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대신 윈윈! 코피티션 성공 가이드

코피티션으로 기존 산업 지형을 뒤흔드는 기업들

설립 18개월 만에 고객 1억 명을 자사 네트워크에 가입시키고, 콘텐츠, 커머스, 클라우드 및 커뮤니케이션 등을 아우르는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해내면서 IT 업계의 게임 체인저로 떠오른 기업이 있다. 바로 2016년 설립된 인도 통신 기업 지오 플랫폼(Jio Platforms, 이하 지오)이다. 지오는 13억 인구 중 절반가량의 사람들이 소외됐던 인도 IT 시장에서 고객과의 접점을 더 늘려가기 위해 글로벌 기업들과 손잡고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예컨대, 인도 내 5G 서비스 확장을 목표로 글로벌 무선통신 기업 퀄컴, 반도체 기업 인텔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 디즈니플러스 핫스타 등과도 협력하여 지오의 엔터테인먼트 서비스인 지오티비(JioTV)에서 고객에게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메타의 왓츠앱 페이는 지오의 전자상거래 서비스 지오마트(JioMart)에 연결되어 결제를 지원하고, 마이크로소프트 클라우드에 기반한 게임용 콘솔, 유튜브와 구글맵 등의 구글 서비스도 지오 네트워크로 제공한다.

지오 플랫폼의 앱 생태계 ⓒheads&hands

지오는 자사의 현지 노하우로 무선 통신 가입 회원만 4억 4300만여 명을 확보(2021.12)한 데 이어, 코피티션 전략을 적절히 활용하면서 인도 최대 플랫폼으로서 견고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10억 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각종 디지털 서비스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서 사람들의 삶을 바꾸고 있고, 디지털 혁신으로 인도를 변화시키겠다는 비전을 이뤄가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 인텔(Intel)은 파운드리 시장의 막강한 경쟁사 삼성전자와 대만 TSMC와 협력한다. 인텔은 차세대 반도체 표준을 개발하기 위해 개방형 칩렛(Chiplet) 생태계인 UCle(Universal Chiplet Interconnect Express)를 이끄는데, 여기에 경쟁사들도 힘을 합친다는 것이다. 향후 자율주행 등의 발전으로 반도체 시장은 급격히 팽창하기 때문에 한 기업이 거대 시장을 독점하기 어려워질 뿐 아니라, 기술 개발의 난이도도 갈수록 높아진다. 이에 한 기업의 역량만으로 시장 요구에 최적화한 제품을 신속히 공급하기엔 한계가 있다.

인텔이 코피티션 전략에 성공한다면 생산 공정 비용을 절감할 뿐 아니라, 각각 다른 공정에서 생산한 반도체 칩을 모아 패키징을 할 수 있게 된다. 기업 단독으로 시장을 석권하기 어려운 시대가 된 만큼, 경쟁사의 역량과 자원을 활용해 경쟁과 협력을 동시에 추구한다면 전체 시장의 파이를 키우고 함께 성장할 수 있다.

성공적인 코피티션을 위한 가이드

앞으로 기술과 산업이 고도화되고 융합될수록 코피티션 전략은 혁신에 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그렇다면 성공적인 코피티션을 이끌기 위해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이 무엇이 있을까?

Harvard Business Review에 따르면, 코피티션 기회가 왔을 때 협력하지 않는다면 각 기업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업계의 경쟁구도는 어떻게 바뀔지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가령 우리는 어떤 대안을 갖고 있는지, 우리가 아닌 또 다른 경쟁 기업에게 기회가 흘러갈 것인지, 지금의 경쟁 구도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지 등 분석하는 것이다. 그러면 코피티션을 할 때와 경쟁’만’ 할 때의 득실을 비교해볼 수 있다.

다음으로, 경쟁 기업과 협력할 때 발생할 잠재적인 리스크를 따져봐야 한다. 정보와 기술 등 자원을 공유하면 자칫 우위를 잃게 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잠재적인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관리하려면, 다음 4가지 코피티션 시나리오 중 어디에 속하는지부터 파악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하나. 어느 기업도 핵심자원을 잃을 위험이 없고(혹은 공유해도 위험하지 않은 핵심자원), 오히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경우

둘. 양쪽 기업의 핵심자원이 상호 보완되고, 이를 공유한다면 또 다른 경쟁자들을 리드할 수 있는 경우. 다만, 기울어진 운동장인 상황에서 협력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이미 한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이 우리와의 협업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우위를 갖게 될 리스크가 있기 때문이다.

셋. 한쪽 기업이 이미 강력한 경쟁우위를 갖고 있어 자원을 공유하면 더 강해지는데, 그럼에도 하위 기업이 협력하기를 원하는 경우. 이때 하위 기업은 협력하는 것이 자사에 분명한 이익이 될 뿐 아니라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해 협력한다.

넷. 한 기업이 경쟁 기업의 고객 기반에 접근하기 위해 자사 핵심자원을 공유하는데, 이로 인해 양쪽 기업 모두 리스크를 감수하는 경우.

코피티션 마인드셋부터 장착해야


광범위한 파트너십을 혁신의 추진 동력으로 삼고 싶은 기업의 리더라면, 경쟁과 협력이 공존할 수 있고 승자가 여러 명일 수 있다는 정신적 유연성을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코피티션을 주창한 뉴욕대 교수 애덤 브란덴버거(Adam Brandenburger)와 예일대 교수 배리 네일버프(Barry Nalebuff)는 “유연성을 개발하고 리스크와 보상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면 경쟁에만 몰두해 있는 사람들보다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한다.

앞으로 기업이 ‘코피티션’에 얼마나 열려 있는지, 다시 말해 산업 내, 혹은 산업을 넘나드는 다양한 기업과의 파트너십과 사고방식의 유연성을 갖췄는지가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데 토대가 될 것이다.

원문은 여기서 볼 수 있습니다.

IGM세계경영연구원

insightlab@ig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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