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실감형 메타버스

애플의 Vision Pro는 현존하는 VR 기기 중 가장 선명한 화질을 제공하기 위해 엄청난 스펙을 자랑하고 있다. 비전 프로의 디스플레이에 적용된 ‘마이크로 OLED’는 생산 원가의 45% 수준을 차지할 정도로 매우 비싼 부품으로, 2개 디스플레이를 합쳐서 2300만 픽셀을 밀집시킨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 시스템으로 4K가 넘는 6K 수준의 고화질을 제공하며 몰입감을 극대화하고 있다. 가상세계를 보다 사실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려는 이러한 노력은 기존의 메타버스에 실망한 사용자들에게 게임 같은 어린이용 오락거리를 아닌 남녀노소 모두가 직관적으로 몰입하여 즐기고 현실처럼 활용할 수 있는 초실감형 메타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이다.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지금까지의 메타버스가 주목받지 못한 가장 큰 원인으로 화질과 그래픽 퀄리티를 꼽는다. 픽셀형식의 단순 게임 수준의 낮은 퀄리티를 보여준 기존의 메타버스 서비스들로 인해, 이용자들이 메타버스에서 꿈꾸던 경험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고 이런 이유로 메타버스가 금방 질리게 된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동안의 메타버스는 이름만 메타버스이고 가상공간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기에는 기술적으로 부족했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보다 현실감 있는 가상공간이 제공된다면 소비자들이 메타버스에 흥미를 느끼게 될 거라 생각하고, 마치 현실 세계처럼 실감나는 경험이 가능한 초실감형 메타버스 세상을 구축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칼리버스가 개발 중인 ‘롯데 메타버스(가칭)’ 시연 화면 (출처 : 롯데정보통신)

한국기업인 칼리버스(롯데정보통신의 자회사)가 개발 중인 '롯데 메타버스’도 초실감형 메타버스를 지향하고 있는 프로젝트다. CES 2023에서 버추얼 쇼핑과 K팝 등을 즐기는 여의도와 비슷한 크기의 실감형 메타버스를 선보인 칼리버스는 그래픽의 현실감이 더욱 업그레이드된 버전을 6월 ‘2023 메타버스 엑스포’에서 공개했다. 사실적 그래픽과 실사융합을 사용하여 구현된 칼리버스의 일명 롯데 메타버스는 실사와 동일한 롯데 쇼핑몰의 환경을 그래픽으로 구현하여 메타버스 세상에서 실제 구매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가상공간에 만들어진 쇼핑몰이지만 사실적인 그래픽으로 구현되어 마치 실제 현실 세계에서 물건을 고르고 쇼핑을 하는 재미를 유사하게 느낄 수 있도록 메타버스를 만들어가고 있다. 메타버스에서 특정 제품의 버추얼 아이템을 쇼핑하면 실제 제품이 집으로 배송되는 디지털 트윈 상품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기도 하다.

이를 위해 록시땅, FRESH, MCM, ADLV 등 명품 파트너사들의 상점이 메타버스에 현실세계의 모습과 똑같이 만들어져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 세계를 똑같이 가상공간에 구현하는 것을 말하며, 거울세계라는 용어로 표현되기도 한다. 2010년 NASA가 우주 탐사 기술 개발 로드맵에 디지털 트윈을 반영하면서 우주 산업에서 먼저 쓰여 왔으며, 미국 기업 GE가 자사의 엔진, 터빈 등 제품에 디지털 트윈 모델을 적용하면서 그 유용성이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그동안은 제조업에서 주로 활용이 되던 개념이었는데 메타버스 열풍과 함께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면서 유튱업계도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가상공간인 메타버스가 판타지 세계를 만드는 것만이 아니라, 실제 세계를 개선하는 데 사용할 때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디지털 트윈을 메타버스 무용론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주목하고 있기도 하다. 메타버스에 대해 무엇인지 개념도 명확하지 않고 10대들의 놀이터에 불과할 뿐이라는 부정적인 의견을 가진 사람들에게 메타버스가 현실 생활에 직접 연관이 있으며 효용 가치가 크다는 점을 설득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것이다. 호라이즌이나 제페토와 같은 가상세계가 주로 엔터테인먼트 용도라면 디지털트윈(거울세계)은 현실세계의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현실세계에서 해볼 수 없거나 비용이 많이 드는 것들을 디지털 트윈을 만들어 실험해 본 후에 현실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것에 활용하기 때문에 명확한 필요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트윈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현실을 그대로 가상세계에 만드는 것 이외에도 필요한 것이 있다. 바로 현실세계와 가상세계인 디지털 트윈을 연결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가상세계에서 실험한 결과를 현실에 반영하고, 현실의 변화를 가상세계에 전달하는 과정이 계속해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디지털 트윈에 클라우드와 5G(앞으로는 6G) 같은 통신기술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여기에 빠르게 현실 세계를 가상세계로 만들어 주는 인공지능과 로봇기술 그리고 메타버스 제작 기술이 결합되어 실제 세계를 그대로 재현하면서 현실세계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연결되는 디지털 트윈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디지털 트윈 사례 중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서비스로는 ‘구글 지도’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구글지도는 한국의 네이버 지도나 카카오 지도와 유사한 서비스다. 한국 국내에서는 거의 대부분 네이버나 카카오의 지도 서비스를 사용하기 때문에 구글 지도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는 않지만, 해외에 나가게 되면 이 디지털 트윈 서비스의 엄청난 위력을 실감하게 된다. 해외 어느 나라를 가든 구글 지도를 이용해서 위성사진, 로드뷰, 360도 파노라마 뷰 등 마치 현장에 있는 것처럼 정확한 위치 정보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마술 같은 경험이다. 그리고 이러한 구글 지도는 첨단 기술로 점점 더 현실과 비슷한 수준으로 발전해 가고 있다.

2023년 5월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서 열린 구글 개발자 컨퍼런스(구글 I/O) 2023에서 구글은 보다 더 사실적인 '이머시브 뷰 루트(Immersive View for Routes)'라는 기능을 구글 지도에 선보였다. 주위의 건물과 환경을 모두 3D로 구성한 뒤 교통 체증 정도, 예상 날씨까지 반영해 출발지부터 도착지까지의 모습을 마치 시뮬레이션 게임처럼 이용자에게 보여주는 기능이다. '이머시브 뷰(Immersive View)'는 구글 맵에 뉴욕, LA, 런던, 도쿄, 암스테르담, 시드니 등과 같은 세계 주요 도시의 모습을 3D로 구현해 놓은 것이다. 인도, 차로, 건물 등을 3D 모델로 시각화 할 뿐만 아니라 날씨 정보, 교통 상황 등 까지도 실제 모습처럼 표현해준다. 공항, 기차역, 쇼핑 센터 등 1000여 곳의 주요시설에 대해서는 내부 모습도 입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구축하고 있다.

구글은 구글 맵을 이른바 '디지털 트윈'화 하고 있는 것이다. 현실과 가상이 마치 쌍둥이처럼 상호 작용하도록 디지털 세상에 현실을 똑같이 복제해 두는 '디지털 트윈'을 거대한 규모의 전 세계 지도를 구축 중이다. 전 세계를 초실감형 3차원 그래픽으로 표현한 거울세계 즉 메타버스를 구축하고 있는 구글은 자신들의 디지털 복제 세상 구축에 외부 개발자와 크리에이터들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키고 있다. 구글 지도를 바탕으로 하는 AR 개발 툴을 개발하고 이를 외부에 공개하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지오스페이셜 크리에이터(Geospatial Creator)'라는 툴이 바로 구글맵을 기반으로 증강현실 콘텐츠를 창작할 수 있는 구글 지도의 차세대 무기이다. 구글이 보유한 세계 최대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의 성공 신화를 가상세계에서도 재현하려는 전략이 엿보이는 대목이라 하겠다.

패션 브랜드 '갭'(GAP)과 장난감 브랜드인 '마텔'(Mattel)은 지오스페이셜 크리에이터를 활용해 타임스퀘어의 갭 매장을 배경으로 바비 인형 AR 스토어를 만들 것을 공개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구글 지도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초실감형 메타버스 세상이 미래에 어떻게 성장해 갈 것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실제 매장처럼 똑같이 구현돼 있기 때문에 현실 세계를 돌아다니듯 탐험하고 쇼핑하고 소통할 수 있으며, 방문할 곳을 예약하는 등 현실의 보조도구로도 활용될 수 있다고 한다. 구글과 협업하여 누구든 초실감형 지도 안에 자신이 창작한 AR 콘텐츠를 만들 수 있고, 이를 구글 지도 사용자들이 이용하도록 하여 수익을 창출할 기회의 땅이 구축되고 있다.

고찬수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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