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가 추진하는 플랫폼 자율규제…현안과 과제는?

온플법 대신 플랫폼 자율 규제 내세운 尹정부, 찬반 양론 팽팽
독점화 지양하며 혁신과 상생의 균형을 맞춘 ‘플랫폼 생태계’ 구축해야
자율 규제에 대한 오해 바로잡기 필요, 신뢰 구축이 우선돼야
중소기업측, 상황은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 최소한의 규제 법안은 필요
감정적 규제·입법 지양, 데이터에 근거한 규제 정책 기대
코로나19를 거치며 빠른 성장을 거듭한 온라인 플랫폼들은 이제 대기업에 버금가는 빅테크로 성장하며 규제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정부의 민간 주도 플랫폼 규제 자율화 정책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가운데, 규제 필요성을 주장하는 측의 입장과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기업들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미국,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플랫폼 기업·빅테크를 대상으로 한 독점 행위 규제 움직임이 이어지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역시 지난해 말까지 플랫폼 기업의 골목상권 침해, 경영진의 주식 먹튀 사건 등으로 규제 여론이 높았다.

이에 국회는 규제 관련 입법으로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이하 온플법) 제정을 추진했지만, 대선 정국이 이어지며 법안 통과는 불발됐다. 이후 플랫폼 규제와 관련 자율화에 방점을 둔 공약을 내세운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며 상황은 반전됐다.

이와 관련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지난 30일 ‘새정부의 플랫폼 자율규제’를 주제로 제78회 굿인터넷클럽을 개최, 각계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온플법 대신 자율규제… 확대되는 논란

지난달 25일 중소상인, 노동, 소비자 시민단체는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독점 및 불공정거래행위 대응과 그 해결을 위한 법·제도 개선 촉구 활동을 위한 연대체인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를 위한 전국 네트워크'를 출범했다. (사진=참여연대)

현 시점에서 지난 정부가 온플법을 중심으로 추진한 플랫폼 규제 강화 정책은 새정부가 들어서며 민간 주도의 플랫폼 자율 규제로 선회하는 분위기다. 실제 윤석열 정부는 국회 통과를 목전에 두고 있었던 온플법 대신 ‘디지털 플랫폼 정책협의체’를 구성해 규제 대신 육성에 초점을 맞춘 정책 변화를 예고하기도 했다. 또한 국내 대표 플랫폼 빅테크 기업인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의 대표들과 함께 민간 주도의 플랫폼 자율규제 기구를 만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온플법과 관련해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힌 플랫폼 업계, 입점업체, 소비자단체, 소상공인단체 등은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일단 지난해부터 골목상권침해, 불공정 사례 등이 불거지며 몸을 낮췄던 플랫폼 업계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반면 강력한 규제 필요성을 주장했던 소비자단체 등은 현 정부의 자율규제 방침에 반발하며 지난달 참여연대를 중심으로 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를 위한 전국 네트워크(온플넷)’을 발족,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상생에 기반한 ‘건강한 플랫폼 생태계’를 만들 때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주관으로 30일 열린 제78회 굿인터넷클럽의 주제는 '새정부의 플랫폼 자율규제’였다. (사진=테크42)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주관한 굿인터넷클럽은 각계각층의 다양한 전문가들과 함께 ICT산업의 주요 이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토론하고 논의하는 자리로 지난 2014년부터 진행돼 왔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 8월 이후 공개행사를 진행하지 못하다가 이번을 계기로 다시 재개됐다.

이번 굿인터넷클럽에서는 새정부의 기조인 ‘플랫폼 자율규제’에 대해 소상공인, 중소기업, 학계, 기업 등의 각계 전문가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는 자리를 가졌다. 권헌영 교수(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가 진행을 맡았으며 패널로는 권순우 원장(한국자영업연구원), 추문갑 본부장(중소기업중앙회), 계인국 교수(고려대학교 행정전문대학원), 조영기 사무국장(한국인터넷기업협회)이 참석했다.

권헌영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좌), 권순우 한국자영업연구원 원장(우). (사진=테크42)

모두 발언에 나선 권헌영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디지털 플랫폼이 다양한 분야별로 활성화되며 규제와 공정 경쟁 문제, 소비자 문제가 연이어 제기되고 있다”며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표방하는 새정부의 플랫폼 전략이 우리 사회나 시장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운의 뗐다.

이에 권순우 한국자영업연구원 원장은 “플랫폼 경제에 있어 핵심적인 과제는 ‘혁신’과 ‘상생’인데, 문제는 플랫폼 경제가 산업 성격상 독점화 경향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며 “플랫폼 경제의 관건은 독점화를 막으면서 혁신과 상생을 이뤄나가는 것이고, 자율규제는 그러한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권 원장은 “자율 규제가 우월적 지위를 유지할 목적으로 사용되면 오히려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며 “따라서 상생 노력이 필수적인데, 그래서 ‘자율 규제’ 보다는 ‘자율 상생’이라는 말로 치환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자율 규제는 오해를 해소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계인국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 교수. (사진=테크42)

규제에 대한 정확한 인식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도 나왔다. 제도나 법 등은 대체로 인간의 과거 경험에 기초해 만들어진다고 전제했을 때, 너무나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신산업 분야에 규제는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계인국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 교수는 “새로운 신산업이 등장하며 엄청난 기대와 동시에 규제 욕구가 발생하게 된다”며 “플랫폼을 악성 플레이어로 규정한 상태로 법을 만들고 과거의 경험에 따른 규제를 하겠다고 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새정부가 추진하는 플랫폼 자율 규제와 관련해서도 계 교수는 “자율 규제의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는 ‘자율’이 결코 ‘방임’이 아니라는 점”이라고 지적하며 말을 이어갔다.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자율 규제에 대해 오해 하고 있는데, ‘법 준수 의무를 줄 테니 플랫폼 기업이 알아서 해봐라’는 식이 절대 아닙니다. 본래적인 자율 규제는 국가가 공식적인 법으로 어떻게 규제를 설계할 지 모르는 상황일 때 해당 플레이어들이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스스로 룰을 만들고 집행하는 것이죠. 스스로 룰을 만드는 과정에서 다양한 원칙과 관점이 모아지며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칩니다. 합의가 이뤄지면 지키는 플레이어들이 늘어나는 거고요. 거꾸로 이것을 지키지 않았을 때는 그 판 자체가 깨지게 되는데, 여기서 굉장히 모순적인 ‘자율 규제의 연대성’이 나타나게 됩니다. 사업자, 사업에 관련 된 사람, 소비자들까지도 플랫폼을 없애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거죠. 그런 자율 규제의 연대성으로 이 판이 유지되는 거죠.”

이어 계 교수는 “원칙적인 자율 규제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사회의 구성원을 비롯해 국가 역시 신뢰를 줘야한다”고 강조하며 “선행 되야 할 것은 자율 규제에 대한 각종 오해를 해소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플랫폼의 장점은 인정하지만… 전횡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법은 필요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좌), 조영기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국장(우). (사진=테크42)

새정부의 플랫폼 자율 규제와 관련해 “공정성을 위해서라도 최소한의 법은 필요하다”는 입장도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경제정책본부장을 맡고 있는 추문갑 본부장은 “온라인 플랫폼 규제 이슈는 이미 2010년대 초반 네이버가 플랫폼 서비스를 선보이며 시작됐다”며 반대 측에서 내세우는 ‘공정 문제’에 대해 말을 이어갔다.

“당시 네이버 역시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으며 소상공인희망재단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물론 플랫폼이 소비자들의 복리후생에 기여한 측면도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온라인 플랫폼은 빠르게 성장했고, 종속성이 굉장히 강화됐습니다. 카카오 계열 플랫폼의 독점화도 문제가 됐죠.”

이어 추 본부장은 “자율 규제가 이상적으로는 굉장히 좋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계에서 최소한의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을 위해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하는 이유는 이미 제조업 분야에서 경험을 해 봤기 때문”이라고 언급하며 플랫폼의 불공정 상황을 성토했다. 

“플랫폼이 등장하기 이전까지 불공정 이슈는 제조업에서 원청과 하청, 즉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문제였거든요. 그런데 저희가 조사를 해보니 온라인 플랫폼 상 불공정 거래가 이미 제조업을 뛰어넘은 상황입니다. 이미 온라인 플랫폼은 배고픈 맹수와 같이 돼 버렸고, 시장은 (이들에게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 돼 버렸죠.”

다만 추 본부장은 “지난 정부에서 2020년에 공정거래위원회 발의로 온플법이 추진됐고, 여야 국회의원 7명이 연이어 법안 발의를 했음에도 통과가 안된 것은 한편으로 국민들의 동의를 얻지 못하고, 사회적 합의가 제대로 되지 않은 문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조영기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국장은 다양한 토종 온라인 플랫폼의 강세로 아마존과 같은 글로벌 플랫폼조차 경쟁이 쉽지 않은 한국 시장의 독특함을 설명하며 “(규제) 법제화를 통해서 무엇을 할 때 글로벌 플랫폼까지도 규율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여 조 사무국장 역시 “자율 규제를 무규제나 방임으로 접근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며 “다만 자율 규제 역시 제대로 된 현실 인식과 정확한 문제 파악이 전제가 돼야 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감정적 입법은 금물, 데이터에 근거한 규제 이뤄져야

굿인터넷클럽의 이번 토론에서는 플랫폼 자율 규제 관련 공정 문제를 비롯해 자율 규제에 대한 정확한 이해의 필요성, 데이터에 근거한 입법 등 다양한 의제가 다뤄졌다. (이미지=온오프믹스)

현재 새정부는 플랫폼 자율 규제와 관련해 화두만 던져 놓았을 뿐 구체적인 정책은 아직 발표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토론의 진행을 맡은 권헌영 교수는 플랫폼 자율 규제와 함께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표방하는 새정부의 관련 입법에 대해서도 “과거와 같이 증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감정적으로 입법하는 우를 범하면 안된다”며 데이터에 근거한 입법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과거에도 지금과 같은 규제 관련 논의가 있었지만, 대부분 굉장히 단순한 얘기로 갑니다. 갑자기 게임하던 사람이 부모를 죽였다고 하면 막자는 식으로 감정적 입법이 나오는 식이죠. 배달 기사님이 돌아가시거나 누군가 극단적인 의사 표시를 하면 그것에 대한 규제 입법을 해야 한다는 식으로 전혀 과학적이지 않은 일들이 계속 벌어지거든요. 만약 규제에 관한 문제를 새정부에서 플랫폼으로 분석하는 형태의 내용이 나온다면 이 문제는 이제까지와 다른 방식으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관련 계 교수는 권 교수의 말에 동의하며 얼마 전 온플법 논의 과정에서도 불거진 매출 기준 규제안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 이른바 ‘장식 규제’ 문제다.

“권 교수님 말씀처럼 우리나라에서는 이제까지 데이터에 기반한 규제라기 보다는 플랫폼에 대한 인식조차 제대로 안된 상태로 일단 만들어 놓고 보자는 식의 규제가 이뤄졌어요. 뭔지는 모르겠고 일단 매출 기준으로 장식적인 규제를 만드는 겁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규제를 잘 지키겠지만, 한편으로 극복의 대상이 되기도 해요. 이러한 기준을 돌파하는 능력은 대기업, 빅테크가 가지고 있죠. 결과적으로 장식 규제에 발목을 잡히는 것은 중소기업, 스타트업이라는 겁니다. 이러한 매출 기준 회계 규제에 창창하게 성장할 중소기업들이 발목 잡히고 대기업에 인수되는 거죠. 그러면 또 정부에서는 ‘이게 아닌데’하면서 더 강하게 규제하고, 결과적으로 산업 자체의 혁신이 망가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겁니다. 이게 바로 국가가 충분한 지식과 데이터가 없이 선제적으로 추진한 규제에서 비롯되는 결과예요. ‘모든 문제를 완전히 뿌리뽑는 규제가 있다’고 하는 순간 이미 절반 정도는 실패한 셈이죠.”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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