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가 도입키로 한 리튬전지 대항마···20년 가는 액체금속 전지

2016년 1월 MIT뉴스에 소개된 도널드 새도웨이 재료과학·공학부 교수(오른쪽)와 데이비드 브래드웰 박사. 두 사람은 공동연구를 통해 저비용, 고용량에 효율적이고 오래 지속되며 제조가 용이한 새로운 용융 금속 전지(배터리)를 개발했다. 이 배터리는 현재와 미래에 전력망에 전기를 저장하기에 이상적인 특성을 갖는다. (사진=MIT 인더스트리얼 라이에이송 프로그램)

기존 리튬이온 전지보다 비용, 성능, 수명 등에서 월등한 액체금속 전지(2차전지)가 개발돼 내년 상용화를 앞두면서 주목받고 있다. 주인공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출신 교수 팀이 세운 한 벤처기업 앰브리(Ambri)다.

이들은 용융된 칼슘-안티몬 방식의 2차전지를 만들었는데 가격은 기존 리튬이온 전지의 50%인데다 수명은 무려 20년(용량의 95% 유지 상태로)이라고 한다. 게다가 이 배터리 가격은 7년 내 현 리튬이온 전지의 5%로 급격히 떨어질 것이라고 한다.

IEEE스펙트럼은 지난 7일 앰브리가 내년에 이 최첨단 전지 기반 스토리지를 상용화한다고 보도했다. 이 회사는 자신들의 액체금속 전지를 내년초 한 전력망 회사에 공급하며, 시범사업을 거친 마이크로소프트(MS)의 데이터센터 백업 전원용으로도 공급키로 했다.

리튬이온 전지 원자재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전세계 전지 업계의 새로운 대안으로 급부상한 이 액체금속 전지가 궁금하다.

값싼 안티몬 액체금속 전지가 리튬전지의 대안으로 떠오르다

리튬이온 전지를 대신할 새로운 저비용, 장수명 액체-금속 전지의 양극용으로 안티몬(Sb)이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산화 생성물이 포함된 천연 안티몬이다. (사진=위키피디아)

전지 비용은 전력망에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저장하기 위한 수단을 선택할 때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수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원들의 분석에 따르면 풍력과 태양광으로 전력망 에너지 저장 장치를 완전히 가동하는 데 드는 비용은 킬로와트시(kWh)당 20달러(약 2만6000원)로 집계됐다.

미 국립태평양북서부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100메가와트(MW)를 10시간 동안 전력망에 저장하는 장치(스토리지)용 리튬 이온 전지 시스템 설치 가격은 현재 kWh당 약 405달러(약 53만 원)다.

리튬이온 전지 전력 저장장치 비용이 태양광이나 풍력을 사용하는 장치의 20배나 되는 셈이다.

그러나 내년에 실제로 배치될 예정인 새로운 액체 금속 전지를 사용하면 에너지 저장 비용을 상당히 낮출 수 있다. 지난 수년간 수많은 배터리를 발명한 도널드 새도웨이 MIT 명예교수는 용융 금속 전극과 용융염 전해질이 포함된 저비용 액체 금속 전지를 개발했다. 그는 지난 2010년 매사추세츠주 말보로에 앰브리(Ambri)란 이름의 스타트업을 공동 창업해 이 전지의 상업화에 들어갔다.

앰브리는 자사의 전력공급망(그리드)용 전지가 크기와 지속 시간을 감안할 때 리튬이온 전지의 절반 수준인 kWh당 180~250달러(약 24만7000~33만 원) 정도라고 밝혔다.

향후 이 배터리를 사용한 전력공급망 스토리지 시스템 구축 가격은 향후 7년 내 풍력 태양력과 같아질 것이라고 한다. 섀도웨이와 동료들은 2021년 10월호 ‘신재생 및 지속 가능한 에너지 리뷰’(Renewable and Sustainable Energy Reviews)에 발표한 논문에서 2030년까지 예상 비용은 kWh당 약 21달러(약2만8000원)가 된다고 쓰고 있다.

안티몬 액체금속 전지···액체화의 이점은

안티몬을 사용한 앰브리 액체-금속 전지는 밀도가 다른 3개의 액체 층이 함께 적층돼 있는 구조다. 이들은 서로 섞이지 않으며 이 액체-금속 전지는 더 적은 구성 부품을 필요로 하며 고체-물질의 분해는 없다고 한다. (사진=MIT뉴스)

기존 리튬 이온 전지의 경우 일반적으로 두 개의 단단한 전극, 즉, 그래파이트(흑연)와 리튬금속 산화물, 액체 전해질과 분리막, 막 및 기타 비용 추가 요소로 제조된다. 충방전 사이클 동안 전해질의 이온이 전극으로 유입 및 유출됨에 따라 고체 물질은 팽창 및 수축한다. 반복되는 부피 변화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입자를 분해해 전지 용량이 감소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반면 앰브리의 안티몬을 사용한 액체-금속 전지는 밀도를 기준으로 3개의 액체 층이 함께 적층돼 있는 구조다. 가장 밀도가 높은 용융 안티몬 양극이 바닥에 있고, 가벼운 칼슘 합금 음극이 위에 있고, 중간 밀도의 염화 칼슘염 전해질이 가운데에 있다.

새도웨이는 “샐러드 오일과 식초를 생각해 보라. 여기에 세 개의 층이 있고, 그것들은 섞을 수 없기 때문에 분리된다”고 말했다.

그는 “액체-금속 설계는 더 적은 구성 부품을 필요로 하며 화학은 합금에 의존하므로 고체-물질의 분해는 없다”고 말한다. 방전 중에 칼슘 음극은 전해질을 통해 이동하는 칼슘 이온을 양극으로 방출하고, 이들은 여기서 칼슘-안티몬 합금을 형성한다. 충전 중에는 이 과정이 반대로 이뤄진다.

이 새로운 접근 방식은 여러 가지 이점을 제공한다.

구성 요소가 액체이기 때문에 각 구성 요소 내에서 다른 구성 요소로 전하와 화학적 구성 요소가 전달되는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배터리 내부 및 외부로 대규모 전류가 빠르게 흐를 수 있다.

배터리가 방전되면 녹은 금속의 위 층은 얇아지고 아래 층은 두꺼워진다. 배터리가 충전되면 그 두께는 반대로 된다.

고체 전극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균열 및 기타 형태의 기계적 고장이 발생하기 쉽지만 액체 전극은 사용에 따라 열화되지 않는다.

실제로 앰브리 연구팀은 전지가 충전될 때마다 맨 아래 층에 증착된 상부 금속의 이온이 맨 위 층으로 되돌아가 그 과정에서 전해질을 정화하는 모습을 확인했다.

또한 전지 구성 요소들이 자연스럽게 스스로 분리되기 때문에 마모의 영향을 받는 멤브레인이나 분리막이 필요없다. 액체 전지는 전력 용량의 손실이나 유지보수 또는 서비스를 할 필요없이 많은 충방전을 수행해야 한다.

그리고 액체 구성 요소들의 스스로 분리되는 특성은 기존 전지에 비해 간단하고 손쉽게 저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게 해 준다.

한편으로 새도웨이와 앰브리 연구팀은 10년 전에 음극재로 사용하던 리튬이나 마그네슘을 버리고 오랜 연구 끝에 음극재를 칼슘으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새도웨이는 “우리가 상용화를 위한 여정을 시작했을 때 의지할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리튬 이온 전지 제조에서 이루어진 모든 환상적 발전은 이 전지의 경우에는 적용할 수 없었다. 화학적 성질도 다르고, 형태 인자도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제조 기계를 포함한 모든 것을 발명해야 했다”고 말했다.

간단한 구조·긴 수명의 안티몬 전지, 내년에 전력공급사·MS 데이터센터에 공급

MS는 내년에 앰브리가 만든 안티몬 전지 스토리지를 데이터센터 백업 전원용 스토리지로 도입한다. (사진=앰브리)
앰브리의 안티몬 전지 스토리지 내부 구조. (사진=앰브리)

새도웨이는 낮은 비용의 액체 금속 전지를 실현한 배경으로 리튬 이온에 비해 더 간단한 재료, 화학 및 시스템 설계와 엄청나게 긴 수명(20년)을 꼽았다.

섀도웨이는 “액체-금속 전지의 개념은 고정식 저장장치에 있어 독특한 개념이다. 리튬과 달리 가연성이 없다. 게다가 용량 감소(capacity fade)에 저항력이 있다. 이와 관련해 수년 간 운영해 본 수천 번의 충전 사이클에 대한 데이터도 갖고 있다. 이 액체금속 저장장치 운영 기간은 20년이지만 여전히 용량의 95%를 유지한다. 작동 가능한 20년 된 리튬 이온 배터리를 갖고 있는 사람이 있는가”라고 말했다.

앰브리는 이제 이런 장점을 바탕으로 한 전력공급사에 처음으로 자사 안티몬 전지 스토리지를 공급할 준비를 하고 있다.

앰브리와 전력공급사인 엑셀 에너지(Xcel Energy)는 내년초 콜로라도 주 오로라에 300kWh 용량의 전력저장 시스템 설치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 시스템은 내년 말까지 완전히 가동될 예정이다.

이 회사는 또 마이크로소프트(MS)로부터 데이터 센터 백업용 배터리를 대량으로 주문받았다. MS는 기존 디젤 발전기를 버리기 위해 배터리를 사용하고 싶어한다. 이미 MS는 앰브리의 액체 금속 전지를 가지고 시범 사업을 거쳤다.

브래드웰 앰브리 공동창업자에 따르면 앰브리의 과학자들과 엔지니어들은 2500개 이상의 액체 금속 전지 셀을 만들었고 저장된 에너지 양을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감소시키면서 수천 번의 충전-방전 주기를 달성했다. 이들의 연구는 미에너지부의 고급연구프로젝트청-에너지(ARPA-E)와 MIT 에너지 이니셔티브의 지속적인 구성원인 프랑스 에너지 회사인 토탈의 지원을 받았다.

새삼 주목받는 안티몬

앰브리는 지난 2021년 미국 퍼페투아 리소스와 안티몬 공급 계약을 맺었다. (사진= 퍼페투아 리소스)

앰브리는 규모 확대에 따른 꾸준한 안티몬 공급처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인베스터 인텔에 따르면 오늘날 세계 안티몬의 거의 90%가 중국, 러시아 및 타지키스탄에서 생산된다. 특히 중국은 안티몬과 그 화합물의 가장 큰 생산국이며 생산량 대부분은 후난성 시쿠앙산(锡矿山) 광산에서 나온다.

지금까지 금속 안티몬은 주로 납 및 주석과의 합금에 활용되면서 납땜, 총알, 베어링은 물론 자동차 축전지(납-산 배터리)의 납 합금판 강도 향상에 쓰였다. 또한 삼산화 안티몬은 할로겐 함유 난연제에 들어가는 첨가제이기도 하다. 이밖에 안티몬은 반도체 도펀트로도 사용된다.

지난 2021년 8월 앰브리는 몇 안 되는 미국내 안티몬 생산업체 중 하나인 퍼페투아 리소스(Perpetua Resources)와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캐나다의 광물 탐사 회사인 몰튼 메탈스 코퍼레이션(Molten Metals Corporation)또한 북미에서 안티몬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이 회사는 1960년대 이후 버려진 캐나다 노바스코샤 안티몬 광산에 대한 광업권을 가지고 있다. 브룩클린 리드 몰튼 메탈스 대표는 광산 운영을 재개하기 위해 기존 토지 소유자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새도웨이 앰브리 공동창업자는 “북미에는 안티몬이 있다. 중국에서만 발견되는 것이 아니다. 시장의 요구를 충족시켰다면 더 많은 자원을 계속 찾을 수 없다. 현재 안티몬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으며 공급은 성장에 보조를 맞출 수 있다. 이러한 요구가 증가함에 따라 더 많은 자원을 찾을 수 있다. 우리는 지구 지각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것 이상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앰브리의 안티몬 액체-금속 전지 상용화는 전세계 2차전지 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오게 될까.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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