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사용자 소원 풀었다"...애플페이, 2년 만에 교통카드 품다

2년 넘게 기다려온 아이폰 사용자들의 숙원이 마침내 실현됐다. 22일부터 애플의 간편결제 서비스 애플페이가 티머니 교통카드를 지원하면서, 국내 아이폰 이용자들도 실물 카드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애플코리아가 2023년 3월 국내에 애플페이를 처음 선보인 지 2년 4개월 만이다. 그간 삼성페이는 2015년부터 교통카드 기능을 제공해왔고, 구글 월렛도 2024년부터 지원을 시작했지만, 애플페이만 유독 교통카드 지원이 늦어져 아이폰 사용자들의 불만이 컸다.

이번에 도입된 서비스는 애플의 디지털 지갑인 '애플 월렛(Wallet)'에 티머니를 등록하고, 아이폰이나 애플워치를 교통카드 단말기에 가져다 대면 요금이 결제되는 방식이다. 전국의 버스와 지하철은 물론, 티머니를 받는 편의점 등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사용 편의성이다. 일반 애플페이 결제와 달리 얼굴 인식이나 비밀번호 입력 없이 기기를 단말기에 가까이만 대면 즉시 결제된다. 이른바 '익스프레스 모드' 덕분이다. 심지어 배터리가 거의 소진돼 전원 절약 모드로 진입한 상태에서도 최대 5시간 동안 교통카드 기능을 쓸 수 있다.

또 다른 편의 기능도 추가됐다. 애플 월렛에서 잔액이 일정 금액 밑으로 떨어지면 자동으로 충전되도록 설정할 수 있는데, 애플이 교통카드 서비스에 자동 충전 기능을 도입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사용자는 충전 금액과 자동 충전 시작 기준 잔액을 직접 정할 수 있어, 출퇴근길 잔액 부족 걱정을 덜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아이폰 사용자가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애플페이에 등록된 현대카드로만 티머니 충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2023년 애플페이 국내 출시 당시부터 현대카드만 제휴를 맺었고, 2년이 지난 지금도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다른 카드사를 쓰는 아이폰 사용자들은 여전히 실물 교통카드를 휴대해야 한다.

게다가 선불 충전 방식만 지원된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국내에서 널리 쓰이는 후불 교통카드는 물론, 대중교통비를 최대 53%까지 환급해주는 'K-패스'나 서울시의 '기후동행카드' 같은 정책형 교통카드도 애플페이에 등록할 수 없다. 애플이 후불 결제 방식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K-패스 가입자는 300만 명을 넘어섰고, 기후동행카드 판매량도 100만 장을 돌파했다. 교통비 절감 효과가 큰 만큼 많은 시민이 이런 카드를 선호하는데, 애플페이로는 이용할 수 없다는 건 실용성 측면에서 큰 제약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서비스가 국내 사용자보다는 해외 관광객에게 더 유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은 그동안 대중교통 환승 혜택을 받기 위해 편의점에서 3,000원짜리 티머니 실물카드를 구매해야 했다. 또 잔액 확인을 위해 별도 앱을 설치하는 것도 번거로운 일이었다.

하지만 애플페이를 쓰던 외국인이라면 이제 본국에서 사용하던 신용카드로 티머니를 충전해 곧바로 한국의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 잔액도 애플 월렛에서 실시간으로 확인 가능하다. 2024년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1,700만 명을 넘어선 점을 고려하면, 관광 편의성 제고 효과는 분명해 보인다.

애플페이 교통카드 도입이 이렇게 늦어진 데는 기술적 이유가 있다. 애플은 전 세계적으로 'EMV 컨택리스' 방식의 결제 시스템을 고집해왔는데, 국내 교통카드 사업자들은 기존에 다른 방식을 사용했다. 시스템 전환에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했고, 그 과정에서 티머니가 가장 먼저 애플의 방식을 수용했다.

애플 측은 "사용자의 티머니 결제 내역이나 이동 기록을 애플이 확인하거나 추적하지 않는다"며 개인정보 보호 원칙을 강조했다. 또 기기를 분실한 경우 '나의 찾기' 앱으로 즉시 잠금 처리하고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원 기기는 아이폰 XS 및 XR 이후 모델로, iOS 17.2 이상이 설치돼 있어야 한다. 애플워치는 시리즈 6 및 SE 2세대(2020년 출시) 이후 모델에서 사용 가능하며, watchOS 10.2 이상이 필요하다.

업계에서는 향후 다른 카드사들도 애플페이와 제휴를 확대하고, 캐시비 등 다른 교통카드 사업자들도 애플페이 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후불 교통카드 지원 여부는 애플의 정책 변경에 달려 있어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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