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스마트폰전쟁 촉발 ‘애플·삼성 죽이기’···부품 공급망 다져놨다

스마트폰 제조업체 별 중국 시장 점유율. (자료=카운터포인트 2023.111.10)

최근 로이터통신은 중국정부가 중국내 해외브랜드 휴대폰 사용금지 조치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 9월 중국 정부가 관공서에서 중국 휴대폰만을 사용토록 했다는 소식에 이어 그 제재 범위를 민간으로 확대한 것이다. 이는 중국정부가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 사실상의 반도체 전쟁을 선포해 어려움을 겪자 이에 대응한 성격의 스마트폰전쟁을 일으킨 성격이 짙다.

중국 정부가 미국 회사 애플을 제재하면서 한국 삼성 스마트폰까지 끼워넣고는 ‘외국산 브랜드’를 제한한다고 포장한 셈이다.

이번 조치는 특히 애플에게 치명적이다. 삼성의 중국 휴대폰 시장 점유율은 2%에 불과하지만 애플 점유율은 14%대다. 게다가 애플의 중국 시장매출이 전체 매출의 20%를 차지한다.

그런데 중국정부의 이런 정책에 미국정부가 첨단 반도체 이외의 미국산 핵심 스마트폰 부품 공급망을 막으면 위험하지 않을까. 중국정부에겐 다 믿는 구석이 있었다.

화웨이 최신 스마트폰 메이트60 프로를 해체해 분석한 결과 이 단말기엔 지난 9월 모두를 놀래킨 7나노 스마트폰 구동칩(AP)외에 다른 많은 중국산 핵심부품들이 발견됐다. 지난 두달여 동안 잇따라 발표된 중국 스마트폰 3사의 운영체제(OS)도 아직은 시작일 수 있지만 만만하게 볼것만은 아니다.

중국 정부의 이번 조치는 준비된 핵심 스마트폰 부품 및 SW 자급 능력을 바탕으로 미 정부의 반도체 제재에 반발해 미국산 애플 아이폰을 주 타깃으로 놓고 반격한 것으로 읽힌다.

중국 자오바오(聯合早報)는 화웨이가 지난 9월 출시후 중국서 선풍적 인기를 끈 최신 메이트 60프로를 중심으로 중국 스마트폰 자급 능력과 경쟁력을 살펴봤다. 또한 최근 테크인사이트는 이 스마트폰을 해체해 중국 자체 제조기술로 미국서 조달하던 첨단 반도체 이외의 핵심 부품 자체 조달공급망까지 확보했다는 것을 확인했다.

보도대로라면 애플과 삼성의 중국 스마트폰 사업은 접어야 할 판이다. 중국정부는 이를 철회하는 조건으로 뭔가를 내거는 협상을 원할지도 모른다.

중국시장에서 4분기 연속 추락한 애플 아이폰

애플 아이폰15 프로/프로맥스. (사진=애플)
화웨이의 메이트 60프로. (사진=화웨이)

중국 거대 스마트폰 회사들은 지난 10여 년 동안 매출은 물론 연구 개발 측면에서 애플과 같은 회사들을 따라잡으며 큰 발전을 보였다. 중국의 스마트폰 생태계가 세계 시장을 갈라놓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잠재력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지난 8월 말 화웨이가 신제품 메이트60 프로 스마트폰을 조용히 출시한 이후 중국 인터넷에는 “화웨이는 배부르게 먹고 애플은 추락한다”(华为吃饱, 苹果跌倒)”는 제목의 글들이 떠돌면서 화웨이가 중국 내 애플 점유율을 빼앗아갔다고 주장했다. 중국 여론이 보기에 애플이 지난 2일 발표한 애플 회계연도 4분기 실적(7.1~9.30)은 이 같은 주장을 방증한다.

9월 30일 나온 애플 4분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애플은 4년 연속 매출 감소를 기록하며 2001년에 겪었던 연속 감소에 맞먹었다. 순익이 전년 동기 대비 10.79%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매출은 전년 대비 0.72% 감소한 895억 달러를 기록했다. 애플의 중화권 매출은 전년 대비 2.5% 감소한 151억 달러로 애플의 전 세계 하락치보다 소보다 더 많이 떨어졌다. 실적 발표 당일 시장 신뢰도가 타격을 받으면서 애플 주가는 연장 거래에서 3% 넘게 하락했다.

애플의 부진한 실적은 화웨이의 올해 3분기 실적과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화웨이는 지난 10월 말 발표된 실적 보고서를 통해 올들어 3분기까지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한 4,566억 위안(624억 달러)의 매출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10월 27일 발표된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통계에 따르면 3분기 중국 전체 스마트폰 시장은 전년 동기 대비 2% 감소했지만 화웨이의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7%나 급증했다. 반면 애플은 10%나 감소했다.

이러한 통계는 화웨이의 스마트폰 하드웨어의 획기적 발전이 애플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준다. 과거 리처드 유 화웨이 소비자사업그룹 최고경영자(CEO)가 화웨이 제품 출시 과정에서 “큰 차이로 앞서 나간다(遥遥领先)”라는 문구를 반복했을 때 조롱을 받았겠지만 지금 화웨이 지지자들의 눈에 비친 화웨이의 매출 성장은 실제로 “큰 차이로 앞서고 있다”는 것이다.

자오바오가 분석했듯 애플의 부진한 실적은 순수하게 화웨이 때문만은 아니며 복합적 이유가 있다. 화웨이 메이트60 프로 출시 한참 전부터 애플의 판매량이 감소하고 있었는데, 그 원인으로는 미중 기술전쟁(에 따른 애국소비주의), 애플의 공급 제약, 혁신 부재, (아이폰 15 발표이후 불거진)품질 논란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화웨이 자체 OS 개발로 스마트폰 전쟁 시동

화웨이의 하모니 OS2. (사진=화웨이)

중국과 미국의 거대 스마트폰 업체들 간 하드웨어(HW) 싸움이 격화되는 가운데 소프트웨어(SW) 싸움도 본격화되고 있다. 화웨이는 2019년 미국의 수출 규제 대상기업 명단(엔터티 리스트)에 오른 뒤 하모니 OS(Harmony OS)를 출시하며 미-중 스마트폰 대기업 생태계 싸움에 시동을 걸었다.

미국 정부의 엔터티 리스트에 들어간 화웨이는 미 정부의 승인없이는 구글 플레이 스토어와 기타 안드로이드 애플리케이션 및 서비스에 대한 접근을 포함해 미국 제품 또는 서비스를 구매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화웨이는 여전히 안드로이드 오픈 소스 프로젝트(AOSP)를 사용할 수 있으며, 지난 몇 년 동안 자사 휴대폰의 안드로이드 앱을 계속 지원해 왔다.

생태계 조성···화웨이 이어 샤오미, 비보도 자체 OS

화웨이에 이어 샤오미와 비보 같은 중국 스마트폰 강자들도 자체 OS를 내놓았다. 샤오미의 하이퍼OS(왼쪽)와 비보의 블루OS. (사진=각사)

화웨이는 단순히 자체 OS를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이를 이용해 구글 안드로이드 OS로부터 독립된 자체 생태계를 개발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했다.

지난 9월 화웨이는 내년에 모든 기기들이 자체 제작한 시스템을 완전히 활용하는 하모니 OS 넥스트(Harmony OS NEXT) 시스템을 출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것은 차세대 새 하모니 OS가 AOSP로부터 완전히 분리돼 하모니만 자체 커널(OS의 핵심)과 앱만을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화웨이 외에도 지난 10월에는 새로운 ‘하이퍼 OS(Hyper OS)’를 탑재한 샤오미 14가 출시됐다.

중국 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샤오미의 창업자 레이쥔은 샤오미 14가 아이폰 15 프로를 벤치마킹할(따라잡을) 수 있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기기라고 주장했다.

11월 둘째주에는 또다른 중국 스마트폰 강자 비보도 자체 ‘블루 OS’를 출시했는데, 저우웨이 비보 부사장은 블루OS가 안드로이드와 호환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오바오는 중국 스마트폰 대기업들이 자체 생태계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은 미중 기술전쟁 속에서 서구 생태계와 분리하고, 이들의 울타리에 둘러싸이거나 갇혀버릴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서라고 분석했다.

미중 스마트폰 전쟁에서 중국의 스마트폰 생태계에 대한 연구개발은 아직 초기 단계로, 기업들이 서로 경쟁하며 자체적인 탐색을 하고 있는 수준으로 보인다.

일례로 이전에 구축된 화웨이의 스마트폰 OS 중 하나인 하모니 시스템이 꼽힌다. 화웨이가 지난 9월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하모니 생태계는 7억 대 이상의 기기에 설치돼 있으며, 하모니OS에 등록된 개발자는 220만 명이 넘는다. 안드로이드 생태계 스마트폰 사용자는 30억 명이 넘고, 안드로이드에 등록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는 590만 명이 넘어 하모니에 등록된 숫자를 크게 앞질렀다. (하지만 화웨이폰 OS 설치자 대비 화웨이 앱 개발자 수는 구글 OS 설치자 대비 구글앱 개발자 수보다 더높은 비율을 보인다.)

화웨이를 통해 확인한 강력한 스마트폰 부품 자체 조달 능력

테크인사이트는 11일 X(트위터)를 통해 화웨이의 최신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를 분해해 본 결과 중국이 스마트폰용 7나노공정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기린 9000S)는 물론 무선주파수(RF)칩, 증폭모듈 등에서 미국 제품을 대체했다고 전했다. (사진=X)
중국 장쑤성의 맥센드(왼쪽)는 그간 미국 스카이웍스에 의존해 오던 RF스위치(오른쪽)을 대체했다. (사진=각사)
중국 베이징 온마이크로(왼쪽)는 쿼보에서 조달하던 전력증폭 모듈을 화웨이에 공급하고 있다. 이는 이 회사가 공급하는 블루투스칩,GNSS칩,RF칩 등 다양한 칩들 중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사진=링크드인)

중국 정부가 해외 스마트폰 사용금지령이라는 수단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자체 핵심 부품 기술력 확보에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중국산 핵심 부품의 첫손가락에 꼽히는 것은 지난 9월 미국 등 서방세계를 놀라게 한 화웨이 메이트60프로에 적용한 하이실리콘의 7나노미터급 ‘기린 9000S’다. 이 스마트폰 구동 칩(AP)은 미국의 각종 대중 기술제재를 받는 상황에서 이룩한 믿기 힘든 성과였다.

하지만 화웨이와 중국 기업의 부품 자립능력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테크인사이트는 지난 11일자 X(트위터)를 통해 화웨이가 자체 기술력을 통해 하이실리콘 9000 외에도 상당한 수의 스마트폰 핵심부품을 독자적으로 확보했다고 밝혔다.

테크 인사이트의 연구원들에 따르면 화웨이가 최근 출시한 메이트 60 프로는 중국 기업들의 무선 주파수 (RF) 칩 설계 및 생산에 있어 전문성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충분히 보여준다. 이 단말기에는 장쑤성에 있는 맥센드 마이크로전자(Maxscend Micro Electronics Co.)의 RF 스위치와 베이징의 온 마이크로전자(Beijing on Micro Electronics Co.)의 전력 증폭 모듈도 들어갔다.

세계 스마트폰의 AP와 베이스밴드 칩(베이스밴드칩) 대부분은 차지하고 있는 회사는 대만 미디어텍, 미국 퀄컴, 우리나라 삼성이다.

화웨이는 이같은 조달망을 극복하고 나머지 핵심부품들까지 자급할 수 있게 돼 미국의 제재를 무력화시키고 있다.

중국과 중국 이외 시장

미국과 중국 스마트폰 기술전쟁에서 중국 스마트폰 업계가 HW 분야에서 미국을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 하지만 HW는 중국과 미국의 스마트폰 대기업들이 경쟁하고 있는 많은 분야 중 하나일 뿐이고, 현재 중국 시장에 대한 양측의 경쟁은 중국 시장에 집중되어 있고,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약 4분의 3 정도는 중국 이외지역에 있다.

중국 스마트폰 대기업들이 글로벌 스마트폰 업계에서 진정으로 경쟁사들을 크게 앞서고 글로벌 업계 선두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HW 경쟁을 뛰어넘어 생태계를 강화하고, 애플이나 안드로이드 이외의 생태계가 세계로 통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자오바오는 “지난 몇 달간 화웨이가 보여준 획기적 발전은 미국의 기술적 봉쇄 속에서도 중국 기업들이 스마트폰 분야에서 ‘큰 차이로 앞서나가는 것’이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었다”면서도 “현실적으로 여전히 갈 길이 꽤 멀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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