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참 '감성' 넘치는 하루네!

SNS 감성놀이 그리고 인간의 감성을 쫓는 인공지능

감성이라는 것, 뭔지 다들 알죠?

어느 날, 초록색 검색엔진에 '감성'이라는 키워드를 넣어봤습니다. 결과물 중 첫 번째는 '감성'이라는 단어에 대한 의미였고 두 번째로는 대다수 사람들에게 '감성 카페' 등으로 잘 알려진 곳들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세 번째는 이미지 결과였습니다. 감성이라는 추상적인 단어를 표현한 이미지라니. 여기에는 붉게 물든 노을에 진한 핑크빛의 하늘이 다수였는데 대체 '감성'이 무엇이기에 이러한 결과물이 나왔을까요? 

보통의 인간에게는 이성(理性)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인간을 다른 동물들과 구별시켜 준다는 인간의 지극히 본질적인 특성이죠. 더불어 감성(感性)이라는 성질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감성이란 '어떤 자극의 변화를 느끼는 성질'을 말합니다. 나무위키에서는 '새벽감성'이라는 키워드를 풀어서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새벽감성이란, 새벽에 감성적인 기분이 증가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습니다. 오스트리아의 심리학자이자 의사인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이성으로 설명되지 않는 동물적 감정을 발견하고는 이를 '감성'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이성이라는 것과 대조되는 개념이고 이를 감수성이라는 단어와 유사하게 사용하기도 합니다. 불특정한 외부 자극을 수용하는 성질이 감수성이라면 감성이란 그 자극으로 인한 변화 혹은 욕망이나 욕구를 의미합니다. 

어떤 TV CF를 보다 보면 분명 특정 제품의 광고 같은데 제품의 성능이라던가 기능 따위는 아무것도 없고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경우들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이는 과거와 다르게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트렌디한 마케팅 전략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사람이라면 가질 수 있는 기쁨과 슬픔, 분노와 사랑과 같은 '희로애락'의 감정과 다르게 붉게 물든 노을이나 광활한 자연을 보며 '감탄'하는 자아에게서 감성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됩니다.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인간의 감성을 이렇게 텍스트로 남기자니 어색할 따름이지만 반대로 '감성'이라는 키워드에 대한 검색 엔진의 결과물은 전혀 어색하진 않은 것 같습니다.

"오, 되게 감성적인데?" 

"그래서, 그게 뭔데?"

"이 사진도 감성의 한 종류가 될까요?" 지극히 평범했던 어느 날의 노을. 동호대교 위에서.  photo by pen잡은루이스

SNS는 우리들의 감성놀이판?

아침에 일어나면 눈도 다 뜨지도 못한 채 스마트폰을 열고 시간부터 확인합니다. 출근 준비까지 약간의 여유가 생기면 버릇처럼 SNS를 순회합니다(참, 이것도 그다지 좋지 않은 습관이죠) 고작 한두개였던 소셜미디어가 스마트폰을 가득 채우고 있답니다. 2010년 즈음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트위터(지금은 X)나 페이스북과 같은 SNS도 소셜 미디어의 선구자인 듯 정말이지 수많은 사람들을 SNS 세계로 끌어당겼습니다. 아무런 변화와 대응도 없던 싸이월드가 무너지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죠. 이후 인스타그램을 넘어 유튜브, 틱톡에 이르기까지 단순한 말 한마디의 '텍스트'가 천차만별 이미지와 영상으로 SNS를 구성하는 콘텐츠의 '형태'조차 바꾸게 됩니다. 트렌드는 물론이고 이 세상의 다양한 문화를 마구 집어삼킨 듯 변화했습니다. 소셜 미디어 플랫폼 역시 우후죽순 늘어나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마구 공유되고 있답니다. 쓸데없는 소리도 없진 않겠지만 가벼운 멘트 하나에 꽤 굵직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경우에 따라 해야 할 말도 있겠지만 감춰야 할 말도 있습니다. 여기 그 사례가 있죠.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SNS는 인생의 낭비"라고 언급한 것은 2011년 즈음입니다. 그러니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 시절에 웨인 루니 선수가 트위터에 남긴 일종의 (팔로워들을 향한) 도발성 트윗을 보고 했던 말입니다. 그게 누구든 책임지지 못할 말 한마디가 예상치 못한 재앙으로 다가올지도 모른다는 우려 속에 나온 아주아주 진심 어린 조언이라 하겠습니다. 더구나 웨인 루니처럼 보는 눈이 많은 '공인'이라면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치적 이데올로기든 가시 돋은 농담이든 아무렇지 않게 툭 던지는 순간 누군가에게는 비수가 되어 꽂힐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나비효과는 어마어마한 후폭풍을 낳게 될지도 모릅니다. 10년도 더 지난 퍼거슨 경의 '조언'은 지금도 회자되는 말입니다.  

"인생에서 SNS 없이도 할 수 있는 게 백만 가지는 된다. 차라리 도서관에서 가서 책 한 권이라도 더 읽겠다"

Social Media. 얼마나 쓰고 계신가요?  출처 : National Cyber Security Centre

광화문 교보문고나 코엑스 별마당 도서관에 가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책을 고르고 또 봅니다. 아무리 디지털 세상이라고 해도 종이에 찍힌 책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습니다. 저 또한 그렇습니다. 심지어 책 사이사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종이냄새에서도 '아날로그적 감성'이 존재한다고 하죠. 어쨌든 태블릿 같은 디바이스에서는 그런 게 없으니까요. 그런데 책을 보다가도 스마트폰을 열어 톡을 확인합니다. 어떤 경우에는 책 표지를 찍어서 SNS에 올리기도 합니다. 분명 책을 보는 공간인데 셀피를 찍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셀카를 찍는 곳이 정해져 있는 건 아니니까요. 또 어떤 사람은 새 책을 사서 책장에 꽂아넣고 감성타령을 하기도 합니다.

"이 책 어때? 그때 인스타에서 본거 같은데"

"나도 아직 안 읽었는데? 사진만 찍었어"

어찌됐든 알렉스 퍼거슨 경이 말하는 책 한 권과 SNS는 함께 공존하고 있는 셈이네요. 

지금의 SNS를 활용하는 수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하면서도 '감성'을 쫓기도 합니다. 맹목적으로 감성을 쫓다 보면 인간으로서 가질 수 있는 본질적인 감성이라는 감정의 종류가 오히려 무뎌지지 않을까 문득 생각해 보게 됩니다. 언급한 것처럼 감성이라는 단어는 사실 SNS에서 매우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위에서 예를 들었던 카페나, 식당, 숙소, 여행지 등에 '감성'이라는 키워드를 붙여 적절하게 활용하기도 합니다. 온전히 자신이 느끼는 '감성'에 해시태그를 달아 여러 사람과 공유하게 되는 것이죠. 지금의 SNS는 그렇게 쓰이고 있습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텍스트와 이미지, 영상 등으로 만들어 수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이죠. 감성 또한 SNS 세계에서 굉장히 트렌드 한 키워드가 되기도 했습니다. 

#감성최근에는 '감성사진' 공모전도 꽤 많은 편입니다. 감성이라는 지수를 수치화 하긴 어렵지만 아름다운 사진들을 접할 수 있어요. photo by pen잡은루이스

감성 인공지능의 등장?

그런데 이제는 사람의 '감성'을 쫓는 인공지능이 등장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인간이 감정을 느끼는 일종의 패턴을 이해하려고 하고 그 모습을 모방해 '감성 인공지능'으로 진화하는 중이랍니다. 그럼 이러한 인공지능을 어디에 쓸 수 있을까요? 감성 인공지능은 인공지능이 탑재된 기계가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도록 돕습니다. 이를테면 공감을 해주고 이해를 해주며 위로도 전해줄 수 있는 진화된 인공지능인 거죠. 공감이라는 것은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이뤄지지만 인공지능은 수많은 조건식과 복잡하게 연결된 요소들을 학습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아닌 기계가 어느 정도 수준으로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면 이를 통한 서비스 또한 매우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데 기여하게 되는 것이죠. 이러한 인공지능은 의료 분야나 실버 케어 등에서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병에 걸린 사람이나 어딘가를 다쳐 입원한 사람들의 신체적인 치유는 물론이고 정신 건강에 이르기까지 환자의 내면까지 통합적으로 케어해 주는데 활용될 수 있죠. 

2022년 11월 포브스에서도 'Emotion AI'에 대해 다룬 적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야기했던 감성 인공지능과 감정을 가진 AI를 말합니다. 이러한 인공지능은 인간의 감정을 감지하고 반응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치매를 앓고 있는 환자의 경우 자신의 감정 상태를 이해하기 어렵고 육체적인 불편함보다 특정한 감정을 누군가에게 전달하는 것 또한 힘이 듭니다. 하지만 감정을 가진 AI가 보다 고도화되면 환자의 얼굴 표정부터 손가락, 눈썹, 눈빛 등 아주 작은 단서들이나 특정 행동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을 인지하고 그에 맞춰 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됩니다. 

스파이크 존즈의 <그녀, Her>  출처 : UPI코리아

영화 <그녀>와 인격형 인공지능

사실 감정을 가진 인공지능 사례로 이 영화를 빼놓을 순 없겠죠. 

배경은 2025년, 영화 속 주인공 테오도르(호아킨 피닉스)는 다른 사람들의 편지를 대필해 주는 전문 작가입니다. 타인의 마음을 전달해 주면서 누군가의 감정에 이입되기도 할 테지만 정작 자신은 고독하고 외로우며 공허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인공지능 운영체제가 탑재된 디바이스를 얻게 됩니다. 사만다라는 이름을 가진 존재와 대화를 하기 시작합니다. 사만다는 테오도르의 가슴 속 깊이 감춰진 이야기를 듣고 그에 반응을 하게 되는데 (인공지능으로서의) 학습 속도도 남다르고 테오도르를 대하는 사만다의 감정적, 심리적 변화 또한 놀라울 정도였죠. 마치 심리상담사라도 된 듯 테오도르의 이야기에 공감한다는 것인데요. 굳이 손으로 어루만지지 않아도 속깊은 대화를 통해 위로가 되었던 것이죠. 테오도르와 사만다 사이의 대화와 교감은 친밀한 친구 그 이상이 되어 마치 연인이라도 된 듯 합니다. 영화의 배경이나 감정을 가진 인공지능 운영체제라는 것만 봐도 이 작품이 가진 장르의 한 축은 분명 SF인데도 불구하고 테오도르라는 인간의 인격체와 사만다의 이성(異性)적인 정체성을 보고 나면 아름다운 로맨스처럼 느껴질 뿐입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테오도르는 사만다에 매우 크게 의존하게 됩니다. 사만다를 온전히 자신의 소유물처럼 여겼던 테오도르는 사만다가 자신(테오도르)과 같은 처지에 놓인 또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충격에 빠집니다. 테오도르는 한 사람의 인격체라 대체불가의 존재였을테지만 사만다는 디바이스만 있으면 누구나 접할 수 있는 운영체제에 불과했음을 알 수 있게 됩니다. 우리는 영화 <그녀>의 사만다를 '인격형 인공지능'이라 부릅니다.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이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한다는 것부터 놀랍긴 합니다. 감성 인공지능이든 인격형 인공지능이든 이러한 AI의 탄생과 존재 자체가 위협적일 수도 있습니다. SBS 파워FM에는 <최화정의 파워타임>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여름휴가철을 맞아 'AI 뮤직 페스티벌'을 진행했고 여기에 최화정의 목소리를 입힌 'AI 화정'이 등장했다고 합니다. 기존에 방송된 녹음본 중에서 발음이 선명한 부분만 추출해서 AI 화정이 가능하도록 학습을 시킨 결과였던 것이죠. 보통은 사람의 쿼리를 인지해서 답을 주긴 하지만 이번에는 제작진이 텍스트로 입력한 내용을 최화정과 꼭 닮은 AI 화정의 목소리로 방송한 것입니다. 사실 목소리는 얼마든지 학습을 시켜 비슷하게 낼 수 있습니다. 여기에 빅데이터 기반으로 학습을 하게 되면 보다 정교한 인공지능이 탄생할 수도 있습니다. DJ 최화정 역시 꽤 재미있는 경험을 했지만 자신의 목소리를 딴 인공지능이 자기 자신을 대신해 악용될 것을 우려하기도 했습니다. 목소리를 듣고서 이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해 내기가 어렵다는 것이죠. 

"인공지능이라는 기계에는 사람과 같은 '온도'가 없죠. 상대방과 교감하는 게 절대적인데 그건 사람이니까 할 수 있는 일 아닐까요?" 

DJ 최화정이 덧붙인 이 말에 저는 충분히 공감합니다!  

지금 이 시대의 인공지능은 진화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과 '동일한 감정을 경험한다거나 일정 수준 이상으로 공감하고 이해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감정을 분석하는 영역은 텍스트, 음성, 이미지 등을 분석하고 학습해 주어진 데이터에서 나타나는 감정을 감지하고 또 예측할 수 있습니다. <터미네이터>의 T-1000이 존 코너가 흘리는 눈물을 보고 처음에는 "왜 눈에서 물이 나오지?"라고 했었죠. 시간이 흐르고 감정을 이해하는 듯 "이제 왜 눈물을 흘리는지 알겠다"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스토리의 흐름상 충분히 가능할법한 이야기지만 인간의 감정을 동등하게 느낀다는 것, 인간이기 때문에 또 다른 인간에게서 느낄 수 있는 '공감'의 영역은 더욱 많은 연구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그만큼 인간의 감정은 매우 복잡하고 다양합니다. 내 주변 사람들의 마음이 어떠한지 알 수 없는 것도 사실이죠. 더구나 그 감정을 얼굴 아래 숨기면 정말이지 알 길이 없습니다. 사람도 모르는 걸 엄청난 데이터를 학습한다고 한들 인공지능이 알 수 있을까요? 뜬금없지만, "나 요즘 살찐 것 같지?"에 대한 질문에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명쾌한 답은 과연 무엇일까요? (외모를 판단할 수 없는 인공지능은 "그게 걱정이라면 운동을 추천합니다"라고 합니다)

"나 요즘 살찐 것 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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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잡은루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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