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던 동화책을 만들어볼까?

[매거진 : 인간 세상에 스며든 인공지능] 창작물도 만들어내는 생성 AI의 올바른 사용법이란?

어느 날 회사 선배가 자녀들과 함께 동화책을 만들어 봤다며 한번 읽어보라고 권한 적이 있습니다. 삽화는 미드저니로 그려내고 스토리는 챗GPT를 활용했다고 하니 요 근래 가장 핫하다고 하는 '생성형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은 결과물이었죠. 이야기를 뽑아내고 다듬으면서 스토리에 맞는 그림을 채우는 과정들인데 나름 유의미한 작업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네요. 개인적으로도 챗GPT를 통해 이야기를 만들어 본 적이 있습니다. 마법이 등장하고 마녀가 나타나기도 하지만 결국 아름다운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아기자기한 동화 속 이야기는 물론이고 <해리포터> 느낌 물씬 풍기는 판타지 스토리나 섬뜩한 공포소설, 로맨틱한 이야기도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었답니다. 최근에는 조금 더 구체적인 주제를 던져봤습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아포칼립스를 배경으로 SF 소설을 만들어줘'

영화나 드라마에서 아주 쉽게 접할 수 있던 지극히 익숙한 주제였지만 여기에 맞는 그럴듯한 시놉시스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뭔가 비슷하지만 세상에 없던 스토리였죠. 프랭크 화이트(Frank White)라는 영상 제작자이자 유튜버는 '머나먼 은하계에서 벌어지는 어느 외계인 종족과 인간의 이야기'를 챗GPT로 만들어 아마존 킨들스토어에 단돈 1달러를 책정해 올리기도 했답니다. 그러면서도 "시간만 있으면 1년에 300권도 충분히 만들 수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생성 AI를 사용하는 유저가 구체적으로 이야기의 아이템을 던져주고 결과물로 나온 것에 살을 붙이면 정말 그럴듯한 책 한 권이 탄생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책 한권은 커녕 페이지 한쪽을 쓰는 것도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생성 AI를 활용하면 불과 몇 분 만에 완성이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행위는 챗GPT의 긍정적이고 올바른 활용법이 될 수 있을까요?

그림형제의 <동화전집>에는 200개가 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출처 : Booktopia

생성 AI를 통해 이야기를 써볼까요?

챗GPT를 불러 '짧은 이야기'를 써달라고 요청하게 되면 보통 8개에서 10개 정도의 문단을 생성합니다(제 경험상 그러했습니다) 'Long Story'를 요구하면 15개에서 20개의 문단을 생성하기도 합니다. 나름의 기승전결이 분명히 존재하는데 그렇게 스토리라인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학습을 한 모양입니다. 전체적으로 무리 없는 스토리를 만들어내지만 몇몇 부분 손을 보고 잘 다듬으면 굉장히 그럴듯한 글이 만들어집니다. 

"짧은 동화 이야기를 만들어줘"라고 요청하니 아래와 같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어떤 데이터를 학습하고 참고했는지 알 수 없지만 용기 있는 행동과 의협심, 정의, 사랑, 우정 등 메시지를 던져주기도 했답니다. 영문으로 작성된 스토리를 번역하고 어색한 부분들을 다듬었습니다. 물론 챗GPT가 스토리를 썼습니다.  

제목 : 용감한 꼬마 생쥐, 마일로


아주 거대한 참나무 아래 작은 동굴에는 마일로라는 이름을 가진 아주 작고 귀여운 꼬마 생쥐가 살고 있었어요. 마일로의 몸집은 다른 친구들보다 작았지만 언제나 용기가 넘치고 리더십이 강한 친구였죠.
그러던 어느 날 동굴 주변으로 아주 강력한 폭풍이 휘몰아쳤습니다. 낙엽이 마구 휘날리고 나무가 쓰러질 정도였죠. 급기야 마일로 친구들이 살고 있는 동굴 앞쪽으로 거대한 나무가 쓰러져 입구가 막히게 되었습니다. 들어갈 수도 없고 나갈 수도 없이 갇혀버리고 말았답니다. 마일로는 가만히 앉아있지 않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고민했습니다.
“다 같이 힘을 모아서 입구를 새로 만들자!!”
숲 속에 살고 있는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낙엽을 갉아먹고 온 힘을 다해 땅을 파냈습니다. 하루도 쉬지 않고 며칠 동안 일을 했습니다. 새어 나오는 구멍으로 물이 흘러들어 겁에 질린 친구들까지 보살피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몇 주가 흘렀지만 마일로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자칫하면 모두가 위험해! 꼭 해내고 말 거야!!"
오랫동안 고생한 끝에 드디어 빛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숨 쉴 수 있는 탈출구가 생겨났습니다. 밖으로 나가보니 아직도 정리할 것들이 많았지만 날은 매우 화창했습니다.
마일로는 두려움에 맞서 싸웠고 자신과 친구들의 길을 가로막았던 장애물을 극복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마일로의 용기 있는 행동과 솔선수범은 숲 전체에 영감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더구나 가장 작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결단력 있는 마음과 용기가 거대하고 위대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답니다.

이정도면 <용감한 생쥐, 마일로> 이야기의 삽화로 가능할까요?  출처 : Adobe Firefly

안데르센과 헤밍웨이, 그림형제 등 역사에 길이 남을 작가들이 챗GPT가 쓴 이야기를 봤다면 어땠을까요? 사실 생성 AI는 동화책뿐 아니라 기본적인 스토리라인의 틀을 잡아주기도 합니다. 주제를 던져주면 목차를 구성해 주는데요. 어떤 방향으로 쓰면 좋을지 방향성을 제시해주기도 합니다. SF소설의 경우는 가상의 시대 설정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배경에 따라서 분위기라던가 주제가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SF라는 장르만큼 과학기술을 빼놓을 순 없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테크놀로지를 (비중이 크든 작든) 전체 플롯에 잘 녹일 수 있어야 합니다. 소설에는 언제나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각 캐릭터의 성격이라던가 배경 등 플롯에 맞는 설정이 필요하죠. 더불어 캐릭터의 비중을 어떻게 실어야 할지도 고민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서론-본론-결론', '기승전결' 혹은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과 같이 교과서에서 배웠을법한 기본적인 이야기 전개도 필요하죠. 프롤로그를 적당히 가져가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흘러야 하며 반전이 있든 없든 결말 또한 잘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문장을 간결하고 명확하게, 무엇보다 가독성을 최대한 살려 표현력을 높이는 것 또한 신경 써야 하겠습니다. 지금 언급한 이 가이드는 네이버의 클로바X를 참고해 봤습니다.

생성 AI가 쓰는 이야기의 퀄리티는 어떤가요?

브런치에는 수많은 작가들이 있습니다. 글쓰기 플랫폼이나 공모전을 통해 좋은 글들이 쏟아져 나오기도 합니다. 그런 결과물들을 보면 늘 놀랍습니다. 매번 새로우면서 고퀄리티의 글이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나오기 때문이죠. 사람들은 각자가 경험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에세이도 쓰고 칼럼도 씁니다. 때로 심금을 울리는 감동적 스토리나 경험하지 않으면 결코 쓸 수 없는 일상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감을 얻을만한 생활 밀착형 에세이 같은걸 생성 AI가 쉽게 만들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은 분명합니다. 엊그제 엄마랑 다툰 이야기나 길을 가다가 마주친 우연, 밥을 먹다가 일어난 기상천외한 사건 등 공감을 얻을만한 생활 밀착형 에세이를 생성 AI가 쉽게 만들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은 분명합니다. 과연 데이터로 학습한 일상 에세이가 사람들의 공감을 받을 수 있을까요?

제목 : 일상을 빛내는 작은 즐거움


오늘도 하루를 시작합니다.
알람 소리를 듣고 일어나 씻고 밥을 먹고 출근을 합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입니다. 그런데 가끔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게 내 삶의 전부인가?"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작지만 빛이 나는 즐거움을 찾고 싶었습니다. 그 즐거움이란 결코 크지 않아도 됩니다. 화려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작고 소박하더라도 내 마음을 위로해 주고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것이라면 충분합니다.
오늘은 아침에 일어나서 창 밖을 바라봤습니다. 푸른 하늘을 수놓은 하얀 구름이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얼마나 바쁘게 살아왔는지 이런 일상 속 풍경도 제대로 보지 못한 것 같네요. 아침 햇살을 느끼며 그 어느 때보다 여유롭게 커피 한잔을 했습니다. 똑같은 커피이지만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달콤하고 고소하고 깊은 맛이 느껴지네요.
출근길 우연히 친구를 만나 짧게 대화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그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며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습니다. 그리고는 나중에 만나자며 약속을 잡았습니다. 평소와 똑같은 출근길이지만 전혀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아무것도 아닌데 그저 작은 즐거움으로 가득한 아침이었습니다. 일상을 빛낼 수 있는 작은 기쁨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어쩌면 그 즐거움이 살아가는 데 있어 에너지가 되지 않을까요?
※ 구글 바드를 이용해서 '일상 에세이'를 채워달라고 요청했고 결과로 받은 내용을 몇몇 부분 다듬고 수정한 글입니다.

하지만 소설과 같은 창작물은 또 다릅니다. 아마존 킨들 스토어에만 가도 여러 작품들이 존재하는데 경우에 따라 챗GPT를 통해 콘텐츠를 만들었다는 표기를 하지 않아 구분이 어렵기도 합니다. 그만큼 생성 AI를 활용한 콘텐츠도 많고 그 콘텐츠의 퀄리티도 나쁘지 않다는 걸 증명하는 셈이죠. 만일 아마존 측에서 '챗GPT를 활용했다는 것을 증명하고 표기' 하라는 등의 의무화를 시행하게 되면 이야기는 달라질 것입니다. 사진공모전에서 좋은 카메라로 좋은 구도로 멋진 피사체와 배경을 찍었다고 합시다. 그런데 이걸 더 멋지게 표현하고자 포토샵 같은 걸 썼다면 누가 인정할 수 있을까요? 실제 국내 공모전에서도 포토샵으로 만진 사진 하나가 수상했다가 취소된 적도 있습니다. 챗GPT를 통한 창작물이 어떤 공모전 따위에 제출되어 수상했다면 문제가 될 테지만 수많은 콘텐츠가 올라오는 킨들 스토어에서는 이를 의무화하지도 않아 사람이 쓴 이야기와 생성 AI를 통한 이야기가 섞여서 나오는 중이랍니다. 결국 진정성이 있는 고품질의 이야기가 인공지능을 통해 만들어진 창작물과 뒤섞이는 것이라 출판 분야의 생태계 자체가 위협받는 중이라고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랍니다.  

오래된 책방에 쌓인 책들!  출처 : pixabay

브런치에도 책을 출간한 작가들이 꽤 있습니다. 교보문고와 같은 대형 서점부터 온라인 서점에서도 수많은 책들이 '신간'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옵니다. 어떤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고 스테디셀러가 됩니다. 사실 수백 페이지의 이야기를 쓴다는 것은 소설이고 동화고 에세이고 자기 계발서고 엄청난 노력을 요구합니다. 창작이란 늘 머리 싸매고 고민해야 하는 일입니다. 한 글자씩 심혈을 기울여 책 하나를 완성해도 극소수 독자의 손에만 쥐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다가 안쪽 책꽂이에 꽂혀 아무도 찾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런 와중에 생성 AI를 통한 콘텐츠가 우후죽순 나오게 된다면 책이라는 노력의 결과물이 매장에 널린 작은 상품에 불과할 수도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럼 좋은 이야기를 쓰면 되잖아?"

혹자는 "챗GPT로 쓴 스토리가 사람이 쓴 이야기보다 질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사람이 쓴 좋은 책 한 권이 보다 나은 평가를 받을 것이 분명하다"라고 합니다. 말하자면 저기 저 구석 책꽂이에 꽂혀 먼지 쌓이게 될 결과물은 결국 생성 AI의 이야기라는 것이죠. 챗GPT와 같은 생성 AI를 대표하는 챗GPT는 텍스트를 생성하고 번역도 하고 장황한 내용을 콤팩트하게 요약도 하며 유저 쿼리에 대한 답변을 명쾌하게 내어주기도 합니다. 스토리를 쓰는 기능 역시 굉장히 매력적이고 훌륭한 편입니다. 책을 쓴다는 것과 비슷하게, 신문의 사설, 매거진에 실릴만한 칼럼들도 깊게 생각한 내용들을 잘 정리해서 내뱉어야 합니다. 전문성이 있어야 할 뿐 아니라 시간과 정성, 노력도 필요한 법이죠. 그런데 생성 AI를 활용하게 되면 어느 정도의 시간을 줄일 수도 있긴 합니다. 본격 인공지능 시대를 타고난 생성 AI는 말 그대로 진화하여 굉장히 자연스러운 텍스트를 생성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는다면 저자는 물론 출판사 또한 속도를 높일 뿐 아니라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더불어 출판업의 확장성을 높일 수 있다고도 합니다. 단 생성 AI가 뾰족한 해법은 아닙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한다고 해도 인간이 쓰는 크리에이티브를 대체하긴 어렵습니다. 

이제야 이야기하지만 생성형 인공지능은 소설과 같은 텍스트 구조의 수많은 데이터 셋을 학습합니다. 그러니 앞서 언급한 '기승전결' 따위의 구조를 가져간다는 것이죠. 그리고 이를 미세하게 조정하기도 합니다. 얼마든지 자연어 처리가 가능한 인공지능 시대에서 단어나 문장 그리고 문단에 이르는 범위를 넘나들며 문맥과 의미를 인지하고 만들어내는 것은 생성 AI의 기본 기능일 수 있습니다. 여러 개의 짧은 문단을 문맥에 따라 생성하고 나아가 하나의 완벽한 글을 추출하는 특정 작업에 어쩌면 굉장히 최적화된 모델일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기존의 학습 재료로 쓰인 인간의 글을 데이터 셋으로 삼았으니 텍스트 생성 자체도 사람이 쓴 자료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합니다. 그러나 이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 셋을 참고한 것이니 어느 정도 한계를 가집니다. 사람이 쓰는 100% 창작물과 비견되기가 어렵다는 것이죠. 결국 글을 쓴다는 것 그리고 글을 쓰는 행위에 있어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이 전부를 해줄 순 없습니다. 물론 그렇게 해서도 안 되는 것이죠. 글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은 언제나 사람이 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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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잡은루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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