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이번엔 우주천문 패권전쟁… 쉰톈 vs 제임스웹 결과는?

지난해 12월 25일 발사된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위)과 내년말 발사될 쉰톈 우주망원경. (사진=SETI연구소. 중국국가항천국)

중국이 내년 말 쉰톈 우주망원경(巡天号 空间 望远镜·CCST)을 발사할 예정이다. 지난달 네이처지 연구성과를 통해 밝혀진 바 있고 이달초 중국 관영 매체들이 공식발표했다.

이를 계기로 미항공우주국(NASA·나사)이 지난해 12월25일 발사한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ames Webb Space Telescope·JWST)이 새로운 경쟁자를 갖게 된 건지 궁금해진다.

한마디로 허블 우주망원경(HST)과 쉰톈 우주망원경(CCST)은 지구상 저궤도 500km내외에 머물고 있는 우주망원경이다. 반면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은 우주를 더 가까이서 보기 위해 지구에서 150만km 떨어진 곳에 자리잡고 우주의 기원을 밝혀줄 137억년 가까이 된 별을 보여주게 된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HST와 CSST가 따라잡을 수 없는 ‘넘사벽’ 우주망원경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중국이 발표한 내년말 발사될 예정된 쉰톈과 허블, 그리고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어떤 수준의 차이가 있는 걸까.

중국은 왜 쉰톈 우주망원경을 띄울까?

중국 쉰톈 우주망원경(CSST) 렌더링. (사진=중국국가항천국)

중국의 국영 케이블채널 CGTN은 지난 6일 공식 발표 자료를 통해 중국이 내년 말 거대한 망원경을 발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목적은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에 대한 매혹적인 비밀을 밝혀내는 것 외에 은하 진화에 대한 알아내기 위해서라고 했다.

중국어로 ‘하늘에 대한 조사’를 의미하는 중국 우주 정거장 망원경(CSST·Chinese Space Station Telescope), 또는 ‘순톈((巡天)’이라고 불리는 이 천문대는 지구궤도 우주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천문학자들이 하늘을 관측하고 새로운 우주 지도를 만들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기 위한 광학식 우주망원경이다.

쉰톈 우주망원경(CSST)은 미국이 32년 전인 1990년 4월 발사된 허블 우주망원경(HST)와 비슷한 버스 크기의 우주망원경으로 길이가 3층 건물 높이만큼 되고 허블의 2.4m보다 작은 2m의 조리개 렌즈를 갖는다.

류지펑 중국과학원국립천문대(NAOC) 부소장에 따르면 CSST는 허블 망원경보다 약간 얇지만 허블 망원경보다 350배 더 넓은 시야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시야는 망원경이 한 번에 볼 수 있는 하늘의 영역이다.

중국 과학자들은 “허블 망원경 시야는 냉정하게 말하면 손톱 크기의 약 1% 정도의 시야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하늘의 많은 부분을 제외시킨다”고 지적하면서 “쉰톈은 이 넓은 우주 시야에서 높은 화질에 이르도록 하기 위해 3개의 거울을 가진 수차 보정(收差補正) 설계를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쉰톈 우주망원경이 광도 측정, 위치, 형상 측정 시 더 높은 정밀도의 이미지를 얻도록 하기 위한 장치다.

쉰톈에는 조사 카메라를 포함한 5개의 계측기가 설치된다. 중국 연구진에 따르면 이 카메라의 주 초점면에는 8100만 화소 검출기 30개가 탑재돼 있다.

이 카메라들은 여러 대역으로 중위도에서 높은 은하의 위도, 중앙황동에서 높은 황도 하늘의 약 1만7500평방 도에 이르는 영상과 스펙트럼을 촬영할 수 있다. 다른 4개의 장비는 ▲은하수의 별(항성) 형성 영역 지도를 제작하고 ▲혜성과 회전하는 소행성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물체의 즉각적인 색을 얻으며 ▲초거대질량을 가진 블랙홀과 은하의 공동 진화와 근처의 항성 형성 연구 ▲우주의 일부, 그리고 보이는 곳에 있는 외계 행성 직접 촬영을 위한 것이다.

중국 과학자들은 “쉰톈은 전 세계 과학자들이 연구할 수 있는 하늘의 40%를 촬영하고 거대한 데이터를 지구로 전송할 것이다. 주요 목표는 우주에 관한 가장 기본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10억 개 이상의 은하를 관측할 것이고, 그 위치, 모양, 밝기를 측정하게 될 것이며, 이것은 그 은하들이 어떻게 진화하는지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우주의 팽창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현재 팽창 속도를 계산할 수 있다. 하지만 가속도가 발생하는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쉰톈의 관측 결과 답이 나오고 새로운 물리학이 나올 수 있다. 이 망원경은 또한 중성미자 질량의 상한선을 결정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우주 질량 에너지 함량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믿어지는 신비로운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를 밝힐 것이다. 천왕성의 공전 주기는 80년 이상이다. 허블은 여러 해 동안 관측을 해 왔다. 쉰톈은 천왕성이 한 번의 완전한 공전 기간 동안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조사하기 위한 작업을 계속할 수 있다. 이 망원경은 또한 중국의 광학 천문학 연구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 올리고 세계적 과학자들을 양성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이 우주망원경은 숨막힐 정도의 가시광선 사진을 찍어 대중들이 우주를 직접 느끼고 이해할 수 있게 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32년간 허블 우주망원경이 했던 역할을 이어받겠다고 결의를 다지는 것 같다. 사실 허블 망원경은 운용기간 32년이 넘어가면서 부품이 점점 노후되고 있다. 나사는 우주왕복선을 더 이상 운용하지 않기에 허블 망원경은 일단 고장나면 임무가 끝난다.

후잔 박사는 쉰톈이 2035년 이전까지 10년 동안 근자외선과 가시광선 천문학을 위한 가장 큰 우주 망원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과학자는 쉰톈의 촬영 능력을 양떼를 촬영하는 것에 비유해 “허블은 양 한마리를 볼 수 있지만 쉰톈은 같은 해상도로 수천 마리의 양을 본다”고 말했다.

허블은 우주왕복선 vs 쉰톈은 자국 우주정거장 도킹 수리

중국이 내년말 쏘아올릴 쉰톈우주망원경(위)와 발사된 지 32년째 작동중인 허블 우주망원경.(사진=SETI연구소, 중국국가항천국)
중국은 올연말 자체 우주정거장 완공을 앞두고 있다. 미국이 국제우주정거장을 2020년대말까지 운영하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쉰텐 망원경은 이 우주정거장과 같은 궤도로 돌며 필요시 도킹해 연료공급 및 서비스 등을 받으며 운영비를 줄일 수 있다. (사진=중국 CGTN 동영상캡처)

쉰톈은 허블에 비해 350배의 넓은 시야를 갖는 외에 고장 발생 시 자국 우주정거장에 도킹해 수리할 수 있는 방식의 구조물이라는 점에서도 허블 망원경과 차별화된다.

쉰톈은 올 연말 발사될 예정인 중국 우주정거장과 같은 궤도(지상 400km)에서 큰 거리를 유지하면서 독립적으로 비행하게 된다. 그러다가 필요 시 서로 도킹하게 하게 된다. 중국이 구축 중인 우주정거장은 길이 37m, 무게 90톤으로 현재 지구궤도에 떠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의 3분의 1 크기다.

쉰톈은 우주정거장과 도킹해 예정에 맞춰, 또는 필요에 따라 연료 공급과 수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허블 우주정거장보다 더 저렴하게 유지보수를 할 수 있다. 쉰톈은 오는 2024년부터 과학연구 운영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며, 계획된 임무 수명은 10년이으로 원칙적으로 연장될 수 있다. CSST의 광학 시설 프로젝트 과학자 후잔은 “쉰톈은 우주의 많은 부분을 꽤 빨리 스캔할 수 있기 때문에 탐사 관측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나사는 1993년부터 2009년까지 허블망원경 수리, 부품 교체, 새로운 장비 설치 서비스를 위해 우주왕복선을 다섯 번 발사했다.

중국 쉰톈이 미국 제임스웹우주망원경과 맞짱?

아리안스페이스의 아리안5로켓에 실리는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모습. (사진=ESA)
제임스 웹 망원경을 옆(왼쪽)과 위에서 내려다본 모습. (사진=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 STSI)

쉰톈을 제임스웹 우주 망원경을 비교해 보면 어떨까. 과연 나사의 최신 우주 천문대인 제임스웹 우주 망원경(JWST)과 맞설 수 있을까?

나사는 지난해 말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을 지구에서 벗어난 두 번째 라그랑주 지점 주위(지구에서부터 150만km 떨어진 곳)를 선회하도록 설계해 발사했다. 허블이나 쉰톈으로는 볼 수 없는 더 먼 우주까지 보기 위해서다. JWST는 지난 1월 말 태양과 지구의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라그랑주2 궤도에 안착했다. 이후 18개의 거울로 된 주 거울을 하나의 거울처럼 작동하도록 미세조정하고 과학 장비의 온도를 심우주 환경과 같은 극저온으로 낮추는 등 본격 관측을 위한 준비를 해왔고 현재 최종 마무리 점검을 마쳐가고 있다.

JWST는 이제 하늘 전체(360도)를 관찰할 수 있게 됐다. 중국이 허블 망원경보다 시야가 350배 되는 쉰텐을 쏘아올릴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제임스웹 망원경의 시야를 굳이 비교하자면 허블의 1000배라고 한다.

나사의 공식 웹사이트에 올라온 블로그는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의 감지 시스템이 인지할 수 있는 전체영역(FOR·Field Of Regard)은 사실 꽤 크다. 그것은 하루에 하늘 전체의 약 39%를 볼 수 있고, 그리고 6개월 동안 나머지를 모두 관찰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제임스웹망원경은 빅뱅까지 볼 수 있는 근본적으로 다른 도구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은 지구에서 150만km 떨어진 라그랑주2에 자리잡고 있다. (사진=나사)

미국의 제임스웹우주망원경과 중국의 쉰톈은 근본적으로 다른 도구다.

허블 우주망원경에는 직경 2.4m인 단일 반사경이 사용됐지만 제임스웹에는 그보다 집광 면적이 7.3배 더 넓은 직경 6.5m짜리 반사경이 사용됐다. 이 큰 망원경을 그대로 운반할 수 없기에 18개의 1.3m짜리 작은 정육각형 반사경으로 나눠서 넣고 발사한 후 나중에 펼쳐서 조합해 큰 반사경으로 만들었다. 반사경 재질도 유리가 아닌 가볍고 강하고 열변형이 적으며 적외선 반사 능력이 뛰어난 베릴륨에 금을 코팅한 거울을 사용했다. 이에따라 반사경이 훨씬 커졌음에도 망원경 전체의 무게는 6.5톤으로 허블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허블과 쉰톈같은 광학 망원경은 극도로 먼 우주에 있는 먼지, 가스, 그리고 다른 물질들로 이뤄진 짙은 구름 때문에 가시 대역의 빛이 우주의 간섭에 의해 방해를 받으며, 이로 인해 근본적으로 우주가 탄생하는 시점까지 멀리 보는 데에는 제한적이다.

JWST가 이 중요한 정보를 잃지 않고 우주를 훨씬 더 많이 통과할 수 있는 중적외선광(mid-infrared light)에 특화돼 설계된 이유다. 물론 JWST는 자외선도 감지할 수 있다.

이는 지난 2020년 1월 퇴역한 스피처 우주망원경과 같다. 이 망원경은 적외선 관측천문대로서 외행성, 갈색 왜성, 혜성, 소행성들을 포함해 가시광선을 방출하기에 너무 차가운 것들을 보여주었다. 스피처우주망원경은 지구궤도를 돌던 허블, 콤프턴, 찬드라 우주망원경과 달리 지구를 따라 태양궤도를 공전했다.

나사의 스피처 우주망원경이 찍은 거대마젤란 성운 사진(왼쪽. 2020년 1월 퇴역)과 이달 9일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촬영한 사진.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으로 찍은 사진이 훨씬 또렷해졌다. (사진=나사·칼테크, 나사·ESA·CSA·STScI)

중국의 쉰톈이 별이 형성되는 우리 은하 같은 영역의 개별 물체들, 혜성과 소행성, 초거대질량 블랙홀과 은하들의 진화, 그리고 심지어 별 형성을 관찰하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훨씬 더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 거의 우리은하 근처에, 또는 우리은하 안에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건 지구궤도상을 도는 쉰톈과 허블로선 불가능한 일이다.

지구에서 우주로 150만km나 가까이 다가간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은 우주에서 은하와 별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빅뱅 이후 얼마 되지 않은 곳을 관찰할 수 있다. 137억년 된 우주의 기원에 다가갈 수 있는 인류가 만든 유일한 우주망원경인 셈이다.

이는 웹우주망원경(JWST)과 중국의 쉰톈(CSST)이 근본적으로 다른 종류의 매우 복잡한 과학 도구라는 것을 말해준다. 두 주요 우주 기반 망원경이 우주의 동일한 부분을 연구하면서 경쟁하게 됐다. 지구에서처럼 우주 연구에서도 중국이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

아래 2건의 영상은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발사와 전개과정, 그리고 이 망원경이 볼 수 있는 우주범위를 보여준다.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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