏟아진다. 이중에는 단박에 스타가 되는 참신한 콘텐츠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관심조차 받지 못하고 사라진다. 콘텐츠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는 작품만이 살아남는다. 방송사들의 웹콘텐츠도 경쟁력만으로 승부을 봐야하는 곳이다. 한 때 9백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한 적이 있었던 <와썹맨>도 경쟁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와썹맨>의 종영은 이러한 웹콘텐츠 생태계가 가진 치열한 경쟁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와썹맨>은 웹콘텐츠 시장에서도 방송사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성공사례지만, 4년 만의 종영은 치열한 경쟁을 버텨내야만 생존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기획력과 섭외력을 바탕으로 제작되는 대형 콘텐츠를 전문가 집단에서만 만들 수 있었던 시절은 이제 끝났다. 1인 크리에이터들의 영상 제작 노하우가 쌓여가면서 프리미엄 콘텐츠 제작을 어렵게하던 장애물들이 이제 사라지고 없는 것이다. 누구나 아이디어와 추진력만 있다면 콘텐츠 제작에 도전할 수 있다.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이 각본을 쓰고 감독한 웹드라마 <좋좋소>와 유튜버 진용진이 기획한 웹예능 <머니게임>의 성공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콘텐츠의 성공은 언제나 소비자의 선택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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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찬수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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