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비서 넘어 동료로... 한국 기업도 '디지털 직원' 시대 본격화

[AI요약] AI가 단순한 도구에서 진정한 비서로 진화함에 따라 직장에서의 역할이 확대되고 기업의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는 가운데, 인간 대부분이 AI 직원을 관리하는 ‘프론티어 펌’이라는 개념이 제시됐다. 경력 초기 첫 직장, 첫 출근부터 AI 직원의 보스가 되는 것이다.

모든 조직이 향후 2~5년 안에 프론티어 펌으로 전환을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미지=마이크로소프트)

주도권 쥔 직원, AI 부하 관리하는 시대 온다

직장인 누구나 인공지능을 부하직원처럼 활용하고 지시하는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최근 발표한 연례 보고서는 이런 변화를 '프론티어 기업'이라는 이름으로 정의하며, 향후 2~5년 내 대부분 조직이 이 방향으로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MS가 지난달 공개한 연구 자료에 따르면,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31개국 노동자 3만여 명을 조사한 결과 기업 리더 10명 중 8명은 올해를 경영 전략 재편의 분기점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특히 한국 경영진의 77%는 향후 1년 반 안에 AI를 활용한 인력 확장을 계획 중이라고 답했다.

MS는 기업의 AI 활용 수준을 3단계로 구분했다. 초기 단계에서는 반복 업무를 AI가 대신 처리해 직원의 시간을 아껴준다. 중간 단계로 넘어가면 AI가 단순 도구가 아닌 '팀 동료'처럼 구체적 업무를 맡아 수행한다. 최종 단계에서는 사람이 큰 방향만 제시하면 AI가 알아서 업무를 진행하고, 사람은 중요한 결정이 필요할 때만 개입하는 구조로 발전한다.

이미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는 MS의 '코파일럿 스튜디오'를 도입해 고객 미팅 일정 조정 같은 실무를 AI에 맡기고 있다. 국내에서도 금융권과 제조업을 중심으로 유사한 시도가 확산되는 추세다.

"지능도 이제 수도꼭지처럼 틀면 나온다"

보고서는 '언제든 쓸 수 있는 지능'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과거에는 사람의 시간과 에너지가 있어야 가능했던 분석과 판단이, 이제는 필요할 때마다 AI를 통해 즉시 활용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실제로 조사 대상 기업 중 프론티어 방식으로 운영되는 곳의 직원 71%는 회사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일반 기업 평균(37%)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또 이들 중 55%는 더 많은 업무를 처리할 여력이 있다고 답해, AI 도입이 실제 업무 효율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반면 대다수 직장인은 여전히 회의와 이메일, 각종 알림에 시달리고 있다. MS 365 사용 데이터 분석 결과, 직원들은 하루 평균 275회 업무를 방해받으며, 회의 10건 중 6건은 예고 없이 갑작스럽게 잡힌다. 한국 경영진의 65%는 현재보다 높은 생산성이 필요하다고 답했지만, 실무자 81%는 집중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율 AI 에이전트, 즉 인간의 개입 없이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도구를 통해 직장 내 AI 도입을 추진해 왔다. (이미지=마이크로소프트)

일자리 변화, 양날의 검

AI가 업무를 혁신하는 만큼 일자리 지형도 크게 바뀔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선진국 일자리의 60%가 AI 영향권에 들어갈 것으로 분석했다. 이 중 절반은 생산성 향상 등 긍정적 효과를 볼 수 있지만, 나머지 절반은 AI가 핵심 업무를 대체해 임금 하락이나 일자리 소멸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영국 정부 지원 연구기관은 AI 성능이 급격히 향상될 경우 대규모 실직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토니블레어연구소는 영국 민간 부문에서만 최대 300만 개 일자리가 AI로 대체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첫 출근날부터 관리자 경험"

MS 연구진 알렉시아 캠본은 "코딩 보조 도구에서 자율 실행 에이전트로 진화한 것처럼, 지식 업무 전반에서도 AI가 비슷한 경로를 밟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검색엔진이나 엑셀처럼 AI를 단순 도구로만 쓰면 제대로 된 효과를 보기 어렵다"며 "브레인스토밍 파트너처럼 함께 고민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신입사원도 첫날부터 AI 관리 경험을 쌓게 된다는 것이다. 캠본 연구원은 "경력 초기 단계부터 AI 에이전트를 지휘하고 성과를 이끌어내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라며 "이는 전통적인 조직 위계와는 다른 새로운 리더십 경험"이라고 말했다.

한국 기업, AI 투자 우선순위는?

한국 기업 리더들은 향후 1년 반 내 고객 서비스, 마케팅, 제품 개발 분야에 AI 투자를 집중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리더의 48%는 이미 특정 업무 프로세스를 AI로 완전 자동화했다고 응답했다.

다만 AI 활용 인식에서는 세대 차이가 뚜렷했다. 경영진의 70%는 AI 에이전트에 익숙하다고 답한 반면, 일반 직원은 32%만 그렇다고 답했다. 경영진 중 3분의 1은 AI 덕분에 하루 1시간 이상을 절약한다고 답했지만, 실무자는 이보다 낮은 비율을 보였다.

AI 리터러시, 2025년 핵심 역량으로?

링크드인은 올해 가장 중요한 역량으로 'AI 리터러시'(AI 이해 및 활용 능력)를 꼽았다. 직원의 52%, 리더의 57%는 자신이 속한 산업에서 고용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느끼고 있어, AI 교육 수요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MS는 기업들에게 △AI 에이전트를 실제 직원처럼 명확한 역할과 책임을 부여하고 △인간이 해야 할 일과 자동화 가능한 업무를 구분하며 △시범 운영에 그치지 않고 전사 확산을 추진하라고 조언했다.

링크드인 데이터에 따르면 현재 채용되는 직원의 10% 이상은 2000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직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대부분 직무에서 요구 기술의 70%가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AI 시대, 변화에 적응하는 속도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류정민 기자

znryu@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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