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우려가 기대 앞선다…한국은 '가장 낙관적'"...글로벌 AI 인식 조사

  • 미 퓨리서치센터 '글로벌 AI 인식' 25개국 조사, 절반이 AI에 우려
  • 한국은 61% "기대와 우려 반반"...한국 직장인 절반 이상 AI로 업무
  • EU 규제 신뢰 53%로 가장 높아…미국·중국은 저조

인공지능(AI)의 급속한 확산에 전 세계인들의 우려가 기대감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국은 조사 대상국 중 AI에 대한 우려가 가장 낮은 국가로 확인됐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지난 15일 발표한 '글로벌 AI 인식 조사'를 보면, 25개국 성인 가운데 34%가 "AI 확산이 걱정된다"고 답했다.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느낀다"는 응답은 42%였고, "기대가 더 크다"는 응답은 16%에 불과했다.

이번 조사는 2025년 1월 8일부터 4월 26일까지 아시아·태평양, 유럽, 라틴아메리카, 중동·북아프리카, 북미,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 25개국 성인 2만833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AI에 대한 국가별 인식(출처=퓨리서치센터)

그런데 한국은 달랐다. AI 증가에 "우려가 더 크다"고 답한 한국인은 16%에 그쳤다. 25개국 중 가장 낮은 수치다.

더 흥미로운 건 한국인의 61%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느낀다"고 답했다는 점이다. 무작정 낙관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두려워하지도 않는 신중한 태도를 보인 셈이다. "기대가 더 크다"는 응답도 22%로 이스라엘(29%) 다음으로 높았다.

이런 낙관론은 단순한 기대감이 아닌 실제 경험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지난 8월 발표한 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한국 직장인의 63.5%가 생성형 AI를 사용하고 있으며, 업무용으로만 따져도 51.8%가 활용 중이다. 미국의 업무 활용률 26.5%와 비교하면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사용 시간도 압도적이다. 한국 직장인들은 AI를 주당 평균 5~7시간 사용중이다. 미국(0.5~2시간)과는 비교가 안 된다. 하루 1시간 이상 쓰는 '헤비 유저' 비중도 한국이 78.6%로 미국(31.8%)의 2배가 넘었다.

한국은행은 "생성형 AI 확산 속도가 인터넷 도입 때보다 8배 빠르다"며 "챗GPT가 나온 지 불과 3년 만에 이런 활용률을 보인 건 기술 수용 속도의 혁신적 변화"라고 평가했다.

반면 경제 선진국들의 불안감은 컸다. 미국, 이탈리아, 호주, 브라질, 그리스에선 절반가량이 "AI가 걱정된다"고 답했다. 특히 미국은 50%가 우려를 표명했는데, 이는 AI를 주도하는 나라치고는 아이러니한 결과다.

우려 수준이 낮은 나라는 한국(16%) 다음으로 인도(19%), 이스라엘(21%), 나이지리아(24%), 터키(26%), 일본(28%), 독일(29%) 순이었다. 영국과 아르헨티나, 스페인은 39%, 프랑스는 35%가 우려를 나타냈다.

흥미롭게도 어떤 나라도 "주로 기대된다"는 응답이 30%를 넘지 못했다. AI 시대를 맞은 세계인의 심리가 조심스럽고 복잡하다는 방증이다.

AI를 얼마나 아느냐는 국가 경제력과 직결됐다. 일본, 독일, 프랑스, 미국 같은 부유한 나라에선 성인 절반가량이 "AI에 대해 많이 들어봤다"고 답했다. 반면 인도는 14%, 케냐는 12%에 그쳤다.

전체적으로 보면 34%가 "많이 들어봤다", 47%가 "조금 들어봤다", 14%가 "전혀 모른다"고 답했다. AI가 화제지만 아직 모르는 사람도 적지 않다는 얘기다.

AI 규제는 누가 맡아야 할까. 이 질문에 대다수 국가에서 "자국 정부"라는 답이 나왔다. 인도 89%, 인도네시아 74%, 이스라엘 72%가 자국 정부를 신뢰한다고 밝혔다. 그리스는 22%만 자국 정부를 믿는다고 답해 대조를 이뤘다.

미국인들의 답은 갈렸다. 자국 정부를 신뢰한다는 응답이 44%, 불신한다는 응답이 47%로 팽팽했다. 정치 성향별로 보면 공화당 지지자의 54%가 신뢰한다고 답한 반면, 민주당 지지자는 36%에 그쳤다.

국제기구로 눈을 돌리면 유럽연합(EU)에 대한 신뢰가 가장 높았다. 전체 중앙값 기준으로 EU 신뢰도는 53%로, 미국(37%)과 중국(27%)을 앞섰다. AI를 주도하는 미국과 중국보다 EU를 더 믿는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연령대별로 보면 젊은층이 AI에 훨씬 우호적이었다. 거의 모든 나라에서 35세 미만이 50세 이상보다 AI를 더 많이 알고 기대감도 컸다.

그리스에선 35세 미만의 68%가 "AI를 많이 안다"고 답한 반면, 50세 이상은 20%에 그쳤다. 이스라엘의 경우 젊은층 46%가 "기대가 크다"고 답했지만, 고령층은 15%만 같은 답을 했다.

성별로는 남성이 여성보다, 고학력자가 저학력자보다 AI를 더 많이 알고 덜 불안해했다.

한국이 유독 낙관적인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기술 수용도가 높은 문화와 함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세계적 반도체 기업의 존재를 꼽는다. AI 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보니 막연한 두려움보다는 실용적 접근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 직장인들은 AI를 활발히 쓰면서도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기술에 대한 맹목적 수용이 아닌, 경험에 기반한 균형 잡힌 시각으로 해석된다.

이번 조사는 AI 기술이 빠르게 퍼지고 있지만, 사람들의 신뢰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재엽 기자

anihil@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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