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의 미래는 라이브 커머스인가?

[AI 요약] 카카오가 라이브 커머스 기업 그립컴퍼니를 인수했다. 카카오의 그립컴퍼니 인수로 안 그래도 치열한 이머커스 기업 간 경쟁은 더욱 격화될 조짐이다. 최근 라이브 커머스에서 나타나는 경향은 쇼핑 방송의 ‘예능화’다. 이러한 라이브 커머스가 기업들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이제 초기 시장이며 향후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점 때문이다. ‘소비자의 시간’을 확보한 플랫폼은 이를 기반으로 추가적인 비즈니스 모델 적용이 가능하다는 점 또한 매력적이다.


이커머스 기업들이 저마다 라이브 커머스 시장을 공략하며 2022년은 경쟁이 더욱 치열해 질 전망이다. (사진=그립)

카카오가 라이브 커머스 기업 그립컴퍼니를 인수했다. 1800억원 투자로 약 50%의 지분을 확보한 것이다. 카카오 공동체 일원이 된 그립은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 ‘그립’을 통해 창업 2년 10개월만에 앱 다운로드 200만, 누적 거래액 1000억원 달성으로 450배 성장을 이루며 이커머스 업계에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이와 같은 그립의 성공 요인은 소셜미디어, 블로그 등 한정된 채널을 통해 상품을 팔던 중소 셀러들에게 판을 만들어 준 것을 꼽을 수 있다. 라이브 커머스에 필요한 영상 제작 지원과 노하우 전수, 그리퍼를 통한 판매 지원, 고객과 즉각적인 소통을 통한 개별 셀러의 팬덤 형성은 신뢰를 기반으로 한 매출 증대로 이어졌다.

재미있는 것은 그립컴퍼니의 김한나 대표가 네이버 출신이라는 점이다. 그립컴퍼니가 카카오에 인수되며 이제 친정 기업인 네이버와 이커머스 시장에서 빅테크 대 빅테크로 경쟁하게 됐다.

카카오의 그립컴퍼니 인수로 안 그래도 치열한 이머커스 기업 간 경쟁은 더욱 격화될 조짐이다. 네이버, 쿠팡, 신세계(SSG닷컴+이베이) 등 3강을 비롯해 11번가, 롯데, 위메프, 티몬, 카카오 순이었던 이커머스 기업 순위도 카카오가 그립컴퍼니로 라이브 커머스 경쟁력을 확보하며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더구나 올해 3분기 누적 결제액 기준 이베이코리아를 제친 배달의민족의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이 내년 본격적인 이커머스 플랫폼 도약을 선언하고 나서는 상황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 진다는 것은 그리 나쁜 소식은 아니다. 저마다 소비자를 사로잡기 위한 서비스 경쟁에 나설 것이 때문이다. 다만 이커머스 업계의 절대 강자가 없는 상황에서 적잖은 기업들이 수년간 적자를 감수하며 경쟁하는 ‘치킨게임’을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산업적 측면에서 봤을 때 우려되는 부분이다.

소비자 거부감을 팬덤으로 바꾼 라이브 커머스

그립의 라이브 커머스 모델을 벤치마킹한 이커머스 업계의 라이브 커머스 시장 진출은 지난해부터 본격화됐다. (이미지=그립)

라이브 커머스의 특징은 단순히 물건 판매만이 목적이 아니라는 점이다. 생방송을 통해 판매자가 직접 제품을 체험해보고 즉흥적으로 소비자가 요청에 호응한다. 그 과정에서 소비자는 물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과 더불어 판매자에 대한 호감도 가지게 된다. 판매자는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댓글에 일일이 소비자 닉네임을 호명하며 반응하고 그러한 소통이 쌓여 급기야 판매자에 대한 팬덤까지 형성된다.

실제 그립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특정 셀러를 대상으로 형성된 팬덤은 개별 커뮤니티까지 만들고, 오프라인 모임까지 가지며 흡사 인기 연예인의 팬클럽과 같은 활동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은 라이브 커머스가 오래도록 정형화돼 왔던 이른바 ‘쇼핑 방송’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비자들은 그간 무조건적이고 노골적으로 판매에만 혈안이 된 쇼핑 방송 콘텐츠에 피로감이 누적돼 왔다. 재미도 없고, 친숙한 셀럽이 등장했다고 해도 기존에 봐 왔던 모습, 혹은 팬의 입장에서 기대한 모습 대신 열성적인 판매자로서의 모습만을 보일 뿐이다.

그런 이유로 사실, MZ세대로 불리는 소비자 집단은 기성 쇼핑방송을 외면한지 오래가 됐다. IPTV나 유튜브 광고 역시 이들에게는 무심코 스킵(skip) 되는 대상일 뿐이다. 그런 그들이 라이브 커머스에 반응하고 있다는 점은 등장 초기 쇼핑 방송을 ‘홈쇼핑의 모바일화’로 치부했던 기업들의 눈을 다시 돌리게 하고 있다.

최근 라이브 커머스에서 나타나는 경향은 쇼핑 방송의 ‘예능화’다. 대 놓고 상품 판매를 위한 방송임을 드러내면서도 판매자가 진심을 담아 소통하는 과정에서 때로는 해당 상품 판매 목표치 달성이 판매자와 팬으로 변한 소비자의 ‘공동의 목표’가 되는 묘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그립에서 진행되는 김인석의 공동구매 라이브는 독특한 진행 방식으로 구매자들이 자발적인 서포터로 활동하기도 한다. (사진=그립)

대표적인 예가 그립에서 진행되는 ‘김인석의 공동구매’ 라이브다. 특정 인원이 채워져야 할인 판매가 진행되는 특성, 그리고 실시간으로 나가고 들어오는 인원을 직관적인 UI로 시청자(소비자)들과 공유하며 이미 구매한 사람들도 할인을 받기 위해 응원자, 서포터로서의 역할을 하게 끔 기획이 됐다.

그 외에도 그립은 경매, 손 들기, 주사위 굴리기, 초성 퀴즈 등 게임 형식, 시정자들의 투표로 우승자를 가르는 ‘JUST DO IT’ 등 예능감을 장착한 오리지널 콘텐츠로 시청자들의 ‘시간’을 획득했다.

라이브 커머스는 시간과 장소의 제약도 벗어났다. 수산물을 직접 수확하는 배 위, 과일을 수확하는 과수원에서 휴대폰으로 방송을 하는 판매자도 있다. 새벽 경매 시장, 동대문 의류 매장도 예외가 아니다. 즉시 시청자가 원하는 옷을 착용하며 구매 대행까지 이뤄진다.

이러한 라이브 커머스가 기업들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이제 초기 시장이며 향후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점 때문이다. ‘소비자의 시간’을 확보한 플랫폼은 이를 기반으로 추가적인 비즈니스 모델 적용이 가능하다는 점 또한 매력적이다.

이커머스 업계의 치킨게임, 결판 날때까지 경쟁 중

올해 이커머스 업계의 합종연횡은 그야말로 영화와 같았다. G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가 신세계그룹에 인수되며 SSG닷컴을 포함한 신세계그룹은 단숨에 이커머스 강자 반열에 등극했다. 이커머스 1세대 기업인 인터파크 역시 지난 10월 야놀자에 쇼핑을 포함한 사업부문이 인수되며 변화를 맞았다. 1세대 이커머스 기업들의 몰락은 치열한 경쟁 속에 이어지는 시장 점유율 감소와 적자를 이겨내지 못했기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한 상황은 신흥 강자로 등장한 쿠팡, SSG닷컴도 예외가 아니다. 이들 기업들은 모두 지난 3분기 지난해 동기 대비 큰 폭의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신세계(이마트)의 이베이코리아 인수는 올 하반기 이커머스 업계 최대 뉴스 중 하나였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커머스 업계의 전반적인 적자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자상거래 시장 거래액은 2018년 이후 매년 16~20%씩 증가해 왔다는 점이다. 이는 코로나19 상황을 거치면서 더욱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매출액만 봤을 때 기업들의 매출 규모 역시 매년 증가세에 있다.

통계청의 온라인쇼핑 동향을 보면 각 기업들의 3분기 매출액은 쿠팡이 5조4780억 원으로 작년 3분기 대비 48.1%, 네이버 커머스 부문이 3803억 원으로 33.2%, SSG닷컴이 3865억 원으로 14.7% 증가했다.

그럼에도 적자 폭이 증가하는 것은 가격경쟁, 배송 등의 서비스 경쟁이 격화되며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기업들이 물류, 유통망 강화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3강으로 불리는 쿠팡, 네이버, 신세계그룹의 점유율 차이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더욱 심화되고 있다.

더구나 최근 배달 업계를 평정한 ‘배달의민족(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의 김범준 대표가 지난달 열린 ‘우아한테크콘서트(우아콘 2021)’ 기조 연설에서 “배민은 더 이상 그냥 음식 배달앱이 아니다”라며 “앞으로는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진화할 것”이라 선언하며 이커머스 시장 진출 선언을 한 상황이다.

우아한형제들은 2019년 11월 출시한 서비스 ‘B마트’를 시작으로 라이브커머스, 배민상회, 전국별미 등 연이어 서비스를 내 놓으며 공격적으로 이커머스 역량 구축에 힘 쏟아 왔다. 이러한 배경과 더불어 김 대표의 이커머스 시장 진출 선언은 올해 3분기 누적 결제앱 순위에서 배민이 네이버, 쿠팡에 이어 3위를 차지한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배민이 우리나라 20대가 가장 많이 결제한 온라인 서비스 1위를 차지한 것도 김 대표가 자신감을 드러낸 이유가 됐다.

라이브 커머스에 집중하는 이커머스

카카오의 그립컴퍼니 인수는 이커머스 업계 경쟁이 라이브 커머스로 확대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카카오의 그립컴퍼니 인수로 라이브 커머스에 대한 이커머스 업계의 관심은 고조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라이브 커머스의 수많은 장점은 이미 네이버를 비롯한 업계가 확인한 상황이다.

카카오는 네이버, 쿠팡, 신세계 등 3강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그립을 통해 차별화 전략으로 승부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립의 플랫폼 경쟁력과 카카오 공동체의 확장성, 기술력 등을 연결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카카오가 지난해 10월 출시 후 누적 시청자 5000만명을 돌파한 ‘카카오쇼핑 라이브’와의 시너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이는 카카오가 최근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소상공인 상생 방안과도 접점이 적지 않다. 이미 많은 비즈니스 파트너를 보유하고 있는 카카오톡 채널과 연계도 기대 이상의 시너지를 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네이버의 쇼핑라이브는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들을 대상으로 기술지원을 하는 형식으로 대중화 전략을 펼쳐왔다. (이미지=네이버쇼핑)

한편 빅테크로서 카카오와 경쟁 중인 네이버는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들에게 기술지원을 하는 식으로 라이브 커머스의 대중화 전략을 펼치며 우위를 유지하려 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7월 쇼핑 라이브를 통해 라이브 커머스를 본격화한 네이버는 누적 시청자수 1억 7000만뷰, 누적 구매자 170만명을 돌파하고 있다. 하지만 그립을 품은 카카오가 네이버와 비슷한 방식으로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보이며 2022년은 두 빅테크 간 라이브 커머스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라이브 커머스 인프라 구축에 나선 것은 쿠팡도 마찬가지다. 기존 직매입 상품 위주로 진행된 라이브 판매를 오픈마켓 영역까지 확대하고 나선 것이다. 판매 품목도 뷰티 상품을 넘어 가전과 생필품으로 확대되고 있다.

또한 본격적인 사업 확대를 위해 크리에이터 발굴을 위한 전용 사이트 구축, 콘텐츠 기획 및 판매 데이터 분석 전문가를 영입하고 나섰다.

교보증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000억원에 불과했던 국내 라이브 커머스 시장 규모는 올해 2조 8000억원 내년에는 6조 2000억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23년에는 10조원 규모를 웃돌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엄청난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치킨게임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커머스 기업들 앞에 놓인 라이브 커머스 시장이 ‘새로운 돌파구’가 될지, ‘독이 든 성배’가 될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듯 하다.

황정호 기자

jhh@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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