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폐업 예고된 가상자산 거래소, 구제 가능할까?

[AI 요약] 특금법 시행을 앞두고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9월 24일까지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를 완료해야 한다. 문제는 사업자 신고 접수를 마친 4곳의 대형 거래소조차 신고 수리요건을 100%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거래소 외에 이른바 ‘가상자산은행’으로 불리기도 하는 가산자산예치사업자들의 경우 특금법 개정안 적용 대상인지 여부조차 명확치 않아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가상자산 거래소를 대상으로 6개월 간 유예됐던 특금법 개정안 적용이 한 달 여 앞으로 다가왔다. (사진=pexels)

오는 9월 25일 가상자산 거래소를 대상으로 유예됐던 특정금융거래법(특금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요건을 맞추지 못해 줄 폐업이 예상되는 거래소를 대상으로 구제책 마련을 위한 당정 협의가 추진되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알려진 바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가상자산특별위원회는 9월 첫째주 금융당국을 통해 가산자산 거래소 신고 및 심사 진행상황 등을 듣고 제기된 여러 문제들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특금법 개정안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국제 기준에 따라 불법자금 세탁과 테러 자금 조달을 방지하고 규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특금법의 적용 대상을 가산자산 거래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지난해 3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다만 가산자산 거래소의 경우 요건에 맞춰 신고할 수 있게끔 하기 위해 6개월의 적용 유예 기간을 뒀다.

이에 가산자산 거래소들은 향후 거래소 운영을 위해 개정안이 적용되는 오는 9월 25일 하루 전인 24일까지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가산자산사업자 신고를 완료 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문턱 높은 사업자 신고 요건, 은행들의 소극적 태도 이중고

사업자신고를 위해 가산자산 거래소가 맞춰야 할 조건은 우선 개인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이다. 이를 위해 거래소들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정보자산 보호를 위한 관리체계의 적합성 심사를 요청한 뒤 각종 인증을 받아야 한다.

그 외에도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서비스를 시행해야 한다. 이는 자금세탁 등의 범죄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가산자산 거래에 은행의 실명확인을 거친 입출금 계좌 이용을 필수로 하고 있다.

특금법 개정안이 적용되는 9월 25일 전까지 가상자산 거래소가 사업자 신고를 완료하기 위해서는 ISMS 인증,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서비스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사진=pexels)

이제까지 가상자산 거래소 대부분은 법인계좌 아래 가상 계좌번호를 만들어 다수의 개인계좌를 두는 간접적인 방식, 이른바 ‘벌집 계좌’로 불리는 집금계좌를 통해 투자금을 관리해 왔다. 이는 불법자금 입금 시 금융당국 추적이 어렵고 실명확인을 거치지 않아 대포통장 등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지적돼 왔다.

문제는 기존 은행들이 계좌를 발급해준 거래소의 안정성을 보증해야 하는 ‘연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은행이 해당 거래소의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여부를 비롯해 고객의 예치금과 자기 재산 분리 관리 여부, ISMS 인증 여부 등을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는 의미다.

은행으로서는 연대 책임의 위험 부담과 함께 확인할 요건들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그로 인해 얻는 수수료 수익 등은 크지 않아 굳이 실명계좌 발급 제휴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렇듯 은행들이 소극적인 입장인 상황에서 특금법 개정안 유예 기간 종료는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현재 시중은행의 실명 확인 입출금계좌를 발급받은 거래소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4곳이 유일하다.

더 큰 문제는 은행의 실명계좌를 발급받고 사업자 신고 접수를 마친 이들 4곳의 대형 거래소조차 신고 수리요건을 100%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요건을 맞추지 못한 거래소의 줄폐업은 투자자들의 피해로 이어져 더 큰 문제로 번질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만약 사업자 신고를 하지 못한 중소 거래소가 갑작스레 폐쇄되며 고객 예치금을 반환하지 않을 경우 피해를 본 투자자는 직접 소송을 제기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기 때문이다.

가산자산예치사업자들은 어쩌나?

그 외에도 문제는 또 있다. 거래소 외에 이른바 ‘가상자산은행’으로 불리기도 하는 가산자산예치사업자들의 경우 특금법 개정안 적용 대상인지 여부조차 명확치 않아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특금법 개정안 적용 유예 기간이 종료되기 전까지 사업자 신고 수리가 안된 가상자산 거래소를 비롯해 법 적용이 모호한 가상자장예치사업자를 방치할 시 대규모 줄 폐업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사진=pexels)

일례로 가산자산 자동 투자 서비스인 ‘헤이비트’를 운영하는 업라이즈는 금융 당국에 문의 결과 가상자산사업자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유권 해석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유권 해석에 따르면 헤이비트는 자산은 고객 계좌에 그대로 있고 알고리즘을 통해 소프트웨어적인 지시만 내리는 서비스라 해당이 안된다는 것이다. 암호화폐 자산운용사 델리오 역시 자사 홈페이지에 특금법 개정안 대상이 아니라고 안내하고 있다.

그 외에도 여러 가산자산예치사업자들은 자체적인 법률 자문 등을 통해 자의적으로 특금법 개정안 적용 대상 여부를 판단하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특금법 개정안을 앞두고 이렇듯 애매한 상황이 연출되는 것은 금융 당국이 제시하는 사업자 신고 요건이 가산자산 거래소 중심으로만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상황에서 특금법 개정안이 적용되면 사업자 신고 요건을 갖추지 못한 거래소는 물론이고 법 적용 여부가 모호한 가산자산예치사업자 등이 무더기로 규제 대상이 되며 시장에 대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확고한 금융당국, 담판 나선 여당

이러한 상황에서 여야는 저마다 가상자산특별위원회를 출범 시키고 가상자산사업자의 제도권 편입과 투자자 보호 등의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업계와 국민의힘 가상자산특위는 특금법 개정안 시행 연장을 주장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이미 유예기간을 6개월 줬고, 연장을 한다고 해도 악용될 소지가 크다”며 법 시행 원칙에는 흔들림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민주당 가상자산특위 측은 시장의 혼란을 최소화하며 기준에 맞지 않는 거래소의 질서있는 퇴출 방안 모색하는 방향으로 당정 협의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은 또한 실명계좌 발급에 소극적인 은행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금융당국과 협의를 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하지만 법 시행이 불과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넘어야 할 문턱은 한 둘이 아니다. 우선 27일로 예정된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를 꼽을 수 있다. 청문회를 앞두고 후보자를 둘러싼 여러 의혹들이 불거지며 청문보고서 채택에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당 단독으로 임명이 강행된다고 해도 금융당국의 기존 입장이 확고한 상황에서 업계의 바람대로 상황이 바뀔 여지도 크지 않다는 것 역시 문제다. 고 후보자 역시 과거 가상자산의 변동성을 문제 삼으며 화폐 수단이 될 수 없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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