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운명 가른 역대급 변신, 구글 손잡고 오는 AI 시대 게임 체인저

  • AI 전쟁 뒤처진 애플, '적'과 동맹 맺고 2026년 역습 시작
  • 음성 비서 시리, 14년 만에 '진짜 대화' 배운다

AI 열풍이 2022년 말 시작된 이후, 애플은 줄곧 옆에서 지켜보기만 했다.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가 수십억 달러를 AI 인프라에 쏟아부을 때도, 오픈AI의 챗GPT가 전 세계 사용자 1억 명을 넘어설 때도, 애플은 침묵했다. 그러나 2026년 6월 9일 오전 10시(태평양 표준시), 애플은 침묵을 깨뜨린다.

'애플 개발자 회의(WWDC) 2026'에서 선보일 내용은 단순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아니다. 애플이 구글과 손잡고 벌이는 생존 전쟁의 시작이다. 지난 1월 애플과 구글은 다년간 협력을 공식화했으며, 구글의 제미나이 AI 모델이 애플 파운데이션 모델의 근간이 된다고 발표했다. 애플이 연간 약 10억 달러를 구글에 지불하는 이 계약은 검색 독점 소송으로 위태로웠던 두 회사의 관계를 더욱 공고히 만들었다. 구글은 이미 아이폰 기본 검색엔진으로 애플에 매년 수십억 달러를 지불해 왔지만, 이번 AI 파트너십은 차원이 다르다. 구글의 시가총액은 2026년 1월 애플을 2019년 이후 처음으로 넘어섰고, 4조 달러 시대를 열었다.

애플이 2007년 아이폰을 출시한 이래 시리는 2011년 등장했다. 그러나 15년이 지난 지금, 시리는 여전히 날씨를 묻거나 타이머를 맞추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구글 어시스턴트, 아마존 알렉사와 비교해도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번 WWDC에서 공개될 시리는 완전히 다르다. 구글의 제미나이 기술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시리는 문맥을 이해하고, 여러 단계의 작업을 처리하며, 앱과 서비스를 넘나들며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다.

더 흥미로운 점은 독립형 시리 애플리케이션이다. 블룸버그의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챗GPT, 클로드, 제미나이와 경쟁할 수 있는 독립 시리 앱을 준비 중이다. 메신저 앱처럼 대화 내용을 30일 후, 1년 후, 또는 영구적으로 보관하거나 삭제할 수 있는 타이머 기능도 도입된다. 애플은 내부적으로 새로운 시리를 '베타', '프리뷰'로 표시하고 있어 완성품이 아닌 진행형 프로젝트임을 시사한다. 그러나 출시 시점은 명확하다. 애플은 2025년에 시리 AI 음성 업그레이드를 지연시켰고, 2026년 출시를 약속했다.

카메라 앱은 '비주얼 인텔리전스' 섹션이 추가되며 새 단장을 한다. 기존 카메라 컨트롤 버튼에 숨겨져 있던 비주얼 인텔리전스 기능이 카메라 앱 내부로 이동하며, 사진, 동영상, 인물 사진, 파노라마 옵션 옆에 전용 시리 모드로 자리 잡는다. 이 기능은 구글 이미지 검색을 활용해 사용자가 카메라로 포착한 물체를 정확하게 식별한다. 영양 성분표를 스캔하면 칼로리와 매크로 영양소 추적이 가능하고, 명함이나 포스터의 전화번호와 주소를 스캔하면 연락처 앱에 자동으로 추가된다.

이번 행사에서 애플은 자사 고유의 내장형 AI 시스템인 ‘애플 인텔리전스’의 대규모 업그레이드와 함께, 음성 AI 비서 ‘시리(Siri)’를 완전히 재설계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애플 홈페이지)

사진 앱 역시 애플 인텔리전스로 무장한다. 이미지 편집 시 '애플 인텔리전스 도구' 섹션이 등장하며, '확장(Extend)'과 '재구성(Reframe)' 옵션이 제공된다. 확장 기능은 사진의 원본 프레임 밖 콘텐츠를 생성하며, 줌 제스처로 이미지 가장자리를 늘릴 수 있다. 재구성 기능은 공간 사진의 원근감을 촬영 후에도 변경할 수 있게 한다. 애플은 자연어 입력만으로 편집을 요청할 수 있는 AI 사진 편집 기능도 테스트 중이다. 색상, 조명, 자르기 매개변수를 말로 조정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미지 플레이그라운드 앱도 개선된다. 고품질 이미지 생성, 다양한 예술적 스타일, 향상된 캐릭터 일관성, 풍부한 편집 컨트롤이 추가된다. 새 이미지를 생성하는 인터페이스는 더 간소화되어 컨트롤이 줄어들고, '변경 사항 설명' 옵션으로 편집이 가능해진다. 또한 사용자의 미디어와 텍스트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맞춤형 이모지를 제안하는 '제안된 젠모지' 기능도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다양한 테마와 분위기를 반영하는 AI 배경화면 생성도 예상된다.

월렛 앱은 비용 분할 기능으로 주목받는다. 영수증을 촬영하면 여러 사람에게 지불 요청을 생성하는 방식으로, 친구나 가족과 비용을 간편하게 나눌 수 있다. 애플 캐시와 연동되는 이 AI 비용 분할 기능은 소셜 네트워킹과 금융 서비스의 경계를 허문다. 월렛 앱에는 '패스 만들기' 옵션도 추가되어, 영화 티켓, 콘서트 패스, 체육관 회원 카드 같은 물리적 항목을 스캔해 디지털 패스로 만들 수 있다. QR 코드가 있으면 스캔하고, 없으면 맞춤 패스를 생성한다. 이벤트는 보라색, 멤버십은 파란색, 기타는 주황색으로 유형별 색상이 적용된다.

더 파격적인 발표는 AI 에이전트 통합이다. 인포메이션의 5월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앱스토어에 AI 에이전트를 더 잘 통합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 중이다. AI 에이전트는 사용자가 예약, 일상 작업 관리, 문서 편집, 스마트 홈 기기 제어 같은 작업을 위임할 수 있게 한다. 세부 사항은 제한적이지만, 애플이 업계 최대 트렌드인 AI 에이전트에서 혜택을 보려는 전략이 분명하다.

macOS, iPadOS, visionOS, watchOS, tvOS도 AI 기반 시리 경험이 강화되고, 더 많은 AI 기능과 안정성 업데이트가 통합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모든 기기에서 일관된 AI 경험을 제공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으며, 프라이버시를 최우선으로 유지한다. 구글과의 공동 성명에서 애플은 "애플 인텔리전스는 계속해서 애플 기기와 프라이빗 클라우드 컴퓨트에서 실행되며, 애플의 업계 최고 수준 프라이버시 표준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애플이 오픈AI와 파트너십을 맺어 시리와 애플 인텔리전스에 챗GPT를 통합한 상태에서, 구글과의 협력이 향후 챗GPT 통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불분명하다. 애플은 CNBC에 기존 계약에 변경 사항이 없다고 밝혔지만, 업계는 구글과의 파트너십이 더 깊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구글의 제미나이 3 모델은 2025년 말 출시되었고, CEO 순다르 피차이는 2025년 3분기까지 10억 달러 이상 규모의 거래를 이전 2년 합산보다 더 많이 체결했다고 밝혔다.

애플의 이번 WWDC는 팀 쿡의 AI 유산이 걸린 무대이기도 하다. 애플은 지난해 시리 AI 업그레이드를 지연시키며 광고를 내보내 비난을 받았다. "이러한 기능을 제공하는 데 예상보다 오래 걸릴 것이며, 올해 중 출시할 계획"이라는 성명은 시장의 신뢰를 잃게 만들었다. 그러나 2026년 6월 9일, 애플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구글의 힘을 빌려서라도, 애플은 AI 전쟁에서 승자가 되어야 한다. 14년간 제자리걸음을 해온 시리가 드디어 대화를 배우는 순간, 애플의 새로운 시대가 시작된다.

김광우 기자

kimnoba@tech42.co.kr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저작권자 © Tech42 - Tech Journalism by AI 테크42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기사

AI 에이전트 비용 폭탄, 기업들의 지갑을 노린다

026년 AI 에이전틱(Agentic AI) 시장의 현주소다. 자율적으로 작업을 수행하는 AI 에이전트는 생산성 혁신의 주역으로 떠올랐지만, 그 이면에는 급증하는 비용 부담이라는 복병이 도사리고 있다.

"여보, 나야" 3초면 가족 목소리 완성… 보이스피싱, 사상 첫 1조 원 넘었다

3초짜리 음성 한 토막이면 AI가 가족 목소리를 흉내 내는 시대. 2025년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사상 처음 1조 566억 원을 돌파했고, 그중 기관사칭형이 77%를 차지했다. 행안부·국과수가 6·3 지방선거에 투입한 정확도 92% 딥페이크 탐지 모델, 7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인 2026년 통계, 그리고 가족이 지금 당장 만들 수 있는 '비상용 단어'까지 짚는다.

카스퍼스키 “안드로이드 뱅킹 트로이목마 공격 56% 증가”

모바일 금융 서비스를 노린 악성코드 위협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스마트폰이 뱅킹, 전자결제, 신용카드 인증 등 일상적인 금융 활동의 중심 기기로 자리 잡으면서, 안드로이드 기기를 겨냥한 뱅킹 트로이목마 공격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명상, 이렇게 하는 거였나"…AI·XR 결합 1인 명상부스 '무아홈' 체험기

AI가 감정을 읽고 맞춤 명상을 추천하는 1인 명상부스 '무아홈'을 직접 체험했다. 카이스트 공동 개발 감정추론 AI, 비접촉 생체 측정, XR 명상까지. 스트레스 올랐지만, 가능성은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