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저가 뭐길래?···세계 최고 출력 장비와 엄청난 잠재력

크기와 상관없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레이저는 어떤 것이고, 어느 정도의 출력을 가지고 있을까. 그리고 어떤 용도로 활용될까.

인터레스팅 엔지니어링, AFP 등이 지난 31일(현지시각)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레이저 빔 장비가 루마니아에서 개통식을 가졌다고 보도했다.

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루마니아 부쿠레시티 근교에 배치된 거대 레이저 빔 발생 장치는 의료(암치료), 미래 에너지(핵융합), 측량, 우주쓰레기 제거, 우주연구 등에서 혁명적 시대를 열게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 거대 레이저 장치가 가져올 혁명적 연구와 기대감을 알아봤다. 오는 2029년이면 루마니아를 제치고 세계 최고출력 레이저 빔 시설이 될 영국 ‘벌컨 20-20’ 업그레이드 프로젝트에 대한 BBC의 지난해 11월 보도 내용도 소개한다. 이같은 초고출력 레이저 빔 활용 분야 외에 귀에 익지만 궁금한 레이저 기술 내용과 일상속 레이저 활용분야, 그리고 첩보영화 속에 등장한 레이저 기술도 함께 알아봤다.

루마니아에 세계최대 레이저 빔 장치···의료·우주분야 연구 새 시대 서막

루마니아 ELI-NP의 레이저감마 실험 부서는 기초 물리학과 응용 과학을 아우르는 야심찬 연구 프로그램을 제안한다. 이른바 E7 영역은 플라즈마와 핵물리학을 결합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천체물리학 현상에서 일반적으로 발견되는 조건을 동일한 실험에 사용될 더 많은 빔 유형(예: 레이저 및 감마 빔)의 도움으로 재현한다. (사진=ELI)

지난달 31일 프랑스 기술기업 탈레스는 2018년 노벨상 수상자들의 아이디어를 활용해 루마니아 수도 부쿠레슈티 근처에 위치한 유럽연합(EU) 극광인프라(Extreme Light Infrastructure·ELI) 센터에서 레이저를 작동시켰다. 즉, 이 레이저 기술센터는 교정 안과 수술 및 산업 분야에서 첨단 정밀 기기에 레이저의 힘을 활용한 공로로 2018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프랑스의 제라드 모루와 캐나다의 도나 스트릭랜드의 기술에 기반한 곳인 셈이다.

ELI의 장비는 매우 짧은 레이저 펄스를 시간이 지남에 따라 증폭, 압축 및 확장함으로써 지금까지 전 세계가 본 것 중 가장 짧고 강한 레이저 펄스를 생성한다. 이것은 연구자들이 레이저로 중요한 한계인 강도를 안전하게 유지하면서 전력을 높이는 것을 도와주었다.

이 기술은 이미 교정 눈 수술에 사용됐지만 또한 연구자들이 레이저의 힘을 계속 증가시킬 수 있게 해 준다.

그렇다면 왜 이처럼 더 큰 레이저가 필요할까.

전문가들은 레이저가 60년 이상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거대한 실현되지 않은 잠재력을 제공한다고 주장한다. 만약 레이저의 에너지 효율이 더욱 향상된다면 에너지, 의료 및 산업 분야에서 놀라운 새로운 잠재력을 열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탈레스가 ELI에서 개발한 레이저 시스템은 450톤 무게의 장비를 꼼꼼하게 설치한 덕분에 펨토(1펨토=1000조분의 1)도 안 돼 10페타와트(1경와트. 100조개의 전구에서 나오는 엄청나게 짧은 플래시에 해당)라는 유례없는 피크 파워를 자랑한다.

이 특별한 수준의 성능을 가진 장비는 주로 유럽연합(EU)에 의해 자금이 지원된 3억 200만 유로(3억 5000만 달러, 약 4715억 원)의 가치가 있는 최첨단 건물에 보관돼 있다. 탈레스는 이것이 루마니아 과학 발전을 위해 투자하는 것 가운데 가장 큰 것이라고 주장한다.

앞서 2012년 캘리포니아의 버클리 연구소는 탈레스로부터 벨라(BELLA)라고 불리는 레이저 가속기를 받았다. 벨라는 약 30펨토(1펨토=1000조 분의 1)초 동안 지속되는 펄스에 모든 에너지를 집중함으로써 페타(1페타=1000조)와트의 전력을 생산한 최초의 레이저가 됐다. 그리고 6년 후인 2018년에 탈레스와 도나 스트릭랜드의 오랜 파워 레이저 연구 동료인 제라드 무루는 약 1테라(1조)와트의 피크 강도를 갖는 초단파, 초고강도 레이저 펄스를 생성하는 처프 펄스 증폭(Chirped Pulse Amplification)법을 개발해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거대한 레이저로 암세포 치료, 핵융합 에너지 혁명 기대

루마니아 ELI-NP의 고출력 레이저 시스템(HPLS) 및 레이저 빔 전송 시스템(LBTS)은 ELI-NP 설비의 핵심 구성요소다. 이 시스템들은 함께 필요한 레이저 펄스의 생성 및 실험이 일어나는 실험 영역으로의 전달을 허용한다. (사진=ELI-NP)

제러드 무루 ELI 소장은 고출력 레이저는 양성자나 전자빔 치료를 통해 암을 정밀하게 치료할 수 있고, ‘플래시’ 효과를 이용해 덜 해롭지만 효과적인 치료법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의료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연구자들은 이들이 의료 영상과 동위원소 추적자 생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우리는 암세포를 파괴하기 위해 이런 초강력 펄스를 이용해 훨씬 더 작고 가격이 저렴한 입자가속기를 생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계에서는 이 레이저들이 두꺼운 부품들에서 밀리미터 이하의 결함들을 검출하고 위험한 물질들을 식별하기 위한 화물 스캐닝용으로 매우 귀중하다. 더욱이 고출력 레이저들은 에너지 부문에 혁명을 일으킬 큰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앞서 크리스토프 시몬-보이슨 탈레스 과학 및 산업용 레이저 제품 라인 매니저는 성명을 통해 “핵융합은 깨끗하고 안전하며 폐기물이 없는 에너지를 제공한다는 희망을 제공하며, 이제 짧은 펄스의 매우 높은 출력의 레이저가 미래 에너지 계획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초고출력 레이저의 히트 리스트에는 핵융합도 포함돼 있다. 핵융합은 루마니아 모구렐레에 있는 ‘핵물리학용 극광 인프라(ELI-NP)’ 허브의 중요한 연구 분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 허브는 10페타와트(1경 와트)의 강도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레이저라는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이 연구소 소장이자 미시간 대학교에 그의 이름을 딴 레이저 시설을 만든 제러드 무루는 이를 만드는 것이 “달 착륙과 같은 것이어서 실패는 선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1년 동안 루마니아 레이저 운영자는 세계 최초의 상업적 융합 공장에 연료를 공급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민간 기업들과 협력하기 시작했다.

지난 2018년 무루와 도나 스트릭랜드에게 노벨 물리학상을 안겨준 처프 펄스 증폭 기술을 사용하면, 레이저 펄스가 늘어나서 최대 출력이 감소한 후 다시 증폭되고 압축된다.

옥스퍼드셔 하웰에 있는 센트럴 레이저 시설(CLF)의 롭 클라크 실험 과학 그룹 리더는 “이것이 낮은 출력으로 훨씬 더 높은 강도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하면서 레이저 개발의 모습 전체를 상당히 많이 변화시켰다. 더 높은 강도는 레이저 펄스의 품질, 그리고 심지어는 레이저 체인 자체를 파괴할 위험이 있다. 이러한 상호작용의 물리적 과정에 대한 그들의 연구 결과는 2030년대에 그들의 첫 상업용 핵융합 발전소가 건설되기에 앞서 3년 내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렇게 강력한 레이저는 우주에 쌓여 있는 쓰레기를 치우고 방사성 붕괴 시간을 줄여 핵폐기물을 처리하는 데 쓰일 수도 있다. 모루에 의하면 전자가 20세기를 지배한 것처럼 레이저도 21세기를 지배하게 된다.

고출력 레이저로 양자법칙, 우주의 비밀도 함께

레이저 엔지니어인 로렌 와인버그가 제우스 레이저 시스템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미시건대 공대)

세계 최고 출력의 레이저 기술과 장비는 불과 몇 개월 전에도 화제가 된 적이 있다.

BBC는 지난해 11월 미국 최고 출력의 제이저 장치인 ‘제우스’, 영국의 ‘벌컨 20-20’ 레이저 업그레이드 프로젝트와 함께 우리나라 광주과기원의 고출력 레이저가 암치료와 우주의 비밀을 풀어낼 수 있도록 돕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미시건대의 레이저 연구실 연구원들은 과학자들의 우주의 구조 조사 사업을 도울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 연구실 안에서는 밝은 녹색 빛이 프랑스 거대 기술회사 탈레스가 만든 진공 챔버를 채운다. 그것은 테니스 코트 2개의 크기다. 방사선 누출을 막기 위해 벽은 60cm(24인치)의 콘크리트로 가려지고, 직원들은 섬세한 전자 장치가 영향을 받지 않도록 마스크와 머리망을 착용한다. 이는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레이저가 될 제우스로서 첫 공식 실험을 위한 작동을 시작했다.

상점에서 구매상품의 바코드를 스캔하는 레이저는 연속적인 빛이다. 이와달리 제우스는 펄스 레이저이며 수 분의 1초의 길이로 발사된다. 각각의 펄스는 3페타(3000조)와트의 최대 전력에 도달할 수 있으며, 이는 전 세계 전력 소비량의 1000배에 해당한다. 이렇게 극도로 압축된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는 레이저는 연구자들이 현실을 뒷받침하는 양자 법칙을 연구하거나 우주 밖에서 극단적인 천체 물리학의 조건을 재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제우스만이 미래에 새로운 발견을 보여줄 수 있는 거대한 레이저는 아니다. 유럽에서 아시아에 이르는 시설에 있는 수많은 다른 고성능 레이저들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칼 크루셸닉 미시건 대학 ‘제라드 모루 초고속 광학 과학센터’ 소장은 “이 분야가 전체적으로 정말로 성장하고 있다”며 “사람들은 이 기술을 밀고 있고 흥미로운 과학을 찾고 있다”고 말한다.

영국의 벌컨 레이저가 더 강력하게 업그레이드되기 위해 해체되는 모습. (사진=CLF)

오는 2029년에는 영국에 세워질 ‘벌컨 20-20’으로 불리는 레이저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레이저가 될 것이다. 그것은 가장 강렬한 햇빛보다 10의 24승 배나 더 더 밝은 광선을 만들어 낼 것이다. 이 하나의 펄스는 전세계에서 생산되는 것보다 6배 이상의 에너지를 생산할 것이지만, 단 1조분의 1초만큼만 지속되며 그 목표는 단지 수 마이크로미터 (또는 0.001 mm)를 측정하는 것에 불과하다. 벌컨 20-20도 제우스처럼 우주, 핵융합, 그리고 심지어 새로운 물질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고쳐주게 될 실험들을 위해 전세계의 과학자들을 초대할 것이다.

20페타와트(2경 와트) 출력의 벌컨 20-20은 옥스퍼드셔 하웰에 있는 센트럴 레이저 시설(CLF)에 있는 기존 벌컨을 8500만 파운드(1억6000만달러, 약 2157억 원)나 들여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다. 현재 올림픽 크기의 수영장 두 개의 크기인, 이 장비에 들어가는 거울들은 각각 1m 너비이며, 각각의 무게는 1.5톤이나 된다.

이 장치를 방 주위로 구부릴 때 레이저 조리개 밖으로 뱀같은 두껍고 하얀 철사들이 빠져나간다. 새로운 레이저는 1997년 러더퍼드 애플턴 연구소에서 처음 만들어졌을 때의 최첨단 기술을 감안할 때 이보다 100배 더 밝을 것이다.

롭 클라크 CLF 실험 과학 그룹 리더는 “인상적인 것은 단순히 힘이 아니라 레이저의 강도다”라고 말한다. 그는 “그 강도를 이해하기 위해 500조 개의 표준 40W 전구를 상상해 보면 된다. 그 빛을 사람 머리카락 크기의 약 10분의 1 크기로 압축하라. 그 결과는 매우, 매우 강렬한 광원이며, 거대한 전기장과 자기장, 입자 가속과 같은 모든 재미있는 플라즈마 물질을 만들어낸다”고 설명한다.

벌컨 20-20은 과학자들이 실험실에서 천체물리학 연구를 수행토록 할 것이다. 즉, 멀리 떨어진 은하계의 조건을 재현해 별 또는 가스 구름과 같은 것들의 내부 작용 또는 특정 온도와 밀도에 노출되었을 때 물질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분석할 수 있게 해 준다.

알렉스 로빈슨 CLF 수석 이론 플라즈마 물리학자는 “연구 분야는 우주를 조사하려는 열망에 의해 주도된다”고 설명한다. 그는 “천체물리학 연구는 일반적으로 관찰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당신은 다양한 것들을 본다. 이것은 그후 실제로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해 질문한다. 이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그러한 고출력 레이저로 실험함으로써 처음으로 ‘특정 이론이 작동할 수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정말로 엄격한 테스트를 할 수 있게 해 주리라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다른 실험들을 통해서는 우주선(광속으로 거의 이동할 수 있는 고에너지 입자)의 기원, 제트(고에너지 충돌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입자의 분사)가 어떻게 형성되는지와 거대 행성 내부의 구조를 탐구할 것이다.연구원들은 또한 벌컨 20-20 레이저를 사용해 새로운 물질의 형성을 조사할 예정이다.

클수록 더 좋다?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우리나라 레이저 장치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강도의 레이저 기록을 보유기록을 갖고 있다. 그 강도는 지구에 있는 모든 빛이 1마이크로미터, 즉 사람 머리카락 지름의 50분의 1 이하로 집중되는 강도(10의 23승 W/c㎡)다. (사진=광주과기원)

물리학자들은 그 분야의 협력적 특성을 강조하고 싶어하지만 레이저 장비의 크기는 여전히 자랑거리로 남아 있다.

BBC는 지난해 11월 남창희 광주과기원(GIST) 교수(초강력레이저광학연구단(CoReLS) 연구소장)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나라의 레이저 장치가 당시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강도의 레이저 기록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지구에 있는 모든 빛이 1마이크로미터, 즉 사람 머리카락 지름의 50분의 1 이하로 집중되는 강도(10의 23승 W/c㎡)라고 보도했다.

보도는 한국의 과학자들이 무엇보다도 환자의 종양에 양전하를 띤 광선을 조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암 치료법인 양성자 치료법을 탐구하기 위해 그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레이저로 새로운 의학적 응용을 산출할 수 있는 연구는 CoReLS의 4페타와트(4000조 W) 레이저 장비에서 잘 연구돼 왔다. 하지만 남 교수팀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있다. 그는 “우리는 이제 더 높은 페타와트 레이저를 가지려 하고 있다. 우리는 25페타와트(2.5경 W) 레이저 빔에 대한 몇 가지 제안들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6년 내에 만들어져 작동된다면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벌컨 20-20’을 능가하게 된다.

그럼에도 클라크는 레이저의 힘과 강도가 전부는 아니라고 말한다.

현재 가장 중요한 측정 기준은 “당신은 그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당신은 어떤 과학을 추진하고 있나? 당신은 그것을 이용해 무엇을 얻을 것인가”다. 그는 이 레이저들과 그것들을 연구하는 연구자들은 무엇보다도 한 가지에 신경을 쓴다고 말한다. 그것은 “그것을 올바르게 만들고 그것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것이다”라는 것이다.

레이저가 뭐지?

1960년 5월16일 레이저를 개발한 시어도어 메인먼 휴즈리서치랩 연구원. (사진=HRL Laboratories)

일반인들에게 ‘레이저’ 하면 언뜻 잘 떠오르지 않을 수 있다.

좀 생각한다면 레이저 라식 수술, 레이저 쇼와 철판도 뚫을 수 있는 강력한 빛 등 다양한 용도에 쓰인다는 정도가 떠오를 것이다.

특히 강력한 파워로 철판을 잘라내는 모습은 레이저가 발명된 이후 영화속에서도 심심치 않게 등장해 어느 정도 익숙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레이저가 뭔가라는 질문을 받으면 답하기 쉽지 않다. 레이저(LASER)란 복사 유도 방출에 의한 광증폭(Light Amplification by Stimulated Emission of Radiation)의 줄임말로 빛의 증폭이라는 물리적 현상을 일컫는다. 레이저 장치는 폭이 좁고 강력한 간섭하는 빛을 만들고 증폭시키는 장치라 할 수 있다.

실생활 속 레이저의 용도는 무궁무진하다. 철판 절단 외에도 바코드 스캐너, 레이저에 의해 만들어지는 홀로그램과 3차원 입체영상, 레이저 메스, 광학핀셋과 함께 찢어진 각막을 접합시키고 핏덩이를 태워없애는 일에 이르는 의료용, 레이저 용접, 내시경, 위 카메라용 광섬유, 광통신용 광섬유, 3D 스캐너, 광학 스토리지 등이 있다. 레이저 가운데 헬륨 네온(HeNe)과 같은 가스 레이저는 높은 빔 품질 및 긴 간섭 길이로 인해 계측용으로 자주 사용된다. 레이저에 기반한 측량장비를 사용하면서 대규모 터널과 철도공사에서 오차를 몇분의 1인치 이내로 줄일 수 있다. 달과의 거리도 아폴로 11호 우주인들이 달에 남겨놓은 반사경에 반사되는 레이저 빔을 이용해 인치 단위 이내로 측정됐다. 금속재료 절단에 자주 사용되는 것은 이산화탄소(CO₂) 레이저와 같은 예외적으로 높은 평균 전력에 도달할 수 있는 가스 레이저다. 실제 철판을 자르는 공업용 레이저의 출력은 100W급으로 알려져 있다.

레이저 연구는 1953년 미군 연구소에서 레이더 연구를 하다가 더 강력한 펄스를 얻는 원리를 찾아낸 찰스 타운스와 아서 숄로호프에서부터 시작된다. 이 아이디어를 갖고 있던 사람은 이들만이 아니었다. 1957년 컬럼비아대에서 광학과 마이크로파 분광물리학을 계속 공부하던 고든 굴드는 어느날 밤 기체를 채운 관속에 있는 거울 사이에서 광파를 반사시키면 1000분의 1초 이내에 물질을 과열시킬 수 있는 단일 파장의 집속된 광선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굴드는 이 정도의 개념만 정립하고서도 향후 레이저가 산업 통신, 군사용으로 유용할 것이라는 잠재력을 간파했다. (굴드는 특허청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특허출원해 약 20년만에 ‘광학 펌핑 레이저’에 대해 특허를 받는다.)

이후 타운스의 논문에 자극받은 미국 휴즈 에어크래프트 연구소(HRL)의 물리학자인 시어도어 메인먼이 1960년 5월 16일 루비를 사용해 강력한 광파를 만들기에 이른다. 이것이 레이저 활용 가능성을 알린 신호탄이었다.

빛을 루비에 통과시켜 파동이 시작되게 만들면 그 속의 원자가 자극돼 고유의 빛을 방출하는데, 그 빛의 파도에 에너지가 더해지며 매우 강렬한 단색 레이저광이 돼 나오는 것이다.

최초의 레이저 장치는 합성 루비막대 주변을 둘러싼 섬광 전구에 지나지 않았다. 그것은 한번에 하나의 짧은 펄스만을 방출했다. 곧이어 가스로 만든 레이저가 나왔다. 섬광 대신에 적기에 의해 자극되는 가스레이저는 크리스털 레이저와 똑같이 작동하면서도 금방 사라지지 않으면서 연속적인 빔을 생성했다.

사실 우리가 인상깊게 알고 있는 레이저는 007 시리즈 같은 첩보영화에서 봐 온 레이저다. 이는 주로 철을 자르는 용도와 인명 살상용으로 사용되는 모습을 보였다. 주로 철판을 뚫거나 권총이나 소총으로 사람을 살해하는 설정도 나온다. 실제로는 아직 사람을 살해할 만큼 강력한 레이저를 발생시키는 권총이나 소총이 만들어졌다는 소식은 없다. 레이저 발생 장비 크기를 줄이지 못했다는 의미다. 지난 2013년 미 해군이 USS 폰스(LPD-15)에 AN/SEQ-3 레이저 무기 시스템(LaWS)을 장착해 시험중인 사실이 알려졌다. 이 레이저 건의 출력은 33kW, 유효 사거리는 1.6km다. 절단기 등에 쓰이는 고출력 레이저 발진장치 6개에서 나오는 광선을 한 곳에 집중시키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우리나라가 개발해 2020년 충남 태안 국과연 안흥시험장에서 이뤄진 레이저 대공무기 ‘블록-2’ 시연에서는 20㎾ 출력 레이저 빔이 1㎞ 거리에 떨어져있던 철판 표적을 뚫었다.

첩보영화 007시리즈와 미션임파서블 속의 레이저

007 시리즈 ‘골드핑거’(1964)에 등장하는 레이저 건.

첩보영화 007의 골드핑거(1964)에서는 007이 레이저 광선으로 몸이 두토막 나기 직전의 장면이 등장한다. 뒤이은 007 시리즈 ‘다이아몬드는 영원히’(1971)에서는 악당들이 미연방 금괴저장소인 포트녹스 금고 철문을 다이아몬드로 발생시킨 레이저를 쏘아 갈라 버리는 장면과 인공위성, 중국인민해방군의 미사일들을 파괴시키는 장면을 떠올릴 수 있다. 우주에서 레이저 무기를 사용하는 007시리즈는 ‘문레이커’(1979)다. 이영화에서는 청색 레이저 광을 발사하는 레이저총으로 서로 총격전을 벌인다. (광선검이 등장하는 스타워즈(1977)가 나온 지 2년 만이다.) 네버세이 네버어게인(1983)에서는 007이 Q가 준 레이저발사 시계로 자신의 손을 묶고 있는 쇠사슬을 자르고 감옥에서 탈출한다. 더리빙데이라이트(1987)에서는 007 역의 티모시 달튼이 미리엄 다보와 탈출중 본드카 바퀴축에서 레이저를 발사해 자신들을 추적해 오는 경찰차를 가로로 두동강내 버린다. 골든아이(1995)에서는 본드가 화학무기 공장을오 침투해 들어갈 때 레이저권총과 레이저 시계를 사용해 금속을 자르는 장면이 등장한다.

영화속에서는 레이저는 보안용으로도 사용된다.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미션 임파서블’(1996), 숀 코넬리와 캐서린 제타 존스 주연의 인트랩먼트(1999) 등에서는 레이저광으로 얽힌 보안장벽을 기어서 통과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들은 에어러졸을 분사해 레이저 광으로 얽혀있는 보안장벽을 눈으로 확인하면서 피해 간다.

이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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