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피하고 웰니스 시장 파고든 핀란드 스타트업, 오우라의 역주행 성공기

[AI요약] 애플 워치의 가장 큰 경쟁자 중 하나는 화면이 없고 무게는 약 5g에 불과하며 대부분 기능에 대해 월 구독료를 부과하는 ‘오우라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우라링은 제니퍼 애니스턴, 기네스 팰트로, 마이클 델 등 미국 유명인사들이 착용하면서 올해 10억달러(1조4742억원)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부분 기능에 대해 월 구독료를 부과하는 오우라링이 유명인사들의 선택을 받으면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미지=오우라)

반지 하나로 웰니스 시장의 판을 뒤집은 기업이 있다. 애플워치도, 갤럭시워치도 아닌, 핀란드의 작은 스타트업 오우라(Oura)다.

지난 17일 미국 주요 언론들이 주목한 이 회사는 올해 연 매출 14조원을 돌파하며 건강 웨어러블 시장에서 이례적인 성공 사례를 만들어냈다. 스마트워치가 주류인 시장에서 '반지'라는 비주류 제품으로 승부를 걸었고, 그 선택이 적중했다.

틈새를 파고든 차별화 전략

오우라의 성공 비결은 명확하다. 시장의 빈틈을 정확히 공략했다는 점이다. 대형 빅테크들이 스마트워치 경쟁에 몰두하는 동안, 오우라는 '눈에 띄지 않는 건강 추적'이라는 새로운 니즈를 발견했다.

제품 가격은 51만원대부터 시작하며, 프리미엄 기능 이용을 위해선 월 9천원 정도의 추가 비용이 든다. 구독 모델을 적용했다는 점에서 애플이나 삼성의 무료 모델과 차이가 있지만, 이것이 오히려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를 만들었다.

최근 1년간의 판매 성과가 놀랍다. 누적 판매량 550만대 중 절반 이상이 지난해에 팔렸다. 할리우드 배우들과 실리콘밸리 CEO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급성장했다는 후문이다.

손가락이 손목을 이긴 이유

애플, 삼성전자, 핏빗은 최근 몇년 동안 오우라와 유사한 건강 또는 수면 관련 기능을 도입했다. (이미지=삼성전자)

오우라 측은 줄곧 "손가락 측정이 손목 측정보다 정밀하다"고 강조해왔다. 이는 단순한 마케팅 문구가 아니라 제품 개발의 핵심 철학이다.

시장조사업체 IDC의 웨어러블 담당 애널리스트는 "최근 소비자들은 화면 없이 조용히 작동하는 기기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오우라의 성공을 설명했다. 스마트워치의 끊임없는 알림과 화려한 디스플레이에 피로를 느낀 사용자들이 미니멀한 대안을 찾기 시작했고, 반지형 디바이스가 그 해답이 됐다는 분석이다.

톰 헤일 오우라 CEO는 향후 제품 확장 계획에 대해서도 힌트를 줬다. 귓바퀴를 통한 뇌파 감지, 복부 부착형 센서를 통한 심장 리듬 추적 등 신체 다른 부위로의 확장 가능성을 열어뒀다. 다만 직접 개발보다는 의료기기 전문 업체와의 제휴를 우선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빅테크의 추격, 그리고 오우라의 대응

당연히 빅테크들도 가만있지 않다. 구글은 AI 기반 건강 코칭 서비스를 론칭했고, 애플은 애플워치에 혈압 이상 감지 기능을, 에어팟에는 심박 센싱 기능을 탑재했다. 삼성전자는 아예 작년에 '갤럭시 링'이라는 경쟁 제품을 내놨고, AI 헬스케어 챗봇도 개발 중이다.

대형 기업의 인수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헤일 CEO는 단호했다. "독립성이야말로 우리의 가장 큰 자산입니다. 만약 우리가 특정 플랫폼에 종속된다면, 사용자들의 신뢰는 순식간에 무너질 겁니다."

실제로 의료계에서 오우라를 높이 평가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중립성이다. iOS와 안드로이드 모두에서 작동하는 범용성 덕분에 병원들이 환자 모니터링 도구로 채택하기 용이하다는 것이다.

AI 시대, 웨어러블의 새로운 역할

건강추적반지는 스마트폰이라는 장치를 활용할 수 있다는 더 큰 가능성도 있다. (이미지=삼성전자)

시장 분석가 그레이스 하먼(이마케터)은 "고가 제품일수록 소프트웨어의 완성도가 승부처"라고 강조한다. 오우라도 이를 의식했는지 올해 초 AI 건강 비서 기능을 추가했다. 사용자의 수면 패턴과 활동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건강 조언을 제공하는 기능이다.

웨어러블 시장의 다음 국면은 결국 '데이터를 얼마나 의미 있게 해석해주느냐'가 될 전망이다. 센서가 수집한 날것의 숫자를 사용자가 실천 가능한 인사이트로 바꿔주는 능력, 그것이 향후 경쟁의 핵심이 될 것이다.

틈새에서 시작해 주류로

오우라의 사례는 기술 시장에서 후발주자가 선두를 뒤집을 수 있는 전략을 잘 보여준다. 대형 기업들이 간과한 틈새를 파고들고, 명확한 차별화 포인트를 유지하며, 사용자 신뢰를 최우선에 두는 것. 이 세 가지가 오우라를 반지 시장의 1위로 만들었다.

앞으로도 빅테크들의 공세는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오우라가 지금까지 보여준 민첩함과 차별화 전략이 유지된다면, 작은 핀란드 스타트업의 성공 신화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김한수 기자

hanskim@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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