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추얼 트윈이 AI와 만났다"... 다쏘시스템과 엔비디아 협력, 제조·바이오 산업의 혁신 일으킬까?

버추얼 트윈과 AI 인프라를 결합한 공동 산업용 AI 아키텍처… 제조업 AI 시대 연다
엔비디아의 가속화 기술과 다쏘시스템의 플랫폼 제공…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은?
다쏘시스템의 버추얼 트윈 기술이 엔비디아 AI 인프라와 결합돼 생명과학, 소재, 엔지니어링, 제조 전반에서 산업 AI 구현을 지원하는 모습. (이미지=다쏘시스템)

프랑스 3D 소프트웨어 기업 다쏘시스템이 글로벌 칩 제조사 엔비디아와 손잡고 산업계를 위한 차세대 AI 생태계 구축에 나선다. 두 회사는 4일 버추얼 트윈 기술(Virtual Twin)에 GPU 가속 컴퓨팅을 접목한 협업 계획을 공개했다.

이번 제휴의 핵심은 '검증 가능한 AI'다. 단순히 데이터를 학습해 결과를 예측하는 수준을 넘어, 물리 법칙과 과학적 원리에 기반한 시뮬레이션 모델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다쏘시스템의 파스칼 달로즈 최고경영자(CEO)는 "이제 AI는 현실 세계를 이해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며 "과학에 뿌리를 둔 AI가 인간의 창의력을 배가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협업의 첫 번째 결실은 생명과학 분야에서 나타날 전망이다. 엔비디아의 바이오네모 플랫폼과 다쏘시스템의 바이오비아 솔루션을 결합하면, 신약과 신소재 개발 과정에서 가상 실험을 통해 수천 가지 조합을 빠르게 테스트할 수 있다. 기존에 수개월 걸리던 후보물질 스크리닝 시간을 대폭 줄이는 셈이다.

제조 현장의 변화는 더욱 구체적이다. 공장 전체를 디지털 공간에 그대로 옮겨놓고, AI 로봇과 자동화 시스템의 움직임을 미리 시뮬레이션할 수 있게 된다. 실제 생산 라인을 멈추지 않고도 공정 개선안을 테스트하고 최적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일본 산업자동화 기업 오므론의 야마니시 모토히로 사장은 "디지털로 검증된 자율 생산 시스템이 제조업의 미래"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플랫폼 경쟁 격화... 주권형 AI 클라우드도 구축

다쏘시스템은 자회사 아웃스케일을 통해 3개 대륙에 독자적인 'AI 팩토리'를 세우고 있다. 엔비디아의 최신 GPU 인프라를 활용하되, 고객 기업의 데이터 주권과 지식재산권은 철저히 보호하는 구조다.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에서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주도권을 쥔 상황에서, 유럽 기업 주도의 대안적 인프라를 만들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엔비디아 역시 다쏘시스템의 모델 기반 시스템 엔지니어링(MBSE) 기술을 채택해 자사 AI 데이터센터 설계에 활용할 계획이다. 엔비디아 창업자 젠슨 황은 "수십 년 쌓인 산업 노하우와 우리의 AI 플랫폼을 합쳐 전 세계 수백만 엔지니어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기차·항공기 개발에도 적용... 글로벌 기업들 동참

미국 전기차 제조사 루시드는 이번 협업 기술을 차량 설계에 도입하기로 했다. 루시드의 비벡 아탈루리 부사장은 "물리 기반 AI 시뮬레이션으로 컨셉 단계부터 양산까지 걸리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위치타주립대 항공연구소(NIAR)도 차세대 항공기 개발에 해당 기술을 활용한다. 규제 인증이 까다로운 항공 분야에서, 설계 초기 단계부터 안전 기준을 시뮬레이션으로 검증하면 인증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프랑스 식품기업 벨 그룹의 세실 벨리오 CEO는 "지속 가능한 포장재와 제품 개발에 대규모 모델링 연산 능력이 필수"라며 "이번 협력이 혁신 속도를 높이는 촉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두 회사는 3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린 '3D익스피리언스 월드' 행사에서 이번 계획을 처음 공개했다. 업계에서는 제조·바이오·에너지 등 다양한 산업에서 '물리 법칙 기반 AI'가 새로운 경쟁력 원천으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조상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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