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정신적 아편인가? '중국 리스크'와 '중독 리스크'

최근 우리나라에서 게임 셧다운제를 두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진 바 있다. 게임산업을 퇴보시키는 낡은 규제라는 진보적 입장과 아이들의 정신건강 등을 위협하는 중독이라는 입장이 부딪혔다. 이 논쟁에서 과거의 강제적 셧다운제는 한걸음 물러서는 듯한 모양새다. 게임 '중독' 대신 '과몰입'이라는 단어가 적절하고, 선택적인 셧다운제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중국발 게임 규제 소식이 들려왔다. 지난 3일 중국 정부산하 관영 매체가 (온라인) 게임을 '정신적 아편', '전자 마약'이라는 원색적인 단어를 쓰면서 비판한 것이다.

신화통신의 자매지 경제참고보의 보도였는데, 그 여파는 강렬했다. 해당 기사가 나가자 중국의 게임사인 텐센트, 넷이즈 등의 주가가 폭락했고 기사에 직접 언급된 텐센트는 자사의 셧다운제를 강화하겠다는 발표를 하기에 이르렸다. 기사에 의한 경제적 악영향 탓인지 해당 기사는 삭제됐다.

중국 게임 시장이 워낙 크기 때문에 국내 게임사들의 주가도 일정 부분 영향을 받았다. 특히 최근에서야 국내 게임사의 중국 내 판호를 내준 상황에서, 중국 관영매체의 이 같은 보도는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중국은 우리나라에 대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한한령을 거둬들이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 게임사의 중국 시장 공략은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2017년 3월 이후 한국 게임이 중국에서 판호를 발급 받은 것은 3건에 불과하다.

국내 게임업계는 게임은 정신적 아편이라는 중국의 논란에 대해 당황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에 대해 한 주요 게임사 관계자는 "기사가 삭제됐고, 게임 자체의 일반적인 위해성에 대한 지적이기 때문에 국내 게임사의 판호 발급과 연관 짓는 것은 어불성설이다"라면서도, "정부가 관여하는 중국 시장 특성상, 게임 시장 자체가 위축될 수 있어 국내 업체들도 우려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 대규모 게임 제재 내놓나...국내 게임산업과 셧다운제에 영향 끼칠수도

이번 논란으로 인해, 중국 정부의 게임 압박 기조가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해당 보도를 한 경제참고보는 "하루에 8시간씩 왕자영요(텐센트의 게임)를 하는 학생들이 있다"며 청소년들의 게임 중독을 비판했다. 특히 전자 마약, 정신적 아편이라는 강한 단어로 게임을 비판하며 "어떤 산업이나 스포츠도 한 세대를 파괴하는 방식으로 발전해서는 안 된다"고 보도했다.

보도 이후 텐센트와 넷이즈의 주가는 각각 장중에서 10%, 13% 이상 떨어지기도 했다. 이러한 관영매체의 보도에 대해 일각에서는 '중국의 빅테크 산업 길들이기'의 연장으로 분석하고 있다.

텐센트의 인기 게임 '왕자영요'. 중국 관영매체의 직접적인 지적을 받았다.

중국 정부가 빅테크 기업들의 기강을 잡기 위해 게임 산업까지 건드리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알리바바의 마윈 창립자에 대한 핍박과 디디추싱, 바이트댄스, 징둥 등에 대한 압박에 이어 텐센트와 같은 게임사 기강 잡기로 이어지는 것이다.

다만 중국 정부가 지적한 '전자 마약'이라는 지적은 산업적인 논리로 무시하기에는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중국의 보도에서 언급된 것 처럼, 청소년들이 하루에 8시간 이사 게임을 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의 경우 게임 셧다운제 규제가 완화되면 적지 않은 부작용이 등장할 것도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지난달 30일 여성가족부는 셧다운제 개선과 게임 과몰입에 대한 청소년 보호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청소년과 학부모가 자율적으로 게임 이용시간을 조절하는 ‘게임시간 선택제’의 실효성을 높이고 부모에 대한 게임정보 제공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청소년이 게임을 건강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학부모, 교사, 청소년 대상 교육을 확대하고 업계의 사회적 책임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게임 산업을 위해서는 반가운 규제 개선 움직임이지만, 초중고 학생들을 양육하는 학부모 입장에서는 무조건 반길만 한 소식은 아닐 수 있다. 다만 시대착오적인 일괄 규제를 개선한다는 점은 환영할 부분이다.

또 다른 게임업계 관계자는 "이번 중국의 보도가 중국 게임 시장에 대한 대규모 제재를 내놓으려는 신호탄일 수도 있다"며,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과 국내 시장을 직접 비교할 수 없지만, 이번 논란으로 산업과 청소년의 정신건강을 두루 살피는 규제 개선책이 나오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김효정 기자

hjkim@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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