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vs 샤오미, 어색한 스마트폰 경쟁구도…서로에게 '위기 혹은 기회'

이제 인정해야 될 때인가? 언더독(스포츠에서 우승이나 이길 확률이 적은 팀이나 선수) 샤오미가 챔피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중국의 샤오미가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상승기류를 타고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분기 기준 시장 점유율에서 애플을 제치고 2위를 차지했고, 6월 한달은 1위 삼성전자를 넘어 1위에 올랐다. 특히 2분기에는 '안드로이드 5G폰'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처럼 화려한 샤오미의 등장을 생각해 보지 못했다.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샤오미의 스마트폰은 이제 삼성전자를 정조준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제재로 주저앉은 화웨이의 빈틈이 생기자 중국 업체인 샤오미와 비보, 오포 등이 기회를 잡았다. 샤오미의 경우 촘촘한 제품 라인업, 그리고 긴 시간 동안 대규모 기술투자를 통해 쌓은 제품경쟁력이 빛을 발했다. 업계에서도 샤오미 스마트폰이 삼성전자의 라인업을 겨냥해 세팅이 됐고, 가격 경쟁력과 오프라인 유통능력 강화로 1위 삼성을 겨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견고한 매니아층과 별도 운영체제 iOS를 가진 애플(아이폰)과의 경쟁은 안드로이드폰 패권을 쥔 다음에 생각해 볼 일이다.

샤오미 등 중국에 쫓기는 삼성, 폴더블 폰으로 분위기 반전 노린다

삼성 스마트폰은 샤오미와 중국 제조사들의 맹공에 위기를 맞이했다. 올해 초 출시한 갤럭시S21이 생각 보다 부진했고, 프리미엄폰 시장에서는 애플 아이폰에 치이고, 중저가폰 영역에서 샤오미를 비롯한 중국 업체에 밀렸다. 차세대 기술력을 상징하는 5G폰에서조차 샤오미, 비보, 오포, 그리고 애플에 밀려 5위를 기록(2분기)하는 신세가 됐다.

삼성전자는 오늘 밤(11일) 11시 '갤럭시 언팩' 행사를 앞두고 있다. 코너에 몰린 챔피언 삼성이 회심의 카운터펀치를 날리기 위한 준비를 마친 것이다. 삼성은 언팩에서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을 공개하며 시장 선도를 꿈꾸고 있다. 갤럭시 노트 시리즈 출시를 하지 않고, 폴더블폰에 승부수를 띄웠다. 갤럭시Z폴드3와 갤럭시Z플립3 등 신제품을 공개한다.

삼성의 갤럭시Z폴드3 (사진=에반블래스 트위터)

확실히 폴더블폰은 차세대 스마트폰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 신제품 출시 때마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무엇인가의 혁신'에 응답하는 제품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소비자의 수요나 대중화 시기를 잘 못 파악했다면 큰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올해 갤노트 출시를 하지 않는 만큼, 스마트폰 시장을 애플과 샤오미에게 빼앗길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이 폴더블폰 분야에서는 기존 폴더블폰 제품의 나쁘지 않은 평판과 시장 선점 측면에서 아직은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이 여세를 몰아서 시장의 헤게모니를 잡겠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전략 핵심이다. 위기의 순간에 폴더블폰으로 기회를 잡고, 기존의 견고한 스마트폰 왕좌를 다진다는 계획이다.

샤오미, 삼성 언팩 하루 전에 미믹스4 신제품 공개...'UDC' 승부수

그런데 샤오미가 또 딴지를 걸고 나섰다. 언더독으로 치부돼 왔던 샤오미는 삼성의 갤럭시 언팩 행사를 코앞에 두고 '미믹스4' 신제품을 공개했다. 10일 온라인 행사를 열고 신제품을 발표한 것은 전형적인 경쟁사의 신작 주목도 분산 전략이다. 과거 삼성과 애플 등이 자주 벌이던 싸움(?)이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샤오미의 언더디스플레이카메라(UDC) 기술이다. 샤오미는 이를 카메라언더패널(CUP)이라고 부르는데, 스마트폰의 디스플에이 아래에 전면 카메라를 숨기듯 배치하는 고난이도 기술이다. 미믹스4에는 이 CUP 기술이 적용됐다.

삼성전자 역시 신제품 갤럭시Z폴드3에 UDC 기술을 폴더블폰 중 처음으로 적용한다.

샤오미 미믹스4에 적용된 CUP(혹은 UDC) 기술 (사진=샤오미)

UDC 기술은 샤오미의 기술력을 잘 보여주는 핵심 기술 중 하나다. 중저가폰 혹은 카피폰의 대명사 샤오미가 시장 1위 자리를 넘보는 경쟁력을 보여주는 것은 대대적인 연구개발 투자에 따른 기술 경쟁력 확보가 있기에 가능했다.

이번에도 삼성의 폴더블폰 신제품 공개에 앞서, 샤오미가 UDC(혹은 CUP) 기술이 적용된 신제품 미믹스4를 공개한 것도 '삼성과 샤오미가 동등한 수준의 경쟁을 하고 있다'라는 시그널을 시장에 주기 위한 것이다.

샤오미의 설명에 따르면, 미믹스4 등에서 CUP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 픽셀 밀도를 400ppi(인치당 픽셀수)까지 올렸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능을 결합해 전면 카메라가 실제 색상을 구현할 수 있도록 했다. 특수 회로 설계를 통해 빛의 회절을 최소화하는 샤오미의 CUP 기술과 이미징 알고리즘이 결합된 투명 곡선 배선 ITO 소재를 적용했다.

샤오미 미믹스4 신제품 (사진=샤오미)

또한 미믹스4의 AP는 업계 최초로 퀄컴의 스냅드래곤 888+ 칩셋을 탑재했는데, 클럭 속도는 3GHz로 스냅드래곤 888(2.84Hz)보다 향상됐다. 초광대역무선통신(UWB) 기술을 적용해 미믹스4와 샤오미 지능형 사물인터넷(AIoT) 장치를 즉시 연결할 수도 있다.

가격은 저장공간에 따라 4999~6299위안(한화 약 88만~112만원)인 프리미엄폰이다. 미믹스4는 오는 16일 중국서 출시되며, 글로벌 출시 일정은 미정이다.

레이쥔 샤오미 CEO는 "CUP 기술 개발을 위해 5년간 7700만 달러(약 886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고, 60개의 특허를 등록했다. 수백 명의 엔지니어를 통해 CUP 기술을 구현하게 됐다"고 말했다.

레이쥔 샤오미 CEO가 10일 진행한 온라인 행사에서 미믹스4를 소개하는 장면. (사진=샤오미)

삼성, 폴더블폰 신제품으로 '급' 차이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 잡을까?

이렇듯 삼성에 대한 샤오미의 기술 도발과 제품 출시 마케팅 경쟁은 삼성에게 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 기술력 측면에서 여전히 삼성과 애플과 어느 정도 격차가 있고, 삼성이 폴더블폰 신제품에서 기술 구현이 까다로운 UDC 기술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구현했는지 여부에 따라 프리미엄폰의 '급' 차이를 시장에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갤럭시Z폴드3에는 폴더블폰 최초의 S펜도 지원되는 등 왕좌 수성을 노리는 삼성의 노림수가 반영될 수 있을지 관심도 집중된다.

왼쪽부터 갤럭시워치4, 갤럭시Z폴드3, 갤럭시버즈2. (사진=에반블래스 트위터)

그리고 갤럭시Z플립3는 커버 디스플레이를 확대해 차별화를 했다. 내부 디스플레이는 6.7인치로 전작과 같은 수준이지만, 커버 디스플레이는 기존 1.1인치 보다 대폭 커진 1.9인치가 예상된다. 이를 통해 플립을 열지 않고도 날씨, 메시지 등 정보를 확인하는 등 편의성이 강화된다. 후면 카메라 배열도 수직 배열이 예상되는 등 디자인과 사용성 변화도 기대된다.

갤럭시Z플립3 (사진=에반블래스 트위터)

폴더블폰과 함께 공개되는 스마트워치 갤럭시워치4는 운영체제(OS)가 바뀐다. 삼성-구글이 공동 개발한 통합 웨어러블 OS가 탑재되는데, 최근 구글과의 협력으로 제법 큰 화제가 됐으며 시장 확장성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무선이어폰 신제품 갤럭시버즈2도 공개된다. 갤럭시버즈2는 액티브노이즈캔슬링(ANC) 기능이 적용된다. 애플이 하반기 출시하는 에어팟3의 경우 ANC 기능이 탑재되지 않는데, 차별화 포인트다. 특히 신제품에선 이어폰을 한쪽만 착용해도 ANC 기능을 활용할 수 있도록 기능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삼성의 행보는 샤오미 등 중국 제조사가 아닌, 애플과의 경쟁을 겨냥하고 있다. 물론 삼성전자는 갤럭시A 시리즈를 비롯해 인도시장 등을 겨냥한 획기적인 저가폰 등을 출시하고 있다. 그러나 핵심은 프리미엄폰 시장 1위로서 애플과의 경쟁(폰, 워치, 이어폰 등)에서 이기고, 촘촘한 제품 라인업 구성으로 전세계 시장의 출하량 1위를 지킨다는 전략이다.

샤오미와 중국 업체게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서 어떤 전략이 맞아떨어질 것인지 아직은 미지수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샤오미의 추격에 몰린 것은 사실이고, 판매 추이 등 흐름 또한 좋지 않을 상태다. 이번 갤럭시 언팩을 통해 분위기 반전을 노리는 삼성전자의 신제품이 시장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 지, 그 어느 때보다 시장의 관심이 몰리고 있다.

김효정 기자

hjkim@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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