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벡터 데이터베이스 전문 스타트업이 전 직장에서 근무하던 핵심 인력들의 기술자료 무단 반출 건으로 법적 분쟁에 휘말렸다. 수원지방검찰청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 전담부서는 지난 6일, 디노티시아를 이끌고 있는 정무경 대표를 산업기밀 보호 관련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겼으며, 이 과정에서 대표는 구속되지 않은 상태로 기소됐고 함께 일하던 직원 2명은 구속 상태로 송치됐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정 대표는 2023년 당시 몸담고 있던 AI 칩 설계 업체 사피온에서 임원으로 활동하던 시절, 회사의 핵심 설계 문서들을 개인 저장장치를 통해 외부로 빼돌린 것으로 의심받고 있으며, 이후 회사를 그만두고 몇 달 뒤 현재의 스타트업을 설립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피온은 현재 다른 AI 반도체 기업인 리벨리온과 합쳐진 상태로, SK그룹 계열사들이 주요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검찰 수사 결과 함께 기소된 2명의 엔지니어는 이전 회사에 근무하던 2023년부터 2024년 상반기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칩 설계 소스코드를 비롯한 각종 기밀 문서를 자신들의 개인 하드디스크와 클라우드 저장공간에 옮겨 담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측은 이렇게 빠져나간 기술 정보의 경제적 가치를 약 280억원 규모로 평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디노티시아 측은 즉각 반박 입장을 내놓으며, 회사 차원에서는 이러한 자료 반출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고, 일부 구성원의 개인적인 행위일 뿐 회사의 기술 개발 방향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디노티시아는 자사가 집중하고 있는 VDPU(벡터 데이터 처리 유닛)라는 기술이 이전 직장에서 다루던 NPU(신경망 처리 유닛)와는 근본적으로 설계 철학부터 다르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NPU가 인공지능 모델의 계산 작업을 빠르게 처리하는 일종의 연산 엔진이라면, 우리가 만드는 VDPU는 의미 기반 정보 검색에 특화된 벡터 데이터베이스를 가속화하는 전용 칩"이라며 "쉽게 비유하자면 전자가 자동차의 심장부라면 후자는 길 안내 시스템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디노티시아는 창업 초기부터 지금까지 오직 벡터 데이터 처리 기술과 이를 활용한 AI 솔루션 개발에만 매진해왔으며, 투자 유치 과정에서도 일관되게 NPU가 아닌 VDPU 중심의 기술 로드맵만을 제시해왔다고 밝혔다.
이러한 기술적 차별성은 외부에서도 인정받고 있는데, 글로벌 시장분석 전문기관 CB인사이트가 매년 선정하는 '전 세계 주목할 만한 AI 스타트업 100곳'에 디노티시아가 이름을 올렸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특히 최근 생성형 AI 서비스의 핵심 인프라로 떠오른 벡터 데이터베이스 영역에서 국내 기업으로는 드물게 선정되면서, 회사의 독자적인 기술력을 국제적으로 검증받은 셈이다. 회사 측은 "우리가 개발 중인 벡터 데이터베이스 가속 칩이 계획대로 양산에 성공하면 이 분야에서 세계 최초의 상용화 사례가 될 것"이라며 "무한 경쟁의 글로벌 AI 시장에서 한국 스타트업이 기술 우위를 확보할 수 있도록 응원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디노티시아는 설립 직후인 2023년 KB인베스트먼트, SJ투자파트너스, 타임웍스인베스트먼트, HB인베스트먼트, 토니인베스트먼트 등 여러 벤처캐피털로부터 약 140억원의 초기 투자를 받았으며, 지난해 하반기에는 기존 투자사들과 함께 엘로힘파트너스,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 퓨처플레이, KDB캐피탈 등이 참여한 후속 투자로 210억원을 추가 확보해 누적 투자금이 총 350억원에 달한다. 대표에 대한 이번 기소로 투자계약 위반 가능성, 거래처 및 파트너사와의 관계 악화, 정부 지원사업 참여 제한 등 여러 위기 상황에 직면할 수 있지만, 투자업계 관계자들은 "현 단계에서 투자금 조기 회수를 요구하면 회사 존립 자체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그런 선택을 하기 쉽지 않다"며 "다만 이번 사건이 향후 경영에 상당한 어려움을 줄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디노티시아 관계자는 "투자자들은 이번 건을 조직 차원의 문제가 아닌 개인의 일탈로 받아들이고 있어 여전히 우리를 신뢰하고 있다"며 "아직까지 투자사로부터 공식적인 문제 제기는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또한 일부 임직원의 정보보안 의식 부족에 대해서는 무거운 책임을 느끼고 있으며,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이미 강화된 보안 시스템을 도입하고 기술자료 관리체계를 개선했으며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보안교육도 대폭 확대했다고 덧붙였다. 검찰 측은 "막 형성되기 시작한 국내 AI 반도체 산업이 지속 가능하게 성장하려면 이런 기술 유출 같은 불공정 행위에 대한 단호한 대응이 필수적"이라며 "미래 먹거리 산업을 위협하는 산업기술 유출 범죄를 엄중히 처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