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재주 없는 휴머노이드, 결국 도태될까

[AI요약]막대한 투자금이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으로 몰려들고 있지만, 정작 시장 확대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업계 전문가들은 인간의 섬세한 손동작과 순발력을 구현하지 못하면 이런 로봇들이 실용성을 잃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피규어의 휴머노이드 로봇. (사진=피규어)

로봇 청소기 룸바를 세상에 내놓은 아이로봇 창업자 로드니 브룩스가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의 과열 투자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피규어를 비롯한 휴머노이드 스타트업들이 수십억 달러 규모의 벤처캐피털 자금을 끌어모으는 상황에서 나온 경고다. 그는 인간 손의 정교한 움직임과 민첩함을 재현하지 못한다면 이들 로봇이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우려 섞인 전망은 해당 분야에 뛰어든 벤처투자자들에게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실제로 휴머노이드 로봇의 대중화까지는 최소한 수년에서 길게는 10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했던 로봇 분야 투자자들과 AI 연구자들이 최근 전망을 수정하며 이 산업이 예상보다 험난한 길을 걷고 있음을 드러냈다.

휴머노이드 산업이 직면한 가장 큰 난제는 명확한 시장 수요의 부재다. 우주에서 인간 대신 작업할 휴머노이드를 보내는 것 외에는 아직 뚜렷한 활용처가 형성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휴머노이드를 접해보지 못했거나 현재 개발 상황을 세밀히 추적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이 분야의 발전이 놀랍게 느껴질 수 있지만, 전문가 집단은 실제 활용 사례와 수익 창출 가능성에 대해 여전히 신중하고 회의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안전성 역시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사람과 휴머노이드가 같은 공간을 함께 사용할 때 이 문제가 더욱 부각된다. 제조 현장이나 산업 시설에서 휴머노이드와 작업자가 밀접하게 협업할 경우 사고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휴머노이드 기업들이 궁극적으로 목표하는 가정 내 활용이 실현된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로봇이 반려동물이나 어린이와 부딪힐 경우 심각한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피규어의 휴머노이드 로봇. (사진=피규어)

또 다른 쟁점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집 안에 휴머노이드를 들이는 것을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해킹 위험과 야간 오작동 가능성은 무시할 수 없는 우려 사항이다. 기술 개발 일정이 불명확한 것도 펀드 운용 주기와 투자자 자본 회수를 고려해야 하는 벤처캐피털에게는 중요한 변수다.

엔비디아 AI 연구 부문을 이끄는 산자 피들러 부사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휴머노이드 개발의 정확한 일정을 확정하기 어렵다고 밝히면서, 현재의 뜨거운 관심을 자율주행차 초기의 열기에 비유했다. 자율주행차는 2016년과 2017년 곧 상용화될 것처럼 홍보됐지만, 실제 확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고, 지금도 완전 자율주행을 실현한 나라는 없는 실정이다.

엔비디아의 수석 과학자 빌 대릴도 피들러 부사장의 견해에 동의했다. 이들의 발언은 엔비디아가 휴머노이드 인프라 개발에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새로운 기술 발표나 최신 데모가 공개될 때마다 기대감이 커지기 쉽지만, 이 기술이 극도로 복잡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완전한 성능 발휘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로봇이 3차원 공간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을 구현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까다롭다. 6개 축의 자유도를 가진 시스템에 소프트웨어를 적용하는 것도 어려운데, 현재 일부 휴머노이드는 60개 이상의 자유도를 가진 시스템이다. 결국 대다수 전문가들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아직 세상에 나올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허깅페이스의 리치 미니. (사진=허깅페이스)

테슬라의 사례는 기업들이 겪는 어려움을 잘 보여준다. 테슬라는 2021년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개발 계획을 발표했고, 다음 해에는 2023년 출시를 예고했다. 하지만 이는 실현되지 않았다. 2024년 테슬라의 'We, Robot' 행사에서 옵티머스가 처음 선보였을 때, 로봇 대부분이 현장 밖에서 사람의 조종을 받고 있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테슬라는 여전히 2026년부터 로봇 판매를 시작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9월 투자 유치에서 390억달러 규모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로봇 스타트업 피규어는 회사가 실제 시장에 배치했다고 주장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수량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렇다고 휴머노이드의 미래 시장이 존재하지 않거나 이 기술이 연구할 가치가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사람들이 휴머노이드에 기대하는 '민첩성'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중에는 와이콤비네이터의 지원을 받는 프로셉션과 로봇 기업들이 기계에 촉각 기능을 구현할 수 있도록 돕는 키트를 만든 루미아 같은 기업들이 있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소비자 선주문이 증가하는 기업들도 다수 존재한다. 케이스케일랩스는 휴머노이드 로봇 출시 후 5일 만에 100건을 넘는 선주문을 받았는데, 이는 설립자들조차 예상하지 못한 성과였다. 허깅페이스도 두 종류의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개발자들의 강력한 수요를 경험했다. 이 회사는 지난 7월 소형 데스크톱 버전인 리치 미니의 사전 예약을 시작했고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리치 미니 로봇 주문을 개시한 지 불과 5일 만에 허깅페이스는 1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로드니 브룩스는 "미래에 휴머노이드가 등장할 것이라는 점을 의심하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시장에서 휴머노이드라고 흔히 떠올리는 인간의 형상을 한 모습은 아닐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앞으로 10년 이상은 휴머노이드가 아닌 바퀴가 달린 로봇들이 출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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