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의 역설, AR 웨어러블 승부수와 끝없는 적자의 딜레마

[AI요약] 마크 저커버그는 언제나 그랬듯 미래를 확신하는 표정으로 자신의 비전을 설파했다. 올 6월 마감된 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그는 수백억 달러 규모의 투자가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고 자신했지만, 정작 투자자들이 주목한 건 또 다른 숫자였다. 소셜미디어 광고 사업으로 벌어들인 돈의 상당 부분이 여전히 '미래 기술'이라는 이름의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는 사실 말이다.

메타의 AI 투자와 스마트안경에 대한 투자가 성과를 내고 있다. (이미지=메타)

이번 분기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이 회사는 약 660억 원 규모의 매출을 올렸고, 주식 한 주당 약 1만 원의 이익을 냈다.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이 예측했던 것보다 높은 숫자다. 광고 매출만 놓고 보면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실적이었고, 이 소식에 장 마감 후 주가는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가 놓여 있다.

가상·증강현실 기기를 개발하는 내부 조직 리얼리티 랩은 지난 석 달 동안만 약 6조 원이 넘는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이 조직이 2020년 말부터 지금까지 쌓아올린 누적 손실은 거의 100조 원에 육박한다. 퀘스트 시리즈 VR 헤드셋과 레이벤 브랜드와 협업한 스마트 안경을 만들고, 오리온이라는 코드명의 차세대 AR 기기를 개발하는 데 쏟아부은 돈이다. 저커버그는 이 출혈을 '필연적 투자'라고 부르지만, 시장은 여전히 회의적이다.

그가 그리는 미래는 이렇다. 사람들이 언젠가는 안경 형태의 기기를 쓰고 다니며 인공지능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눈앞에 펼쳐진 현실 위에 디지털 정보가 겹쳐 보이는 세상. 그는 최근 한 기술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이런 장치 없이 살아가는 사람은 안경 없이 사는 근시 환자처럼 불편함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이 손안의 컴퓨터가 되었듯, 안경이 얼굴 위의 컴퓨터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안경 제조 파트너사 에실로룩소티카의 발표에 따르면, 레이벤 협업 제품의 판매 수익은 1년 전과 비교해 세 배 이상 뛰었다고 한다. 사진과 영상을 찍고, 음악을 듣고, 메타의 AI 어시스턴트에게 눈앞의 사물에 대해 물어볼 수 있는 이 안경은 예상 밖의 반응을 얻었다. 저커버그는 이 흐름이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패러다임의 전환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의 열정이 다소 앞서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리얼리티 랩이라는 이름의 연구 조직이 지금까지 쌓은 천문학적 손실을 정당화하려면, 결국 이 기술들이 대중에게 받아들여져야 한다. 메타버스라는 개념으로 엄청난 자본을 투입했던 과거의 시도가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상황에서, 이번에는 AI와 웨어러블 기기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명분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메타는 AI가 탑재된 안경이나 AI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폼펙터가 미래의 중요한 인지 수단으로 보고 있다. (이미지=메타)

문제는 소비자들이 과연 AI를 안경 형태로 경험하고 싶어 하느냐는 점이다. 올봄 오픈AI는 전 애플 출신 임원이 세운 스타트업을 약 9조 원에 인수하며 새로운 하드웨어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미 여러 스타트업들이 AI 핀, 펜던트 같은 다양한 형태를 시도하고 있지만, 대부분 시장에서 큰 반향을 얻지 못했다. 휴메인의 AI 핀은 출시 직후 혹평을 받았고, 다른 형태의 웨어러블들 역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저커버그는 안경이 가장 자연스러운 선택지라고 확신한다. 이미 수십억 명이 시력 교정을 위해 안경이나 렌즈를 사용하고 있고, 사회적으로도 안경 착용은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 "안경이야말로 물리적 세계와 디지털 세계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최적의 매개체"라고 썼다. 메타버스라는 거창한 꿈이 결국 이 안경을 통해 실현될 것이고, AI 기술이 그 속도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논리다.

그는 또한 "모든 사람이 자기만의 초고성능 AI 비서를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며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단순 작업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일과 소통에 더 많은 시간을 쏟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인용 슈퍼 인텔리전스라는 개념은 그가 최근 자주 언급하는 키워드다.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수준을 넘어, 사용자의 습관과 취향, 관계를 이해하고 선제적으로 돕는 AI를 모두에게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투자 전문가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인베스팅닷컴의 한 수석 애널리스트는 "이번 분기 실적과 상향 조정된 전망치는 AI가 단순한 버즈워드가 아니라 실제 수익을 만들어내는 도구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며 "막대한 인프라 투자는 이 회사가 장기 게임을 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메타버스로 수조 원을 태운 전례를 들며, 이번에도 비슷한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한다.

결국 저커버그의 도박은 시간이 증명할 것이다. 안경을 쓴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AI와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홀로그램 같은 정보를 보며, 현실과 가상이 섞인 경험을 하게 되는 날이 정말 올 것인가. 아니면 이 역시 기술 업계가 주기적으로 품는 환상에 불과한 것인가. 적어도 지금 이 순간, 메타는 그 미래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

김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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