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일선서 물러난 넥슨 김정주, ‘제 2의 도전’ 시작되나?

[AI요약] 김정주 NXC 대표가 29일 대표직에서 사임한다고 밝혔다. 후임으로는 이재교 브랜드홍보본부장이 선임됐다. 향후 김 전 대표는 회사 주요 의사결정에만 참여, 향후 미래 사업 발굴과 인재 양성에 집중하기로 했다. 김 전 대표의 퇴임 배경을 두고 업계에서는 진경준 전 검사장 뇌물수수 사건을 비롯한 여러 문제들로 쌓인 경영 피로감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퇴임을 발표한 NXC 김정주 대표(좌), 후임 대표로는 이재교 브랜드홍보본부장(우)이 선임됐다. (사진=NXC)

우리나라 게임 업계에 굵직한 획을 그은 넥슨의 창업자 김정주 대표가 29일 지주사인 NXC 대표직에서 사임한다고 밝혔다.

후임으로는 오랫동안 김 대표를 보좌했던 NXC 이재교 브랜드홍보본부장이 선임됐으며, 다국적 투자은행 UBS 출신 알렉스 이오실레비치를 글로벌 투자총괄 사장(CIO)로 영입했다.

전문경영인을 내세운 김정주 전 대표는 사내 이사와 NXC 등기 이사직은 유지하며 회사 주요 의사결정에만 참여, 향후 미래 사업 발굴과 인재 양성에 집중하기로 했다. 

오랜 기간 신뢰한 복심과 투자 전문가에게 경영 맡겨

김정주 전 대표는 “지주회사 전환 후 16년 간 NXC 대표이사를 맡아왔는데, 이제 역량 있는 다음 주자에게 맡길 때가 됐다고 판단했다"고 사임 의사를 밝혔다.

이어 새로 선임 된 이재교 신임 대표에 대해 "넥슨컴퍼니의 역사와 DNA에 대한 이해가 높은 분으로, NXC의 다양한 의사결정과 경영활동을 수행하는데 최적의 인물"이라고 언급하며 "함께 일해 온 지난 20여 년 동안 한결 같은 성실함과 우리 사회에 대한 따뜻한 시각으로 늘 저에게 긍정적인 자극을 주었던 분"이라는 말로 두터운 신임을 표했다.

1998년에 넥슨에 입사한 이재교 신임 대표는 넥슨 홍보이사를 거쳐 2012년 지주사인 NXC로 이동해 사회공헌 및 커뮤니케이션 분야를 이끌어 왔다. 2018년 넥슨컴퍼니 내 사회공헌을 총괄하는 넥슨재단 설립을 주도, 이사로도 재임 중이었다.

이 신임 대표는 "23년 전 재기 발랄하고 엉뚱한 천재들에 반해 넥슨에 합류했다”고 기억을 되돌아보며 “창의와 혁신으로 산업을 이끌어 온 김정주 대표님의 기업가 정신을 이어받아, NXC가 지속적으로 추구해 왔던 미래에의 도전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말로 취임 각오를 밝혔다.

신임 알레스 이오실레비치 CIO는 글로벌 투자 전문가로 2011년 넥슨의 도쿄증권거래소 상장을 이끄는데 역할을 하는 등 NXC와 오랜 인연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NXC)

한편 CIO로 선임 된 알렉스 이오실레비치는 지난 10여 년간 NXC와 넥슨의 글로벌 비즈니스를 위한 투자자문 역할하며 인연을 쌓아온 인물이다. 그는 특히 2011년 넥슨의 도쿄증권거래소 상장을 이끄는데 기여하기도 했다. 또한 도이치뱅크와 바클레이즈 캐피털에서 글로벌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투자 및 기업금융자문을 거쳐 다국적 투자은행 UBS의 미디어산업 기업금융 부문을 총괄하기도 한 전문가다. 향후 이오실레비치 CIO는 미국 뉴욕시를 거점으로 활동할 계획이다.

김 전 대표는 신임 알렉스 이오실레비치 CIO에 대해서도 “세계 유수의 글로벌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성공적으로 성장해 나가는 데 크게 기여한 인물"이라고 평가하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어 김 전 대표는 "두 사람이 전 세계를 선도하는 회사들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회사를 성장시킴으로써, 지속 가능한 기업 가치를 창출하고 사회에 보탬을 주는 기업으로 나갈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신임 알렉스 이오실레비치 CIO 역시 "전세계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NXC가 그동안 보여준 혁신과 그 역사에 감탄해 왔다"며 "NXC의 경영진으로 합류하게 돼 매우 기쁘며, 앞으로 김정주 창업자와 이재교 신임대표와 함께 미래 성장전략을 함께 고민하고 혁신을 도모하고자 한다"는 취임소감을 밝혔다.

사임 배경으로 떠오르는 ‘경영 피로감’

김정주 전 대표의 사임 배경을 두고 업계에서는 2016년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낳은 진경준 전 검사장 뇌물수수 사건을 비롯한 여러 문제들로 쌓인 경영 피로감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2016년부터 2년여를 끌어 온 재판은 넥슨의 기업 이미지에도 적잖은 데미지를 줬다.

매각 소식이 알려 진 후 당시 언론에서는 김 전 대표가 '진경준 전 검사장에 얽힌 법적 분쟁'으로 인한 피로감으로 이와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사진=YTN 뉴스 캡처)

이후 경영에 피로감을 느낀 것으로 알려진 김 전 대표가 2019년 1월 넥슨 지주사인 NXC를 매각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자신과 부인 등이 보유한 지분 전량을 시장에 내 놓은 것이다. NXC 지분 전략을 매각한다는 것은 ‘NXC>넥슨(일본법인)>넥슨코리아>10여 개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 하에서 사실상 모든 것은 매각한다는 의미였다. 충격적인 것은 매각 협상 대상이 중국 기업인 텐센트라는 것이었다. 당시 우리나라 1위 게임업체가 중국으로 넘어간다는 위기감이 고조되며 그는 다시금 의도치 않게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매각은 가격에 대한 서로의 입장 차로 좌절됐고, 이후 김 전 대표는 좀체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며 경영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기색을 볼 수 없었다. 이러한 김 전 대표의 행보를 두고 업계에서는 ‘김 전 대표가 게임 산업에 마음이 떠난 것 같다’고 보는 시각이 생겨났다.

디즈니와 같은 콘텐츠 기업으로 방향 전환?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김 전 대표는 그 사이 NXC의 사업 다각화를 모색하며 장고에 들어갔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의 고민은 넥슨을 자신이 평소 동경했던 ‘디즈니’와 같은 콘텐츠 기업으로 만드는 것이었다고 한다. 실제 그는 그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을 비롯해 디즈니 관계자 등 세계 각지에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인물들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그의 고민은 지난해 11월 신임 사외이사에 케빈 메이어를 영입하고 최근 16일 월트디즈니와 액티비전블리자드 출신의 엔터네인먼트 전문가 닉 반 다이크를 수석 부사장 겸 최고전략책임자(CSO)로 선임하며 실행으로 옮겨졌다.

닉 반 다이크 CSO는 월트디즈니에서 2005년부터 10년 간 기업 전략과 사업 개발 부문 수석 부사장으로 일하며 디즈니의 픽사・마블・루카스필름 인수를 주도하는 등 사업 전반의 전략 수립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 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넥슨에서 글로벌 전략 수립 ·인수합병(M&A)·경영 개발·지식재산권(IP) 관리·파트너십 등의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또 던전앤파이터・바람의나라・메이플스토리・카트라이더와 엠바크스튜디오 개발 신작 등 넥슨 글로벌 IP를 기반으로 콘텐츠 사업을 펼치게 될 ‘넥슨 필름&텔레비전’도 맡았다.

앞서 선임된 케빈 메이어 사외이사는 전 월트디즈니의 최고 전략 책임자(CSO)로 닉 반 다이크 CSO와 함께 픽사, 마블 엔터테인먼트, 루카스필름, 폭스 등의 인수를 이끌었다. 2018년에는 월트디즈니의 디즈니플러스, ESPN플러스, 훌루(Hulu) 등 서비스 운영을 총괄했으며 최근까지 글로벌 동영상 공유 앱 틱톡 CEO와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 COO를 역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NXC 관계자는 "김 전 대표가 그 동안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사업적 기회를 찾아보기도 했지만, 특히 미래세대에 도움 될 만한 사업에 관심이 많았다"며 "향후에는 과거보다 자유로운 위치에서 교육, 문화 사업, 핀테크 등 우리 미래 세대를 위해 고민하고 그들을 위한 역할을 할 듯 하다”는 입장을 조심스레 밝혔다.

넥슨 신화 만든 김정주 대표의 지난 시간

김정주 전 대표는 1989년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 시절 아버지 김교창(넥슨의 첫 벤처투자자), 대덕전자 김정식 회장(넥슨의 첫 엑셀러레이터) 등의 도움으로 가승개발이라는 회사를 세워 대기업의 소프트웨어 하청을 시작하면서 업계에 들어왔다.

이후 1994년 대학시절 친구이자 공동창업자인 송재경 현 엑스엘게임즈 대표이사 등과 출세작 ‘바람의 나라’를 개발하며 1996년 넥슨을 설립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송재경 대표는 김정주 전 대표와 불화로 넥슨을 퇴사했다.

한국 게임사에 한 획을 그은 넥슨은 김정주 전 대표의 오랜 꿈이기도 했다.

이후 넥슨은 메이플스토리, 크레이지아케이드, 카트라이더, 마비노기 등을 성공시키며 외부 투자 한 번 없이 2011년 일본법인 넥슨재팬을 도쿄거래소에 상장시켰다. 상장과 함께 넥슨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시가총액이 큰 온라인 게임사로 등극했다. 김정주 전 대표의 오랜 꿈이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김정주 전 대표가 넥슨 창업 과정을 다룬 책 ‘플레이’에 따르면 그의 오랜 꿈은 일본의 닌텐도를 뛰어 넘는 게임회사를 만드는 것이었다. 다음으로 자서전에서 언급된 또 다른 이야기는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돈을 내는 디즈니의 100분의 1이라도 따라가고 싶다”는 것이었다. 현재 미국 할리우드에서는 넥슨이 보유한 게임 IP를 활용한 애니메이션, 영화, TV드라마 등의 제작이 추진되고 있다. 따지고 보면 그는 자신이 꿈꿔온 것을 차례대로 진행시키고 있는 셈이다.

세계 최고의 게임회사를 만들어 낸 후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법적 분쟁, 매각 시도, 그리고 다시 퇴임에 이르기까지 우여곡절 많았던 시간을 뒤로하고 그는 좀 더 자유로운 입장이 되어 꿈을 향해 가고 있다.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 그가 만들어 낸 새로운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들려올 듯하다. 퇴임을 밝히며 "저는 보다 자유로운 위치에서 넥슨컴퍼니와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는 길을 찾겠다"고 한 그의 말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황정호 기자

jhh@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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