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미국의 엑사 슈퍼컴퓨터 1위… 4가지 관전 포인트

미국 에너지부 산하 오크리지국립연구소(ORNL)의 ‘프런티어’(Frontier)가 세계 1위 슈퍼컴이자 세계 최초의 ‘엑사(exscale)급 슈퍼컴퓨터’로 공식 기록됐다.

엑사급 슈퍼컴퓨터란 1초에 110경 회, 즉 무려 10의 18승 속도로 계산을 할 수 있는 고성능 컴퓨터다. 지난 달 30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세계슈퍼컴퓨팅컨퍼런스(ISC)에서 나온 톱500의 발표 내용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발표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세계 최초의 엑사급 슈퍼컴은 지난해 상반기 중국이 개발해 가동 중인 2개의 슈퍼컴이라는 지적이 그것이다.

세계 최초이자 최고의 엑사급 슈퍼컴으로 공식 발표된 미국의 프런티어의 등장으로 드러난 AMD 칩 설계능력의 부상과 인텔의 하락, 중국이 엑사급 슈퍼컴 개발을 숨기는 배경, 이것이 슈퍼컴퓨터 톱500에 미치는 부작용, 우리나라의 실정 등을 넥스트플랫폼,파이낸셜 타임스, 인사이드HPC 보도와 발표 등을 바탕으로 살펴봤다.

톱 500 1위에 오른 미국 엑사급 슈퍼컴 ‘프런티어’는

2022 상반기 세계 500대 슈퍼컴 순위를 매기는 톱500이 공식 발표한 미국 오크리지국립연구소(ORNL)의 세계최고 성능의 엑사급 슈퍼컴. (사진=ORNL)

세계 최초의 엑사급 슈퍼컴으로 발표된 ‘프런티어’는 미국 테네시 주 녹스빌 외곽에 있는 ORNL의 오크리지 리더십 컴퓨팅 시설 내 데이터센터에 설치돼 있다. 이 센터는 가동을 위해 100메가와트(MW)급 이상의 전력을 잡아먹는다.

프런티어는 고성능 린팩(High-Performance Linpack·HPL)벤치마크 테스트 전용 노드 9248개를 갖고 있으며 GPU에서 이론상 피크성능 1.686 엑사플롭스(초당 168경 6000조회 부동소수점 연산)를 갖고 있다. HPL테스트에서는 1.102 엑사플롭스(초당 110경 2000조회) 성능을 보였다.

프런티어는 74개의 캐비닛에 9472개의 노드를 가지고 있으며 총 9472개의 맞춤형 AMD ‘트렌토(Trento)’ 에픽 7003 시리즈 CPU와 3만7888개의 AMD ‘알데바란’ 인스팅트 MI250X GPU 가속기를 가지고 있다. 모두 AMD가 만든 칩으로서 상호 협력해 작동하도록 설계됐다.

각각의 노드는 ‘로제타’ 스위치 ASIC와 ‘카시니’네트워크 인터페이스 칩으로 구성된 200Gbs(1Gbps=초당10억비트 전송속도) 슬링샷 이더넷 인터커넥트로 상호연결 된다.

AMD의 트렌토 CPU는 2GHz에서 실행되며 64코어를 갖고 있다. 어쨌든 트렌토 패키지에는 8개의 핵심 복합 칩이 있고, 각각의 MI250X 가속기에는 논리적으로 구별되는 2개의 GPU 칩이 있기 때문에 CPU와 GPU의 실제 비율은 1:4가 아니다.

MI250X GPU 가속기는 벡터 연산 유닛에서 FP64 정밀도에서 47.9 페타플롭스(1페타=초당 1000초 연산속도)의 정격 연산속도를 갖는다. GPU는 각각 45.57테라플롭스만 제공하며, 이는 1.62GHz 클록스피드로 계산된다. 이는 아마도 발열을 줄이고 전체 시스템의 와트당 기가플롭스를 증가시키기 위해서일 것으로 추정된다.

프론티어는 매우 인상적인 와트당 52.23기가플롭스(1기가=10억)의 성능을 보이고 있다. 이는 앞서 세계 최고의 슈퍼컴이었던 일본 이화학연구소의 ‘후가쿠’ 슈퍼컴퓨터보다 32% 더 에너지 효율이 높다.

프런티어 시스템의 전력 소비량은 21.1MW지만 자카리아 ORNL소장에 따르면 작업을 시작할 때엔 15MW의 전력을 추가로 소비한다. 이는 웬만한 소도시 하나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어떤 시점에서는 오크리지가 사용하는 직접 수냉 방식을 통해 GPU 클럭 스피드를 가속할 수 있다. 또한 프런티어 시스템에 노드를 더 추가함으로써 이론 피크성능에서 2엑사플롭스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오크리지는 엑사급인 ‘프런티어’ 컴퓨터로 컴퓨팅하기 위해 최대 100메가와트(MW)까지 사용할 수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연간 와트당 약 1달러(약 1억 달러)의 비용이 소요된다.

자카리아 ORNL 소장은 “나는 항상 엑사급 슈퍼컴퓨터를 20년 후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타임머신으로 생각해 왔다. 단순히 미래를 보는 것이 아니라 미래가 어떻게 진화하는지에 영향을 미치고 구체화할 수 있도록 해 줬다. 엑사스케일 슈퍼컴 개발을 축하하는 것은 멋진 일이다. 축하할 가치가 있다. 하지만 그것의 진정한 의미는 정말로 미래를 들여다보고 우리가 어떻게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미래를 만들어가고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보는 것에 대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ORNL의 프런티어는 활용준비된 24개 이상의 애플리케이션을 가지고 있다.

AMD가 슈퍼컴 개발에서 인텔 누르다

미국은 AMD사의 에픽칩으로 엑사급 슈퍼컴을 처음 실현했다. (사진=톱500)

지난 5월30일 발표된 톱500 1위에 오른 프런티어에서 눈여겨 볼 점은 AMD가 오랜 만에 세계 최고를 가리는 톱500 발표에서 1위 슈퍼컴 칩셋 공급업체 자리로 돌아왔다는 점이다. 프론티어는 원래 미국 최초의 엑사급 슈퍼컴 일정표에 없었다. 그 다음 차례였다.

그에 앞서 미국 에너지부는 인텔에 두 번의 기회를 주었다. 계획대로라면 인텔이 지난해 코드명 ‘폰테 베키오’(Ponte Veccio)인 자사의 새 GPU와 새파이어 래피즈 CPU로 구축한 ‘오로라’로 세계 최초의 엑사급 슈퍼컴을 내놓았을 것이다. 이 슈퍼컴은 미 알곤국립연구소에 설치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주요 슈퍼컴 뉴스들은 인텔이 올연말까지도 미 알곤국립연구소에 이 슈퍼컴을 납품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하고 있다. 반면 AMD는 깃발을 날리고 있다. 프런티어 슈퍼컴에 사용된 AMD의 에픽(Epyc) CPU는 톱500 슈퍼컴 가운데 94기의 슈퍼컴을 가동하는 칩셋이기도 하다. 2021년 11월 73개, 2021년 6월 49개 슈퍼컴에 사용되던 데서 크게 늘어난 것이다.

AMD의 인스팅트(Instinct) MI250X GPU는 프런티어를 포함한 7개 슈퍼컴(1위 프런티어, 3위 루미, 10위 애드 애스타라 등)에서 사용되고 있다. 최초로 톱10에 오른 슈퍼컴 가운데 3종이 AMD의 에픽 CPU과 인스팅트 GPU를 사용하고 있다. AMD의 에픽 CPU는 39종의 신규 톱500 진입 슈퍼컴 가운데 20대에서 사용되고 있기도 하다.

또다른 긍정적인 발전으로는 에너지부 최초의 3개의 엑사급 슈퍼컴 시스템이 모두 HPE-크레이 EX 아키텍처를 사용한다는 점이 꼽힌다.

앞서 톱500 1위는 2년간 연속해서 일본 고베에 있는 이화학연구소의 컴퓨터과학연구소가 차지했다.

이전의 HPL 벤치마크 점수인 442페타플롭스(초당 44경 2000조회 연산속도)를 보였던 후가쿠는 이제 2위로 떨어졌다. 톱500은 후가쿠의 이론적인 피크성능이 1엑사플롭(초당 100경회 연산) 장벽을 넘어서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이 시스템을 엑사급 슈퍼컴이라고 부를 명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HPL 벤치마크 테스트에서 이를 입증한 시스템은 프론티어뿐이다.

중국, 이미 지난해 엑사급 슈퍼컴 혁신 이뤘다

지난해 11월 중국과학자들이 엑사급 슈퍼컴을 이용한 연구성과로 ACM 고든 벨 상을 수상하면서 엑사급 슈퍼컴 개발 사실이 드러났다. (사진=HPC와이어)

미국의 프런티어가 톱500에 의해 검토된 첫 번째 시스템이자, 엑사급 이상의 피크성능을 제공하는 것으로 간주된다는 점은 명백한 사실이다. 즉, HPL 점수가 1.102 엑사플롭스(초당 110경 2000조회 부동소수점 연산속도)를 자랑한다.

이 발표는 2016년에 엑사급 컴퓨팅 프로젝트로 시작된 엑사스케일 개발 프로그램 계획이 중간에 두 번이나 실패한 미국정부(에너지부)로선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이를 빛바래게 하는 것은 이미 엑사급 슈퍼컴이 개발됐다는 소식이 나왔기 때문이다.

중국이 두 종의 엑사 스케일 슈퍼컴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는 많은 소식이 지난해 10월 경 두드러지게 보도되기 시작했다. 그 가운데 한 기종은 지난해 3월에 개발됐다. 개발한 지 1년 이상이나 됐다. 다만 어느 슈퍼컴 시스템도 톱500에 제출되지 않았을 뿐이다.

중국 엑사급 슈퍼컴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지난해 11월 이 엑사급 슈퍼컴을 이용한 과학 연구(양자 회로를 시뮬레이션)가 슈퍼컴 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고든 벨 상(2021 ACM Gordon Bell Prize)을 수상하면서다. 따라서 당연히 일각에서 톱500의 발표에 이의를 제기할 만 하다.

지난달 30일 독일 함부르크 ISC 2022 컨퍼런스에서 ‘프런티어’가 세계최초의 엑사급 슈퍼컴으로 발표되기 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이 사실상 세계 최초로 엑사급 슈퍼컴 개발국가라고 보도했다. FT는 여기에 더해 “미국은 3개의 엑사급 슈퍼컴을 구축 중이지만, 중국의 목표는 2025년까지 10개의 엑사급 슈퍼컴을 갖추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중국이 “앞으로 수년간 컴퓨팅의 고지를 점령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엑사급 슈퍼컴 개발을 인정하는 슈퍼컴 전문가로는 아시아기술정보프로그램(ATIP) 이사이자 슈퍼컴 분석가인 데이비드 카너와 저명한 슈퍼컴 전문가인 잭 동가라 미 테네시대 교수다. 동가라 교수는 튜링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중국의 엑사급 슈퍼컴개발을 인정한 미국 저명 슈퍼컴 전문가 잭 동가라. (사진=위키피디아)

잭 동가라는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중국의 슈퍼컴퓨팅 프로그램의 축적은 중국이 현재 세계를 주도하는 놀라운 상황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중국은 이미 세계 랭킹 500위안에 드는 슈퍼컴을 전세계 어느나라보다도 많은 186시스템이나 갖고 있다. 미국의 123개를 앞질렀다. 이제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이 분야의 다음 큰 돌파구로 나아가 이러한 기계의 보급을 계획함으로써, 향후 몇 년후의 슈퍼컴퓨팅기술장악의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특히 중요한 것은 맨체스터 대학의 수학 교수인 니콜라스 하이엄의 말처럼 “암호 해독과 같은 기밀 영역에서의 비밀스런 슈퍼컴 사용은 이들을 국가 안보의 핵심 도구로 만들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미국 프런티어가 2022년 상반기 톱500의 최고 성능 슈퍼컴으로 등재된 데 대해 가장 권위 있는 연구로 널리 인용되고 있는 아시아 기술 정보 프로그램(Asian Technology Information Program)의 데이비드 카너 책임자는 인정하지 않는다. 그는 “중국의 첫 번째 엑사스케일 시스템은 1년 이상 운영돼 왔고 그 이후로 (중국의)두 번째 엑사급 슈퍼컴 시스템이 이에 합류했다”고 말한다.

중국의 엑사급 슈퍼컴 2종은?

중국은 2016년 11월 톱500 세계 1위에 오른 선웨이 타이후 라이트 슈퍼컴(사진)의 후속작인 엑사급 오션라이트를 미국보다 앞서 지난해 개발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사진=중국국가 슈퍼컴퓨팅 센터)

슈퍼컴 전문뉴스 넥스트 플랫폼은 지난해 10월 26일 익명을 요구한 저명한 슈퍼컴 권위자를 인용, 중국이 2종의 엑사플롭스 시스템을 운용중이라고 보도했다.

첫번째 시스템은 타이후라이트의 후속작인 오션라이트(Oceanlite)다. 세계 4위 슈퍼컴인 타이후라이트의 후속작으로서 지난해 3월 린팩 벤치마크테스트(HPL) 결과 엑사급으로 나타났다. 테스트 결과 35MW의 시스템 전력량 스위트 스폿에서 지속적으로 1.05엑사플롭스의 피크 성능을 보였다. 이는 세계 최초의 엑사프롭스급 컴퓨터다. 이 시스템은 ‘알파(Alpha)’ 아키텍처 기반의 썬웨이(Shenwei) CPU를 채택했다. 390개의 코어가 14테라플롭스의 성능을 발휘한다. 오션라이트에는 총 9만8304개의 CPU가 탑재됐다.

우시에 있는 중국 국가슈퍼컴퓨팅연구소는 지속적인 엑사급 슈퍼컴퓨터를 운용하기 위해 4200만개의 코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 타이후라이트의 후속작은 전체슈퍼컴에서 병렬로 실행할 수 있는 양자 시뮬레이션을 실행할 수 있다. 이 시뮬레이션은 보고된 4.4엑사플롭스의 16비트 부동 소수점 성능을 포함해 혼합 정밀도 수학의 광범위한 사용을 강조하기 때문에 인공지능(AI)/기계학습(ML )훈련 및 추론 워크로드용으로도 잘 맞아 떨어진다.

중국은 이 슈퍼컴 개발을 요란하게 선전하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 연구자들이 슈퍼컴의 노벨상으로 알려진 고든벨상에 투고한 논문에 오션라이트 시스템 세부 사양을 포함시켜 개발 성과를 밝혔고, 이 논문이 수상하면서 하드웨어 개발 사실이 드러났다.

두번째 시스템은 톈허2A(Tianhe-2A)의 후속작인 톈허3(Tianhe-3) 시스템이다. 텐진 슈퍼컴 센터에 구축돼 있다. 넥스트플랫폼은 앞서의 슈퍼컴 권위자를 인용, “톈허3(Tianhe-3) 시스템이 중국에서 두 번째 엑사급슈퍼컴이 피크성능 1.3엑사플롭스에 도달해 충분히 엑사급 머신으로 유지될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 슈퍼컴에 채택된 CPU는 톈진 피티움 인포메이션 테크놀로지(Tianjin Phytium Information Technology)가 ARM아키텍처에 기반해 설계한 ‘페이텡(FeiTeng·飞腾)’프로세서로 알려졌다. 가속기는 DSP(Digital Signal Processor)구조로 톈허2A에 사용된 ‘매트릭스(Matrix) 2000’을 개량한 ‘매트릭스 2000+’제품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한 사용 전력 수치는 알려지지 않았다.

피티엄 페이텡 프로세서 출현과 톈허-2A 시스템용 매트릭스 2000 DSP 가속기 출현은 당시 대중 무역 제재로 인해 중국이 인텔 제온 파이와 같은 많은 코어를 가진 프로세서를 계획대로 사용할 수 없었던 가운데 개발됐다.

중국은 왜 숨기나?

중국이 개발한 엑사급 슈퍼컴 오션라이트의 SW26010-프로 컴퓨트 엔진 구조. (사진=넥스트플랫폼)

최근까지 미국 에너지부의 로렌스 버클리 국립 연구소의 부소장을 지낸 호르스트 사이먼은 “가장 발전된 슈퍼컴퓨터를 보유한 나라는 적대국들에 비해 국방에서 분명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도 중국이 지금까지와 달리 엑사급 슈퍼컴 개발이라는 성과를 공식 확인하지 않는 것은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의 추가 첨단 기술 분야 제재를 막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중국이 엑사급 슈퍼컴을 개발해놓고 발표하지 않은 이유는 뭘까.

공식적인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가장 유력해 보이는 이유는 이 성과가 이슈로 떠오르면서 발생할 미국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서라는 추정이 나온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 2019년에 중국 5개 슈퍼컴 개발 관련기관을 표적삼아 제재 리스트에 올린 후 지난해에도 7개 관련 그룹을 추가로 제재대상인 엔터티 리스트에 올렸다.

재미있는 것은 두 번째 제재가 중국의 최초 엑사급 슈퍼컴이 가동된 후에 이뤄졌다는 점이다. 즉, 오션라이트의 성능 테스트 결과가 나온 것은 지난해 3월인데 미국은 그 다음달인 지난해 4월 중국 엑사급 슈퍼컴 개발 관련 7개 기관을 수출입 제재 기관 및 기업인 블랙리스트(엔티티리스트)에 포함시켰다.

중국의 자체개발 엑사급 슈퍼컴에 사용된 칩 개발사는 톈진 파이티엄 정보기술(Tianjin Phytium Information Technology) 및 상하이 고성능 집적회로 설계센터(Shanghai High-Performance Integrated Circuit Design Center)다. 모두 지난해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올랐다.

이전까지 중국은 미국 반도체 업체인 AMD의 기술에 크게 의존하고 있었다. 이는 중국이 미국의 대중 무역 제재에 취약하게 만들었다. 반면 중국이 현재 가동중인 것으로 알려진 2개의 엑사급 슈퍼컴은 중국이 자체 개발한 칩 설계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중국이 엑사급 슈퍼컴을 개발한 것은 미국의 칩과 가속기가 제공되지 않도록 무역제재를 가하는 상황이 오히려 중국의 첨단기술을 자극하고 촉진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분석으로 이어졌다.

잭 동가라 교수는 “매우 짧은 기간에 걸쳐 자체 기술을 기반으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다는 점이 상당히 인상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 칩이 세계에서 가장 발전된 칩 제조 업체들과 비교했을 때 몇 년 뒤떨어진 중국 본토에서 제조되었는지 대만에서 제조되었는지 불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카너는 미중 두 나라 간 슈퍼컴 기술 격차가 벌어짐에 따라 미국은 “이러한 중국 시스템들을 좀 더 깊이 들여다 볼” 희망으로 우시에 있는 중국 앞선 국가슈퍼컴퓨팅 센터에 대한 제재 완화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카너와 이 분야 전문가들에 따르면 중국이 슈퍼컴 하드웨어 분야에서 앞서고 있긴 하지만 미국은 이 분야에서의 광범위한 역량, 특히 소프트웨어에서 앞서고 있다.

중국은 미중 하이테크 전쟁과 무역전쟁 속에서 여전히 새로운 슈퍼컴 능력을 공개하지 않고 있고, 미국도 중국에 대한 제재와 압박을 가하면서 중국이 기술 강국으로 부상하는 것을 막으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오히려 이것이 중국의 독자적 기술개발의지를 북돋우면서 성과를 내게 하는 것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중국의 톱500 불참으로 발생하는 일

주요 슈퍼컴 기술국인 중국이 이처럼 슈퍼컴 개발에 대해 숨긴다면 톱500은 더 이상 국가경쟁력을 매기는 기준인 슈퍼컴 순위를 정확히 매길 수 없게 될 것이다. (사진=톱500)

하지만 이 미중 기술전쟁속에 중국이 엑사급 슈퍼컴을 개발해놓고도 입다무는 상황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국가 경쟁력을 매기는 기준인 톱500 슈퍼컴퓨터 목록을 더 이상 이전처럼 명확하게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2022 상반기 톱500 랭킹에서 삼성전자의 ‘SSC-21’ 시스템이 15위를 차지했다. 이 시스템 연산 성능은 초당 2경 5177조 회의 연산을 수행할 수 있는 25.177페타플롭스다. 삼성전자의 또다른 슈퍼컴 ‘SSC-21 스케이러블 모듈’이 315위에 올랐다.

이외에 기상청이 보유한 슈퍼컴 ‘구루(Guru)’아 마루(Maru)가 각각 31위와 32위를 차지했다. 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누리온(NURION)’이 42위, SK텔레콤의 ‘타이탄(Titan)’이 85위에 올랐다.

한국이 보유한 세계 500대 슈퍼컴퓨터는 모두 6개로 네덜란드, 브라질, 사우디, 이탈리아 등과 함께 9번째로 많은 수의 슈퍼컴을 보유한 국가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독자적 고성능 슈퍼컴 개발’ 희망은 현재로선 그리 만만치 않아 보인다. 당장 4년 전 정부가 개발을 하겠다고 공언한 1페타플롭스 슈퍼컴 개발 소식조차도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8년 2월 300억원대 국가 예산으로 2022년까지 초당 1000조회 연산을 할 수 있는 1페타플롭스급 슈퍼컴을 독자 개발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런데 이에 따른 개발 목표 연도인 올해 현재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게다가 정부가 주도해 4년간 1페타 플롭스 슈퍼컴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한 4년 전 이미 국내 슈퍼컴 전문 개발 업체가 1페타플롭스급 슈퍼컴을 자체 개발했고 수출까지 한 상황이다.

흥미롭게도 정부는 지난해 새로이 세계 5위권 슈퍼컴퓨터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엑사급 슈퍼컴을 개발해 시장에 진입하겠다는 것이다.

이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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