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15년만에 인텔 프로세서 탈피한다 

지난 2005년 파워PC프로세서에서 인텔 프로세서로 갈아탄 애플이 15년만에 자체 개발한 AM 기반 칩이 탑재된 맥을 출시한다. 애플은 22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WWDC(세계 개발자 컨퍼런스) 2020 기조연설을 통해 올 연말 출시될 맥부터 자체 설계한 칩을 탑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1990년대 초반 모토로라 68K 프로세서를 시작으로 1990년대 중반 파워PC프로세서, 그리고 2005년부터 지금까지 인텔 프로세서로 이어진 애플의 프로세서 렌탈은 30년만에 막을 내린 셈이다. 이는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워치 등에 이어 자체 칩 탑재 범위를 맥까지 확대해 독자적 생태계를 강화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팀 쿡 애플 CEO는 WWDC2020에서 “오늘은 맥에 있어 매우 역사적인 날”이라며 ARM 기반 독자 칩 개발 성공 소식을 전했다. 애플이 개발한 칩은 '애플 실리콘'으로 불린다. 조니 루지 애플 하드웨어 기술 부사장은 “데스크톱 PC는 성능이 높지만 전력 소모가 높은데 비해 노트북은 전력 효율성이 높지만 성능이 낮다”며 “자체 개발한 ARM 기반 칩을 탑재한 맥은 전력 효율성과 성능 면에서 모두 뛰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자체 ARM 칩이 탑재된 최초의 맥 제품은 올해 말쯤 출시될 것으로 알려졌지만 모든 맥 라인업에 적용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은 2010년 이후 아이폰용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인 A칩 시리즈를 설계하면서 얻은 노하우를 살려 올 연말부터 내놓을 맥 제품에 점진적으로 자체 프로세서를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애플은 모든 맥 라인업에 자체 개발 칩을 적용하는 데는 약 2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꺼번에 전환되는 과정이 아닌 만큼 인텔 프로세서를 탑재한 모델도 함께 개발할 것으로 알려졌다.

 

ARM 칩 탑재한 맥의 성능

애플은 효율성·성능 향상을 위해 2005년 파워PC 프로세서에서 인텔 프로세서로 전환했다. 인텔 프로세서는 실제로 애플 맥이 윈도 컴퓨터를 따라잡는 데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인텔 의존도가 높아지는 문제 해결을 위해 애플은 2012년부터 독자 칩으로의 전환을 검토해왔다.

애플은 자체 설계한 ARM 기반 칩을 적용해 인텔이나 AMD 등 다른 제조사에 구애받지 않고 새로운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됐다. 애플이 인텔 프로세서를 벗어나 자체 프로세서를 맥에 투입하기로 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전력 효율성이다. 또 하나는 아이폰을 개발하면서 만든 신경망 가속 기능인 뉴럴엔진, 아이패드의 고해상도 화면을 구현하기 위해 강화한 그래픽 칩셋을 온전히 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개발자들이 애플 칩 탑재 맥용 소프트웨어를 미리 개발할 수 있는 하드웨어 킷인 '개발자 전환 킷'(DTK)을 이번 주부터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이 기기는 아이패드 프로에 탑재된 A12Z 프로세서와 16GB 메모리, 512GB SSD와 맥OS 빅서(11.0) 베타 버전을 탑재했다. 애플은 또 자체 칩 탑재 맥을 올 연말에 내놓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어떤 모델이 탑재될 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주요 외신들은 맥북프로와 아이맥을 후보로 꼽았다. 

이런 가운데 애플이 판매하는 개발자전환키트(DTK)를 수령한 개발자들이 하드웨어 벤치마크 성능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치가 외신을 통해 공개됐다. 

DTK에는 ARM 기반으로 애플이 설계한 A12Z 프로세서와 16GB 램, 512GB SSD, 맥OS 빅 서어 개발자 베타 버전을 탑재한 맥 미니, 그리고 개발툴인 X코드(Xcode)와 로제타2 에뮬레이터, 각종 개발 문서와 샘플 코드가 포함돼 있다.

긱벤치(Geekbench) 테스트 결과는 싱글코어 테스트에서 830~840점대, 멀티코어 테스트에서 2900점대가 나오고 있다. 현재까지 22대의 테스트 결과가 공유되고 있는데 결과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긱벤치 테스트 소프트웨어가 ARM 최적화 소프트웨어가 아니기 때문에 로제타2 에률레이터로 실행한 점을 고려하면 실제 성능은 24~40% 가량 더 높을 것이라는 게 벤치마크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현재 맥 제품 중에서 가장 저렴한 맥북에어 2020의 긱벤치 점수가 싱글코어에서 1100~1200점, 멀티코어에서 3000~3800점 내외인 것을 고려하면, DTK에 포함된 ARM 맥 미니의 성능은 맥북에어 2020과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개발자 테스트 버전의 성능이 이 정도라면 ARM 기반 맥의 성능은 현재 인텔 맥을 오히려 앞설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ARM 프로세서의 발열 제어와 전력 효율이 높기 때문에 성능과 저전력이라는 요소를 적절히 조절하면 더 뛰어난 제품의 출현도 기대된다.

석대건 기자

daegeon@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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