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화폐(CBDC) 시대가 온다

한국은행과 같은 각 국가의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가 통용되는 시대가 곧 열릴 것으로 보입니다. 당장은 아닙니다. 비트코인과 같이 민간이 발행한 가상화폐 활성화가 제법 시간이 걸린 만큼, 국가에서 공인하는 디지털화폐의 발행도 적게는 3년 혹은 그 이상은 걸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현재 가장 활발하게 CBDC 개발에 나서고 있는 국가는 중국입니다. 중국에서는 6개의 국영은행들이 디지털 위안화 지갑을 출시하는 등 디지털 위안화가 실용화 단계에 돌입한 상황입니다. 이외에도 전세계 66개의 중앙은행이 CBDC 개발을 추진 중이죠.

중앙은행이 CBDC 도입을 진행 중인 이유는 정부가 자본의 흐름을 더 쉽게 통제하기 위해서입니다. 또 기존 실물 화폐를 유통하는 데 드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임으로써 효율성을 높일 수도 있습니다. CBDC 플랫폼 기반의 디지털 혁신으로 다양한 부가가치 창출은 기본이고요.

이미지=LG C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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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역시 한국은행이 올해 하반기에 CBDC 테스트를 진행합니다. 여기에는 네이버와 같은 IT 플랫폼 기업이 주도적으로 참여합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네이버가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라인플러스를 통해 한국은행의 'CBDC 모의실험'에 참여한다고 합니다.

CBDC 모의실험은 말 그대로 가상의 환경에서 CBDC의 활용 및 안정성 등을 테스트하는 한국은행의 사업이죠. 한국은행 측에 따르면 이 모의실험은 '디지털화폐의 제조부터 발행-유통-환수-폐기' 등 CBDC 생애주기별 모든 업무를 점검하고, 송금 및 대금결제 등 서비스 기능 작동 상태를 확인하는 프로젝트입니다.

국내 IT업계에서는 네이버 뿐 아니라 카카오도 한국은행의 CBDC 사업에 참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양사 모두 핀테크 사업을 주요 사업으로 설정한 데다, 간편 결제와 송금 서비스 등에서 쌓은 노하우를 기반으로 CBDC 플랫폼 초기 구축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이유는? 미래 금융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죠.

네이버의 경우, 지난해 자회사 라인을 통해 한국은행의 'CBDC 파일럿시스템 컨설팅 용역 사업'에도 참여했고, 카카오의 블록체인 자회사 그라운드X는 자사의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 고도화를 위해 해외 CBDC 사업 참가사와 협업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CBDC, 실물화폐-가상화폐와 공존 가능성

국내 금융 소비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플랫폼과 기술을 기반으로 한국은행 CBDC가 테스트되고 있습니다. 이는 국내 CBDC 실용화가 머지 않았음을 알려주는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현재 인터넷 뱅킹·스마트 뱅킹 기반의 금융 서비스를 보면 CBDC가 굳이 필요할까 생각도 들 수 있습니다. 이미 은행 계좌를 통해 주고 받는 통화가 디지털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CBDC는 기존 실물 화폐와는 달리 그 가치가 전자적으로 저장된다는 점, 블록체인의 분산원장 방식의 기술로 구현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현재 논의되는 CBDC는 개인 등 민간 경제주체들이 사용하는 소매결제용으로, 주로 실물 화폐 처럼 시중에서 통용되는 디지털화폐라고 보면 됩니다. 중앙은행에서 발행하기 때문에 비트코인, 리플,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와는 달리 변동성이 적고 모든 결제에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다만 중국을 포함해 모든 국가의 중앙은행이 아직 디지털화폐를 공식화하지는 않은 상태인데요. CBDC 발행 자체가 기존의 전통적 화폐의 개념에 큰 변화를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앙은행, 즉 각 국가의 정부는 CBDC 도입에 앞서 ▲지급 결제 안정성을 확보하고 ▲이에 걸맞는 새로운 통화 정책을 세우고 ▲ 금융 시장에 끼치는 영향 등을 광범위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기술적인 접근 뿐 아니라, 금융 관련 법률까지 정비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죠.

그러나 실물 화폐가 디지털적으로 유통되는 상황에서, CBDC 도입은 예견된 미래입니다. 한국은행이 모의실험을 하는 것 또한 향후 국제적 통상에 보조를 맞추기 위한 준비라고 볼 수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세계 중앙은행 10곳 중 2곳이 3년 내 디지털 화폐를 발행한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CBDC 발행에 따른 기존 실물 화폐와 민간의 가상화폐의 쓰임새에 대한 토론도 활발합니다. 중앙은행은 금융 안정성을 위해 실물 화폐와 디지털화폐를 혼용해 사용하게 됩니다. 개인이 디지털화폐를 보유한다면, 그 금액 만큼 실물화폐의 유통량을 조절해 전체 통화량을 통제하는 식으로 말이죠.

비트코인 등 민간에서 발행한 가상화폐는 지불 편의성이나 안정적인 가치 척도 등이 CBDC에 비해 현저히 떨어집니다. 그러나 이미 주식 처럼 대체 투자처로 활용되고 있으며, '시간이 흐르면 가치가 오르는 화폐'라는 측면에서 CBDC와 공존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김효정 기자

hjkim@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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