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문어발 해저 케이블 구축···"태양풍으로 먹통된다"

‘구글의 해저 인터넷 케이블이 태양풍으로 먹통 위기에 빠질 수 있다.’

구글이 최근 미국-영국 해저 광케이블을 연결했다. 그리고 그 중간에서 스페인까지 연결했다. 이로써 구글은 퀴리, 뒤낭, 퍼미나, 인디고 등과 함께 새로운 장거리 해저케이블을 확보하게 됐다. 이는 지난 2월 개통한 듀낭 케이블과 함께 내년에는 구글의 대서양 인터넷 통신을 더욱 강력하게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해저케이블 가설 엔지니어들이 구글의 그레이스 호퍼 케이블을 영국 뷰드 해안에 내려놓고 있다. (사진=구글 클라우드)

그런데 문제가 있다.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얘기지만, 이 해저케이블이 강력한 태양풍, 즉 이른바 태양 쓰나미(Solar Tsunami)의 영향을 받아 자칫 먹통이 될 수 있으니 사전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생기타 압두 조디 캘리포니아주립 어바인대(UC어바인) 조교수는 이달초 자신의 논문에서 “이러한 해저 케이블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은 잠재적으로 ‘인터넷 종말’을 초래할 수 있다”며 강력하게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조티 교수가 왜 해저 인터넷 케이블 인프라에 대해 이런 우려를 하고 있는지, 구글의 전세계 해저 케이블망과 함께 그 위험성과 가능성을 알아 봤다. 대비책은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전세계 바다 밑을 해저케이블로 잇는 검색 공룡 구글

구글은 지난 14일(현지 시각) 뉴욕에서 영국과 스페인까지 3900마일(약 6726km)에 이르는 거대한 해저 인터넷 케이블 설치를 마쳤다고 발표했다.

이날 그레이스 호퍼(Grace Hopper) 케이블이 영국 서부 해안의 콘월주 뷰드에 도달했고, 케이블의 다른 부분은 이달초 스페인 북쪽 빌바오 해안에 도착했다.

이 케이블은 초당 약 350테라바이트(350TB, 1TB=1조 바이트)의 데이터를 전송한다. 이는 1750만 명의 사람들이 월드컵축구경기를 HDTV로 동시에 시청할 때 이를 스트리밍 할 수 있는 용량이다.

▲스페인 해안에 도착한 구글의 광섬유 케이블. (사진=구글 스페인 블로그)

구글은 이 케이블이 ‘광섬유 스위칭’으로 불리는 새로운 기술로 웹 트래픽을 더 신뢰할 수 있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에 따르면 이 케이블이 내년에 서비스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레이스 호퍼’는 미국과 유럽을 연결하는 구글의 유일한 해저케이블은 아니다. (알려졌다시피 ‘그녀’는 진공관식 컴퓨터에 나방이 끼어들어간 것을 찾아내 테이프에 붙여 ‘버그(bug)’가 들어갔다는 기록을 남김으로써 컴퓨터 ‘버그(bug)’라는 말을 낳은 미국 여성 프로그래머다.)

구글은 전 세계 해저 케이블 프로젝트에 엄청나게 투자하고 있다.

▲그레이스 호퍼 해저케이블의 끝쪽 부표가 영국 콘월 뷰드 해안에 있다. (사진=구글 클라우드)

구글은 지난달 아시아 6개국(일본, 대만, 괌, 필리핀, 인도네시아, 싱가포르)을 연결하는 1만 2000km의 해저 케이블 ‘애프리콧(Apricot)’ 구축을 위해 페이스북과 제휴했다고 말했다. 오는 2024년에 서비스된다.

이번에 케이블 가설을 마친 ‘그래스 호퍼’는 퀴리(Curie), 뒤낭(Dunant), 에퀴아노(Equiano), 퍼미나(Firmina)를 포함한 구글의 다른 거대한 해저 케이블에 합류한다.

구글의 ‘퀴리’는 미국 서해안과 파나마, 칠레를 연결한다. 퀴리는 지난 2019년에 서비스에 들어갔다. 구글은 지난 2월 프랑스 오렌지 통신과 손잡고 만든 미국과 프랑스를 연결하는 ‘듀낭’ 해저 케이블도 개통했다. 에퀴아노는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아프리카 서해안을 연결하는 해저 케이블로 연내 구축 완료 계획이다. 퍼미나는 지난 6월 미국 서부 해안에서 아르헨티나로 연결됐다.

“‘태양 쓰나미’로 전세계 인터넷이 마비될 수 있다”…미국서만 하루 8조 피해

생기타 압두 조티 UC어바인 조교수는 이달초 발표된 ‘태양 슈퍼스톰: 인터넷 종말에 대비한 계획’이라는 제하의 논문에서 “인터넷 먹통은 강한 태양폭풍이 지나간 이후에도 오랫 동안 지속될 수 있고, 심지어 전력망이 돌아온 후에도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가상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태양 쓰나미가 전세계 지상 무선기지국의 통신 단절 문제는 물론 해저 광케이블 인터넷까지도 솔라쓰나미로 마비될 수 있음을 제기한 것이다.

▲태양풍이 지구자기장을 때리는 모습 일러스트. (사진=위키피디아)

그녀의 우려는 태양 슈퍼스톰이 지구 자기권을 강타해 인공위성을 포함한 전기전자 기기에 수백만 달러(수십억원) 혹은 수조 달러(수천조원)의 피해를 입히는 장기 먹통 가능성으로 이어진다.

단지 가상 시나리오가 아니다. 전례가 있다. 지난 1989년, 캐나다 퀘벡과 그 주변 지역에 덮친 태양 폭풍은 600만명 이상의 주민이 9시간 동안 전기 공급을 끊긴채 지내야 하는 끔찍한 결과를 불러 왔다. 이는 심지어 장애허용시스템으로 추정되는 컴퓨터까지 먹통으로 만들며 토론토 증권거래소를 3시간 동안 멈춰 세웠다.

▲태양풍 기후가 지구의 통신에 미치는 영향.(사진=루슨트테크놀로지)

해저케이블인데 왜?

조티 교수는 지상 인터넷 인프라는 사실 태양 폭풍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강력하다고 말한다.

광섬유는 태양 폭풍의 전형인 지자기적으로 유도된 전류에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긴 해저 케이블의 광학적 신호를 증폭시키는 데 사용되는 전자 자동 중계기(리피터)는 이러한 전류에 매우 취약하며, 강한 태양 폭풍은 이러한 케이블들을 방해함으로써 전세계적인 연결을 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해저 케이블의 광학 신호를 증폭시키는 데 사용되는 전자 자동 중계기(리피터)의 구조.(사진=위키피디아)

조티 교수는 “우리의 인터넷 인프라는 다가올 태양의 대규모 사건에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피해 규모가 얼마나 될지 매우 제한적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과거 사례를 통해 점검하고 대비하려 해도 살펴볼 데이터가 부족하다

지자기 폭풍은 상대적으로 드물기 때문에 우리는 비교적 최근의 세 가지 큰 사건 데이터밖에 없다. 1989년 퀘벡 정전과 1921년과 1859년의 대정전 사건이 그것이다. 이 모든 것은 현대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이전에 일어났다.

해저 케이블은 물론 물론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인터넷 서비스 위성도 지표면 550km 상공 궤도를 돌기에 태양 폭풍에 특히 취약할 수 밖에 없다.

압두 조티는 현재 인터넷에 의존하는 오늘날의 환경에서 정확히 어떻게 강력한 태양 폭풍이 일어날지에 대한 모델이 없다고 지적한다. 그녀는 자신의 태양폭풍연구 결과가 세계통신 업계에 이 파괴적 영향의 잠재성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길 바라고 있다.

그녀의 결정적 경고 한방은 “30여년 전 마지막으로 강력한 태양 폭풍이 일어났기 때문에 우리는 다음 폭풍 발생에 가까워져 있을 수 있다. 이는 대규모 기계 먹통, 잠재적으로는 수조 달러(수천억원)의 전자제품 피해와 매출피해를 가져올 인터넷 불통 사태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포브스에 따르면 인터넷 중단은 미국 경제에만 하루에 72억 달러(약 8조 5600억 원)의 손실을 입힌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속에 많은 사람들이 점점 더 원격 근무로 눈을 돌리면서 이 피해 수치는 더 증가할 수 밖에 없다.

▲구글이 구축했거나 건설중인 해저 케이블 루트. (자료=구글)

극한적 상황을 견디며 설치돼 왔던 해저케이블

초고속 인터넷 통신을 가져온 해저케이블 시대를 맞기까지 인류는 엄청나게 힘든 과정을 거쳐 왔다.

최초의 본격적인 해저 유선전신 계획은 1840년 ‘휘트스톤 전신기’로 유명한 영국의 휘트스톤 교수에 의해 만들어졌다. 그로부터 10년 후 영불해협(도버해협)에 유선전신 해저 케이블이 설치됐다.

영국이 1870년 영국과 인도 봄베이를 연결하는 해저 전신 케이블을 완공하자 육로 전신으로 (중계 기지국을 거치면서) 1주일 걸리던 유선전신 속도는 단 몇 분으로 줄어들었다. 당시로선 엄청난 발전이었다.

▲1925년 이태리와 미국 뉴욕 퀸즈의 로커웨이 비치를 잇는 해저 케이블이 끌어올려지고 있다. (사진=위키피디아)

전쟁 중 아군의 해저 케이블이 중단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될 수 밖에 없었다.

1914년 11월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독일은 ‘엠덴’호를 보내 아프리카-웨스트 인디즈-호주를 연결하는 인도네시아 서남쪽 ‘코코스 섬’의 해저케이블 교환국 파괴를 시도했다. 그러나 호주 ‘시드니’호가 독일의 엠덴호를 격침시키며 통신을 지켰다.

1930년까지 해저케이블을 사용한 전신속도는 오늘날로선 상상하기 힘든 분당 400자에 불과했다.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해저 케이블이 가설되면서 괌, 미드웨이 같은 섬에는 해저케이블 중계 교환국이 설치됐다. 이는 이전까지 지도상의 점에 불과했던 이 섬들이 전세계와 연계되는 통신 교차로가 됐다는 의미였다.

2차대전 때에도 일본군은 해저케이블 교환국이 있는 코코스 섬을 폭격했지만 파괴여부를 확인하지 못했고 영국군은 기지를 발휘해 무선으로 기지국이 파괴된 것처럼 일본군을 속임으로써 이 곳을 지켜냈다. 영국군은 1945년 잠수함을 동원해 사이공-홍콩, 사이공-싱가포르를 지나는 해저케이블을 끊어 일본군의 통신을 막기도 했다.

▲최초의 대서양 횡단 전화통신 해저 케이블 ‘TAT-1’. (사진=위키피디아)

최초로 미국-영국을 잇는 대서양 해저 케이블이 가설돼 전화통화를 할 수 있게 된 것은 1956년 9월 25일의 일이었다. 이 날 클리오 크레이그 AT&T CEO는 “여기는 뉴욕의 클리오 클레이그입니다. 런던의 힐박사 바꿔주세요”라는 말로 역사적 해저 케이블 전화통화 시대를 열었다. 이에 당시 영국 체신청장이었던 힐 박사는 “그레이그씨입니까. 런던의 힐 박사입니다. 귀하의 음성을 들으니 기쁩니다”라며 화답했다.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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